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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빅- 


무전기가 울렸다. 린데만은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실종된 사람은?" 


[줄리안 퀸타르트, 28세 남성입니다. 몇년 전 벨기에에서 왔고, 클럽 DJ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실종된 날은 비담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바텐더가 잠시 취객을 말리는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흔적은?" 


[없습니다. 바텐더도, 취객을 말리느라 보지못했고 이른 시각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있었던 사람들을 지금와서 찾을수도 없구요, 대부분은 취해서 못봤을 겁니다.] 


"CCTV는 확인했나?" 


[사각지대였구요, 살짝 찍힌 곳도 어두워서 보이지 않습니다. 인영으로 봤을때, 젊은 남자입니다.] 


린데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지문검식은 해본거야?" 


[해봤습니다. 실종자의 것만 나왔고, 범인의 것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손에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장갑을 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역시나 똑같은 패턴. 


"범인이 마시던 컵에는 발견된거 없어?" 


[그것도 역시 없습니다. 싹 닦아낸 것 같습니다. 범인은 이번에도 같은 사람인 것같습니다. 치밀하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어요.] 

  

후우-. 린데만은 이마를 짚었다. 흔적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범인을 추적할만한, 작은 단서라도 발견되면 좋으련만…. 여태껏 11명이 실종되었는데, 진전이 없는 수사에 언론들과 윗 사람들은 독촉해왔고, 점점 더 큰 논란으로 번지고있었다. 린데만은 책임감을 느끼고있었다. 지금껏 실종된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외국인이었고, 남자였으며, 실종되는 곳은 이태원과 그 주변이었다. 지금껏 발견된 시체는 없었고, 죽은 것인지 아니면 몰래 고국으로 돌아간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실종자들 사이에 공통점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서로 친분도 없는 사이였고, 생김새도 모두 달랐다. 납치된 것은 분명했다. 범인이 찍힌, 흐릿한 영상이 몇 개 있었고, 목격자의 증언도 있었다. 연쇄납치범이라고 해야하나, 린데만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있었다. 10년이 넘는 경력에, 한번도 막힌 적이 없이 달려왔는데 이 사건이 발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않고있었다. 모든 책임을 떠안고, 수사팀장의 자리에서 물러나야할까. 

  

11번째 실종자, 당신은 어디있나요? 

  

하아. 린데만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한다. 내가 포기하면, 실종자들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희망이 없어지는 셈이었다. 

  

  

삐비빅- 

무전기가 다시 울렸다.  


[경장님, 범인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목격자가 생겼다. 린데만은 서둘러 외투를 입고 서를 나섰다.  

  

"거기 어디야, 당장 갈게." 


[비담 바입니다. 방금 나타났습니다.] 


부르릉- 시동이 걸리고 린데만은 엑셀을 힘껏 밟았다. 한줄기 빛이, 생겼다.  

  

  

  


"린데만 경장님! 여깁니다!" 

바 부근에 도착하자 손을 들고 흔드는 샘이 보였다. 샘의 옆에는 흑발에, 귀에 피어싱을 한 앳된 청년이 있었다. 목격자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린데만 경장입니다. 실종사건의 목격자시죠?" 


"네, 블레어입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여기 샘에게 얘기했던 그대로, 편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아. 네. 제가 이 바 옆에 있는 클럽에서 좀 놀다가, DJ분이 마치고 나가시더라구요. 원래 이 근처 술집에서 친구들이랑 술마시기로 했었는데 먼저 와서 심심해서 클럽에서 놀고 있었거든요. 아무튼, DJ분이 나가시고나서 한 10분쯤 지났을까? 친구한테 문자가 와서 클럽을 나왔어요. 그런데 어떤 흑발의 남자가 클럽에서 봤던 DJ분을 업고 나가고있더라구요. 좀 이상하다싶었죠, 그렇게 짧은 시간에 취해서 업혀 나갈정도면 주량이 엄청 약한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술집이, 같은 방향이라 어쩌다보니 같이 가게됬어요. 키는 한, 182정도 되보였구요. 저기 보이시죠? 저쪽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가더라구요. 저는 술집이 왼쪽이라 왼쪽으로 갔구요." 

  

블레어는 두 블록정도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린데만은 블레어의 말을 꼼꼼히 수첩으로 기록했다. 열심히 끄적이던 린데만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범인의 자세한 인상착의는 기억나십니까?" 


