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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506l 2

#18

 

 

 

2012428.

 

 

 

성규와 우현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매일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하였다. 이제 둘은 없어서는 안 될 단짝 친구 사이가 되었지만 우현은 성규와 더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불안함이 밀려왔다. 우현은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준비해야한다고 늘 생각하였다. 그래서 성규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우현은 거리를 두려고 하였다. 준비 없이 맞는 이별은 너무도 아픈 것이라는 걸 우현은 잘 알고 있었다.

 

 

, 생일 축하해.”

 

 

성규의 17번째 생일날. 우현은 그렇게 무뚝뚝하게 말하며 성규에게 선물상자를 건네었다. 성규는 싱긋 웃으며 그런 우현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성규는 아이스크림을 퍼먹던 숟가락을 입에 물고 선물 상자를 풀어헤쳤다. 우현은 괜히 들고 있던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쿡쿡 찔렀다. 성규가 막 풀어헤친 선물 상자 안에는 성규가 늘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호피무늬 운동화가 들어 있었다. 성규는 함박웃음을 짓고는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빼고 우현에게 말했다.

 

 

, 이 새끼. 센스가 있어, 역시.”

 

미친놈. 눈은 존나 높아가지고. 내가 그거 사느라 예식장 알바를 며칠이나 나갔는지 알아?”

 

아유, 사랑스러운 새끼.”

 

 

성규는 우현의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었다. 분명 기분이 좋으라고 하는 건데 우현은 기분이 더 나빠진 듯한 표정으로 성규를 쳐다보았다.

 

 

너 내 생일날 더 좋은 거 해주는 거 알지?”

 

당연하지, 새꺄.”

 

 

성규는 운동화 안에 손을 넣어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현은 성규가 좋아하는 것을 보자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 날, 밤새도록 거리를 누비며 신나게 놀던 두 사람은 다음 날 몸살이 나서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가끔씩 그 때가 생각이 나면 웃으며 그 때 이야기를 하곤 하였고 늘 똑같은 패턴으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그리고 하나의 추억이 굳어지기까지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정말로 갑작스럽게 성규는.

 

 

나 이민 가.”

 

 

그러한 말을 우현에게 던졌다. 우현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한 엄청난 말을 던진 성규가 우현은 미웠다. 그래서 화가 났다. 이제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데 이른 이별이라니. 우현은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성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마치 미리 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 이별은 자신에게만 갑작스러웠던 거라고 우현은 생각하였다.

 

 

.”

 

 

우현은 그렇게 되물었다. 성규는 입을 꾹 다물고 그런 우현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두 사람을 훑고 지나갔다. 성규는 살짝살짝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넘기더니 낮은 목소리로 우현에게 말했다.

 

 

아파서.”

 

“.....”

 

 

우현은 뭐라 따질 생각이었지만 성규의 대답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성규가 아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 말을 직접 성규의 입으로 들었을 때, 우현은 성규의 그 말이 자신의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우현은 잠시 마음을 진정 시키고 차분히 말하였다.

 

 

언제 오는데?”

 

성규는 대답대신 고개를 저었다. 우현은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늘 마음속으로는 성규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런 이별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서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성규가 야속했고 그에게 화가 났다. 마치 자신은 성규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말하는 성규의 그런 말투와 표정은 그동안 쌓아왔던 둘 사이의 관계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충분한 일이 벌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 나는?”

 

 

우현은 그렇게 말하는 동안 자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는 것을 알아챘다. 성규는 잠시 그런 우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우현은 성규가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단숨에 알아챘다. 다시 성규가 우현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눈은 심각하게 차분했으며 우현은 그 눈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어차피 너도 준비하고 있었잖아.”

 

 

우현의 생각을 예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는 듯이 성규는 그렇게 말하였다. 우현은 성규의 말에 살짝 놀랐으나 그것을 티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 서운한 감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덧붙여 약간의 절망감 까지도.

 

 

니가 그렇게 다른 나라로 가버린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어.”

 

어차피 이별하는 건 똑같잖아.”

 

 

우현은 결국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성규의 그 목소리가 너무 차가워서. 그의 행동이, 말투가,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다가갈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을 밀어내려는 듯이. 평소와 다른 성규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우현은 울먹거리며 말하였다.

 

 

그건 이별하는 게 아니라 이별을 피하는 거잖아. 개새끼야.”

 

“.........”

 

 

성규는 우현이 눈물을 흘리자 약간 당황한 듯한 눈치였다. 우현은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소리쳤다.

 

 

맨날 그렇게 갑자기 통보하는 식으로 말해 버리고 혼자 사라져 버리잖아. 난 이제 너 볼 수 없을까봐 그게 너무 슬프고 아프고 힘들고 또......씨발, 나 혼자 그렇지? 넌 나 같은 건 걱정도 안 되지? 눈앞에 보이면 거기에 있는구나. 안 보이면 없는구나. 난 너 없으면 불안하고 걱정되고 꼭 내 눈앞에 있어야 안심이 되고 그러는데. ...넌 뭐야. 너한테 난 뭐냐?”

 

“.........”

