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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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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편의점에 들어가던 로빈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밝게 인사하던 남자도 로빈의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천오백원이요."

개구리같이 생긴건 여전하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나서던 로빈이 뒤를 흘끔 보면서 생각했다. 로지의 학원에서 생판 모르는 남자를 변태 취급한지 이주가 지났다. 설마 그 남자를 학교 앞 편의점에서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요 며칠간 편의점 문 앞에 야간알바를 구한다는 전단지가 붙어있더니 아무래도 새로운 알바로 남자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편의점을 자주 들리는 편인 로빈으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막상 마주치니 다시끔 저번의 불쾌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뒤에서 밝게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를 외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빈은 다시한번 정말로 자존심도 없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어서 오세요."

남자가 언제나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로빈은 카운터를 본체만체하며 음료코너로 가 커피를 집어들었다.  

"이천오백원이요. 아, 이건 행사 상품이라서 증점품이 있어요. 저기 있는거 집어오시면 되요."

남자가 손짓으로 냉장코너를 가르켰지만 로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행사상품으로 주는 차가운 샌드위치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로빈은 편의점 음식을 싫어했다. 그는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맛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그런 질 나쁜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 원하지 않으시면 가져가지 않으셔도 되요. 하긴, 저런 음식은 건강에 엄청 나빠요. 되도록이면 안 먹는게 좋죠."

남자가 한껏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괜한 참견하고는. 로빈이 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로빈이 무표정으로 계산대만 응시하자 남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안녕히 가세요."

남자가 밝게 외쳤지만 로빈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편의점을 나서며 로빈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혹시라도 남자가 자신을 향해 욕을 날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남자는 바보같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또다른 손님을 맞고 있었다. 실망스러운 기분이 된 로빈은 음료수 뚜겅을 열며 입을 삐죽였다. 시험기간이다보니 요 며칠사이 아침 저녁으로 편의점에 들려 음료를 사는게 일상이 된 그는 아직 단 한번도 저 얄미운 남자의 무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밤늦게 가도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항상 웃는 낯으로 맞이하니 이제는 저 남자의 찌푸린 표정을 보고 싶다는 일종의 이상한 오기마저 생긴 참이었다. 인사를 무시하는건 기본이고 한번도 남자의 말에 대답해 준 적이 없었지만 남자는 그런 로빈의 태도는 상관 없다는듯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왔다. 이쯤되니 그는 남자가 로지의 말처럼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게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차갑게 대해도 매일매일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은 묘하게 로빈의 신경을 건들였다. 어쩌면 예전에 집에서 키우던 멍청한 강아지가 생각나서 일지도 몰랐다. 로지가 한달동안이나 떼를 써서 데려온 강아지는 조그맣고 못생긴데다 멍청하기까지 했다. 로지는 처음 일주일간 그 징그러운 생명체를 품에 끼고 살더니 이내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왜 다른 애완견들처럼 재주를 못 부리냐고 구박하는건 예사였고 심지어 화가 나면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쥐어박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주일이 더 지나자 완전히 그쳐버렸고 강아지는 이내 방치된 상태가 되었다. 자식들마저도 가정부 품에서 키운 부모님에게 강아지를 돌보는 일을 기대하는건 무리였다.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돌보는건 로빈의 몫이 되었다. 그는 당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바보같은 짐승의 식사를 챙겨줘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주인을 닮았는지 강아지는 정말로 똑똑하지 못했다. 매번 인상을 찡그리고 마지못해 사료를 챙겨주는 로빈이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로빈만 보면 정신없이 꼬리를 흔들기 바빴던 것이다. 독서실에서 자정이 넘어서 집에 들어갈 때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나와서 홀로 로빈을 맞아주는 것도 그 조그만 강아지였고 로빈이 스트레스와 압박에 지쳐 바닥에 주저앉았을때 안절부절하며 다가와 손을 핥아주던 것도 그 바보같던 강아지였다. 

