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졸려. 디지겠다 진짜.. 알람을 5분 후로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간이 됬다. 아. 더 자고싶어. 나가기 존낸 싫다.. 침대 위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우리 엄마가 미친년이라며 혀를 찰게 뻔하다. 겨우 겨우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기어들어갔다. 워. 깜짝. 내 얼굴을 보고 내가 놀랐다. 아침부터 이렇게 눈갱을 시전하시다니요 ! 나랑 살 남자는 참 불쌍해. 낄낄 웃으며 실없는 소리를 내뱉다 칫솔을 입에 물었다. 어.. 뭐지. 내가 아는 치약맛이 아닌데. 내가 방금 손을 댔던 곳으로 시선을 돌ㄹ... 아. 미친. 클렌징폼. 정략결혼깬변백현X실음과너징 오냐. 나도 실수하면 쪽팔려서 고개 못 들어. 너 전화할 틈은 있어? 잘한다니까. 별 것도 아닌걸 가지고 진짜.. 버스에 카드를 찍고 눈에 보이는 빈 자리에 털썩 앉았다. 예. 걱정마시라구요.. 어머님한테 내 안부도 전해드리고. 못 찾아뵈서 죄송하다고. 응, 응. 전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지은이의 목소리는 걱정이 뚝뚝 묻어났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뭐 그리 큰 일을 한다고. 병원에 입원하신 본인 어머니나 잘 챙겨드리지. 지금은 내 친구 지은이 땜빵을 가고있다. 지은이는 나랑 같은 실음과인데 아는 언니 빽으로 식장에서 피아노를 치는 알바를 한다. 근데 그 식장 규모가 꽤 커서 유명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나에게 몇 번이고 자랑하듯이 말을 했었다. 오늘은 뭐 BY호텔 대표 아들이 DF백화점 사장 딸내미와 결혼을 한다고 그러더라. 나는 지은이가 하던대로 구석진 곳에서 피아노 몇 분 치면 되고. 그러니까, 지은이가 저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거다. 혹여나 자신이 잘릴까봐 걱정하는거라면 접어두라고 하고싶었다. 내가 피아노 몇 년을 쳤는데. BY호텔이나, DF백화점이나 이름만 대면 전국민이 고개를 끄덕일만큼 유명하다는건 나도 잘 안다. 근데 뭐, 내가 주인공이야? 옆에 바이올린부터 시작해서 여러 악기들이 잔뜩 연주될텐데 뭘그리 걱정을하나. 그러면서도 지은이의 체면이 걱정되 허공에 손가락을 놀려가며 악보를 떠올렸다. 이 곡. 내가 대학 다니는 4년 동안 하루에 한 번은 질도록 쳤던 곡. 우연히도 오늘 결혼식에서는 내 손에 익숙하다 못해 눈 감고도 치는 그 곡을 연주하게 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창 밖을 보고 있는데 큰 건물이 보였다. 이름이.. J웨딩홀. 어. J웨딩홀. 망했다. 내려야하는 곳을 지나쳐버렸다. 급하게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카드를 찍었다. 끙. 정류장 간격이 왜이렇게 멀어. 시계를 보니 뛰어가면 대충 맞을 시간이였다. 버스 뒷문이 열리고, 나는 방금 지나온 그 길을 그대로 되돌아갔다. "아, 오셨네요. 아슬아슬하게." "죄송합니다." 뛰느라 헝클어진 내 머리를 슬쩍 정리하며 고개를 숙였다. 워낙 큰 기업의 행사다 보니 매니저는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저기 피아노 보이시죠. 저기서 연주하시면 되고, 지금 가서 다른 분들이랑 한 번 맞춰보세요." 네, 하고 짧게 대답한 후 홀 안으로 들어갔다. 와.. 드럽게 크네. 아까 매니저가 가리킨 곳으로 향하자 이미 도착한 분들이 악기를 손보고 계셨다. 헐. 나 빼고 다 오셨나봐..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소심하게 인사를 건네자 웃으며 답해주시길래 따라 웃었다. "앉으세요. 맞춰봐야죠." 고개를 끄덕이곤 피아노 의자에 앉아 피아노를 툭툭 건들였다. 몇 년을 친 곡인데. 실수하지 말자. 지휘자의 손짓으로 연주가 시작됬다. 다들 실력있으신 분들인데 나 혼자 망치는건 아닌가 할 정도로 매끄럽게 곡이 흘러갔다. 듣기로는 신랑 신부 입장 때 한 번, 또 식이 끝날 때 한 번 한다던데. 머리속에 그림을 대충 그리며 연주를 계속 했다. 물 흐르듯이 흘러간 곡이 끝이났고, 지휘자는 만족한 듯 했다. 신랑 입장. 연주가 시작됬다. 하던대로 하면 문제없어, 하던대로. 오늘 아침, 지은이와 통화를 하면서도 크게 걱정이나 긴장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앉으니 지은이의 걱정이 조금씩 이해가 갔다. 호화스러운 웨딩홀과, 머리부터 발 끝까지 사소한 것이라도 명품을 두른 사람들. 왠지 모를 위압감이 나를 감싸 긴장이 됬다. 눈을 꼭 감았다 뜨며 연주를 계속 했다. 혹시라도 틀릴까봐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던 악보를 올려놓고 힐끔 힐끔 쳐다보며 연주를 했다. 이어서 신부가 입장하고, 연주는 끝났다. 그제서야 신랑 신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어... 정말.. 잘생겼다. 그리고 예쁘다. 태어나보니까 저 얼굴에 부모님은 돈이 넘쳐나고. 와, 부럽다. 저 사람들은 모자른게 없구나. 아니다, 성격이 개똥같으려나. 안그래도 얼굴이 굳어있는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킥킥 웃었다. 근데 진짜 잘생겼다. 신랑 신부 입장 후 바로 주례로 넘어가 주례를 짧게 끝내고 양가 부노님께 인사를 드렸다. 뭐, 다른 일반 결혼식처럼 절을 하고 울지는 않고 고개만 까딱거린게 끝이였다. 정략결혼이라더니- 흔히 결혼식에서 하는 유쾌한 장난이나 검은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그런 말들도 하지 않은채 넘어갔다. 근데 정략결혼이라는걸 진짜 하긴 하는구나.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 낯설었다. 그렇게 많은 순서를 생략하고 짧게 결혼식이 끝났다. 나는 한 번 더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피아노를 쳤고, 잠깐 봤던 그 신랑의 시선이 내게 머물러있는 것 같았던건 내 착각일까. 곡이 끝났지만 매니저의 지시에 곡을 연주했던 사람은 모두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냥 멍때리는게 지루해 이리저리 둘러보다 그 신랑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마이크를 잡고 톡톡 치던 그는 저의 아버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 뭐하는거지. 그의 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린채로 신랑을 쳐다봤다. 신랑은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뭐지. 내 근처에 신부라도 있나.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중 그 신랑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팔을 잡고 일으키더니, 아까 서있던 그 자리로 끌고간다. 헐. 미쳤다. 뭐지? 내가 뭐 실수했나? 아니면 내 연주가 맘에 들어서 나를 호텔에 취직이라도... 얼굴에 물음표를 잔뜩 띄우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게 느껴졌다. "저, 이사람이랑 결혼 약속했습니다."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 내 손을 깍지껴 잡으며 내뱉은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 안녕하세요! 첫글이네요. 히히.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렸을 땐 댓글을 살포시 남겨주세요(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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