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동아리 들어가요"
"동아리????"
"네"
"무슨 동아리요?"
아버님이 김태형씨한테 이젠 대학 졸업 전까지는 회사업무 맡기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신 이후로 완전 한가해졌어 사람이.
게다가 세상에....동아리를 들어가다니.
하나는 커피 동아리. 하나는......댄스동아리....???
"댄스동아리라고 하셨어요?"
"네. 같은 과 친구한테 물어봐서 오디션 보라고 하길래 봤더니 바로 끼워주던데"
"헐...."
우리학교 댄스동아리가 진짜 장난없거든...
경쟁률도 어마어마어마하고 인기도 진짜 많아서 고등학교 축제 찬조공연도 가고, 다른 대학교 축제도 간혹 가고...완전 아이돌인데...
김태형씨가 거기 꼈단 말이야?.,...대박
"대박..."
"좀 멋져 보이나?"
"방금전까지 멋져보였는데 그 말하니까 이제 안멋져보여요"
"헐...."
"그래도...대단해요. 춤 잘 춰요?"
"나 완전 댄스머신이예요"
"보여줘요"
"그 쪽은 아직 나 발레도 안보여줬어요"
"아...."
"언제 보여줄거예요?"
"지금 보여줄까요?"
대충 팔다리나 흐느적거릴 생각이었는데 들켰나봐
"싫어요. 발레복입고 제대로 보여줘요"
"중학교 때 그만둬서 발레복 안맞아요."
"하나 살래요?"
"예????"
김태형씨가 내 손을 잡고 집안을 초스피드로 빠져나와서 차에 태웠어.
"어디가요? 진짜 발레복 사러가는 건 아니겠지?"
"더 좋은거 사줄게요. 아직 못해본게 생각났어"
그렇게 내 손에는 쇼핑백이 한가득 쥐어졌어.
옷, 가방, 구두, 목걸이, 귀걸이.
"이게 다...."
"돈 펑펑 쓰면서 사줘보고 싶었어요. 굳이 그쪽이 아니더라도"
"그쪽이 아니더라도???"
"아...아니 그런의도가 아니고 그냥...원래 동생이 완치되면 이렇게 사주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그걸 바빠서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하튼 김태형씨는 사람 말문막히게 하는데 재주가 있는거 같아. 그것도 아주 특출난 재주.
"암튼....고맙습니다. 아껴쓸게요"
"펑펑쓰다가 또 사달라고 하면 한번쯤 더 사줄수도 있는데"
"그럼 나중에 또 사주세요"
즉흥쇼핑은 그렇게 끝났어. 왠지 짠한 엔딩이었달까.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정말 변하나봐.
새학기가 시작되고, 김태형씨는 동아리활동, 경영공부, 후계자수업 되게 열심히 듣더라구.
회사업무라는게 되게 힘들었었나봐. 할일은 많아졌는데 저렇게 웃으면서 사는거 보면.
"입학식 때 춤 안췄죠?"
"당연하죠. 난 신입인데 그 춤들을 언제 다 외워요"
"그래도 무대 하나정도는 나오면 좋았을걸..."
"다음 무대부턴 나올거예요. 아마 나한테 반할걸"
"ㅋㅋㅋㅋㅋㅋ근자감이예요?"
"그 쪽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나한테 반할거라구요"
"어련히 그러시겠죠"
"뭐예요? 그 반응은?"
"아....저 도서관갑니다!!!"
"같이 갈래요?"
"회사 안가봐도 되요? 아침에 어머니한테 오늘 김태형씨 회사간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아....."
"잘 다녀오세요~"
왠지 놀려주는 느낌이 들어서 째지는 기분으로 도서관에 갔지.
요즘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따로 있어.
물론 공부가 1순위지만 그래도 굳이 학교도서관을 고집하는 이유.
바로 저 경영서적 책장에서 맨날 책 찾아보는 1학년 새내기 때문이지.
너무 좋아.... 아직 나만 발견한 보물인거 같아.
근데 가끔 앞에 앉은 여자애들이 힐끗거리는 걸 보긴 했어....설마 나처럼 의도적으로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겠어?
내가 약혼자가 있는 몸이긴 하지만....그래도 너무 잘생긴거 있지.....
어머니한테 전화가 와서 잠깐 나갔다가 호출에 한숨쉬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짐 정리하려는데 누가 내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놨더라구.
[그 쪽이 나 계속 쳐다보는거 들켜버렸네요. 이거 보자마자 도서관 정문으로 나와줄래요? 딱 30분만 기다릴게요.]
헐. 오 마이 갓....
후다닥 가방을 정리하고 정문으로 나갔지. 원래 집으로 가는 버스타려면 쪽문으로 나가야되는데.
정문에서 고개를 슉슉 돌리면서 찾고 있었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치더라구.
뒤돌아봤지. 역시나.
"안녕하세요"
"아....포스트잇?"
"네.지금 바쁜 일 없으세요?"
"......네!"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김태형씨, 더 죄송합니다.
나 잠깐 일탈 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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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죄송해요...여러분.....제가.....고3도 아닌데 수능기간 맞춰서 굉장히 바빴습니다 ㅠㅠㅠㅠㅠㅠ
봐주세요 엉엉엉엉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