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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조각글] 그 시절 | 인스티즈

 

톡,하고 작게 던져진 돌맹이가 수면 위를 온통 어지럽히덥디다.

 

때는 바야흐로 1939년.한창 바다넘어 왜놈들이 판을 칠 적이었습니다.

매년 가을마다 추수기가 되며는, 일용할 양식을 꼬박꼬박 상납하여야했던 그 계절, 저는 산으로 뛰고있었습니다.

나으리아닌 나으리들이 오시는 날엔 온 부락이 조용합디다. 그럴만도 하겠지요.

그분들이 지고다니는 그 총에 혹여나 다치기라도하면 큰 낭패잖습니까.

무어, 그런 이유도 가득하지마는, 아무래도 부락 외각 [그] 가족들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모두가 비웃던 그 사람이, 나으리아닌 나으리가 되어버릴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난봉꾼마냥 가을만 되면 이 부락 저 부락 옮겨다니며 온갖 양식을을 꽤어가는게,

어쩌겠습니까, 어쩌겠어요.

 

힘없는 부락민들은 모든것을 내어주어야 하것지요.

 

그해 가을도 마찬가지로 그랬습니다.

 

온 부락의 아이들이 제 엄니에게서

 다음 추수까지 버틸수있을만큼의 양식이 들어있는 자루를 받아 들고선

나으리아닌 나으리가 오지못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숨기로했었죠.

무거운 포댓자루를 양팔 그득히 안고서는 무성한 갈대밭을 지나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꽂았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바보같게도, 당신은 그저 가만히 길 가운데에 주저 앉아있더랍니다.

옅게 부는 가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머리를 휘날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련합니다.

양반들이나 입었을법한 좋아보이는 옷을 걸치고선 가만히 눈을 감고있던 모습이

내게 어찌 비추어졌는지, 나으리는 감히 알기나 하십니까.

사실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내세워 그대에대한 제 맘을 따져놓기도 전에,

저는 나으리를 보고 어느 미친것이 저렇게 정신을 빼놓고있느냐고 생각했었습디다.

 

"대체 여기서 뭐하는거에요,얼른 피하지않고선...!"

 

보다못한 내가 나으리의 팔을 붙잡고 이끌때까지, 나으리는 눈을감고 있더랍니다.

제 팔을 이끌며 잡아당기는 어린 계집의 목소리를 듣고선 나으리가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나는 감도 잡히지않다마는,

곧이어 되려 제 팔을 잡고 산으로 달리던 그 뒷모습이 아직도 그린듯 내게 비추어옵니다

 

언덕위 슬쩍슬쩍 비치는 햇볕에 반짝이는 그 머리카락이 어이나 고와보이던지,

나도 모르는새에 홀린듯 손을 뻗으니 고개를 낮추어주던 나으리가 내게 어떤의미로 다가왔는지.

짐칫 당황해 손을 낮추던 나를 보며 볼을 긁적이던 나으리에게 왜 가만히 있던것이냐 조심스레 물으니 이리 답하셨었지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말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여쭈어뵈도 될까요?

그리 물으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양식자루를 꼬옥 쥐고서는 바닥으로 푹, 꼬꾸라지듯 앉으니 나으리역시 제 옆에 앉으셨었지요.

제쪽으로 언듯언듯 부채질을 해주며 부락 전체를 스윽 내려다보는 그 모습을 나는 차마 다 보지못하고 고개를 돌렸더랍니다.

이미 나으리아닌 나으리는 부락에 도착한것인지, 사람 한명 안 돌아다니는 부락의 모습이 얼마나 눈에 익지않던지.

 

"걱정되느냐"

 

툭,하곤 바닥으로 가라앉던 그 작은 말이 내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는지.

계집이라함은 본 사내와는 천지가 나뉠정도로 턱없이 다르던때여라, 놀란 가슴을 어떻게 진정시켰던지.

그때부터였더라면 그때부터였겠지요.

 

...나으리는, 알고나 있으십니까.

 

-

 

본보기라는게 있더란걸 왜 잊고있었을까요. ...정말로 바보같이.

거둬들인 양식이 제 값을 다 치루지못할때에, 나으리아닌 나으리가 본보기로 어느 한집을 골라 몹쓸짓을 저지름을

이 멍청한 머리가 잊었었나봅니다.

나으리아닌 나으리의 눈이 옹잇구멍일리도 없어, 우리가 산에 숨어들어가는것이 적나라하게 보였을것이 뻔한디도.

