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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준비를 하면서 처음 백현을 만났다. 방송부인 준면은 축제가 다가오자 밴드부와 엮일 수밖에 없었다. 백현은 밴드부 보컬이었다. 음악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준면은 지루했다. 그래서 리허설을 할 때마다 준면은 몰래 빠져나갔다. 신입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중요한건 선배들이 했다. 신입은 준면은 별로 하는 게 없었다. 그래서 빠져나가도 빈자리는 없었고, 아무도 준면이 없어진 줄 몰랐다. 사실 부원들이 준면에게 관심이 없었다. 축제가 다가올수록 바쁘고 정신없었으니까. 그런 준면이 어떻게 백현을 만나게 되었냐면.

 

그날은 몇 명의 선배들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준면은 빠질 수 없었다. 인원이 평소보다 적어서 빠지면 바로 티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있어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선배가 시키면 기계를 나르거나, 선을 연결하는 정도의 일을 했다. 준면은 의자에 앉아서 연습하는 걸 구경했다. 연습은 전부터 했지만 항상 빠졌기 때문에, 보는 건 처음이었다. 밴드부의 공연은 생각했던 거보다 멋있었다. 그중에서도 보컬이 가장 눈에 들어왔는데 명찰을 보니 1학년이었다. 동갑이네, 거기까지였다. 밴드부는 생각보다 멋있었고, 보컬은 1학년이지만 가장 눈에 띠었다. 하지만 음악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결국 준면은 졸기 시작했다.

 

준면이 일어났을 때, 이미 강당엔 학생들이 별로 없었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축제준비 때문에 방송부와 연습을 하는 팀들은 몇 교시를 빠지곤 했다. 수능이 끝나고, 모의고사가 끝났기에 가능했다. 준면은 급식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당을 빠져나가 급식실에 가려 하는데, 누군가가 손목을 붙잡는 느낌이 났다. 뒤돌아서 확인하니 1학년인 밴드부 보컬이었다. 이름은 변백현, 명찰을 보고 알았다.

 

“저기, 마이크가 갑자기 소리가 안 나거든”

 

왜 소리가 안 나는지 봐달라는 부탁이었다. 준면은 왜 하필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지 궁금했다. 아직까지 방송부원들이 꽤 있었다.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귀찮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부탁을 받았으니, 확인은 해야 했다. 백현을 뒤로 하고 마이크와 이어진 선을 따라서, 기계들이 빽빽하게 있는 방송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선 하나가 빠져있는 걸 확인했다. 선배들이 가르쳐 줬던 걸 기억하며 선을 다시 꼽았다. 준면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확인해봐”

 

백현은 마이크에 대고 몇 번 말을 하더니, 소리가 제대로 나오자 미소 지었다. 준면도 그걸 확인하곤 빠르게 강당을 나왔다. 급식실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백현은 고맙다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준면은 강당에서 사라진 후였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확인 못했다. 같은 학년이란 것만 알았다. 굳이 직접 찾아서 고맙다고 할 생각은 없었다. 방송부인데 당연한 일을 한 거니까. 그리고 같은 학년인데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그냥 어쩌다 지나가다가 보게 된다면 고맙다고 해야지. 밴드부 리더가 연습하자고 외치자 다시 연습이 시작되었다.

 

 

*

 

 

백현은 그 뒤로 준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실 방송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같은 1학년이라면 한번쯤은 마주칠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방송부원들에게 물어보기엔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었다. 준면을 만난 이후 한 번 더 마이크 소리가 안 났었다. 그래서 백현은 또 다른 1학년에게 부탁했다. 그 1학년은 준면과는 다르게 굉장히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괜히 백현까지 불편했었다. 자연스레 준면과 그 1학년을 비교하고 있었다. 그러다 백현은 왜 자신이 준면을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의문이 생겼다. 그냥 친절해서 그런가. 선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준면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백현에게 준면은, 그냥 1학년 방송부이고 이름은 모르는 친절한 아이. 지금까진 그랬다.

 

연습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백현은 그곳을 보았다. 1학년이 2학년 선배에게 혼나는 상황 같았다. 그런데 그 1학년 얼굴이 왠지 익숙했다.

 

“선배.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김준면, 너 앞으로 빠지면 뒤진다.”

 

지금 준면을 혼내는 민석은 다른 선배들과 다르게 깐깐한 편이었다. 한동안 안 보여서 방송부에서 나간 줄 알았는데, 오늘 갑자기 나타났다. 준면은 앞으로 빠질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민석에게 왜 안 나왔었냐고 물을 틈도 없었다. 준면은 오늘도 몰래 빠져나가자고 있었다. 그걸 지나가던 민석이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준면은 민석에게 혼나고 있었다.

 

백현은 그 1학년의 이름이 김준면이란걸 알게 되었다. 반주가 시작되었지만, 백현은 다른 쪽에 신경이 쏠려있어, 그만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리더가 반주를 끄고 백현에게 다가갔다.

 

“변백현, 정신 안 차리고 뭐하냐?”

 

그러자 준면이 백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백현과 준면의 눈이 마주쳤다. 준면은 고개를 돌렸다.

 

 

*

 

 

축제당일이 되어도 준면은 하는 일 없이 돌아다녔다. 축제의 마지막은 밴드부의 공연이었다. 준면은 경수를 데리고 공연을 하는 곳으로 갔다. 경수는 공연을 보는 거보다 음식이나 더 먹겠다고 했지만, 준면이 억지로 끌고 갔다. 경수는 준면이 이해되지 않았다. 밴드부 공연 봐서 뭐하려고. 경수가 불평했지만 준면은 듣지 않고,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김준면, 너 오늘 이상해”

“뭐가”

“왜 갑자기 밴드부 보자고 하냐? 너 이런 거 관심 없었잖아.”

“그냥, 가끔씩은 봐도 괜찮잖아”

 

사실 뭐 때문에 이 공연을 보고 싶은 건지 잘 몰랐다. 하지만 보고 싶었다. 그리고 밴드부공연이 시작되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가운데에서 노래를 부르는 백현을 보며, 준면은 알거 같았다. 왜 갑자기 공연을 보고 싶어 했는지.

 

가슴이 뛰었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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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내가 설레네...백면이라니..작가님 저의 사랑을 드세요♥
11년 전
독자2
백면어서행쇼ㅠㅠ독방에서 봤었는데 다시봐도 너무좋네요 작가님저랑행쇼♥?????
11년 전
독자3
아...내가 다 설레고 좋네ㅠㅠ 백면행쇼다..♡
11년 전
독자4
아...설레네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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