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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메디컬 인 패러다임 (medical in paradigm) ㅡ세컨드 | 인스티즈

 

 

˝네? 김태형 환자가 숙면을 취해요?˝ ˝…네. 뭘 그리 놀래요?˝ ˝아, 아니요… 좀 의외라서˝ 말끝을 흐리는 이 간호사는 제 눈을 피했다. 뭐가 잘못 된거지. 갸우뚱 거리며 이 간호사를 쳐다보니 이 간호사가 큼ㅡ.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제 손에 들려 있던 자판기 커피 를 하나 건넸다. 카푸치노 였다. ˝드세요.˝ 아, 다시 생각 하니 내가 잘못 짚은 거 일 수도 있다. 1인실 환자. 이유가 있는 사람들. 매일 밤마다 불면증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자살을 시도 하거나 이 곳에서 빠져 나가겠다고 괴성을 지르는 사람들 이지 않는가. 김태형도 그럼….

˝그 환자한테 잘못 된 거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뭔데요, 말해봐요.˝ 식어가는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처음에 저희 병원 들어 오기 전에 검사를 실시 했었거든요.˝ ˝네.˝ ˝그 때 불면증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었고, 예전 병원 자료를 참고 할 겸 뒤져 보다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서 위 세척을 받은 흔적이 있더라구요. 사람이 솔직히 퀭ㅡ 한 게 한숨도 못 자 보이기도 했고. 그런데 숙면 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잠을 못 자는 환자 였습니까?˝ ˝네.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대요. 근 몇 년 간….˝ 침묵이 흘렀다. 이 간호사는 잘못 한 것도 없으면서 괜히 다 마신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손에 들어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다 들킨 어린 아이 처럼 불안해 보였다.

 

˝불면증에 좋다구 직접 가져오신 약이 있었는데요…˝ 처음으로 이 간호사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그게….˝ ˝…˝ ˝유통기한이 7년이나 지난 약 이었어요.˝ 아. 아침인데 하늘이 뿌옇게 흐려졌다. 아침인데.

 

 

medical in paradigm 02.

 

 

 

˝잘 수 있겠어요?˝ 태형은 묵묵부답 이었다. 사람을 답답하게 해도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어깨만 떨고 있으니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다. 극히 경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vigilancer(불면증, 경계, 불안증세를 가진 사람)인 것 같았다. 이렇게 되도록 가족이 가만히 뒀단 말이야? 얼른 데려와서 치료를 받게 하던가 했어야지.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저를 지나쳐 침대로 올라 갔다. 마른 등은 날 내버려 두세요, 하고 쓰여 있는 듯 했다. 더이상 말은 안 통할 것 같았다. 복도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업어 병실로 들여 놨더니 사람을 무시 하는거다. 욱 했다. 참자. 이 사람은 환자잖아. 근데, 내가 왜 욱하고 있지? 머릿속이 혼란 스러웠다.

 

˝신경 꺼요….˝ ˝어…. 예, 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 신경 꺼요, 라는 부정적인ㅡ아직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를 직접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날뛰듯 기뻤다. ˝다시 한 번 말해봐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 제 팔을 베고 한숨을 쉬고 있는 태형의 앞으로 급히 달려가 눈을 마추었다. 움찔. 또 어깨가 떨렸다. 이 차가운 느낌. 어디서 느꼈더라. 생각하기 앞서 태형이 또박또박 한 글자씩 다시 얘기 했다. ˝신경, 꺼요.˝ 두 손을 맞잡았다. ˝잘 했어요! 잘 했다구요! 그렇죠. 사람이 싫은건 싫다고 꾸밈없이 얘기 하는 거에요. 그렇죠. 이렇게만 하면 되요. 아, 잘했어요 태형 씨. 내 속이 답답해서 정말! 오늘 남은 몇 시간 아니 내일 하루는 기분이 엄청 좋을 거 같아요, 그쵸?˝

공감의 원리. 대학교 때 임상수업 중에서 제일 힘들어 했던 원리 중 하나. 환자의 말에 공감하며 어떤 일에도 수긍 하는 자세를 보이면 환자는 마음을 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형광펜으로 줄을 쫙, 그었을 때. 그 쾌감. 그 때엔 알지 못했지만 지금 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넌 꼭 어려운 건 이해 잘 하면서 이런건 이해 못 하더라?' 선배의 날카로운 말이 쏟아져 내렸다. 그렇다. 제일 쉬운 원리다. 나도 알지만 머리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에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난, 지금 공감의 원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제 마음속에 있던 말을 했을 뿐이다.

