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찰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애들은 정말 피곤하게 산다. 나는 여자애들의 묘한 신경전에 휩싸여 싸우는게 질색이여서 여자인 친구는 한두명만 있고, 남자애들이랑 오히려 더 친하게 지낸다. 처음엔 그런 내 성격때문에 여자애들이 싫어한적도 있었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는것같다. 몇년전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구준회라는 놈이 있는데, 되게 차가운 애다. 나한텐 막 그렇게 차갑게 대하진 않지만 친하지 않은 애들한테는 엄청 차갑고 무섭게 대한다. ....그리고 심지어 무섭게 생겼다. 아, 그렇다고 나쁜애는 또 아니다. 아프다고 하면 약도 사다 바치고, 매점에서 먹을것도 가끔 사주고. 특히 내가 초코에몽을 그렇게 좋아라하는데, 아침에 가끔 말하지 않아도 초코에몽을 사들고 오는 좋은아이다. 구준회 칭찬을 쫌 더 하자면, 잘생겼다.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잘생겼다. 아, 그리고 내가 좋아한다. 구준회를. 나는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해서 매일매일 힘들게 산다. 좋아하는 애가 생기면 매일 보고싶어서 찾아가고, 연락하고싶고, 그냥... 숨기지를 못하고 퐁퐁 내뿜는 편인데 구준회는 눈치가 없어서 진짜 모르는건지, 아님 모르는 척 하는건지.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도 모르게 뽀루퉁해진다. 몰랐으면 싶지만 또 한편으론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요상한 심리? 아, 호랑이도 제 생각하면 온다더니. 저기 구준회가 긴 다리를 휘적휘적하며 걸어온다. 으, 맞다. 까먹고 안말한게 있는데, 구준회가 요즘 나한테 좋아하는애 누구냐고 집요하게 물어봐서 좀 힘들다. 그냥 확 말해버릴까, 싶다가도 구준회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길이 없으니... 괜히 고백했다 차이면 남보다 못한사이가 될것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꾸주네! 뭐하러 왔냐." "뭐하러 왔긴, 니 추궁하러 왔지." "아, 또 그소리야? 작작좀 하면 안되냐" "싫어. 빨리 말해. 니 말할때까지 절대 그만 안할꺼야." "이응. 나도 절대 말 안해줄꺼임" "아아, 000. 진짜 말 안해줄꺼야?" "으, 그 표정은 뭐냐. 얼굴 안치워?" "아, 좋아. 합의보자. 초성 한개만 알려줘." "...초성?" "엉. 성씨도 안알랴줌, 끝글자도 안알랴줌. 그러면 초성중에 하나라도 알려줘." 절대 안된다, 절대. 절대 말해줄수 없어. 한참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준회 초성을 말할수는 없다. 들키는 것 보다 내입으로 말하는게 더 싫었다. "음....치읓"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수줍게 'ㅊ'을 말했더니 구준회 표정이 굳는다. 왜 저래, 무섭게. 한참을 그 깊은 눈으로 내 눈을 쳐다봤다. 그 눈동자가 부담스러 눈을 돌렸더니 갑자기 지 명찰을 잡고 내 눈앞에 갖다댄다. "잘봐, 000. 여기에 치읓이 어디있어." ...나 지금 되게 당황스러운데. 쟤 방금 나한테 뭐라한거야? 때마침, 구준회의 같은 반 친구인 김한빈이 우리반 뒷문에서 소리를 지른다. "구준회! 다음시간 이동수업이야! 빨리 와!" ...얘는 빨리 안가고 지금 뭐하는거야.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이, 김한빈은 신경도 쓰지않고 내눈을 똑바로 보고있다. 이렇게 무서운 구준회는 처음인데. "똑바로 말해, 000." 사고회로가 정지된것만 같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구준회에게 들리는건 아닐까. ------------------------------------- 그...유명한 일화 아시나요. 그거 생각하면서 쓴건데.ㅎㅎㅎ..... 표현고자인 저는 이정도밖에 못하겠슴당ㅠㅠ 댓글다시고 포인트 도로 가져가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