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2411l 4

 

 

 

 

 

아찔한 천국을 향해

w. 헬로블랙

 

 

 

 

 

 

 

 


1.

 

 

 

하늘이 경계를 빙 둘러 붉어졌다. 하루가 까마득히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늘 그렇듯이, 리바이는 고개를 비스듬하게 꺾었다. 아찔한 벽 위에서 바라보는 아래는 항상 아득했다. 매일매일 달라지지 않는 풍경이었지만, 그것에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명령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은. 리바이는 오른발에 중심을 쏟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저녁을 보내는 건 항상 있는 습관이었다.

 

 

 

 

 

몇 안 되는 조사병단들은 그 시간대면 항상 저들끼리 모여 시간을 때우곤 했다. 그러나 리바이는 아니었다. 그의 직급 탓도 있었지만 성격이 그 애매한 사이에 한몫했다. 리바이는 어딘가에서 한 위치를 차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그렇듯, 리바이는 자주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었다. 조사병단들은 그의 능력을 존경하고 떠받들었지만 리바이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병장이라는 수식어를 뗀 리바이는 아예 무의미한 것처럼 보였다. 있지, 병장님은 왜 저러지. 병장님이 말야. 어딘가 불안해 보여. 병장님은, 그냥 좀 그래...... 소문들을 받아들일 여유도 없는 이에게 쏟아지는 이야기는 좀 가혹했다.

리바이도 저에게 전해지는 말들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입에 입을 타고 흩어지는 소문들. 그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그런 것쯤은 금세 사라졌다. 세상 모든 게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리바이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거의 대부분의 병사들이 떼지어 모여 있을 때 일부러 벽 위에 올라와 있곤 했다. 자신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았다.

 

 

 

 

 

-엘빈 단장님!

 

 

 

 

 

저 아래서 갑자기 병사들의 외침이 들렸다. 아마도 조사병단의 단장이라는 이가 형식상 병사들을 둘러보러 온 게 틀림없었다. 그 정도 나이에 단장이라는 직급을 맡을 만한 이였다. 조직에 대한 책임감만으로 꽉 차 있는 사람. 그런 엘빈 단장 앞에 채 일 분도 되지 않을 시간 안에 병사들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정렬로 늘어섰다. 그러나 그 부산하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추는 그 광경에 리바이는 없었다. 애초부터 단장과 병장의 직위를 따질 수 없었는데도 리바이는 항상 그랬다. 하지만 단장이 그걸 지적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항상 그랬다. 제멋대로 벽 위에 올라선 리바이의 뒷모습을 무심히 올려다보던 엘빈은 다시 병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병사들에게 하는 말은 매번 똑같았다. 항상 본연의 일에 충실해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을 던져라. 그런 식의 이야기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걸 저가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다. 그러면 또 병사들은 쥐죽은 듯이 그 이야기밖에 들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원래 군대란 곳이 그랬다.

 

 

 

 

 

말을 끝마치고 연거푸 헛기침을 한 엘빈은 이내 발걸음을 떼었다. 리바이가 선 벽 쪽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였다. 리바이도 힐긋 돌아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같은 조사병단 소속이 아니라 남남이라도 된 듯한 눈치였다. 엘빈이 흙먼지 사이로 제 몸을 돌릴 동안, 둘 사이에는 어떠한 신호도 오가지 않았다.

 

 

 

 

 

리바이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벽 아래 세상을 내려다 보았다. 수많은 이들이 거기서 목숨을 잃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롭고 조용했다. 오히려 소란스런 이쪽보다도 나았다. 겉으로 보기엔, 천국인 것만 같았다. 차라리, 천국이었다.

 

 

 

 

 

 

 

 

 


2.

 

 

 

리바이가 생전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사람이 엘빈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떨거나 두려움에 젖어야 할 일이 없었다. 리바이는 누구보다도 강했다. 그건 그가 나고 자란 지하 세계에서부터 배운 일종의 습관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싸우고, 이기고, 상대방의 목을 꺾고 피를 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거나, 개처럼 기어야 했다. 어디서나 통하는 법칙이었다. 이기는 사람을 건드릴 자는 없었다. 그리고 리바이는 엘빈을 만나기 전까지 오로지 이기는 사람이었다. 그런 공포스런 엘빈을, 리바이는 도무지 떨쳐낼 수 없었다.

