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홍수, 온갖 재난이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온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에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사람들은 하나 둘 입을 모아 말을하기 시작했다.
'신들이 노하셨다.'
입을모아 이야기를 한것이 자신들의 두려운 심정을 대변한다는 듯 점차 부풀려져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신들에게 처녀 한명을 바치면 모든 재앙은 끝난데.'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선뜻, 먼저 나서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엔
가장 가난하고 힘이 없는 나라에서 처녀 한명을 뽑기로 결정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가족이 없고, 사회적 지위도 없으며 거부할 힘이 없는 가난한 처녀.
나는 그렇게 신들에게 바쳐질 재물로 뽑혔다.
설부화용(雪膚花容)
눈처럼 흰 살갗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라는 뜻. 미인의 용모.
드디어 오늘이였다. 이 모든 재앙이 신의 노여움때문이라는 말도안되는 이유로 내가 제물로 바쳐지는 날.
그저 사람들은 재앙에 대한 핑계가 필요한 것 뿐이였다. 사실은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무분별한 전쟁과 사치, 자연을 해치던 행위때문이라는 것을.
덕분에 나는 신들의 강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물에 잠겨 죽을 것이다. 시발.
돈없고 고아인 내신세가 또 한번 처량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게 나으려나.
하지만 한창 꽃피울 나이에 죽는건 너무 억울하잖아!!!!!!
이러다 억울해서 처녀귀신 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처녀귀신되면 우선 나 재물로 넘긴 새끼부터 족치고 말테다.
"위대하신 불,바람,눈의 신이시여. 저희를 보살펴주신 은혜를 갚고자 처녀를 재물로 바치겠나이다."
천으로 묶여 눈 앞이 캄캄하다. 양 옆에 누군가 다가와서 팔을 잡고 어디론가 날 끌고간다.
몇 발자국 걷다 걸음을 뚝- 멈추더니 '잘가거라' 한마디만 하고 그대로 날 밀쳤다.'ㅈ,잠깐만..!'소리를 지르고 팔을 허우적대며 옆에있던 사람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난 떨어지고 있었다. 망할 내 인생. 이제 정말 끝이구나. 떨어짐과 동시에 강에 풍덩- 소리를 내며 빠졌다. 너무 차갑고 무서웠다. 새삼 한번도 보지 못했던 엄마와 아빠가 보고싶었다. 그리고 사람이 죽기전엔 살아온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더니 정말이였나보다. 그것도 잠시, 숨이 막혀왔다. 발버둥 쳐봤자 날 살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거지같은 내인생 다음생엔 제발 평범하게 살게 해주세요.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어나"
뭐지. 여긴 사후세계인건가..? 흐릿한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며 초점을 맞춰 앞을 바라봤다. 사람?...
"꺄아아아!!!!!!!!!!!!!"
"으어어어!!!!!!!"
갑자기 보이는 사람탓에 깜짝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며 벌떡일어났다. 그에 동시에 놀란 한 남자도 소리를 지르며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뭐야. 나 산건가? 어리둥절함도 잠시, 누워있던 내옆에 앉아 말을 건 남자를 보았다. 한껏 쳐진 강아지상의 눈에 귀여워보이는 인상, 그리고 척 봐도 비싸보이는 처음보는 옷. 그리고 잘 꾸며진 방. 한참동안 그 남자의 위아래를 번갈아보며 생각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남자에게 물었다.
"저...혹시 여기가 어디..?"
그 남자는 나의 말에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신들의 세계에 온걸 축하해."
빛의 신 변백현
"신들의 세계에 온걸 축하해."
웃으며 다정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잠시 벙쪄 넋을 놓고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을 꺼냈다.'신들의 세계?'라고 묻는 내게 또 한번 다정하게 '응. 신들의 세계'라고 또 한 번 대답해주는 그였다. 신들의 세계라니...그딴게 정말로 있을줄이야. 그 신들의 강이라는게 진짜인건가.
잠깐, 그럼 내 앞의 이 남자가 설마 신?
