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여보세요?"
"야, 오늘 애들이랑 우리집에서 자기로 했는데 올래?"
"너 알잖아..."
"딱 하루도 안 돼? 내가 오늘 치킨이랑 다 쏘려고 하는데"
"미안해 다음에는 꼭 갈게 재밌게 놀아"
"알았어~ 학교에서 봐"
"응~"
며칠 전 학교에서 방학을 했다.
하지만 보충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학교를 다녀왔다.
방학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친구들을 보면 방학이라고 많이 놀러다니는데
나는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 소풍, 수련회 이런 곳들 빼고는
놀러가본 적이 없다.
우리집에는 그럴만한 돈도,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어렸을 때의 앨범 속 사진들을 보면
우리 가족은 참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
그 옆에서 엄마의 어깨에 손을 두른 아빠
아빠의 손을 잡은 나.
그렇게 우리 세식구는 행복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엄마, 아빠는 구겨진 종이가 되었다.
내가 아무리 다시 펼치려고 노력해도
종이는 옛날처럼 변하지 않했다.
침대 위에 꺼내둔 원피스를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저 얼룩은 도대체 언제 생긴 걸까?
분명 사놓고서 단 한 번도 입고 나간 적이 없는데...
나는 얼룩이 진 원피스를 빨지 않고 그대로 입었다.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초코 아이스크림에서 아직도 달콤한 그 아이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부모님 몰래 밖을 나왔다.
친구네에 가고 싶었지만 멀리까지 가기엔 용기가 없었고
집에 계실 엄마가 걱정이 되었다.
'딱 한 시간만 나갔다가 와도 괜찮을 거야.'
아파트를 나와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여기서 항상 놀던 애기들도 없었다.
여기 나오면 혼자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난 혼자였다.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그네를 타며 땅에 애꿏은 신발을 툭툭 치고 있었다.
"여기서도 혼자네. 집에 가도 혼자일텐데..."
"안 추워요? 얇게 입었는데."
이번에는 내 뒤에서가 아닌 내 앞에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이 아니면 그 아이를 놓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또 잘못들은 걸테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그 아이를 닮은 사람이라도.
그런데 정말 그 아이였다.
정말.
"어..? 정말 너야? 너 맞지? 이거 꿈 아니지? 아니야 꿈이라고 해도 좋아. 왜 이제야 왔어. 나 진짜 많이 기다렸는데..."
그 아이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복을 보니 우리 학교는 아닌 것 같았다.
하긴 닮은 사람이겠지.
그래도 이렇게 닮은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했다.
하늘에게, 그 아이에게. 또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아이에게.
이 아이는 반가워하다가 울먹이는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마치 꿈에 나온 그 아이 같았다.
나는 이 아이가 그 아이처럼 내 곁에서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잠시 몇 분이라도 그 아이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얼굴을 마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내 앞에 있던 아이는 내가 앉아 있는 그네 옆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왜 울어요? 누구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아니에요! 그냥 바람이 불어서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하하"
"그래요? 눈 안 아파요?"
"그럼요! 저 완전 튼튼해요!"
"와 정말요?"
해맑게 나를 보며 웃는 이 아이를 보며
그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아이일 것 같았다. 내가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 못 할리가 없을텐데...
"그런데 미안한데 지금 몇시예요?"
나도 모르게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을 잊고 있었다.
"8시 24분이요!"
"미안한데 저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조심히 들어가요. 날 추우니까 다음엔 따뜻하게 입고 나와요."
"고마워요..."
"그리고 아까 표정 보니까 우울해보이던데 무슨 일이든 깊게 생각하지 마요~"
"네?"
"우울한 생각을 하면 끝이 없이 우울해지니까...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요."
"화이팅!"
내가 집에 들어갈 준비를 하자
이 아이도 내려 놓았던 가방을 다시금 메고 일어났다.
나는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지금 돌아가면 지금 이 아이와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
평소 학교에서도 친한 친구들이 아니면 말도 없던 나였지만,
무슨 용기가 났는지 나도 모르게 먼저 용기를 내었다.
"미안한데 혹시 이름이..."
"아, 이름도 안 말했었나? 전정국이요."
---------------------------------------------------
오늘 나온 정국이가 꿈에 나온 그 아이일까요...?하하
궁금하시면 계속 봐주세요~~♡
암호닉 단미님, 정국꽃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으랏차차!
모두 좋은 꿈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