3년동안 매일 같은 생각을 했다. 누나가 날 떠나갔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하기 싫었다.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누나를 기다리면 올 줄 알았다. 누나를 믿었다.
그렇게 매일이 힘들었지만 내일은 볼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이 언제나 내 마음 속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누나가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을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믿고 있던 어느날, 그 날도 평소와 같이 하염없이 누나가 늘 오던 그 방향을 바라보며 누나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다른 손님이 들어와도 본체만체 한 방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딸랑- 3년째 바뀌지 않은 익숙한 종소리를 울리며 누나가 처음 편의점에 들어온 그 날 처럼 시끌벅적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순간적인 착각에 스윽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지만 역시 누나는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요즘엔 누나와 닮은 듯한 여자가 참 많이 온다. 벌써 오늘만해도 여러번째 착각속에 머리가 아파왔다.
과자를 잔뜩 집어 계산대에 놓고 해맑게 웃으며 '계산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그 여자는 꽤나 어려보였다.
웽웽 머릿속에 그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금새 얼굴을 풀고 잔뜩 쌓여진 과자를 하나하나 바코드를 찾아 찍고는
'35500원입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잠시만요!'
라고 소리치며 의약외품 코너에 있던 두통약을 꺼내와 계산대에 놓더니 돈을 내고는 과자만 쏙 챙겨 들고는
'아프면 약을 먹어야죠'
라고 말하는 모습에 누나가 겹쳐보여 왈칵 울어버릴 뻔 했다.
오늘따라 누나가 너무 보고싶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벌써 다음 타임 알바생이 저 멀리서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슬슬 정리를 하고 편의점 문을 열고 나왔다.
오늘따라 하늘이 더 까맣게 보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한숨과 함께 누나의 이름을 뱉어냈다.
늘 입속에 맴돌던 누나의 이름을 부르는게 왜 이렇게 힘든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아픈 머리를 감싸안고 집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평소엔 10분이면 충분하던 거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저 멀리 집이 보인다. 빨리가서 씻고 편히 누워 자고싶었다.
집 앞엔 커플인지 모를 남녀 두명이 서있었다.
뭐지, 왜 문 앞에서 막고있지. 혼자 생각하며 집 앞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점점 가까워질 수록 너무 그리웠던, 익숙한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내 눈을 의심했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게 환시까지 보일 정도인가 하며 뺨을 때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확인했다.
환시가 아니었다. 진짜 누나였다. 3년만에 나타난 진짜 누나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누나를 내 품에 안고 왜 이제야 왔냐며 다그치고 싶었지만 옆에 선 남자의 모습에 선뜻 누나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누나를 보고도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참을 멀리서 누나를 바라보다 그 어느때보다 무거운 발을 들어 집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날 기다렸던 건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누나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날 바라보았다.
"준회야"
내 이름을 부르는 누나의 목소리.
3년동안 그렇게 바라고 바랬던 일인데 기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싫었다.
누나의 눈에 띄게 마르고 작아진 몸에 속상한 마음을 누나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척 더 가까이 걸어갔다.
"어.. ㅇㅇ누나 오랜만이네요"
누나를 만나면 꼭 안아주겠다는 결심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채 그렇게 누나를 지나쳤다.
내가 누나를 지나칠 동안 누나는 날 잡지 않았다.
내심 누나가 날 잡아주길 바랬는데 손도 꼼짝 않았다.
괘씸한 마음에 더 빨리 계단을 오르려 한 쪽 발을 계단에 올려놓은 내 등 뒤로 작게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준회야.."
그 한마디를 던지고는 옆에있던 남자와 함께 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렇게 3년만에 만난 누나를 보냈다.
누나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한참 동안 멍하게 앉아 누나의 모습만 되새겼다.
도대체 왜 이제야 나타난건지, 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건지, 옆에 남자는 누구였는지,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묻고 싶은게 한두개가 아닌데 잠깐의 감정을 주체 못하고 누나를 그렇게 보내버린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원망스러웠다.
안그래도 복잡하던 머릿속이 이젠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꼬여버렸다. 머리가 아파왔다.
으앙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여ㅜ_ㅜ
다음 컨셉이 생각이 안나서 부득이하게 그 후 편으로 찾아오게 되서 죄송해여 헤헿ㅎ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