"조금 어두워서 자세히는 못봤지만, 흑발에, 검은 눈이었어요. 서양인이고, 당시에는 검은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구요. 신발은 좀 더러운 흰색 운동화였어요." 


"아, 감사합니다, 블레어 씨." 


블레어는 인사를 하고 도움이 됬으면 좋겠네요-, 라고 말했다. 블레어는 약속이 있는 듯,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고 샘과 린데만은 블레어가 말한 골목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혼잡한 거리. 수많은 외국인이 살고있는 이태원. 이 중에서 흑발흑안의 182정도 되는 청년은 지나가는 와중에도 두 세명정도 있었다. 그나마 윤곽도 없던 범인에게 최소한의 정보는 얻는데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정보는 부족했고 이것으로는 범인을 잡을 수가 없었다. 과연 범인은, 계속해서 납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실종자들은 범인의 집에 있겠죠?" 

  

샘이 물어왔다. 


"그렇겠지. 아니면 죽었을 수도 있고." 


샘은 요새 부쩍이나 말라가는 린데만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경장님도 좀 쉬시면서 하시지…. 요 며칠사이에 린데만은 잠도 자지않고 수사 중이었다. 비록 진전은 없었지만, 린데만은 맘편히 잘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실종자의 가족들이 눈에 어른거려서, 도저히 잘 수가 없었던 거였다. 그래서 일어나면, 계속해서 수사자료를 뒤적거렸다. 혹시라도, 작은 단서라도 발견할까봐. 그렇게 쉬지않고 일을 하고나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다. 잘 먹지않아서 말라가고, 생기를 잃어가도. 

  

  

블레어가 말한 거리에 도착하고, 오른쪽의 골목을 보자, 골목에는 꽤나 음침한 기운이 돌고있었다. 바로 옆의 바쁜 거리와는 다르게 조용하고 어두운 골목. 골목 중간 중간에는 페인트칠이 간간히 벗겨진 대문들과, 치킨,짜장면 등의 배달음식 종이가 잔뜩 붙여진 대문, 녹이 슬어 붉게 변한 대문, 낙서로 더럽혀진 벽들이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는 쓰레기봉투들이 즐비했고, 고양이들은 더러운 쓰레기를 뒤지고있었다. 범인이 이쪽으로 자주 다녔다면 혹시 목격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린데만은 이 주변을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초록색/회색의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경찰서에서 왔습니다. 실종사건 조사에 협조해주십시오." 

  

-... 

  

안에서는 말이 없었다. 린데만은 다시 대문을 두드렸다. 

  

쾅쾅 


-가세요! 저는 관여하고싶지 않네요. 

  

"그래도, 도움이 될만한게 있다면…" 


-가시라구요! 저는 모른다니까요! 


하아. 샘은 대문에서 물러섰다. 아마도, 경찰에 협조하는 것이 귀찮고,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흔히 있는 일이라,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샘과 린데만은 두 번째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실종사건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왔습니다." 

  

-… 

  

대답이 없었다. 이번에도 포기하려는 순간, 대문 안쪽의 문이 열리더니 긴 파마머리의 여성이 카디건을 감싸고 나왔다. 여자는 문을 열고 들어오라는 표시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는 작은 시츄가 있었고, 방은 살짝 지저분했다. 크지않은 집에 세명이 있으니, 정말 좁게 느껴졌다. 여자는 소파에 앉으라는 듯 소파를 가리켰고, 샘과 린데만은 분홍색의, 빛바랜 소파에 앉았다.  


"뭐가 궁금하시죠?" 


"아,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이 부근에서 실종사건이 자주 일어나고있습니다. 혹시 이 골목에서 남자를 업고가는 사람을 보신적 있습니까?" 


여자는 어느새 커피를 세 잔 타고나서 소파 앞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여자는 시츄를 품에 안고, 앉았다. 


"네. 자주요." 

  

여자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말을 시작했다. 


"처음은 3개월 전이었어요. 왠 남자가 한 청년을 업고 골목을 지나가더라구요. 저는 그때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이었죠. 그 남자는 회색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뒤쪽에 R이라고 쓰인 비니요. 제가 그 남자를 기억하게 된건, 순전히 그 모자때문이었어요. 남자를 업고가는 간격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그 남자는 항상 다른 남자를 업고갔죠. 어느 날은 금발이었고, 어느 날은 키가 큰 남자였고, 어느 날은 눈이 초록색인 남자였죠. (샘: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음, 조금 이상했다는 건 인정할게요. 그렇지만 그 남자의 친구일수도 있었고, 뭐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술취한 사람을 업고 데려다주는게 직업일수도 있잖아요. 생각해보니 항상 자는 남자를 업긴했었네요. 가장 최근에 봤던건 5일 전이었어요." 