지금와서 솔직히 고백해보자면 로빈은 어쩌면 그 못생긴 동물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했다. 로지 몰래 앉아, 하는 훈련을 수십번쯤 시키기도 했고 속으로 로지가 지어준 부르기도 힘든 프랑스식 이름 대신에 붙일 다른 이름들을 생각해보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학교에 다녀와 보니 강아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가정부가 말해주길 로지가 데리고 나갔다고 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동안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으면서 갑자기 강아지와 산책이라도 갔을 리는 없었다. 로빈은 그날 하루종일 초조하게 로지를 기다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지와 함께 나간 강아지를. 저녁 늦게 들어온 로지는 흡족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혼자이기도 했다. 신경쓰지 않는 척 지나가듯 강아지의 행방에 대해 슬쩍 물어보니 로지는 홀가분하다는듯 웃으며 강아지를 친구에게 팔았다고 했다. 용돈을 벌었다며 만원짜리 몇장을 흔드는 로지를 보자 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것 같았다. 굳이 아버지가 몇백만원에 구입했던 강아지를 수백배나 싸게 팔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빈은 로지에게 따지지 않았다. 또한 강아지를 팔았다는 그 친구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그는 그저 언제나처럼 로지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방으로 들어갔을 뿐이었다.

결국은 자존심이 문제였다. 그 후 몇주간이나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괴로워했음에도 불구하고 로빈은 로지에게 다시는 강아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로지가 데려온 것에 애정을 가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로지에게 패배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때였고 그건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 상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로빈은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강아지에 대한 기억을 동생과 같은 재수학원에 다니는 늙다리 편의점 알바생을 보며 다시끔 떠올리고 있었다. 로빈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꾸만 달갑지 않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남자는 로빈의 견고한 내면을 쿡쿡 찔러댔다. 거슬려. 진짜 거슬려. 로빈은 어느새 다 마셔버린 음료수 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속으로 생각했다. 다시는 저 편의점에 가지 말아야지. 지키지 않을 말인줄 알면서도 로빈은 꼭 누구에게 다짐이라도 하는냥 괜스레 고집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서 오세요."

여느때처럼 인사를 무시한채 음료 코너로 곧장 걸어들어간 로빈은 카운터의 남자를 곁눈질했다. 남자는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약간 맥빠진듯 들렸다. 표정역시 무언가 불편한듯 그 툭 튀어나온 눈을 한껏 내리깔고 있었다. 남자는 카운터 위에 올려둔 너덜너덜한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는데 땅이 꺼지기라도 할 듯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음료 한캔을 집어온 로빈이 카운터 앞에 서자 남자는 그제서야 온갖 괴로움이라도 다 짊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 죄송해요. 이게 숙제라서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민망한듯 웃으며 중얼거린 남자는 책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바코드기를 집어들었다. 그 사이 로빈은 남자가 그렇게 고전하고 있던 낡은 책의 안쪽을 슬쩍 볼 수 있었다. 빽빽한 연필과 지우개 자국에 빨간펜으로 온통 여기저기 표시까지 되어있는 책은 적어도 몇년은 되어 보였다. 게다가 문제의 난이도 역시 고등학교 초에나 배울법한 수준이라서 로빈은 남자가 기초가 전혀 없다고 한 로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뒤늦게 로빈의 시선을 눈치챈 남자가 변명이라도 하듯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 이거요? 제 동생 교과서에요. 제가 요즘 다시 공부를 좀 해보려는데 워낙 기초가 없어서...특히 수학같은건 기본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동생이 예전에 학교다닐때 풀던 교과서라도 다시 풀어보려는데 이게 또 쉽지가 않네요."

슬그머니 책위에 필통을 올려둔 남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로빈은 그의 두 뺨이 약간 붉어진걸 볼 수 있었다. 자기 수준을 들켰다고 부끄러워하기라도 하는건가. 로빈이 지폐를 내밀며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계산이요."

"아, 맞다! 죄송해요. 네, 이천원 받았습니다. 빨대 넣어 드릴까요?"

로빈은 남자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편의점 밖으로 나오면서 보니 남자는 다시 책을 뚫기라도 할 기세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바보같긴. 간단한 공식 하나만 대입해서 풀면 되는 문제인데. 아까 남자의 책에서 본 문제를 떠올린 로빈이 못마땅한 얼굴로 생각했다. 그런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기운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괜스레 짜증이 났다. 로빈은 언제나 남자의 미소가 사라진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그 원인은 자신 때문이어야 했다. 중학생도 풀만한 기초 수학 문제 때문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자꾸만 그 맥아리 없는 얼굴을 떠올라 짜증이 났다. 로빈은 지금이 시험기간임을 떠올리며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못생긴 개구리대신 도서관에 쌓인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공부를 생각하려 애썼다. 그러자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래, 이대로 도서관으로 가는거야. 그는 억지로 남자에 대한 생각을 밀어둔채 속도를 높여 걷기 시작했다. 