 

 

 

 

 

아직도 턱을 잡아채던 손이 선명했다. 자기는 계속 눈을 뜨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가 않았다. 공중에 매달려 흔들리면서 숨도 몰아쉬지 못한 몇 초의 시간이 선명했다. 언제 더 억세게 손아귀에 힘을 줄 지 몰랐다. 리바이는 그저 눈을 질끈 감은 채 뱉어지지 않는 숨소리를 억지로 끄집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리바이는 죽는다는 게 뭔지 실감했다. 그리고 무서워졌다. 죽음의 징조였다. 그게 아마도 공포일 거라고, 리바이는 직감적으로 그걸 알 수 있었다. 엘빈은 리바이에게 공포를 가르쳐 주었다.

 

 

 

 

 

왜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난 지는 알 수 없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던 리바이는 고개를 돌렸다. 항상 그랬다는 듯이 엘빈이 흥미롭게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바이는 가만히 흔들의자에 기대어 무심한 시선으로 엘빈을 마주했다. 한동안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정갈하기 그지없는 익숙한 방에, 둘만 있던 적은, 그리고 이렇게 아무 말도 오가지 않던 일은 흔했다. 리바이는 얇은 입술로 내뱉듯 말했다.

 

 

 

 

 

-다른 새끼들은 아나?

-.......뭘 말하는 거지?

-너하고, 나.

-......

-밖에선 말도 안 섞는 상관들이.

-......

-이런 관계인 거.

 

 

 

 

 

그런 말을 하면서도 리바이는 웃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무감각한 얼굴일 뿐이었다. 엘빈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두어 발짝 걸어가더니 리바이의 뒷머리를 확 잡아 뒤로 젖혔다. 리바이는 놀라지도 않고 천장만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는 그 이상의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장작이 동이 날 기세로 다 타들어 가는 동안, 리바이는 한 마디도 엘빈에게 건네지 않았다. 그건 엘빈도 그랬다.

 

 

 

 

 

 

 

 

 

 


3.

앞뒤를 구분하기 힘든 날들이었다. 구름은 언제나 느릿느릿 지나갔지만, 시간이 그렇게 느긋하게 지나가는 법은 없었다. 건조한 늦여름은 후덥지근했다. 사람들이 모두 지쳐가거나 무기력해질 즈음이었다. 그건 조사병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왠지 평소와는 달리 병사들은 축축 늘어졌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런 것에는 어떤 호통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리바이도 알고 있었다. 일종의 휴식이 필요할 차였다. 언제 거인이 벽 안쪽에 들어올지는 몰랐지만, 벽 밖의 수색은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 수십 번의 수색 끝에도 수많은 병사들을 잃고 자금을 잃은 군대에게는 힘이 없었다. 그러니 수색을 나가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리바이는 병사들을 내버려 두었다. 아예 놓은 건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느긋하게 대했다. 이게 일 년 중의 유일한 휴식 기간이라는 것을 병사들도 알고 있었다.

 

 

 

 

 

짧은 훈련이 끝나고, 리바이는 가만히 제 방 벽에 기대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언제 거인의 위협이 닥칠지 모르는 곳의 하늘이라기엔 지나치게 평화로웠다. 이런 때는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사실 생각이란 건 부질없다고 말하는 리바이었다. 지나친 생각은 잡스러운 고민들을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생각이란 걸 하면 언제나 머리가 아팠다. 리바이에게는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명령을 받고, 명령을 내리는 일이 편했다. 그런 것에는 어떤 생각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히려 이런 휴식 시간이 고역이었다.

 

 

 

 

 

리바이는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책상에 다리 두 짝을 올려놓고서 나무 의자에 상체를 기댔다. 등이 좀 배겼지만 상관없었다. 그냥 잠을 좀 잤으면 했다. 상상이란 걸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럴 때면 언제나 그 생각이 불쑥 치솟기 마련이었다.