 

˝…이제 나가셔두 되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날씨가 어두컴컴 했었는데 밤 인데도 달빛이 훤한게 기분이 날아갈 거 같아요!˝ 그래, 싸이코처럼 보일 테지. 신경 꺼요 라는 말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거다. 싸매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 보다는 나아진 아이컨택도, 의기소침 했던 어깨가 조금씩 펴 지는 것도.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 했지만 알수 있었다.

 

˝나 태형씨 얘기 듣고 싶은데. 어때요, 저에게 좀 해줄 수 있어요?˝ ˝….˝ 반짝이는 눈을 보고 있자니 거절을 못 하겠는 거다. 사람이 어떻게 밝을 수 가 있어. 아예 제 침대 모서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여러 질문을 하는 의사를 보고 있자하니 나 스스로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휘말리는 느낌. 싫지는 않았다. 대답을 해 달라는 건지 침대를 팡팡, 쳐 대길래 모질게 얘기했다. ˝아니요.˝ 심장에서 쿵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창으로 푹푹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상처를 주게 되어있다ㅡ 어머니가 항상 하시던 말씀. 나에게 적용 되는 날이 있을 줄이야. 혀를 낼름, 뺐다 넣었다. 아. ˝좀 이르긴 하죠. 제가 괜히 들떠서…˝ ˝…˝ ˝새벽쯤 이 간호사가 들어와서 nutritional(영양제) 투여 해 드릴거에요. 다른 건 아니고. 많이 말라 있어서.˝ 의사가 나의 손목을 잡고 이리 저리 돌려 보았다. 제가 봐도 형편 없는 몸. 의사는 오죽 했을까. ˝살이 좀 찌면 이쁠텐데.˝ 싱긋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혹시 불편한데 있으면 여기, 이 버튼 눌러요. 알겠죠?˝ 제 손가락을 끌어다가 가운데 부분만 튀어 나와 있는 벨에 갖다 대었다.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그럼 태형씨, 좋은 밤.˝ 살랑살랑. 오른손을 흔들었다. 백색 가운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 이었다. ˝…네.˝ ˝내일은 같이 손 흔들어 줘요. 내일봐요.˝ 의사는 손을 흔들고 곧장 병실을 나갔다.

 

아. 그때 눈을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다. ˝…˝ 의사 말대로 달빛이 저의 병실만 비췄다. 마치, 연극에서 막을 내리려는 찰나 커튼콜이 시작되고 배우 한 명, 한 명이 나와 노래를 부를 때 처럼. 자신은 관객 없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려 오지 못하는 배우 였다. 몇 분 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형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남편분의 사정은 잘 들어 보셨어요?˝ ˝아, 아니요… 제가 새벽에 일을 마치고 들어와서, 잘…˝ 어김없이 상담을 진행하는 중 이었다. 벌써 몇 번째지. 거진 50번째 되는 이혼 상담 환자 인 것 같다. 이혼 상담소는 따로 있는데 왜 정신과로 오셨어요? 궁금 해서 물어 봤던게 세달 전 인 것 같은데. 관계개선 이란 쉽지 않다. 그냥… 낙인으로 찍히는 거 아니면, 여기가 제일 편해서요. 과연 정신과 다웠다. 사람들도 달랐다. 자신만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 였고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했다.

 

 

'정국아…!' '엄마…!' '어서 가…! 어서…!' '내가 엄마 두고 어떻게 가…!' 엄마의 마지막 모습 이었고, 마지막 대화였다. 아빠에게 실컷 두드려 맞고 있는 엄마를 두고 엄마…!만 외치며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형은 나에게 등신 이라며 등을 쳤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열심히 뛰었다. 형. 엄마 어떻게 됐을까? 형이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였다. 형은 나보다 두 살이 많다. 형은 고등학생인데 왜 담배를 피워? 끈임없는 물음은 아마 불안감에서 나오는 물음이 아니었을까ㅡ생각한다. 형이 제 말을 가로채고 제 볼을 잡았다.

