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서영은 - 완소그대
CAFE 120408 : EXO
01
당연스럽게도, 종대는 종인으로부터 내일부터 카페에 나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맛은 평범하지만 먹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라떼라나 뭐라나. 옆에 있던 까만 놈(종인)은 말 없이 엄지손가락 두 개를 보여주었다.
아무튼 종대는 평소보다 세 배는 신이 난 상태로 집에 갈 수 있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라떼라니. 종대가 커피를 만들면서 들은 최고의 칭찬이었다.
흥분을 주체할 수 없던 종대는 주먹으로 현관문을 쾅쾅 두드렸다. 정말 쾅쾅.
"씨발 김종대!!"
요즘 알바때문에 주말엔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종대의 룸메이트 룸메이트 백현이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었다.
종대는 슬쩍 휴대폰 배경화면을 확인했다. 일요일 오후 3시, 백현이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이다.
종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 채 백현을 향해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백현은 건성으로 대답해 주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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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장님! 종대 출근했어요!"
너무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친 종대는 결국 출근 시간보다 30분 전에 EXO에 도착했다. 준면이 약간은 놀란 기색으로 종대를 맞았다. 어서 와요, 종대씨.
"말 편하게 하세요!"
"아, 그럴까? 종대씨는 스물 셋이라 그랬지? 나보다 한 살 어리네.."
"헐, 사장님 스물 넷이라고요?"
"응.. 놀랐지? 내가 원래 노안이란 소릴 많이 들어서."
말을 마치고 준면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종대는 벙 쪘다. 본인보다 두 살은 어린 줄 알았던 사장님이 한 살 많다니. 그런데 노안 소리를 많이 듣는다니.
"아무튼 종대ㅆ.. 종대야, 앞치마랑 명찰 달고 옷 갈아입고 와. 탈의실은 딱히 없고 저기 직원 휴게실이라고 써있는 곳에서 갈아입으면 돼."
준면의 말에 종대가 정신을 차리고 직원 휴게실로 들어갔다. 소파 하나와 행거, 거울이 있었다. 종대는 흰 와이셔츠로 갈아 입고 검은 앞치마를 둘렀다.
그리고 이름표를 달기 위해 거울 앞에 선 순간, 종대는 소파 위에 커다란 인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으아아!!!! 누, 누구야!!"
"으으.."
종대의 엄청난 성량에 잠시 몸을 웅크리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헝클어진 머리와 잔뜩 찡그린 인상, 그리고 결정적으로 까만 피부.
어제 사장님한테 혀엉~♡이라며 애교를 떨며(순전히 종대의 생각이다.) 사장인 척을 하던(사실 카페는 둘의 공동 명의로 돼있다.) 재수 없는 놈이다.
종대는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고개를 휘휘 젓고 구레나룻을 정리했다. 제가 봐도 잘생긴 외모에 종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종인은 토 하는 시늉을 했다. 아침잠에 약한 종인이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거울 앞에서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멋진 척을 하는 종대의 모습이었다.
어제부터 알바 시켜달라고 찡찡거리며 제 형을 곤란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게다가 낯익은 외모를 갖고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기억을 되짚고 있는 종인을 뒤로한 채 종대는 휴게실 밖으로 향했다. 사장님~ 뭐부터 할까요? 밖에서부터 들리는 종대의 하이톤조차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았다.
말 많고 찡찡대는 성격, 공룡상, 하이톤 목소리, 이름은 김종대.. 고민을 하던 종인이 눈을 번쩍 떴다. 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김종대, S대에서 엮이면 학교 생활 귀찮아진다는 비글 3인방 중 한 명. 종인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올해 S대에 입학한 종인이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소리는 비글 3인방과 엮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글 3인방, 이하 비글즈는 박찬열, 변백현, 김종대로 구성된 2학년 음대생 세 명을 통칭하는 단어였다.
종인은 그들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들의 악명은 지인들에게서 들었다. 그리고 문 밖에서는 종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김종인씨는 일을 제대로 안하는 것 같아요! 하.하.하."
절대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종인은 하늘이, 아니 천장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