곡식을 한손에 쥐고는, 한손으론 볕을 가리며 걷고 걸어 부락으로 돌아오니 글쎄 우리 집을 한참 둘러 부락 사람들이 모여있더랍니다.

너무 놀란 맘에 자루를 내팽겨치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예..?엄니...엄니..."

 

아부지 눈좀 떠보세요,제발...

 

마당 한 구석에 자쁘라져있던 엄니와 아버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디다.

피가 나고 진물이 흐르고 이빨에 빠져나갈때끄정,

하나있는 자식년 하나 살리겠담서 곡식이 있는곳을 말하지않았을 두분이 눈에 훤히 그려지덥니다. 

 

"아이고오... 엄니,아,아부지...눈좀 떠보세요 제발..." 

 

엄한 제 가슴을 퍽퍽 두드리며 툭툭 눈물을 흘릴때도, 부락 사람들은 암말도 안허고 죽은듯 있습디다.

속상하고 또 억울해서, 계집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하였을것을,

계집만 아니라면, 그 나으리아닌 나으리를 쫒아가 콱 죽여버렸을것을.

왜 하필이면 계집년으로 태어난건지 존재 이유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더랍니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엄니와 아버지를 안방으로 옮기고 물수건으로 상처를 닦아드리는동안, 나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약도 구할처지가 못되어 곪아버리고 썩어버릴것이 분명한 상처에 내 속도 곪아버릴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나으리가 아니었더라면, 우리 엄니랑 아버지, 분명 좋은곳은 못가셨을겁니다.

자신이 서양에서 온 의원이라며 부랴부랴 큰 가방을 이끌고 방안으로 들어온 나으리를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아주 옅은 볕이, 내 위로 내려앉은것만 같았습디다.

 

-

 

몇시간동안 물수건을 갈고,갈고.

나으리가 두분을 치료하는 모습을 멍청히 바라만 보았덥니다.

시간이 지나 촛불을 켜게되고 그러고도 한참이 지날때까정요.

 

내게있어 나으리는, 제 은인이자-

 

-

 

나으리가 저희 집에서 머무르며 두분을 치료해주실적에

나으리는 제게있어 유일한 버팀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고맙습니다,고마워요..."

 

맨정신으로는 잠들수 없던 날, 무작정 오밤중에 나으리에게로 찾아간 저를 나으리께선 반가히 맞아주시었습니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선. 이틀, 사흘, 나흘, 그리고 그 후로도.

함께 보내는 밤이 많아질수록 왜인지 맘이 편해지는것이, 내가 홀려버린건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대와 함께하며는, 해가뜨지 않는 단 하룻밤만 내게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나는 늘 그리 생각했습니다.

 

-

 

 

나으리께서 결국 우리부락에서 살게 되셨을때, 그땐 나으리께 다가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요.

이 외진 땅에선 볼수없는 금빛 머리카락과, 언젠가 옆집 아씨께서 보여주셨던 바다 넘엇것들의 보석과도 같은 그 눈동자가

얼마나 어여쁘고, 얼마나 영롱한데 미처 그것도 모르고선. 

 

나으리-,나으리-. 

 

그리 부르며 나으리네 댁에 찾아갈때마나, 온통 사사로운 이유로 그대를 찾아가던 내가 귀찮았을것이 분명한데도.

 

"오늘도 이리 곱게오면, 대체 무얼 어쩌자는것이냐."

 

장난스레 웃어보이는 그 모습이 얼마나 저를-...

나으리앞에 설적마다 내가 왜 그리도 숨을 크게 들이마쉬고 내쉬었는지, 생각이나 해본적 있으십니까.

 

-

 

온 부락의 사내들이 사라졌을 적이었습니다.

옆집 춘동이 오빠는 물론이거니와 뒷집 석이도 끌려갔더랍니다. 

종종 마을에 남으신 어르신들은 아프게 가슴을 내려치기도 하시고, 곡소리를 내기도 하셨습니다.

강제 징용이라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쏘아대던 앞집 아줌니의 얼굴이 선합니다.

 

"... 멀리서 이야기 들어보니까, 어떤 부락에선 여자들도 잡아간다든디?"

"아휴,그게 정말이여?세상이 워낙 미처돌아가니...아니 그럼, 그 여자들을 어따 가져다쓴댜?"

"배타고 가기만하면 늘 괴기에 뜨뜻한 흰쌀밥 먹고 편히 일할수있담서 꼬셔가지곤 성노예로 쓰는 일이 다반사래잖여~"

 

나으리와 함께 산책을 하며 아줌니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으리가 발걸음을 뚝 멈추셨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허공을 빠안히 쳐다보시더만, 대뜸 저를 붙잡고선 집으로 들어가 이리 말씀하셨었지요.