린데만은 열심히 수첩에 적고 있었고, 샘은 커피를 마시다가 내려놓았다.  


"금발의 남성이었나요?" 


"네. 근데 이상한건, 그날은 그 남자가 회색모자를 안썼다는 거에요. 업힌 남자를 잘보니까 제가 자주가던 클럽의 DJ였더라구요. 이름이 뭐였더라, 어바웃…, 아무튼. 그 남자일거에요. 그런데, 그 업혀간 남자들은 다 실종된건가요?" 


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린데만은 여전히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고있었다.  


"범인의 얼굴, 혹시 기억하세요?" 


"네. 5일 전에 지나갈 때, 정확히 봤어요." 


수첩에 글을 적던 린데만의 얼굴이 밝아졌다. 범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있다! 샘은 기뻐서 몽타주 전담반에 전화를 걸었다. 린데만은 정말 감사하다며 여자와 악수했다. 여자는 살짝 당황스러운듯했고, 정말 수사에 큰 도움이 될거라며 린데만은 기뻐했다.  

   

"아, 참. 저는 샐리에요." 


샐리는 웃으며 말했고, 꼭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서, 그 DJ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선곡이 뛰어나서 그 남자가 DJ 할때는 끝까지 클럽에 남아있었다고.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네, 꼭 찾을겁니다. 곧 몽타주를 그릴거에요." 

  

린데만은 샐리의 눈을 쳐다보며, 믿어달라는 듯 말했다. 

  

잠시 후, 샘의 연락을 받고 도착한 몽타주팀이 샐리의 설명을 듣고 몽타주를 그리기 시작했다. 점점 그려지는 범인의 모습은 흑발의 진한 검은 눈썹을 가진, 정말 순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여태껏, 이 사람이 납치를 해왔다니. 린데만은 그림을 들고 서(署)로 향했다. 데이터 베이스에 돌려보면 범인의 신상이 뜰 것이고, 지명수배를 내릴 수 있다. 수사를 시작한지 3개월만에, 범인추적의 실마리가 잡혔다. 

  

  


꼭, 잡겠습니다. 

  

린데만은 다짐했다. 

  

  

  

  

  

  

  

  

  

  

  

  


"줄리안?" 

  


줄리안은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어제 일을 치르고 나서, 줄리안은 움직이질 못했다. 잔뜩 멍이 든 몸과 찢어진 입술, 목 주변에 새겨진 키스마크들. 줄리안은 지쳐서, 쓰러져있었다. 

  

"줄리안." 


로빈은 줄리안을 흔들었다. 차가운 손이 닿자 줄리안은 몸을 흠짓 떨었다. 추울텐데, 이불은 줄리안을 덮는 둥 마는 둥, 대충 둘러져있었다. 로빈은 생채기가 난 발목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줄리안은 깊이 잠들어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 걸까, 줄리안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깨우기는 힘들거같았다. 로빈은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와서 앉아 줄리안의 자는 모습을 바라봤다. 


예쁘다. 


감겨진 눈. 그 속에 가려진, 초록빛의 예쁜 눈. 눈을 덮고있는 금빛속눈썹. 머리색과 똑같은, 갈빛의 눈썹. 하얀 피부. 오똑한 코. 말할때 조금 침이 튀는 입. 오물조물, 붉은 빛이 도는 입술. 모두 다 사랑스럽다. 

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면서 사랑한다고 해주면 좋을텐데. 줄리안은 나를 보면, 경멸의 눈빛을 보내거나, 공포에 떨거나, 울먹일 것이 뻔했고, 그것이 마음아팠다. 그래도, 줄리안이 내 곁에 있어서 항상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았다. 그 세상 누구도, 예쁜 줄리안을 탐낼 수 없게, 인형으로 만들거야. 내 곁에만 둘거야. 


팟-. 


