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여기까지. 질문할 것 있나.”
상당히 낮고 깊게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울려퍼졌어. 말로만 들었던 악명높은 스네이프 교수야. 너 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바짝 얼고 긴장해서 강의실 안엔 숨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지. 너도 다른 친구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어. 그 때, 슬리데린의 한 남학생이 일어나서 질문했어.
“교수님, 앞으로도 그리핀도르와 함께 수업하나요?”
왠지 그리핀도르를 깔보는 듯한 어조에 넌 그 남학생을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보았지. 그러자 너와 그 남학생의 눈이 마주친거야.
“전 잡종이랑 같이 있기 싫은데요.”
넌 잡종이 머글태생인 너를 통칭한다는 걸 알아채고 욱하는 마음에 인상을 팍 썼어. 이를 눈치 챈 로빈이 너를 툭툭쳤지.
“정, 화내지마. 쟤 원래 저래.”
“아니, 그래도 그렇지 잡종이라잖아. 내 이름도 모르는게!”
“스눅스 출신이라 그래.”
“스눅스?”
“정, 스눅스 몰라? 한 세기 넘도록 집안의 모두가 슬리데린이라는 호주 출신 집안. 엄청난 순수혈통이야.”
줄리안이 덧붙여 설명해줬어. 머글계에선 마계가 있는 지도 몰랐고 호그와트도 몰랐는데 스눅스던 뭐던 어떻게 알았겠어.
“그리고 쟤는 다니엘 스눅스.”
제 이름이 언급되는걸 들었는지 너를 보다 눈썹을 찌푸리고 제 옆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다니엘이야. 그런데, 다니엘 옆에 앉은 친구가 동양인 인 것만 같아. 학교에서 처음보는 동양인이라 인사를 하고 싶은데 어쩐지 그 친구도 너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것만 같아서 포기했지.
“있지, 줄리안.”
“응?”
“저기 다니엘 옆에 있는 동양인 남자애는 누구야?”
“아, 일본에서 온 테라다 타쿠야. 일본에선 테라다가문 외엔 호그와트 입학이 안된다더라. 다니엘 동양버전이래.”
괜히 살짝 무서워진 너였어. 동급생의 아시아인은 타쿠야 말곤 없을 것 같았지만, 과거 한일 관계도 그렇고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관계도 그렇고. 썩 좋지많은 않겠단 생각에 적응부터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지.
그런데 이번엔, (또) 슬리데린과 빗자루타는 법을 함께 수강하게 되었어.
운동장에 집합한 두 기숙사학생들은 일렬로 서서 빗자루를 부르는 법 부터 배워야했지. 교수님은 호그와트에서 역대급 여학생 팬클럽을 지닌 알베르토였어. 알베르토가 빗자루를 잡는 순간부터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의 꺅꺅 대는 목소리가 튀어나왔지. 사실 너도 예외는 아니었어. 누가봐도 훈훈한 미남교수님이 활동적인 이런 강의를 한다니 여심을 들었다놨다 하기엔 충분했지. 너는 네 옆에 있는 핀란드에서 온 여학생과 좋아하느라 로빈과 줄리안의 투덜거림은 듣지 못했어.
“빗자루 옆에 서서, 오른손을 내밀고 up! 이라고 외치세요.”
“Up!”
너의 빗자루는 올라올 듯 말듯 했어. 그러나 네 맞은편에 서있던 다니엘은 한번에 잡은거야. 그리고 가만히 네가 하는 걸 지켜보며 비웃었지. 다니엘의 시선을 느낀 너는 ‘Up’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만 갔어. 아마 옆에 서있던 줄리안도 느꼈나봐.
“정, 신경쓰지 말라니까! 같이해보자. Up!”
“Up!”
그 때, 너와 줄리안의 빗자루가 동시에 올라와서 손에 딱 붙었어. 그러나 관건은 이걸 타고 날아야 한다는 거였지. 빗자루에 올라타 천천히 날아보려고 하는데, 이미 줄리안도 로빈도 비행에 성공한거야. 땅엔 너만 남아있었지.
“정! 발로 땅을 차봐!”
로빈이 하늘에서 널 내려다보며 말했어. 넌 로빈과 그 옆에 있는 줄리안을 응시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꼭 감았어.
하나, 둘, 셋.
발을 구른 후, 붕떠지는 것을 느껴 눈을 뜨려는 찰나, 뭔가와 세게 부딪혀 땅에 떨어지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