편의점이 있는 골목에서 막 벗어나려던 로빈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생각해보니 남자는 오늘 잘 가라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고작 그 따위 문제에 정신이 팔려서! 그는 잠시 제자리에 서서 머뭇거렸다. 마음속에서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이성적으로 보자면 자신은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했다. 벌써 계획했던 시간보다 오분은 늦은 것 같았다. 그래, 그게 분명 합리적인 일이긴 한데... 로빈은 다 마셔버린 음료수 캔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스스로를 속이기엔 그는 너무 똑똑했다. 로빈은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반쯤 포기한듯이 신경질적으로 한숨을 푹 내쉰 그는 이내 다시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여전히 책에 고개를 파묻은 채로 아까보다도 더 생기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로빈이 책 위에 불쑥 손을 얹자 기겁하며 고개를 들었다.

"뭐예요?"

로빈이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묻자 남자는 약간 움츠라든 표정이 되었다.

"네?"

"아까보다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 고민하던 문제가 뭐냐고요."

"네? 아, 그러니까...이거요."

주눅 든 기색의 남자는 로빈이 인상을 찌푸리자 얼떨결에 책 위를 가르켰다. 빨간펜으로 온통 별을 쳐서 질문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의 문제였다.

"연필 줘 봐요."

로빈은 바보같이 멀뚱거리기만 하는 남자의 손에서 연필을 빼내 이미 지저분한 종이 위를 공식으로 슥슥 채워넣기 시작했다.

"봐요. 이걸 이렇게 대입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잖아요."

"아..."

"참 나, 이런걸 가지고 그렇게 죽상..."

로빈은 생각없이 말을 내뱉다 급히 입을 다물었다. 속으로 생각했던 말을 입밖으로 내뱉다니. 그답지 않은 실수였다. 하지만 남자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오히려 그는 그 튀어나온 눈을 부담스러울만큼 초롱초롱 빛내며 로빈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예요?"

남자의 표정에 당황한 로빈이 약간 뒤로 물러서자 남자가 활짝 웃었다. 그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입가에 진한 주름이 잡혔다. 긴 속눈썹이 뺨 아래 그림자를 만들었다. 순간 로빈의 가슴속에서 뭔가 쑥 내려갔다. 방금전까지 속을 답답하게 만들던 알 수 없는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진 탓에 그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고마워요. 하루종일 고민했는데 이제야 알겠네요"

남자는 덥썩 로빈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진심으로 기쁘다는듯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차가운 자신의 손과는 달리 손난로마냥 온기가 가득한 남자의 손에 로빈은 몸을 움찔했다. 그는 어색하게 남자가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빼냈다.

"설마 이걸 알려주려고 다시 돌아온거예요?"

남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로빈은 왠지 귀가 후끈거리는 느낌에 입을 꾹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었다. 손님이 뜬금없이 편의점 알바에게 수학 강의라니. 

"고마워요. 참 친절한 분이네요. 그 쪽."

남자가 로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전 처음 들어본 친절하다는 말에 뭐라고 반응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괜히 이리저리 눈길을 돌리던 그는 너덜너덜한 책 한 귀퉁이에 작게 적힌 줄리안이라는 이름에 시선을 멈췄다. 

"아, 그거 제 이름 아니에요. 막내동생 이름이에요."

로빈의 시선을 눈치챈 남자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전 다니엘. 다니엘 린데만이에요. 그쪽은...로빈 맞죠?"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자신의 이름에 로빈이 눈을 치켜떴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시죠?"

"제가 로지랑 같은 학원에 다니잖아요. 음, 그때 로빈이 학원에 와서 경고해준 뒤에...어, 그러니까 제가 뜻하지 않게 유명인사가 됐어요. 한동안 그 날 얘기로 사람들 입에 많이 올랐는데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로지 오빠의 이름도 알게 되더라고요."  

다니엘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말했지만 로빈은 그의 입가에 짧게 떠오른 씁쓸함을 볼 수 있었다. 문득 남자가 학원에서 변태로 소문이 났나던 로지의 말이 떠올랐다. 

"음...알다시피 우리가 그 유명한 '로지 사건'의 주인공이니까요."

