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적은 일어났다, 다만 - 차학연(2)
눈을 떠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선 병원의 천장이 보였고 왼손에는 다른 사람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요 며칠 잠도 제대로 못자고 먹지도 않아서 중요한 순간에 쓰러져 버린것같아 스스로를 원망하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가깝게 붙어있는 침대에 택운이가 누워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일어났어?"
"...!!"
너무나도 놀란 마음에 링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채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팽팽하게 당겨진 링거바늘이 볼품없게 떨어져 나가고 말라버린 팔뚝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
그런 내모습에 놀란 정택운이 몸을 힘겹게 일으켜세워 티슈로 피를 닦아준다.
"칠칠치 못하게 이게 뭐야"
벙찐 채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때 멤버들이 차례대로 병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형!"
가장먼저 재환이가 달려오더니 피를 보곤 눈을 크게 뜨며 말한다.
"이게 뭐에요!"
"..재환아..어떻게 된거야...?"
"아.. 보시다시피 택운이 형 일반실로 옮겼고, 택운이 형이 의사쌤한테 부탁해서 형이랑 같은 병실 쓰는거에요.."
"아니, 그보다 괜찮대? 응? 아무지장..없대?"
무엇보다 궁금한 택운이의 상태를 울먹이며 묻자 택운이가 티슈를 한장 더 꺼내 내 고개를 돌려 투박한 손길로
눈물을 닦아주더니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해줬다.
"그걸 왜 재환이한테 물어봐, 나 괜찮아"
다 말라버린줄 알았던 눈물샘에서 또 눈물이 터져버렸다.
귀에 박히는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에 왈칵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푹숙이고 여전히 피가 흐르는 팔을 끌어다 얼굴을 가려버렸다.
"형..지금 이렇게 울면 안되는데.."
택운이의 눈치를 보는듯한 원식이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듯 쳐다보니 그 입에선 한숨과 함께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택운이형,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활동 못할거에요.. 의사선생님 말로는 조명탑이 떨어지면서 후두부를 강타했는데..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운동신경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에요, 아마 재활이 힘들수도 있다고..생활하는것도 힘들거라고 하더라구요..'
다른게 문제가 되진않았다. 택운이가 깨어난게 너무 좋았는데.. 그저 같이 이 길을 걷기위해 준비해온 시간, 흘려온 땀, 그리고 결국 맺었던 결실들이
이제는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택운이의 꿈, 우리의 꿈이 모두 끝나 버린것만 같아 멍해져있었다.
"미안..미안하다 학연아."
사과하는 택운이를 뿌리치고 대충 슬리퍼를 발에 끼워넣은채로 병실 밖으로 달렸다.
난 지금 단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거야, 흘러나오는 눈물을 굳이 참지않고 병원옥상까지 달려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밤공기에 가쁜 숨을 헐떡이니 사고가 일어난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너의 잘못이 아닌데, 너무 무서워서 도망쳐 버렸다. 한심하게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어.
ㅡ놓기에는 너무 아픈데, 잡기에도 아프다.
돌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