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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칠룡이 나르샤 開 | 인스티즈

칠룡이 나르샤

w. 정세휘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일곱 사내들이, 혹은 여인들이, 올려다보면 고개가 꺾일 것 같이 높디높은 하늘과 땅 그 중간에 각자 상징물을 밟고 서있었다. 해, 달, 구름, 바위, 흙, 나무, 물. 마치 하늘과도 맞다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옥황상제의 보필이라도 받은 듯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들을 받아 후광이 비쳐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빛으로 번쩍이는 하늘과 다르게 땅은 매말라가고 있었다. 구황작물은 말라비틀어지고 생명력 강하다는 잡초 하나 보이지 않아 땅에서 뿌리라도 캐는 날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새끼 손가락만한 뿌리를 잘라 오래도록 씹었다. 뿌리가 쓰고 흙맛에 인상을 찌푸려도 절대 뱉어내지 않았다. 매마른 흙이라도 퍼 먹는 판국에 뿌리라도 씹는 날은 동네 이웃들의 부러움을 샀다. 아이들은 울었다. 어미도 울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파 하루종일 울었고, 어미들은 나오지 않는 젖과 쌀 한 톨 없는 단지 안을 보고 울었다. 산 안으로 들어가 나무껍질이라도 베어오겠다는 남자들은 벌써 열흘이 넘어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에 바다가 고향인 생명들은 펄떡 펄떡 튀어올랐다. 깊은 산이 고향인 생명들은 갈라진 나무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쓰러졌다. 배가 고파 등가죽과 배가죽이 달라붙은 멧돼지는 인간들의 보금자리를 해치다 결국 탈진으로 죽었다. 멧돼지의 입에는 이빨로 갈리기 바로 직전의 아이가 미친듯이 몸을 떨고 있었다. 세상이 미쳐돌아갔다. 태양과 달이 동시에 뜨고, 눈과 우박이 동시에 내렸다. 바위들이 온전히 저들의 힘으로 굴러다녔고, 땅을 밟은 모든 것들이 말라갔다. 저기 보이는 둥근 땅은 한때 푸르른 산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바닷물은 말라가서 해변은 하얀 소금으로 반짝였다.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도 살아보겠다며 발악하던 인간들은 마지막 기대와 희망을 부여잡고 살아남은 자들이 제일 높은 땅에 한데 엎드려 옥황상제께 빌었다. 저희를 가여이 여겨주소서. 기도의 대상은 어느덧 옥황상제에서 칠룡으로 바뀌었다. 칠룡들이시여 저희를 보살펴주소서. 하루가 넘어가도록 기도를 드리자 거짓말 같이 일곱 -사내인지 여인인지 모를- 룡들이 내려왔다. 바로 지금, 칠룡이 눈 앞에 나타났다.

한 아이가 칠룡의 얼굴을 보기 위해 밝은 빛에 눈이 아파오는 것도 참아내고 고개를 더욱 빳빳이 들어올렸다. 강한 빛에 눈에서 눈물이 흘러도 아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안간힘을 썼다. 눈이 아파오고 눈물로 얼굴 전체가 젖어갈 때 쯤 눈이 저절로 감겼다. 아가야, 눈이 상한단다. 귓가에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에 아이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자신을 뺀 전부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잽싸게 머리를 땅에 박았다. 얼마 지나지 않자 웅장한 목소리가 진동했다. 옥황상제께오서 너희들을 친히 가여이 여기시어 우리를 내리셨다. 일곱 룡들이 상제님의 뜻을 받들어 인간세상에 내려오나니

[방탄소년단] 칠룡이 나르샤 開 | 인스티즈

"받들거라"

인간들이 일제히 칠룡들에게 절을 올렸다. 그 순간 비가 내리고 가뭄난 땅엔 윤기가 돌았으며 초록빛이 감돌았다. 아, 우리의 구원자임이 틀림없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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