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필요한 몇가지만 챙기고 김준면의 손을 잡고 떠났다. 왠지 모르게 김준면은 들떠보였다. 착각인가. 김준면은 좀 큰 길가로 가더니 버스정류장 앞에 멈춰섰다. 버스를 탈 정도면 집이 좀 먼 것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러 와주고 데려다주고. 넌 정말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구나. 밑으로 내려다보니 맞잡고있는 김준면과 나의 손이 보였다. 난 지금 이렇게 떨리는데 넌 어떨까. 네 마음이 어떤지 알고싶어 준면아. 이 말들은 꼭 때가되면 너에게 물어보겠다 다짐하고 마음속에 숨겨두었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번화가였다. 역시 김준면은 부잣집 도련님이었어. 얼굴에 이렇게 귀티가 흐르는데 그동안 못알아본 내가 바보였지. 김준면은 번화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더니 큰 규모의 단독주택앞에 멈춰서곤 여기가 우리집이야 하고 소개했다. 정말 엄청났다. 내가 살던집에 비하면. 순간 내가 이런집에 들어가도 되나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스쳤다.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이 집에 들어가서 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친척집도 아니고 아예 생판 모르는 남인데. 서로 알게된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내가 여기서 살게된다면 너무 민폐일거라는 생각이 막 들었다. 김준면은 내 표정을 보더니 대충 눈치챈것인지 나를 달랬다. "괜찮아. 아버지가 허락한 일이야. 사실 우리 아버지가 정에 약하신분이야, 그러니까 몇달 지내면 괜찮을거야. 집안 식구 모두가 널 가족처럼 대해주실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준면이가 쥐고있던 내 손을 더 꼭잡아주었다. 그 말에 안심이 된 나는 준면이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따뜻하고 넓었다. 보통 책같은거보면 잘사는 재벌들의 집은 넓지만 또는 넓어서 냉기가 가득하다고 묘사되어있는데 김준면의 집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 사람사는 집처럼 따뜻했다. 김준면은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실거라며 나를 어느 방으로 데려갔다. 그 곳에는 책들이 정말 많았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니 의자에 누군가 앉아계신게 보였다. 김준면은 그 사람을 보고 아버지, 데려왔어요. 라고 말하였다. 그 말에 김준면의 아버지가 고개를 올려 나와 준면이를 쳐다보았다. 조금 무섭긴하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나를 보고 환하게 미소지으시는 김준면의 아버지를 보고 금방 사라져버렸다. 정말 김준면의 말대로 그의 아버지는 정이 많으신것 같았다. 직접 일어나셔서 나를 소파에 앉히고는 김준면을 밖에 내보내셨다. 오늘 처음 본 사람과 이렇게 대면하려니 조금 어색했다. 김준면의 아버지는 나에게 말하였다. " 준면이에게 네 얘기 많이 들었어, 준면이가 얼마전부터 학교에서 돌아오면 네 얘기만하던데. 너를보니 그럴만도 하구나." 김준면이 내 얘기만 하다니. 무슨 소릴까.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듣고 널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물론 네 사정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네가 준면이 옆에 있어줬으면해서 불렀다." "......" "준면이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었어. 옛날부터 그랬는데, 준면이 엄마때문에 잘 못해주게 되더라고." "......" "네가 준면이앞에 나타나서 다행이야." 문을 열고 나가니 김준면이 서있었다. 김준면은 나를 보고 웃으며 위층으로 가자고 말하였다. 김준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갔다. 그의 아버지에게 들은 말을 그에게 할수없었다. 그냥 난 김준면의 옆에 있어도 된다는 사실이 행복할 따름이었다. 그를 따라간 곳은 빈 방이었다. 아마 내가 지내게 될 곳이겠지. 전에 살던집과는 다르게 넓고 깔끔했다. 깨끗하고 푹신한 이불도 있었다. 김준면은 방에 들어와 이불을 깔아주더니 여기서 쉬라고 하였다. 나는 나가려는 김준면을 붙잡고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김준면은 방을 나가더니 바로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가 고맙다고 말을하자 그는 작게 미소짓고 다른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마도 저기는 김준면의 방이겠지. 얼른 씻고 싶었던 나는 김준면이 문을 닫자마자 아까 갖고온 짐을 풀어 대충 갈아입을 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랫만에 몸을 깨끗히 씻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깨끗한 내 몸에 깨끗한 방에 깨끗한 이불이라니.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있었는데 내 옆방의 문이 열리면서 김준면이 나왔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머리를 털다말고 김준면을 바라보았다. 편한 복장의 차림을 하고 있는 김준면은 늘 그랬듯이 멋있었다. 시선을 떼지못하고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김준면이 나를 보고 살짝 바람 빠지듯이 웃었다. 내가 계속 쳐다봐서 그런건가? 부담스럽게? 내가 그렇게 속으로 되도 않는 걱정을 하고있을때 김준면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손을 올려 수건을 집고는 "머리 말려줄까?" 라고 말하였다. 김준면의 말에 아까보다 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김준면은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수건으로 내 머리를 닦더니 나를 자신의 방으로 끌고갔다. 남자방은 처음인데.. 음 괜한 걱정인가. 김준면은 서랍에서 드라이기를 꺼내 코드를 꼽고는 내앞으로 가져와 작동시켰다. 드라이기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왔다. 김준면이 내 머리를 만지는 손길은 조금 서툴었지만 그를 향한 내 마음보다 더 서툴지는 못하였다. 나는 언제쯤 너에게 내 마음을 말할수있을까. ------------- 피고내...ㅠㅠ 오티처는 내일가지고 올게여ㅠㅠ 짧아서 죄송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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