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김지원/구준회] 흡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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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입니다.”
선생님조차 당황하게 한 자기소개에 잠시 정적이 일었다. 짝짝짝… 나를 포함한 몇몇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짧게 이어졌다. 선생님은 모두를 대신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구준회, 라는 전학생은 말없이 무심한 눈동자로 정면을 응시했다.
어색하다. 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어색했다.
“준회한테 질문 있는 사람?”
선생님은 진땀을 빼며 삭막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꾸고자 노력했다. 안타깝게도 질문에 반응하는 학생들은 한 명도 없었다. 쩔쩔매던 선생님이 나를 향해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나 또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문을 제기했다. …저를 왜 쳐다보세요. 라는 뜻이 가득 담긴 눈빛은 선생님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애써 부정을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강렬해져 가는 애원의 눈길에 손을 꼼지락거렸다. 나도 질문할 거 없는데…. 정녕 김지원을 써먹어 가며 우여곡절 끝에 쌓아온 선생님과의 신뢰가 이런 순간에 써 먹히다니.. 한숨을 내쉬며 기초적인 거라도 물어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손을 들려던 찰나였다.
“선생니이임! 책상 가져왔어요! 으악!!”
뒷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책걸상을 가져온 김지원이 들어섰다. 선생님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반에서 분위기메이커를 자청하고 있던 아이였으니 말이다. 과연 그의 요란한 등장으로 반 분위기는 한순간에 풀어졌다.
“여~ 김지원! 용케 들고 왔네?”
“yo~ 당연하지. 근데 이거 졸라 무거워. 나 팔에 근육 생기는 거 봐봐. 쩔지.”
그는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건네는 장난을 여유롭게 받아치며 교실 안에 들어섰다.
“아 씨발, 진짜 존나 무거워!”
“수고했다 지원아. 거기 1분단 끝에 놔둬.”
“옙.”
선생님을 앞에 두고서 욕하는 패기란. 익숙하다는 듯 별 욕을 해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얼굴은 오히려 이 어색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김지원에게 대단히 고마워하는 표정이었다.
그가 다시 한 번 책걸상을 들어 올렸다… 가 내려놓으며 내 이름을 외쳤다.
“ㅇㅇ아 좀 도와줘!”
...? 거기서 왜 내 이름이... 1층부터 3층까지 잘만 들고왔으면서? 빠르게 상황파악을 한 나는 황급히 책상 위에 엎어졌다.
“뭐야, 왜 엎어져!! 야! 일어나아아! ㅇㅇ아아아!! 짜아아꾸우웅!! 짝꿍아아!! 이거 진심 무겁다 ㅇㅇ아, 어? 오빠 팔 아프다 진짜!”
“ㅇㅇ이 자잖아. 걍 니가 둬, 병신아.”
한빈을 시작으로 쏟아지는 아이들의 원성에 못 이긴 지원이 다시 책상을 들어 올렸다.
우당탕! 필시 책걸상이 엎어질 때 나는 소리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면서도 끝까지 모른 척했다. 괜히 도와줬다가 너밖에 없다, 사랑해, 역시 내 여자라는 등의 이런 살 떨리는 말 들을라.
호기심에 살짝 고개를 돌려 힐끔 뒤를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엎어진 책걸상 옆에 머리를 헝클이며 퍼질러 앉아있는 김지원이 보였다. 그의 근처에는 그의 친구들이 삿대질하며 배가 터져라 웃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몇몇 학생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으나, 김지원은 그 모든 손길을 다 내치고 너네 말고! 내 짝꿍 불러와! 라며 지껄였다. 그는 내가 아니면 한 발자국도 안 옮기겠다는 으름장과 함께 허리에 손을 얹고 이글이글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 눈 마주쳤다. 슬그머니 팔 안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황당하다는 김지원의 음성이 귓전을 때린다. ㅇㅇㅇ 또 눈 돌리는 거 봐! 와!
그의 지랄 아닌 지랄로 인해 나를 깨우라는 선생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아니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으나, 이 억울함을 받아줄 대상이 없었다. ㅇㅇ아아!! 다시 한 번 나를 불러왔다. 이런 개새... 속으로 그를 향한 욕을 삼키며 못 이기는 척 엎드렸던 몸을 일으켰다. 아. 열 받아.
