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치 못한 상황에 이리저리 눈알만 굴려댔다. 고요한 적막감만이 맴도는 이 곳에서, 자신은 과연 어떤 말을 해야하는 것인가. 손은 자꾸만 땀을 머금어, 그는 쉴 새 없이 자신의 바지에 손을 비볐다. 후우, 이제는 어떡하지. 한숨부터 새어나왔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 지, 또한 과연 상대가 어찌 반응할까 에 대한 염려 때문이리라. 자꾸만 혀를 내어 입술을 축이는 그의 모습에, 상대는 답답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 “ 저, 하고 싶은 말이... ” 고요한 적막감이 깨지자 화들짝 놀라며 무심결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런 그가 상대의 어색한 표정을 읽은 것인지, 힘찬 고갯짓을 멈추고는 상대의 눈을 마주보며 운을 떼었다. “ 아, 사실 제가 오늘 이렇게 부른 이유는, 바로 할 말이 있어서에요. ” “ ... 네, 계속 말해봐요. ” 눈이 살짝 접히며 미소로 자신의 말에 답해주는 상대의 눈을 도저히 떨려서 더이상 마주할 수가 없는지 그는 이내 시선을 자신의 발끝으로 향했다. “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데, 아, 저도 이상한데, 그러니까요, ... ” “ 왜 울먹이고 그래요. 무슨 말인데요. ” 자신도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울었던가. 얼마나 놀랐던가. 오늘은 말할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기껏 차려입은 수트 위로 번져가는 눈물이 상대의 손길에 의해 멈추었다. 상대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렇게 거리낌 없이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보아라. 어찌 이 사람에게 그런 말을 전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자꾸만 미안해지는 마음에 고개를 내저으며, 상대를 등지고 일어났다. “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할게요. 바빠서 ... ” 자꾸만 눈물이 자신의 볼을 훑어내렸다. 이것으로 다섯번째. 상대에게 이렇게 말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일어나는 다섯번째 날이다. 그런 자신에 짜증이라도 난 것은 아닐까, 이제 자신이 싫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그였지만, 그래도 그것이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았다. 지금의 그로써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 계산은, 제가 할게요. 죄송합니다. ” 구두굽 소리가 카운터까지 이어졌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과 수트를 이상하게 보는 듯 하였으나, 그런 종업원의 시선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그였다. 이윽고, 카페의 딸랑이는 종소리를 지나 벚꽃잎이 흩내리는 길 위에 자리했다. 이렇게 주저앉아 엉엉 목 놓아 울어버리고 싶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정말로,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는 데 말이다. 낯선 한국 땅에서, 이리도 낯선 감정이 찾아올 줄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터덜터덜 앞으로 나아갔다. 머리가 핑 도는 순간, 자신의 허리에 익숙한 손길이 느껴졌다. 왜 이리 빨리 가요, 귓가에 맴도는 그 목소리가 환상일까. 또다시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아예 목 놓아 울어버렸다. “ 오늘 하려고 했던 말. 알아요, 맨날 그 말 하려고 부른 거잖아요. ” “ ... ” “ 나도요, 나도. 나도 사랑해요. ”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환상이다, 그래 환상이야. 너무나도 힘들어서, 그래서 보이는 환상이다. 눈을 깜박이고 상대의 허리에 자신도 손을 둘러보아도, 상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 진, 진짜, 요 ? ” “ 진짜요. 진짜로, 사랑해요. ” 그들의 위로 분홍빛의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구름 위를 나는 듯한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그 순간, 그의 입술 위로 상대가 잠시 붙었다 떨어졌다. 놀란 그의 얼굴에 호탕하게 푸하하, 웃어제끼더니 귀를 앙 물고 속삭였다. “ 이제 존댓말 안 쓸거야. ” 아무래도 좋으니, 내 곁에서만 떨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코 끝이 조금은 아린 봄날이다. - 처음 써보는 조각글이라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커플링은 자유에요! 전 타쿠안이지만. 하하하하하핳 미숙하지만 읽어주셨다면 그대는 사랑이에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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