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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X김진환] 갑과 을의 퓨어 배틀호모 3~4 | 인스티즈

[임시완X김진환] 갑과 을의 퓨어 배틀호모 3~4 | 인스티즈

 

 

 

 

 

3. 

 

 

 

 

결국 결론은 임시완과 나란히 서서 함께 화장실행이라는 거였다. 말 없이 옆에서 걷는 임시완을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소문대로, 그리고 직접 보는대로 거 참 뉘집 자식인지 잘도 생겼다. 솔직히 진환은 살면서 직접 마주한 사람 중에 임시완보다 잘 생긴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저 번쩍거리는 외양과 달리 검정검정할 게 분명한 성격을 생각하면 호감도가 단번에 팍 식었다. 잘 생겼으면 생긴대로 살아야지 따로 놀고 난리야. 얼굴은 성전에 나올 법한 미카엘인데 어쩐지 성격은 누구보다도 파탄자다.  

 

 

 

"눈 돌아가겠네."  

 

 

 

그렇게 노려보는데 정작 본인은 몰래 보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임시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내가 그렇게 막, 대놓고 보고 있었나. 순간 뻘쭘해졌다. 눈치를 보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사내끼리 낯간지럽게 같이 화장실은 무슨. 싸게싸게 닦고 씻고 싸고 나오는 게 화장실이거늘. 거기서 시커먼 사내들끼리 낭랑 18세 여고딩마냥 수다라도 떨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부들거리는 정장 바지라 가루가 생각보다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물을 확 부을 수도 없었다. 뭐라도 싼 것처럼 바지 중앙 부근이 축축하기는 곤란했기 때문이다. 처치 곤란인 상황에 인상만 찌푸리고 있는데 뒤따라 걸어들어온 임시완이 태평하게 손을 씻는다. 왠지 얄미웠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는 고파 죽겠다. 협탁 위에 내려놓고 왔을 도넛을 상기시켰으나 원래 밥 체질이라 빵은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잘 안 지워져요?"  

"그러네요. 아 빨리 가서 종합 검토서 작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지워지겠어요?"  

 

 

 

임시완은 태연하게 몸을 움직였다. 뭐 하는가 지켜보자니 벽걸이 휴지를 몇 장 뽑고서는 물을 듬뿍 적시기 시작했다. 불안했다. 순면 저리가라 부드럽게 팔랑거리던 휴지가 순식간에 물을 먹어 둥그렇게 압축됐다. 설마 저걸로 바지를 문지르는 건 아니겠지.  

 

어렸을 적 다들 그런 경험 한 번 있을 거다. 뭘 닦긴 닦아야 하는데 수건은 없고. 걸레도 없고. 그럼 눈에 띄는 건 당연지사 휴지고. 휴지를 물에 적셔 닦으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했는데 물 먹은 휴지가 옷에 지우개 가루마냥 붙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 그러니까 차라리 손 대지 않을 때가 오히려 나았다는 말이 나오게끔 하는. 뭐 그런. 

 

 

 

"이렇게."  

 

 

 

벅벅. 임시완이 허리를 숙여 거리낌없이 허벅지에 손을 갖다 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나……. 

 

 

 

"아니 잠깐만요. 아니."  

"이렇게 닦아야 하는데… 어. 이게 왜 이러지."  

"아니 미친…. 아니. 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임시완이 욕설을 기어이 들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봤다. 태초의 인류 마냥 순수한 얼굴을 그대로 강타하고 싶었으나 피의 인내로 버텨냈다. 짐승이 되지 말자 김진환. 인간의 길을 걸어야 한다. 자아 성찰을 시도하고 호흡을 조절하며 시선을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바지는 병신이 됐다.  

 

 

임시완은 뽑았을 때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젖은 휴지를 버렸다. 부피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보니 나머지 절반은 내 바지에 붙어 있으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나를 손가락질 했다. 배꼽까지 잡을 기세였다.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자 임시완이 한 술 더 거들었다. 근데 언뜻 만져보니 김진환 씨 많이 말랐네. 뭐 좀 먹어야겠다. 

 

 

 

 

 

 

 

 

 

 

4. 

 

 

 

 

말단 신입사원은 곧 죽어도 인내다. 그렇지만 세상에 떠도는 속담은 인정하지 못하겠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주관적으로 그건 웃기는 소리다. 다 필요 없다. 참을 인도 소용이 없고 옥상에서 1분 가량 득음할 듯 고함을 지르는 것도 직장 스트레스에는 소용이 없다. 무작정 요령없이 그냥 참아야 한다. 을의 삶이라는 것은 그랬다. 갑과 을이라는 확연하고 슬픈 관계 속에서 을은 항상 먼저 굽히고 들어가야 승산이 있다는 거다. 비흡연을 고수하던 동기들 중 회사 신입사원에 들어서서 담배를 피기 시작한 놈들이 많은 것만 봐도 직장이라는 건, 이미 말 다 했다. 