고개를 드는 순간, 나를 지긋이 보고 있는 전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한 눈길. 괜히 머쓱해져 그 시선을 무시하며 자리에서 어색하게 일어났다.
“여~ 와썹?”
“왔다 시발...”
“에이~ 왜 욕을 하고 그래.”
지원이 눈이 사라질 듯 휘어져라 웃으며 엎어진 책걸상을 가리켰다.
“짝꿍 먼저 들고 싶은 거 골라. 레이디- 퍼스트.”
“…….”
하여튼 말은 뻔질나게 잘하지.
* *
전학생이 온 지 2주가 지났다. 2주 동안 그는 딱히 친구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혼자 행동했다. 원래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처럼. 몇몇 친하게 지내보려 다가오는 이들 모두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불신증, 뭐 그런 건가?
“어디 봐?”
“멍 때렸어.”
“거짓말 다 티 난다, ㅇㅇ아. 딴 남자 봐? 나 방금 질투 나려 했어.”
“개소리.”
옆 의자에 걸터앉은 지원이 어깨에 턱을 올리고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찾으려고 기웃거렸다. 어깨를 툭툭 튕겨내니 하지 말라며 칭얼거린다.
그 순간 그가 비틀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어?
“왜?”
“아니... 그냥.”
잘못 봤나? 다시 본 그는 평소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 맞다. 짝꿍, 오늘 너 먼저 집에 가야겠다.”
“왜?”
“선생님이 불렀어. 학교 끝나고 좀 남으래.”
“또 사고 쳤어?”
“아~니~”
“그럼?”
김지원이 말없이 가벼운 웃음을 흘린다. 그의 행동을 보니 별로 큰일로 부른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오빠 볼에 뽀뽀하면 알려줄게.”
김지원은 전생에 능구렁이였음이 틀림없다. 진짜로.
……그러니까 김지원이 집에 가라고 할 때 얌전히 말을 들었어야 했던 것이었다. 지원이 잘 가라며 등을 떠밀어줬을 때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갈걸.. 괜히 기다리겠다면서 객기부렸다가..
“…….”
숨 막힐 듯 어색한 정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유는 제 자리에 꼼짝없이 앉아있는 구준회 때문이었다. 구준회의 자리는 1분단 맨 끝자리였고, 내 자리는... 눈물 나게도 그 자리와 근접한 2분단 맨 끝자리였다. 구준회보다 앞자리였으면 내가 이토록 그를 신경 써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원 참, 기침하나 제대로 못 하겠네. …이참에 말이라도 걸어볼까. 설마 까이진 않겠지? 별별 생각을 다 해가며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저기.. 구준회.”
씹히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던 찰나, 다행하게도 그가 선뜻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봐주었다. 여전히 사람 움츠러들게 만드는 무심한 눈동자였다.
“어.. 그러니까.. 너도 누구 기다려?”
“아니.”
“아.. 그렇구나.”
민망해진 나는 구준회에게로 향했던 고개를 원위치시켜 배터리가 다 떨어져 가는 핸드폰을 노려봤다. 김지원은 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눈치 하난 영 꽝인 녀석이니까.
“김지원.”
구준회의 낮은 음성이 정적을 깨고 들려왔다. 익숙한 이름에 그에게로 고개를 돌려 반문했다.
“어?”
“여자친구?”
“…….”
여자친구? 구준회에게서 나온 말을 내 머리로 인식하고 깨닫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내가… 김지원의 여자친구냐고?
“아니!! 아니야! 여자친구는 무슨!”
“좋아해?”
“…어?”
나는 정곡을 찔린 아이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어버버거렸다. 구준회의 입술이 묘하게 비틀렸다. 그 아름다운 미소가 또 그의 얼굴에 너무나도 잘 어울려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말았다.
“큰일이네.”
“…….”
어색함 따윈 다 잊고 구준회를 멍청히 쳐다봤다.
“하필이면 상대가,”
“ㅇㅇㅇ.”
구준회의 말을 가로채고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열려있는 앞 문 쪽에 김지원이 껄렁하게 서 있었다.
“안 가고 뭐 했어.”
“너 기다렸…….”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해있지 않았다. 썩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구준회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을 뿐. 마치 먹이를 지키려는 맹수의 눈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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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웨거입니다.
글잡은 처음 써보네요..ㅋㅋㅋ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은 초임인 진환쌤 (심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