 

 

 

 

 

 

 

 

 

 


4.

엘빈은 항상 분주했다.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좀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고 느낀 적은 있었지만, 한 군대를 책임진 이상 쉰다는 것이 그에게 허락될 일이 없었다. 식사도 자주 걸렀고, 오로지 지휘에만 충실했다. 사람들이 엘빈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책임감 뿐이었다. 그의 인간성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그런 사사로운 건 일에 방해가 된다고 치부하기 마련이었다. 사람은, 언제나 밖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를 바꾸는 존재였다. 그건 엘빈도 그랬다. 밖의 이야기에 부응하려 저를 바꿔갔다. 군대 속의 몇 년 사이에, 엘빈은 원래 그를 알던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제 본모습을 버렸다. 사실 조사병단 같은 곳에 있으면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에게 있어선 언제나 침착함이 필요했다. 함부로 역정을 내거나 하면 위신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엘빈은 그가 항상 그랬듯이, 무덤덤함을 내세웠고 그다지 입을 많이 열지 않았다. 가끔 일에 집중할 때는 하루에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지금도, 엘빈은 책상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엘빈 단장. 부른 이유가, 뭐지?

 

 

 

 

 

삐딱하게 비껴선 목소리가 들렸다. 퍼뜩 고개를 들어 보니, 무심하게 문가에 기댄 그가 보였다. 리바이 병장이었다. 그는 군대에 최우선의 존재라는 것을 엘빈은 알고 있었다. 리바이조차 없다면 조사병단은 저 아래부터 어긋날 게 틀림없었다. 엘빈은 아무 말도 없이, 턱짓으로 옆의 의자를 가리켰다. 리바이는 아무 말도 없이 걸어와 거기에 반쯤 걸터앉았다. 상관 앞이라고 하기엔 무례한 태도였다.

 

 

 

 

 

-왜 불렀어. 두 번 묻게 하지 마.

-위쪽에서 전령이 왔어. 세 달 뒤 수색 명령이 떨어졌지.

-......

-이번에도 실패하면, 조사병단을 해체시키고 다른 군대를 만들 작정이야. 헌병단과는 별개인 왕 직속 부대를.

-뭐?

-전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계획을 짜야겠어.

 

 

 

 

 

엘빈은 손을 뻗어 제 앞의 지도를 툭툭 쳤다. 복잡한 선이 어지럽게 그어져 있는 지도였다. 리바이는 대강 그것을 바라보았지만 얼마 안 가 시선을 떼었다. 별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나하고 얘기 할 건 없는데. 이런 건 한지하고 이야기하는 거 아니었나?

-......

-이런 거 얘기하려고 굳이 여기까지 오라고 한 거, 아니지 않나.

 

 

 

 

 

리바이는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앉아 엘빈을 바라보았다. 저보다 한참이나 체구가 큰 사람을 올려다보는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굳어 있었다. 리바이의 얼굴에서 입술만 간신히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엘빈은 그런 리바이를 흘끔 보더니, 이내 팔을 뻗어 지도를 접고선 책상에 탁 올렸다.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 방을 꽉 채웠다. 그 정적을 깨트리듯, 엘빈이 입을 열었다.

 

 

 

 

 

 

 

===============================

글잡에 글 처음 써 본단 말입니다... 애니 연성은 또 처음이란 말입니다..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우와... 진짜 글 잘쓰세요! 신알신하고 가요~ :)
11년 전
독자2
잘 하고 계시지 말입니다ㅠㅠㅠㅠ 왜 이제 오셨지 말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엘빈리바 흥해라 삉삉 신알신해여ㅠㅠㅠ
11년 전
독자3
기다리고있었지말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서 이제 999편남은건가요 기다릴게요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헐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이 시급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와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잘쓰시지 말입니다... 신알신하고 갈께요 다음편기대기대 두킁두킁
11년 전
독자6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지하도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궁금해요 다음 편 기다릴게요
11년 전
독자7
우와오옹....!!! 신알신하고갑니다아
11년 전
독자8
우오옹 완전 잘쓰신다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전체 인기글 l 안내
6/20 18:44 ~ 6/20 18:4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