˝전정국.˝ ˝응.˝ ˝똑똑히 들어.˝ ˝…응, 형.˝ ˝너 꼭, 의사 되라.˝ 의사? 미친 소리 아니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의사는 무슨… 이 시골바닥에서 의사가 어떻게 되냐? 그냥 아버지 따라서 소나 키울… ˝정신과 의사해라, 정신과. 꼭.˝ 온전치 않았다. 집안이 온통 쓰레기 밭 이었고, 그 속에서 우리 두 형제는 자랐다. 일년 중 웃을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았다. 손에 꼽을까 말까 였다. 형이 위협적이게 말을 하여 할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꼭 나는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고.

 

그리고 나의 형은 몇 년 뒤 내가 있는 병원에서 자살기도를 했다.

 

˝오늘 형님 기일이지?˝ 인상 좋으신 우리 차 과장님. 허허 아저씨 라고 불린다. 허허, 하고 웃기 때문이다. ˝네, 오늘 형 기일이요. 몇 년이 지나도 기억하고 계시네요?˝ 어우, 당연하지. 뚱뚱한 엉덩이가 푹신한 의자를 푸욱, 눌렀다. 오랜만에 레스트였다. 콜도 없고 한가한 오후. 환자들은 저마다 인사를 하며 지나갔고 자신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이렇게 한가한 오후에, 또 고통 스러운 사람들이 죽어 가고 살아나겠지.

 

˝바람도 쐴 겸 며칠 쉬는 건 어때?˝ ˝네? 아, 아닙니다. 제가 무슨…˝ ˝왜, 좋잖아. 한번 쯤 환자들도 풀어줄 때가 있어야지. 우리 무서운 전 선생 밑에서 치료 받는 환자들은 얼마나 슬플거야. 어?˝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척을 하며 차 과장 님은 제 어깨를 두드리셨다. ˝진짜 괜찮으니까, 다녀와. 자네 앞에는 그리 험한 환자도 없잖아. 나면 모를까.˝ 허허, 웃었다. ˝…그럼 저, 지금 휴가계 내러 갑니다.˝ 손을 딱, 치며 잘 생각했다며 차 과장님은 며칠 후에 보자고 말씀 하셨다.

4년만에 처음 얻은 휴가계였다. 사실 시기 상으로 보면 참 안좋은 시기 였다. 추운 겨울 바람이 쌩쌩 불고 주말이 끼어 있었으니. 그래도 신이 났다. 안녕하세요, 전 선생님. 어어! 수고들 하세요. 보란듯이 휴가계를 펄럭였다. ˝어머. 전 선생 지금 놀러가는 거야?˝ ˝아이, 놀러는요. 우리 형 기일.˝ ˝아…˝ 간호사들이 순식간에 조용해 졌다. 왜이래, 분위기. 괜찮아요. 허허 하고 웃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접수처를 지나 현관으로 나가려던 중 자판기 앞에서 고심하고 있는 듯한ㅡ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형체를 봤다.

 

˝어, 태형 씨.˝ 움찔. 저 놈의 어깨를 확, 그냥. 내가 그리 무서운가. 아니면 인상이 무서운가? 성격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태형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니 태형도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콜라 마시게요?˝ ˝아, 아… 아뇨.˝ 아니긴, 뭐가 아니야. 태형의 손가락을 잡고 콜라에 불이 들어오는 부분에 꾸욱, 눌렀다. 아, 진짜 아닌데. 아쉬운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렸지만 콰악, 까서 태형의 손에 들려 주었다. ˝많이 답답하죠, 병원.˝ 태형은 말이 없었다. 손이 많이 차웠다. 이 사람은 손발이 찬 사람인가. 아니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 인가보다.

 

 

˝저랑 같이 나갈래요?˝

따뜻한 사람 인가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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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뭐지.. 이해력 고자.. 태형이 담당 의사쌤이 정국인거죠??????????
9년 전
어울
이앙 이번편 어렵죠 좀... 그렇습다^.^
9년 전
독자2
허얼...정국이 또한 아픈과거가 있었네요....태형이는 되게 알다가도 모를 성격인거 같고ㅋㅋㅋㅋㅋ둘의 관계가 진전되어가는게 흥미진진해여...! 재밌어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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