줄리안이 눈을 살며시 떴다. 깊은 꿈에서 깨어난 듯 몽롱한 눈으로, 로빈을 쳐다봤다. 막 깨어난 눈이 나를 담는다. 살짝 벌어지는 입이 고통으로 다시 다물어진다. 줄리안의 눈은 이제 불안을 담고있다. 


"으윽-." 


줄리안은 일어나려고했지만 고통스러운 허리에 다시 누웠다. 줄리안은 팔을 뻗어 이불을 잡아 몸을 덮었다. 줄리안은 고개를 돌려 로빈을 바라봤다. 


"…행복해?" 

강제로 날 가지니까-?, 줄리안은 겨우 입을 뻐끔거렸다. 예쁘게 감겨있던 눈은 이제 로빈을 노려보고있었다. 로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는 로빈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줄리안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제, 나 보내줘." 


줄리안은 거의 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줄리안을, 로빈은 그저 보고만있었다. 


"…이정도 했으면 됐잖아, 뭘 더 바래, …응?" 


줄리안은 또 울었다. 로빈이 일어섰다. 로빈은 줄리안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다가, 눈에 키스했다. 뜨거운 입술이 눈에 닿았고, 떨어졌다.  


"그만울어." 


줄리안은 더 펑펑 울었다. 로빈은 줄리안을 품에 꽉 안았다. 줄리안은 울기를 멈추지않았다. 이젠 더 크게 소리내서 울고있었다. 끅끅-, 흐아앙-, 

  

"Je t'aime, Julian." 

  

로빈은 줄리안의 멍든 팔을 어루만졌고, 줄리안은 로빈을 밀어냈다. 로빈의 단단한 어깨는 밀려나지않았고, 줄리안은 힘낭비를 멈췄다. 사랑한다면 날 보내줘-, 줄리안은 꺼내지 못한 말을 마음에 담았다. 로빈의 머리칼이 얼굴을 간질였다. 빌어먹게도, 그의 품안은 따뜻했다. 줄리안은 가만히 안겨서, 그의 어깨에 파묻고 울었다. 

  

  

  

  

  

  

  

  


로빈이 스프를 가져왔다. 로빈은 따뜻한 김을 뿜는 노란빛 액체가 담긴 그릇을 들고와서 탁자에 내려놓았다. 단호박 스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지, 매번 놀라웠다. 침대에 베개를 뒤로 괴고 누운 줄리안에게, 로빈은 정성스럽게 스프를 떠먹였다. 줄리안은 받아먹으려다가, 실수로 입을 크게 벌렸는지 아-, 신음을 내뱉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로빈이 주는 스프를 다 받아먹었다. 몸에 따뜻한 기운이 돌고, 힘이 돌기 시작했다. 줄리안은 문득, 옷을 입지 않고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옷을 찾았다. 그리고 보이는 바닥에는 자신의 찢어진 옷이 널부러져있었다. 로빈은 그런 줄리안에게 연갈빛 니트와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를 가져다주고, 멀리 안락의자에 앉았다.  

줄리안은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줍고, 옷을 입으려는데 한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로빈. 이거." 

  

로빈은 뒤를 돌아 줄리안이 가리키는 것을 봤다. 줄리안이 가리키는 것은, 발목에 걸려있는 쇠사슬이었다. 아-, 탄식을 내뱉은 로빈은 열쇠를 들고 발목에 걸린 쇠사슬을 풀었다. 줄리안은 풀어지는 쇠사슬을 보다가, 발목에 붕대가 감겨있음을 발견했다. 어느새 해준거지? 줄리안은 발목을 살짝 쓰다듬었다. 로빈이 사슬을 풀고, 뒤로 물러나자 줄리안은 옷을 입었다. 로빈은 줄리안이 옷을 다입자, 사슬을 다시 채웠다. 로빈은 열쇠를 왼쪽 주머니에 넣었다. 


"…며칠동안은 안 건드릴게." 


로빈은 지하실을 나갔다. 문이 잠기고, 줄리안은 남겨졌다. 