 

 

임시완은 악덕 상사까지는 아니었으나 신경을 살살 긁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도 나에게만! 치근덕거린다는 표현이 맞는 지는 모르겠으나 뭐가 어찌됐든 짜증이 났다. 나랑 별로 나이 차이도 안 나는 게 번쩍거리는 외양새에다가, 팀장이라는 넘사벽 능력치를 달고 있는 것만 해도 열등감이 끓어오르는데. 자꾸 무슨 연유인지 나에게만 지랄이라는 지랄은 다 떨어댄다. 괴롭힐 때도 웃으면서 괴롭히니 침을 뱉을 수도 없다. 물론 찡그리고 괴롭혀도 찍 소리 못할 입장이 내 입장이긴 했다.  

 

 

 

"조금 미안하네. 그래도 난 닦아주려고 한 거니까 너무 아니꼽게 보지는 마요."  

"예……."  

"여사원들 덮는 그 뭐냐. 담요 하나 덮고 있어요. 마르면 좀 낫겠지."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 뻔뻔스러운 언행에 기가 찼다. 싸가지 없는 놈. 실컷 입 안으로만 욕설을 지껄이곤 한숨을 푹푹 내쉬며 먼저 사무실로 들어왔다. 바지를 내려다보니 가관이었다. 한숨 쉬면 수명 단축된다던데. 10년 치를 오늘 다 단축하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대로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데 담요라곤 핑크색 밖에 없다. 2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먹고서도 여자들은 여전히 핑크홀릭인 건가. 하는 수 없이 알록달록 키티가 그려진 담요를 조심스럽게 집어들고 허리에 둘렀다. 안 봐도 꼴이 얼마나 우스울 지 예상이 갔다. 임시완이 들이닥치기 전에 얼른 자리에 착석했다. 이걸 보면 또 무슨 소리를 해댈 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어라. 표정 안 좋네."  

 

 

 

문 열고 손을 털며 걸어오는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키보드만 열심히 두드렸다. 작성해서 갖다 바쳐야 하는 서류만 해도 오늘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누구 때문에 시간 낭비만 실컷 했다. 야근하게 생겼네. 눈 밑이 무거워졌다.  

 

 

 

"김진환 씨."  

"……."  

"진환 씨."  

"……."  

 

 

 

상사지만 무시했다. 나중에 못 들었어요 죄송합니다, 라고 변명 때려 박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계속 열심히 한글 타이핑을 하는데 어쩐지 조용했다. 기류가 묘했다. 슬쩍 타자 속도를 줄이며 고개를 들었는데 임시완이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차 싶었다.  

 

 

 

"야."  

 

 

 

임시완이 다름아닌 반말을 시전했다.  

 

 

 

"대답 안 하냐."  

"예, 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나 예전에 한 성격한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며 읊조린다. 성격 파탄 제대로 보여주네.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임시완을 봤다. 항상 순둥거리던 임 팀장의 무표정을 제대로 보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저 인간도 감정 기복이 겁나 심한 것 같다. 아까까지만 해도 배 잡고 웃으며 실신하기 직전이더니, 이제는 무표정으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이쯤되면 뭔가 억울해졌다. 미친. 내가 뭘 잘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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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상어
좋다니 ㅠ.ㅠ 이런 반응을 보는 나는 바닥을 긴다... 보잘 것없는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ㅎ.ㅎ (108배)
9년 전
독자3
엄청 좋아요ㅠㅠ설정 발림ㅠㅠㅠㅠㅠ자주오세요ㅠㅠ
9년 전
상어
자주 올게요 ㅠㅠ 따숩다 우리집 보다 따숩다
9년 전
독자2
시환 쓰니... 아니 상어님... 역시 내 정신적 지주 다운 필력과 스토리에 그저 앓고 갑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ㅜㅜㅜㅜ 이 금글에 재입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상어
정신적 지주라니 헐 이런 망언이 있나? 나 같은 고자손이 정신적 지주라뇨 ㅠㅠㅠㅠㅠ 금글도 아이라요 ㅠㅠㅠㅠ 직장에 찌들고 나서 끄적인 글이라 별루인데 진짜 나 울어야겠다
9년 전
독자4
아 분명히 진화니 괴롭힘당하고있는데 왜이렇게사랑스럽죠??퓨ㅠㅠㅠㅜㅜ재밌어욬ㅋㅋㅋㅋㅋ당하는진환이도 갈구는임시완도ㅠㅠㅠㅠㅠ완전러블리
9년 전
상어
그렇죠!!! 시환은 그런 맛이죠!!! 현실 직장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시환은 가능하잖아요... ㅎ...ㅎ
9년 전
독자5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
9년 전
상어
감사합니다!!!!!!!!!!!! 이런 글도 좋게 봐주시는 독자님은 천사.....
9년 전
독자6
아 (죽은자는말이없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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