 

하루라도 더 보려고. 한 순간이라도 더 얼굴 기억해 놓으려고. 내가 얼마나 지랄을 하는데. 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릴까봐 영영 볼 수 없게 되버릴까봐 존나 불안해가지고 혼자...? 혼자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씨발! 그래, ! 꺼져! 이제 니 얼굴 보기 싫으니까. 너 혼자 잘 살든 죽든 알아서 해. 다른 나라에 가든 어디 씨발, 구석에 숨어서 쳐 살든.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잘 살아. 개새끼야.”

 

 

우현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눈물이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마치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성규와의 추억들을 모두 떨구어내듯이. 툭툭 떨어지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버린 우현은 다시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꾹 눌러 참으며 걷다가 점점 속도를 내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성규는 우현을 붙잡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이별하였다.

 

두 달 후, 우현에게 배달해 온 편지는 그의 마지막 유품이 되어 버렸다.

 

 

남우현에게.

안녕? 이렇게 인사로 시작하는 거 맞지? 무슨 편지를 써 봤어야지. 그냥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쓸게. 그냥 쳐 읽어^^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미국에 인디애나라는 곳인데 맨날 도시에만 살다가 이런 조용한 시골에 오니까 심심해서 죽을 것 같다. 말도 안통하고 그냥 집에 혼자 쳐박혀 있는데 옆집에 어떤 백인 빨간 머리 여자애가 며칠 전부터 우리 집에 계속 놀러와. 존나 짜증나게 맨날 컴퓨터 하는데 옆에 붙어서 계속 영어로 말 시켜. 한국인이었으면 벌써 존나 욕 한 바가지 쏟아 부었을텐데. 내가 영어 욕을 잘 몰라서 그냥 존나 참고 있어. 빨리 이 여자애가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괜히 미국 온다고 설친 것 같아. 한국이 더 좋아. 한국에 가고 싶다. 엄마가 맨날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데 가고 싶은 걸 어떡해. 지금도 존나 가고 싶어. 근데 있잖아. 머리로는 가고 싶은데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요즘은 하루에 한 번씩 심장이 미친 듯이 아파. 찢어질 것처럼 아파서 어쩔 때는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곤 해. 하지만 내가 이대로 죽으면 엄마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참아. 근데 오늘 아침에는 진짜 죽을 것같이 아파서 일어나서도 여섯 시간 동안 누워 있었어. 마침 엄마도 밖에 나가 있어서 집엔 나 혼자였는데 너무 아파서 소리도 안 나오는 거야. 진짜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 때 머릿속에 너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너랑 그렇게 헤어지고 다음 날 바로 미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넌 모를 거야. 개새끼. 그렇게 가버리면 어쩌냐. 난 니가 그래도 다시 돌아와 주길 바랬는데. 물론 내가 그때 좀 쓰레기 같은 말을 하긴 했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니가 날 안 놔 줄 것 같은데 어떻게 해. 니가 나 죽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는 것보단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서 그랬어. 그러니까 혹시 니가 이 편지를 읽기 전까지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풀어.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사실, 니가 나 죽는다는 거 처음 알고 막 울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막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는데 쪽팔려서 참았지. 근데 니가 계속 우는거야. 슬프게. 그래서 생각 같아서는 당장 꽉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달래주고 싶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더라. 사실 나도 무서웠거든. 내가 죽는다는 사실이.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런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해왔는데. 진짜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존나 무서운거야. 내가 사라진다니.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추억이나, 내가 맺었던 인연 같은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린다는 거잖아. 그리고 나이를 더 먹어서 지금 내가 제일 무서운 건 널 잊는 다는 거. 그게 제일 무서워. 지금도 무서워. 니가 저번에 나한테 있어서 너는 뭐냐고 했지? 그땐 말하지 못했는데 넌 나보다 더 소중한 놈이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래서 니가 슬프면 나도 슬퍼. 그러니까 제발 아무데서나 울지마. 니가 이 편지를 읽을 때 난 이 세상에 없겠지. 내가 엄마한테 부탁했거든. 나 죽으면 이 편지 너한테 보내달라고. , 갑자기 눈물 나. 존나 보고싶어. 니가 마지막으로 내 눈 앞에서 사라질 때도 보고싶었고 너랑 같이 있는 순간순간에도 너랑 얼굴 보면서 말하는 순간에도 보고싶었고 여기 막 도착하자마자 보고싶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니가 보고싶어. 니 목소리가 듣고 싶고 따뜻한 니 손도 잡고 싶고.....이젠 그럴 수 없잖아.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사람은 너였고 가장 사랑했던 사람도 너였어. 난 이대로 죽으면 끝인데 그러면 니가 날 잊을까봐 그게 너무 두려워. 마지막에 이 말은 꼭 했었어야 했는데. 사랑해. 남우현.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눈을 감을 그 순간까지. 얼마 후면 난 이 세상에 없겠지만. 그래도 만약 진짜 하늘 나라가 존재한다면 꼭 그곳에서 널 지켜줄게. 끝까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2012. 12. 20

김성규가.‘

 

 

 



 
독자1
허류ㅠㅠㅠㅠ 성규 죽은 시람이였어? ㅠㅠㅠㅠㅠㅠㅠ 우현아 ㅠㅠ 힘쇼 ㅠㅠ 내사랑 울보 동우에요 ㅋㅋ
11년 전
독자2
감성 이에요 헐....성규가 헐 우리성규가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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