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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우냐? 눈 팅팅 부어있을 줄 알고 놀리러 왔는데."
"뭐래, 우리 사진 찍자 빨리!"
얜 전생에 카메라 한 번도 못 만져보고 죽은 게 한이 된 게 분명하다. 그놈의 사진사진… 거짓말 안 하고 진짜 그 자리에서 30장은 넘게 찍은 것 같다.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겠나 싶어 기분은 좋더라. 자세가 계속 똑같다며 욕 엄청나게 먹긴 했지만.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사람이 다 빠져나간 복도는 금세 조용해졌다. 우리가 하도 안 내려와 찾으러 오신 것인지 부모님께서 찾아 올라오셨고, 여주네 부모님께서 졸업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안겨주셨다. 아, 맞다 꽃다발. 까먹을 뻔했다.
"야, 나 잠깐. 10분만 여기서 기다려."
어디 가느냐고 불러대는 여주를 가볍게 무시하고 교실 쪽으로 달려갔다. 아니 왜 우리 반은 위층이야. 마지막까지 맘에 안 드네. [권순영] 이름표가 붙어있는 사물함을 열어 재끼니 하얀 꽃다발 하나가 예쁘게 놓여있다. 안 흐트러졌네 다행이다. 꽃다발을 대충 정리하고 다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아씨, 얘 어차피 이 꽃 뭔지 모르겠지.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숨을 고르며 도착한 곳엔 여주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엄마 어디 갔어?
"먼저 내려가 계신대. 넌 뭐하느라."
"졸업 축하해."
대뜸 얼굴 앞으로 꽃다발을 내밀었다. 아, 이거 은근 쪽팔리네. 괜히 고백하는 것 같고. 내가 이런 걸 준비할 거라 생각도 못 했던 건지 자기는 아무것도 준비 안 해서 어찌하느냐며 발을 동동 구른다. 나한텐 지금 같이 있는 것도, 이따 같이 밥 먹는 것도. 모든 게 다 선물인데. 괜히 달아오르는 기분에 품에 대충 꽃다발을 안겨주고 빨리 내려가자며 뒤를 돌았다. 바로 내 팔을 잡아 돌려버리는 여주 탓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진짜 고마워 순영아.”
"그런데 이 꽃 이름 뭐야. 되게 예쁘다."
"…나도 몰라, 그냥 예뻐서 달라 했어."
알면 안 되지. 너 찾아볼 거잖아.
"야, 꽃 선물하는데 이름도 모르면 어떡해. 원래 꽃,"
"꽃말은 들어왔어. 변치 않는 우정이래."
말을 끊어버리고 선수를 쳤다. 이렇게 말해놓으면 되겠지. 알아줬으면 좋겠으면서도 알게 되면 독이 될까 이런 식으로 밖에 티를 못 내는 게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야지. 순간 여주 눈에서 눈물이 또로록 떨어지더라. 미친, 이건 예상 밖이었다.
"ㅇ,야. 너 왜 울어 갑자기."
"나 오늘 종일 잘 참았는데 너 때문에 망했잖아!"
"미치겠네, 그게 왜 내 탓이냐?"
"네가 갑자기 감동받게 했잖아!"
울면 울고 화낼 거면 화만 내던가. 엉엉 울면서도 소리를 질러대는데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기고 귀엽고. 대충 눈물 닦아주고 마주친 얼굴이 참 예쁘더라. 그래서 그냥 안아버렸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 평생 친구 하자."
내가 내뱉은 그 말이 여전히 시리다.
-
띠링- 종소리와 함께 들어간 작은 꽃집엔 졸업식 시즌이란 걸 알리듯이 여러 가지 꽃다발들이 예쁘게 줄 서 있었다. 장미같이 흔한 건 싫은데 뭘 사줘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갖은 꽃다발 밑에 적힌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말인 듯 보였다. 김여주 이런 숨은 의미 따지는 거 엄청 좋아할 텐데 좋은 거 없나 돌아보던 도중 눈에 띈 문구 하나. 홀린 듯이 바로 결제해 버렸다. 예쁘네,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네모네 -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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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한달만) (숨기)(도망)
애들 시점으로 썰만 풀다보니까 설렘이 조금 안 느껴지는 것 같아서 준비해 봤습니다
수녕이 남친후보 탈락 아님니다..!
뭔가 찌통이 되어버렸지만 권순영 호랑해ㅠㅠㅠㅠㅠㅠ
♥ 암 호 닉 ♥
[방울이]
[보우보]
암호닉은 언제나 가장 최근 글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