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은 특별한 하루였다.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졌다. 항상 만석이였던 지하철도 타자마자 좌석에 앉았다. 강의를 마치고 조교님께 밥까지 얻어먹고 우연히 주운 커피쿠폰으로 평소에는 생각치도 않았던 핸드드립 커피를 공짜로 마시게되었다.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카페 한 구석에서 한창 과제를 마무리짓고 있었다. 따뜻했던 커피가 식어가고 그 마저 없어질때즘 내 과제는 끝이 났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려할때 작은 얼굴에 큰 뿔테를 쓴 남자가 내 앞에 앉았다.
내 자리에 앉으려는 다음 손님인가 싶어서 서둘러 내 짐을 정리하는데 그 시야 사이로 명함을 내미는 남자의 손이 보였다.
' 본필름 대표 이 홍빈'
언젠간 촉망받는 감독이라 리뷰칼럼에서 본 적이 있는 이름이였다.
나이에 맞지 않게 깊이있는 작품으로 네댓개를 연달아 히트치고 출연시킨 배우를 톱스타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언듯언듯 머리를 스쳐가는 기사를 정리하려 꽤 오랜시간 명함을 쳐다본거같다.
아무반응없이 명함만 뚫어지게 보는 내가 꽤 이상했는지 이홍빈 감독이란 사람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내 다음작품의 주인공이 돼줘요. "
권유도 질문도 아닌 강요였다. 언듯 들으면 부탁인듯하지만 강단있는 목소리는 꼭 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굳은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