  

  

로빈은 비어가는 냉장고에 나갈 준비를 했다. 음식을 사야했다. 밖이 추운지 창문에는 서리가 껴있었다. 로빈은 옷장에서 후드티를 꺼내입고, 검은 마스크를 썼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쓰자, 로빈은 눈밖에 보이지않았다. 외투를 걸치고, 운동화를 신은 뒤 문을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밝은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9일만인가, 햇살을 마주하는 게 오랜만이라고 느꼈다. 날씨는 역시, 꽤 쌀쌀했다. 바람이 차가웠고,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있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줄리안이랑 같이 초코 케이크를 먹어야지! 로빈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은 신나는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골목에는 남자 세명이 모여서 떠들고있었다. 로빈은 그들을, 조용히 지나쳤다. 평소엔 사람이 별로 없는 골목이다. 골목을 거의 벗어나 거리에 들어섰을 때, 로빈은 경찰이 순찰하고있는 것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순경은 술에 취해 쓰러져있는 남자를 데려가려고 하고있었다. 아침부터 쯧쯧, 순경은 겨우 남자를 끌고 일어나서, 경찰차에 태운 뒤 멀어져갔다. 그리고 경찰차에 가려져서 보이지않던 것이 보였다. 전봇대였다. 그리고 그 전봇대에 붙어있는 것은, 자신의 얼굴이었다. 

현상수배-로빈 데이아나. 로빈은 전봇대에 붙여져 있는 그림을 보고, 당황함을, 드러냈다. 빼도박도 못하게, 저것은 자신의 얼굴이었다. 언제부터 붙어있던 거지? 

로빈은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소리로 봐서 한명은 아니었다. 조용히, 다가오는 발소리. 생각해보니 평소에 없던 골목에 두세명정도 있었던거 같은데-. 로빈은 뒤늦게 아차 싶어 뒤를 돌아 달렸다. 갑작스런 돌진에 남자들이 쓰러졌고, 로빈은 달렸다. 

  

  


[범인 도주! 추적 중!] 


"범인이 보이나?" 


[예, 왼쪽으로 도주 중입니다.] 


린데만은 무전기를 잡고 소리쳤다. 


"꼭 잡아요! 11명이, 11명이 살아있을지도 모릅니다!" 


[네!] 

  

무전기에서는 우렁찬 대답이 흘러나왔고, 린데만은 떨리는 마음으로 주먹을 쥐었다. 

  

  

  

로빈은 다급했다. 들키지않은 줄 알았는데, 경찰이 잠복하고있었다. 다행히 집의 위치는 들키지않은 것 같았지만, 로빈은 초조했다. 경찰이 들이닥쳐서 지하실에 갇혀있는 줄리안을 발견해낸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로빈은 힘차게 달려나갔다. 골목을 돌자, 뒤늦게 쫓아오는 경찰이 보였다. 로빈은 자신이 잘 아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서 이 골목, 저 골목 뛰어다녔다. 어느새 경찰이 보이지 않았고, 골목 끝에 있는 담을 훌쩍 뛰어넘은 로빈은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혹시 몰라서 만들어두었던 뒤쪽 지하실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고있던 줄리안을 깨웠다. 줄리안은 당황한듯 일어났고, 로빈은 걸려있던 줄리안의 코트를 던졌다.  


"빨리 입어." 

  

줄리안은 일단 순순히 따르기로했다. 로빈은 책장옆 서랍에서 밧줄을 꺼내더니 줄리안에게 뒤돌아서 손을 모으라고 말했다.  


"무-무슨 일인데 그래?" 


"그냥, 빨리 해." 


로빈이 칼을 빼들자 줄리안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뒤를 돌아서, 손을 모으자 로빈이 밧줄로 묶여오는게 느껴졌다. 테이프로 입을 막고, 로빈은 줄리안의 명치를 세게 쳤다. 줄리안은 그대로 기절했고, 로빈은 줄리안의 발목에 걸려있던 쇠사슬을 풀어냈다. 줄리안을 업고, 로빈은 달려나갔다. 중요한 것들을 대충 챙긴뒤, 밖에 있는 차에 뒷자석에 줄리안을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 로빈은 엑셀을 밟았다. 차는 힘차게 굴러갔다. 

  

부아앙- 

로빈은 이태원을 벗어나, 달리고 달렸다. 줄리안은, 뒷자석에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줄리안, 우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자. 

  

  

  

  

  

  

  

[범인 추적에, 실패했습니다.] 


"뭐?! 어떻게?!" 


[너무, 재빨라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쪽 지리에 약했던 탓도…] 


"그걸 말이라고해?!! 그놈이 몇명이나 납치했는지 알아?!" 


[…죄송합니다.] 