남자는 농담조로 가볍게 웃으며 말했지만 로빈은 따라 웃지 않았다. 이 멍청하고 순해빠진 남자가 남을 물어뜯는 일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상어떼같은 재수생들 사이에서 어떤 취급을 받으며 수업을 들을지 대략 짐작이 간 탓이었다. 로빈의 삐딱한 얼굴을 본 남자가 민망한 기색으로 손을 비볐다. 

"자, 어쨌든 오늘 이렇게 문제 푸는 법도 알려주고 고마웠어요. 우리 가끔 인사는 하고 지내요. 사실 저는 로빈이 로지 일 때문에 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매일매일 들리면서도 한번도 말을 한 적이 없었잖아요. 게다가 항상 엄청 딱딱한 무표정이었고. 근데 오늘 이렇게 표정을 짓는걸 보니까 훨씬 보기 좋네요. 여전히 좀 화나 보이는 표정이기는 하지만. "

다니엘이 실없이 웃었다. 하지만 로빈의 눈빛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내일도 알려줄게요."

"네?"

"내일도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알려준다고요."

다니엘이 눈을 휘둥그랗게 떴다. 로빈은 왠지 몸이 뻣뻣해지는 기분에 괜히 딴청을 부리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편의점엔 매일 들리니까. 그리고 그런 쉬운 문제는 알려주는데 시간도 별로 안 걸려요."

"아, 저야 고맙죠. 역시...친절하다니까요."

긴 속눈썹을 몇 차례 깜빡인 다니엘이 천천히 말했다. 무심코 그의 얼굴을 본 로빈은 민망함을 느끼고 말았다. 다니엘이 로또에 당첨됬다는 말이라도 들은 사람마냥 행복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고작 문제 좀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저렇게 속도 없이 웃냐. 어쩐지 속이 후끈거리는 기묘한 느낌에 로빈은 입술을 꾹 깨물고 재빨리 편의점을 나갔다. 뒤에서 커다랗게 안녕히 가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오히려 뛰다시피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든 내가 미쳤구나, 하는 생각에 로빈은 의자에 거칠게 주저앉았다. 뛰어와서 그런지 숨이 거칠었다. 그는 손에 얼굴을 묻은채로 아까봤던 남자의 표정을 생각했다. 진심으로 기쁘다는 표정. 사실 남자에게 한 제안은 죄책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자신만 아니었다면 학원에서 힘들게 생활하지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건 로빈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남자가 학원에서 변태로 낙인찍히던 편의점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끙끙거리건 그건 로빈의 문제가 아니였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자는 자꾸만 그를 충동적으로 만들었다. 실없이 웃고 있는 그 얼굴을 보자면 속에서 신경질이 솟아서 결국엔 남자의 일에 참견하고 마는 것이다.  

"하여간...마음에 안 들어."

로빈은 어느새 습관처럼 생각하게 된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분명히 마음에 드는게 한 구석이 없는 남자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다니엘.다니엘 린데만."     

로빈은 단 한 번 들었지만 머리에 깊숙히 박혀버린 그 이름을 작게 속삭였다. 문득 입가에 작게 미소가 떠올랐지만 로빈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다시 쌓여있는 시험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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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쓴 것 같네ㅠㅠㅠ앞으로는 좀 빨리빨리 써야겠다ㄸ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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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라이스
기다렸다니 감동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신알신해두고 맨날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로독이라니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로독이라니ㅠㅠㅜㅜㅜㅜㅜㅠㅠ한줄기의 빛이예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여!!
9년 전
독자5
허후 작가님ㅠㅠㅜㅜㅠㅠㅠ감히 사랑해도 될까요?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로독 처음보는데 볼때마다 설레서 미치겠어요. 까칠한 로빈과 달달하고 착해빠진 독다라니.....♥ 폴링럽....전 늘 작가님의 금손을기다리구있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아구 로빈 표현하는법을 모르고 자기 마음도 모르네요 나는알겠는데?!ㅋㅋㅋㅋㅋㅋ로빈너무츤데레야...독다에게 다정하게해달아구로빈!
9년 전
독자7
사랑해요ㅠㅠㅠㅜㅠㅠㅠㅠㅠ단비같은 로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
9년 전
독자8
헐 드디어 오셨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로독은 진짜 가뭄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게다가 엄청 재밌기까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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