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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앞만 봤다. 뚜렷한 목표 없이도 해야하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됐다. 주위에선 나를 심심하고 지루한 놈으로 취급했지만 그게 잘 나아가고 있는 증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앞이 아닌 다른 방향이 보였다. 이를 테면 옆 자리에 앉아 실험 보고서를 쓰는 누나라든가. 그런 누나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라든가.

"이번 주 금요일 엠티 관련해서, 엠티에 빠지는 학생들은 학교로 나와야 출석 인정이 됩니다. 참고하세요. 그 날 내 수업 있잖아요? 나와서 조교한테 사인받아요."

교수님의 말에 누나가 손을 멈췄다. 누나는 내게 조용히 물었다.

"엠티 가요?"

누나가 나한테 물은 두번째 질문이었다. 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안 가려고요. 누나는요?"

떨리는 맘을 감추고선 되물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누나의 엠티 참가 유무는 줄곧 화제거리였기에.

"시간이 안 돼서."
"그렇구나."

내가 가지 않는 이유. 나의 완벽한 다른 방향.



[프로듀스/차준호] 누나 01 | 인스티즈



누나
01



인생이 그렇게 일희일비 할 수 없다. 누나를 알게 된 후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또한 별 거 아닌 것들에 물음표를 달기 시작했다. 전엔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나, 좀 더 나아가 사는 이유에까지.

그러나 그런 질문들에 누나를 답하기엔 누나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라.

황윤성은 누나가 남자친구가 있을 거란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어쩌면 이미 그럴 걸 알면서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믿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 내 속이 조금은 더 편해지려나.

"과대는 엠티 꼭 가야된다는데. 누나도 너도 안 가는데 가서 뭐하냐."
"그냥 갔다 와."
"야, 근데 넌 왜 안 가냐."

후문과 바로 마주보고 있는 편의점은 언제나 사람이 북적거렸다. 여기에 앉아있으면 누나를 조금은 더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별로."
"맨날 다 별로래. 술도 별로고, 담배도 별로고."
"……."
"몰라. 나 담배 피고 온다."

불현듯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날이 떠올랐다. 누난 뒷풀이엔 오지도 않았다. 누나가 없으니 남자들은 모두 누나 얘기를 맘껏 해댔다. 아까 강당에 있던 그 예쁜 여자는 누구냐고. 누나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얼굴 얘기, 몸매 얘기까지 나왔다. 누나의 인스타그램을 켜놓은 누군가의 휴대폰은 남자들 사이를 돌고 돌고 돌았다. 그리고 결국 내 자리까지 왔을 때,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소란스럽던 술집 안이 점차 싸늘해졌다. 남자들 서른여명이 나를 쳐다보는데, 그 긴장이 누나 혼자 날 쳐다보는 것만 못했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같은 과 학생끼리 안주 삼는 거. 좀 아니지 않냐고.

그때 날 데리고 나간 게 황윤성이었다. 나보고 내 맘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술자리에서 예쁜 여자 얘기 나오는 건 잘못되었지만 당연한 거라고 했다.
그래. 누나가 왜 안 왔는지 알겠다. 기분이 순식간에 더러워졌다. 그 후로 나는 술자리엔 얼씬도 않았다.


1학년 중 엠티에 빠지는 사람은 누나랑 나뿐이었다. 소수과답게 결속력이 단단했나보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얼마나 또 심장이 뛰어대던지. 누나랑 단 둘이 만난다는 생각에. 조교님까지 하면 셋이지만.

들뜬 맘에 원래 강의 시간보다 30분 전부터 와있었다. 요즘은 누나가 들고 다니던 책을 따라읽고 있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고전문학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실험시간에 누나랑 앉던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멀리 떨어져 앉았다. 텅 빈 강의실에서 누나가 앉았던 자리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맘이 조마조마했다. 정말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들켜버릴 것 같아서.

벌써 3월 말이다. 시간이 참 빨랐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실험 조를 4인 1조로 바꾼다고 했다. 시험 공부보다도 그게 더 걱정이었다.

강의실 앞문이 조용히 열렸다. 나는 책을 감추었다. 누나가 백팩을 맨 채 천천히 들어왔다. 누나를 보고 싶었지만 보기가 두려웠다. 누나는 내 전부를 아려나. 그렇지. 누나는 똑똑해서, 내 전부를 알 것만 같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누나."

누나는 원래 앉던 자리에 앉았다. 누나와 나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서로 조금 거리를 둔 채로.
정적이 연신 흘렀다. 가버리는 시간이 아쉬워 내가 먼저 입을 떼었다.

"다들 엠티 갔나봐요."
"그러네요."

누나는 내게 짧게 대답한 후 가방에서 책을 하나 꺼냈다. 나와 같은 책. 그걸 보니 살풋 웃음이 났다. 소리가 들릴까 싶어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대체 뭐라고, 누나를 따라 같은 책을 읽고, 누나가 그 책을 잡은 게 뭐라고.

누나도 읽었음 좋겠다 생각한 구절이 있었다. 내 마음이니, 누나가 그걸 읽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싶었다. 나는 순식간에 간사해졌다.

"저도 그 책 좋아해요."

내 말에 누나가 나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괴테 좋아해요?"

괴테…….
나는 입술을 한번 축였다.

"괴테 책 읽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요."

누나는 조용히 미소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왜 웃는 거예요. 누나. 나는 결국 하지 못할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왜 그렇게 다 알아낸 것처럼 웃는 거예요.



그대는 희망에 부풀어, 그대의 여왕을 위하여 한겨울에도 꽃을 따기 위해 헤매고 다니지 않는가. 그러고는 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탄을 하지만, 어째서 꽃이 보이지 않는지는 모르고 있지 않은가.



누나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그러질 못했다. 누나는 남자친구가 있고, 나는 그 사실을 알아버렸고, 누나 역시 내가 그 사실을 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차라리 그 날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면 어느정도까진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나를 붙잡지 못했다. 출석 확인서 사인은 일 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나버렸다. 누나는 내게 형식적으로 인사한 후 가버렸다.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동안 나는 그렇게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강의실 복도에 한참 서있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불현듯 힘이 어디선가 솟아서,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계단을 내려가고, 쪽문을 지나 사라져버린 누나를 쫓아 뛰어갔다. 누나는 황윤성이랑 지났던 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나는 몇발자국 뒤에서 숨을 고른 후 누나를 불렀다.

"누나."

내 목소리에 누나가 뒤를 돌았다. 뭐라고 할진 아직 생각 안했는데. 큰일났다.

"무슨 일이에요?"

뭐라고 해야 누나는 모르는 척 해줄까요.

"같이 가고 싶어서요."
"그래요."

다른 물음 없이, 누나는 조용히 내 옆에 따라섰다.
그리고 그 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정반대길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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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 분위기 진짜 최고에요 ....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당 작가님 사랑해용
4년 전
독자2
으악 ㅠㅠㅠㅠㅠ 진짜 차주노..오마이갓..너무 좋아요 ...오늘도 잘 읽고가요ㅠㅠㅠ
4년 전
비회원112.212
혹시 브금으로 쓰신 이 곡 이름 알 수 있을까요?ㅜㅜ 너무 좋아서요,,,,
4년 전
강물
ry_ha - 約束は 입니다 감사해요 :>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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