샘은, 정말 다 잡았었다. 그런데 골목에서 사라진 순간, 당황해서 허딴길로 들어서버렸고, 로빈은 그 사이에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골목은 좁고, 이리저리 얽혀있는 미로 같아서, 개를 풀수도 없었고 여러명이 쫓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 주변 골목에는 모두 주택가여서, 로빈의 은신처를 찾는 것도 불가능했다. 제길-. 

  

린데만은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거의 다 잡았는데, 놓쳤다. 

"…하아. 일단 그 주변은 샅샅히 조사하고, 뭐라도 발견되면 다시 연락해." 

샘은 알겠다고 답했고, 린데만은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린데만은 착잡힌 심정을 억눌렀다. 11명의 친구들과 가족이, 린데만을 독촉하고 압박하는데, 범인을 잡는데 실패했다. 린데만은 책상에 올려진 로빈 데이아나의 신상정보가 쓰여진 서류를 구겼다. 꽉진주먹에 힘이 들어갔고, 린데만은 주먹을 내리쳤다. 로빈, 로빈 데이아나-, 꼭 잡겠습니다. 


  

린데만은 서로 향했다. cctv를 돌려보면, 뭐라도 나올거야. 

  

  

  


더보기

안녕하세욥, 에기벨입니다! 

어느새 블러디가 5화까지 왔네요. 저한테는 기적이에요! 

글을 쓰면서, 꽤 재밌기도하고, 글이 잘 안쓰일땐 힘들기도하고! 

그래도 쓰는게 좋아요. 줄른쪽이 마이너인지라, 슬프기도 하지만. 

댓글로 응원해주시는 독자분들도 정말 감사하구요, 댓글 못달아주셔도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해요. 

조회수가 높아지면, 로줄러도 늘어나지않을까요? 헤헤. 

엄연히 영업용+자기만족용으로 쓰고는 있지만!!ㅋㅋㅋㅋ 

  

날씨가 많이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고, 줄랸 웃는거 너무 보고싶네요 ㅋㅋㅋ 

요새 다이어트 한다던데.. 살쪄도 괜찮은데 말이죱. 

  

아래 그림은 그냥 심심해서 만들어봤어요. 

 

[로줄] Bloody 05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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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잡히면......으아 다음펴노 기대하고 가겠습니다 ㅎㅎ
9년 전
에기벨
헵.. 첫댓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정말 못쓰지만서두 5화까지 온게 신기해엽.. 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욥 ♡
9년 전
독자2
드디어 잡히는가 했더니 결국은 놓치고 말았네요....로빈이 줄리안을 대리고 어디로 가게될지 너무궁금해요! 보는내내 심장이 두근두근.....ㅎㅎㅎㅎ다음화도 기대할게욥!
9년 전
에기벨
로빈이 줄랸을 데리고 과연?!ㅋㅋㅋㅋ 두근대셨다니 다행이에욥!!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엽~~♡
9년 전
독자3
으으 잡히는줄알았는데 역시 로빈은 재빨랐어요...로빈이 줄리안을 어디로 데려갈지, 또 그곳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날지, 경찰이 로빈의 집을 찾을수있을지 갈수록 궁금증만..ㅎㅎ 재밌게 잘읽고갑니당!!
9년 전
에기벨
로빈이 탈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어떻게 될른지..!! 헷.. 독자분 정말감사해욥!!♡ 지칠때 힘이되네요!!
9년 전
독자4
아 뭔가 잡혀야 할것 같으면서도 로빈이랑 줄랸이랑 같이있었음 좋겠고...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 줄랸이 불쌍해지네여 ㅠㅠㅠ글 하나에 굉장히 많은 느낌이 들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에기벨
우왓 ㅠㅠㅠ 여러느낌이 드시는군엽 ㅠㅠㅠ 로줄에게 행복이 찾아올지..? 댓 감사해욥~~♡
9년 전
독자5
으어어어로빈 잡히는줄 알고 두근두근...ㅠㅜㅠㅠㅠ그 와중에 줄리안은 왜이렇게 이쁜건지....
9년 전
에기벨
ㅠㅠㅠ줄랸 정말 예쁜것같아요 ㅠㅠㅠ 곰손인데도 ㅠㅠㅠ읽어주셔서 감사해여 ㅠㅠㅠ
9년 전
독자6
으아... 진짜 잡히는줄 알고 엄청 조마조마했네요ㅠ
9년 전
에기벨
휴휴휴ㅠㅠㅠㅠ정말 다행이었죠 ㅠㅠㅠ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여 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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