 

"안된다,정상아. 절대로 안되는 일이야."

"무엇이 말입니까, 나으리...?"

"절대,무슨일이 있어도 너를 내어주지않을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너를 가진다 하면, 내 당장 너를 부숴버릴것이야!

그러니 너는, 너는 부디 나 모르는데로 가지말아라-..."

 

그리 말하며 엉엉 울어버리던 나으리의 모습이 어찌나 나를 근질거리게 만들던지.

아이처럼 우는 나으리의 눈물을 닦아주며, 근질근질한 심장깨에 나는 감탄을 금치못했습니다.

 

-

 

60쯔음 되신 김할아버지는, 입담은 좋지 않으셔도 나무를 다루는 실력만큼은 훌륭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부락 내의 모든 대문들역시 김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것이었고요.

마당 한켠에 지하로 통하는 작은 방을 만들고서는, 그 위를 흙으로 덮으니 누구도 의심못할 만큼 감쪽같았습니다.

혹여나 마을 아줌니들이 말했던것처럼, 나으리아닌 나으리가 와선 마을 계집들을 싹 다 데려갈쯤엔

반드시 이곳에 함께 들어가 쥐죽은듯 있자며 누누히 나를 타이르던 나으리의 말씀이 내 귓가를 울렸습니다.

 

-

 

어느날 나으리가 나를 다급히 부르셨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온통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불안해보이는 눈동자.

다급히 말을 쏟아내는 나으리의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나는 전에 만든 지하 방 속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혼자만이 놓여지게 된 그 상황에서, 나으리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았습니다.

 

먼저 들어가 가만히 있으라고, 상황이 정리되면 나역시 너를 찾아 갈것이라고.

 

나으리아닌 나으리가 마을에 오기라도 한것일까요,정말로 계집들을 잡아가기위해서?

귀를 꾸욱 막아도 울리는 총소리는 내 손을 비집고 머리속을 파고들었습니다.

나으리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떡하지?

자꾸만 불안해져만 오는 맘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아냐, 그럴리가 없어. 

 

체감상으로 몇시간이 지나고, 온 사방이 고요해져

어딘가에서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릴쯤 나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으리?"

 

부락엔, 그 누구도 남아있지않았습니다.

 

-

-

-

 

그리 사라져버린 나으리를, 나는 십년간 그리고만 있습니다.

열네살이던 나는 스물네살이되어 이젠 어엿한 처녀티를 내며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혼기를 넘기고도 무슨 고집인지,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는 주제에 나으리만을 생각하며 작은 주막에서 이리 일하고있습니다.

 

"야야,정상아!어서 상 안내오고 뭐허냐!!"

"아,네!!가요,가!!"

 

오늘도 다급한 주모씨의 목소리에 다급히 상을 옮겼습니다.

쫙빠진 양복을 입은 누군가의 머리카락은, 지나치게 나으리를 닮은듯 보여 나는 조금 주저했습니다.

상 나왔어요.

그리말하며 뒤돌아가려하니, 대뜸 확 안아오는 그 누군가에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익숙한 체취에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오랜만이구나"

 

그 목소리에, 어찌나 가슴이 내려앉던지.

 

"....나으리?"

 

살며시 그리 물어본 내게 그대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나으리다,나으리. "

 

아무말도 생각나지않아 푹 고개를 숙인 내게, 나으리께서 이리 말씀하셨습니다.

 

"너 없이 사는게 정말 힘들더구나. 너는 어찌,힘들었더냐?"

 

예,예...힘들었습니다. 힘들었어요. 정말로 벅차고 힘들었습니다.

 

"나는 네가 좋았다."

 

그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듯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있어서 그저 과거였나봅니다.

내가 멍청히 기다렸구나 하며 고개를 숙이고있자니, 앞까지 다가온 그대가 내게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것은 매한가지이고, 세월이 암만 지나도 늘 그러할것이다."

 

나는 정상 네가 좋구나. 그러니,너역시 내가 좋다고 어여 말해보아라.

 

그리말하는 나으리를 향해, 나는 화안히 웃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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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썼.......는데 똥글..................별이 되버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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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브금이랑 너무 잘어울린답 ㅠㅠㅠㅠㅠㅠ 잘읽고가욥♥ ㅠㅠㅠㅠ 아련+감동이다ㅠㅠㅠ
9년 전
독자2
헐헐 ㅠㅠ 금손이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ㅠㅠㅠ좋아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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