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건 나란다, 목구멍까지 다급하게 차오르는 문장을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 삼키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 앞에서 엉엉 울어대는 여자친구,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전 여자친구는, 애써 그렸을 눈화장이 엉망이 될 정도로 눈을 문지르고 있었다. 눈 상할텐데. 헤어졌다고는 해도 안쓰러운 마음에 제 앞에 있던 냅킨을 슥 밀어주었지만, 본체만체 하며 계속 엉엉 울 뿐이다. 이제는 아예 목까지 갔다.
"이승현, 내가 진짜, 응? 내가 잘못한 거야?"
"...난 잘 모르겠는데."
"오빠가, 흐엉, 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그러니까 잘 모른다니까...그 전에 네 오빠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나쁜 놈아! 카페를 울리는 외침에 당황해서, 본능적으로 고개를 수그리고는 쉿쉿 하며 전 여자친구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았다. 아아, 방금 시선집중 됐어, 짜증난다. 정말로 울컥한다. 그러니까, 그걸 왜 나한테 와서 이렇게 말하는거야. 말을 흘리며 물어보자, 화장이 번져 조금은 흉한 꼴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럼 상담도 못해주니?'란다. 우리, 그렇게 좋게 헤어진 건 아니거든?
"오빠라면, 접때 나랑 사귀다가 바람났다는?"
"어머, 아냐 얘! 오빠가 바람 상대라니~!"
"아냐?"
"그럼, 오빠랑 먼저 사귀고 있었으니까 바람상대는 너인걸!"
...처음 들은 사실에 혼이 나갈 지경이다. 이걸 죽여 살려 고민하고 있는데, 테이블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린다. 황망한 표정을 하며 문자를 보는데, 종현이 녀석의 이름이 액정에 떠있다. 또 무슨 일이냐, 싶어 인상을 구기며 문자를 확인했다.
[너 불려나갔다며ㅎㅎ]
약을 올리자는 속셈이지 이거. 분명 같은 학과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일테다. 장난스럽게 웃고있을 공룡녀석의 얼굴이 뇌리에 그려지자, 어금니가 꽉 악물어진다. 하지만 어떻게 뭘 할 수도 없다. 내가 미련한 놈이지, 뭣하자고 얘한테 잡혀서 여기까지 끌려나온걸까. 하지만, 잔뜩 울음을 머금고 있는 얼굴을 보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었다. 호되게 차이고도 조금은 미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입 안이 씁쓸해서, 제 앞에 놓인 커피잔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낯선 벨소리가 울린다. 무의식중으로 시선을 던지자,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 전 여자친구를 볼 수 있었다. 환해지는 얼굴이 아니꼽다. 그래, 네가 그렇게 부르고 외치던 그 오빠라 이거냐? 활짝 웃으며 행복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에 짜증이 확 돋는다. 아까까지 그렇게 차갑게 구는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전 남자친구를 붙잡고 울어대더니. 그래도 어딘가가 예뻐보여서, 나라는 놈은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야, 이승현! 나 먼저 가볼게!"
"뭐?"
"오빠가 나중에 만나자는데, 지금 이런 모습으로는 나갈 수 없잖아! 집에 가서 다시 꾸미고 나오게."
"허,야! 이채린!"
재빨리 옷과 가방을 추스려 밖으로 나가면서 손을 흔드는 전 여자친구의 모습에 넋이 나가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쿨한 마냥 높은 구두를 또각이며 카페 문을 열고 나가는 뒷모습이 당당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되면 나는 뭐가 되는거야, 호구밖에 더 돼?! 아마 이 말을 하면 종현은 웃기만 할 거다. 아니, 웃다 못해 넘어갈거다! 소리라도 치고 싶은 마음에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리며 고개를 푹, 숙이는데-누군가가 채린이 앉아있던 자리에 털썩 앉는 것이 보였다. 까맣고 심플한 코트의 깃이 눈에 들어왔다. 의아함을 담고 고개를 드는데 보이는 것은 작고 귀엽지만 어딘가 날카로운, 매력적인 얼굴. 위로 째진 눈꼬리가 순하게 동글거리며 내려앉았다.
"안녕?"
"저...누구?"
"힘들지? 채린이가 좀 감정이 격했나보다."
"...누구시냐구요."
아까부터 우리를 보고 있던지 슬슬 말하는 그의 모습에 어쩐지 기분이 나빠졌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란 건지...게다가 채린을 알고 있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경계하는 태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남자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유쾌하다는 듯이 웃으며 어깨를 떨었다. 손에 낀 굵은 반지가 인공적으로 반짝인다.
"난 권지용이라고 하는데."
"네?"
"24살이야."
"...아니, 그러니까..."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고."
"잠시만요, 저기!"
"그리고-채린이 남자친구."
-이채린, 네가 죽고 못 살던 그 오빠,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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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프닝 식으로 조금 썼구요...
아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우선 써봐요...
메인스토리는 권죵과 승리 이야기이고, 가끔 투애니원, 샤이니, 에프티 등등 실제 인맥들을 여기다가 쓸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