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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음의 크기도 변해간다.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좋았던 것이 싫어지고, 싫어하던 것에게 흥미가 생기는게 사람 마음인데, 너라고 다를 것이 있었을까. 이제는 다 그러려니 한다. 너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겠지. 모두가 그렇잖아.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그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 


어제는 비가 왔다. 이틀 전에는…날씨가 맑았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 오늘은 날씨가 우중충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하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다. 난 이런 날씨를 싫어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 넌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고 했다. 우울한 날씨엔 꼭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고. 영화에서 보면 꼭 이런 날씨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서, 넌 순진하게 웃곤 했다. 그런 너를 보며 따라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끝끝내는 네 올라간 입꼬리 마냥 미소를 짓고 말았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했다. 감정없는 말투로 최대한 친절하게 발음하려 애쓰는 화면 속 앵커에게 시선을 두었다가 이내 티비를 꺼버렸다. 하늘은 여전히 우울했다. 회색 하늘. 그리고 떠오르는 너. 이런 날씨에는 어쩔 수 없이 네가 떠오르곤 했다. 그건 불가항력과도 같았다. 내일은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지. 비가 오는 날은 싫었지만, 비 오는 날마다 우산을 같이 쓰던 너는 좋아했다. 자기 우산이 있는데도 굳이 내 우산을 같이 쓰겠다며 고집 피우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싫어하는 척 하면서도 너 모르게 우산을 네 쪽으로 더 기울여주곤 했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신발장으로 걸어갔다. 신발장 옆 우산꽂이에 늘 꽂혀있던 보라색 우산.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우산을 볼 수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서 잃어버렸겠지. 이제 내 우산꽂이에는 아무것도 꽂혀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우산을 새로 사지는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가 싫었다. 나는 너와 쓰던 보라색 우산을 찾고싶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내겐 별 의미없는 일이었다. 그 우산을 찾아봤자 같이 쓸 이가 없는데. 나는 우산꽂이에서 억지로 시선을 떼어내었다. 입 안이 텁텁해졌다.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 마음이 답답해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늘 그랬던 것처럼.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지만 꽉 만힌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언젠가부터 비가 오면 마음이 답답해지거나 귀가 멍멍해지곤 했다. 이유는 몰라도, 그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멍멍한 귀로 퍼져오는 빗소리는 마음에 짐을 더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비 오는 날이, 너무 싫어. 나는 생각했다. 내일도 하루종일 비가 올까? 일찍 그쳤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다. 여전히 세차게 내리는 비는 내 방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 좀 봐달라는듯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습관적으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다. 씻기 위해 화장실로 걸어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물을 틀어놓았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올까? 문득 드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화장실을 가득 메운 수중기 때문일거야. 나는 애써 괜찮은 척하려 했다. 


옷을 다 입고 신발장으로 걸어갔다. 신발을 신으며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지금 비가 오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잠깐 멈칫했지만 나는 다시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다. 등 뒤로 잠금장치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빗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집 앞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사야겠다고 다짐하고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지금껏 비는 수없이 많이 왔지만, 이제서야 우산을 산다는 게 웃겨서 조금 웃기도 했던 것 같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기껏 차려입었는데 젖은 체로 갈 수는 없었다. 마음이 또 답답해져왔다.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차에 몸을 싣고 조수석에 편의점에서 산 우산을 두었다. 나는 한참을 그 우산을 쳐다보았다. 보라색 우산. 어쩐지 나는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보라색 우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결국엔 사버렸네. 전에 있던 우산과 색깔이 비슷하다. 그러나 이건 그 우산이 될 수 없어. 나는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였다. 시간은 아직 여유로웠다. 도착하면 딱 맞을 시간. 신호에 걸려 차를 천천히 멈추었다. 오디오를 켜려다 그냥 관두었다. 차창엔 김이 서리고 빗물이 그 위로 흘러내렸다. 빗소리가 퍼져울렸다.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또 멍멍해지는 귀에 나는 다시 조수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 우산. 그리고 또 떠오르고 마는 네 얼굴. 같이 우산을 쓰고 하교를 하며 재잘재잘 소소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던 너. 그 목소리를 조용히 듣던 나. 왜인지 멍멍한 귓가에 재잘재잘 떠들던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뒤에서 자동차 크락션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나는 그제서야 신호가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차를 급하게 움직였다. 


생각보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늦어버렸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식장으로 뛰어갔다. 이제 곧 식을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나는 오래 있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서 있기로 했다.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식은 시작됐다. 


그리고, 곧 모습을 드러내는 너.


해사하게 웃으며 입장하는 네 얼굴을 보니, 정말 달라진 게 없어서 결국에 나는 웃어버렸다. 똑같네. 달라진 거 하나 없이. 머릿속으로만 그려오던 모습을 이렇게 보게 되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마음이 동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비가 오는 날이면 답답해지는 마음이, 멍멍해지던 두 귀가, 왜 그런건지 깨달았다. 나는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네 얼굴 봤으면 됐어. 행복해보이니까 다행이야. 사실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싶었다. 나는 네가 많이 보고싶었는데, 너도 그랬느냐고. 너랑 쓰던 보라색 우산을 잃어버렸다고. 지금까지 버티다가 오늘에서야 새 우산을 샀다고. 나는 잘 지냈다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가면, 다시는 널 볼 일이 없을 거란 걸. 하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냈다. 저런 시덥잖은 말들 말고, 네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뿐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너랑 같이 보라색 우산을 쓰고싶다고.



이제는 모든 게 의미가 없었다. 더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너의 말도 이젠 그 무게가 바래진 것처럼. 잃어버린 보라색 우산과 내 옆에서 웃던 너도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이 없어 뛰어가는 사람들. 혼자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 누군가와 같이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다가 나는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멈추었다. 잃어버린 우산과, 똑같은 우산. 보라색 우산을 쓴 여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결국에는 웃음을 흘려보냈다. 이것 봐. 결국에는 똑같잖아. 한껏 미련없는 척 해놓고, 이제와서 이러는 게 조금 웃겼다. 하지만 옛날처럼 마음이 무겁거나 불편해지지는 않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겠지.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게 변해가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차 조수석에 있는 그 보라색 우산을 쓸 일은 없을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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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링은 일부러 정해두지 않았어요!

여러분들이 읽고 싶으신 데로 읽으시면 돼요^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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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이런 분위기 글 진짜 취저에요ㅠㅠㅠㅠ 완전 좋아ㅜㅜㅜㅜㅜ 아련터짐ㅜㅜㅜ 다른 글도 보고싶어요ㅜㅜ
9년 전
독자3
헐 아 저는 뭔가 한빈이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왠지 아련해지는ㅜㅜ
9년 전
독자4
아ㅜㅜㅜ뭔가아련하네요ㅜㅜㅜㅜㅜㅜ아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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