갑자기 드는 의문으로 다시 한참을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기분이 나쁠법도 한데 남자는 눈길을 받아주며 그저 한없이 웃고있을 뿐이였다. 이렇게 순하게 생긴 신도 있을까. 혼자 이러쿵 저러쿵 생각을 하고 머리를 굴리는데,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나 신 맞아.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빛의 신이지. 이름은 변백현이야."
내 생각을 읽은 것마냥 백현은 나에게 말했다. 백현..얼굴 만큼이나 이름도 이뻤다. 하지만 신이라니..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난 그저 재물로 바쳐져 강에서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이 세계에 오다니. 어벙벙한 얼굴을 한 채, '아..'라고 탄식을 내뱉고 백현을 바라보았다. 볼 때 마다 생각하지만, 정말 순하게 생겼다. 빛이란 이미지에 어울린달까?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마주대하는 바람에 깜짝놀라 눈을 크게 뜨며 깜빡거리는데,'설마 벌써 반하기라도 한건가?'라며 눈웃음을 짓는 바람에 여기서 즉사할 뻔 했다. 후- 얘 좀 위험한 것 같다. 아무때나 저렇게 눈웃음을 흘리다니..보는사람 간 떨어지게. 놀라서 벙찐 나를 보며 안그래도 가까운 거리의 얼굴을 더 가까이 다가와 '진짠가보네?'라고 웃으며 나의 이마에 쪽-소리가 나게 뽀뽀를 했다. 잠,잠깐만..뽀뽀? 갑자기 열이 확올라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져 볼을 감쌌다.
"어? 장난이였는데, 얼굴 빨개졌네?"
장난이라는 말에 화끈거리던 볼이 이번엔 다른 의미로 더욱 화끈거렸다. 창피해. 정도가 지나친 것 같은 느낌에 백현을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마주하며 또 웃을 뿐 이였다. 나쁜놈, 아무리 이마라고해도 처음이였는데.
"..장난이 심한 것 같은데요?"
기어갈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백현은 '아, 미안미안.'이라 말하며 또 웃으며 날 바라봤다. 하, 누가 저딴 웃음에 넘어가서 봐줄 것...같.....뭐, 이번만 넘어가는 것도 좋겠지.
백현은 정말이지, 인간 세계에 있었다면 여자 한두명은 기본으로 홀렸을 것 같다. 저 눈웃음으로.
그러고보니 목소리도 은근히 좋은것 같고...다른 신들도 백현처럼 다 잘생겼을려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금새 상황에 적응한 난 오히려 재물로 받쳐진게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백현이 잘생겨서는 아니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튼, 인간 세계에서 받던 대접보다는 이 세계가 조금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래?"
밖? 밖이라는 말에 신들이 사는 세계는 인간들이 사는 세계와 어떻게 다를까, 하며 약간의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아..좋아요.'라며 대답을 한 뒤, 침대에서 내려와 나가려고 하다 문득, 옷이 바뀐 기분에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 언제 옷이 바뀐거지. 난 옷을 갈아 입은 적이 없는데..? 설마 하는 생각에 백현을 바라보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그런 짓을 할리 없다며 부정하다 아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그런데..제 옷은 누가 갈아 입힌거에요?"
나의 물음에 백현은 잠시 당황하는 듯 하다 아까의 나와같이 볼이 발그레 해지며, 눈을 피했다. 설마...에이, 저런 순진한 얼굴로 내 옷을...
아니 근데 얼굴은 왜 빨개져????????
정말로 너가 갈아 입힌거야????????응????????
남에게 한번도 안보여준 내 소듕한 몸을????????????????
설마하는 눈빛으로 백현을 바라보자 그는 한마디를 남겨두고 먼저 밖으로 나가버렸다.
"갈아입히긴 했지만 보지는 않았어."
작가의 주절주절 클릭 |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잡에 작품을 올린 혀니콤보입니다..ㅎ 좀 짧은 것 같아서 죄송스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오타지적 환영이고,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올리겠습니다! 부족한 작품 봐주셔서 감사해요ㅜㅜ 암호닉 신청 받아요..그럼 이만 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