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남친 있는데, 나 혼자 짝사랑 하는 것 같아.
그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났어. 내가 매일 세훈이한테 문자, 카톡, 전화 연락이란 연락은 다 하는데 돌아오는 답은 아무것도 없었어. 전화는 걸 때마다 상대방이 받을수 없는 상태라고만 하고.. 카톡은 1이 없어진거 보니까 분명 읽은거 같긴 한데 보고 씹었나봐...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더라고. 그래서 그냥, 세훈이가 할 일이 많아서 잠시 내 연락은 뒤로 미룬 걸 꺼야 하고 나 자신을 다독였거든.
그래도 학교에 가면 훈이가 나를 불러주겠지 하면서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나를 보고도 본채 만채 하고 아무런 말이 없는거야. 그래... 평소에도 내가 먼저 잘 다가갔으니까, 이번에도 내가 먼저 훈이한테 말 걸어야겠다 하고 가까히 다가갔는데 갑자기 어, 혜나야. 하고 전화를 받더니 어디론가 가버리더라구. 하는 수 없이 강의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세훈이 한테 다가가서, 같이 점심 사먹으러 가자고 용기 내서 말했는데 타이밍도 참 안 좋지, 누가 강의실 문 앞에서 오빠! 하고 반갑게 세훈이를 부르는거야. 둘이 많이 친해보이는데, 아마 그 후배가 혜나라는 사람이었나봐. 세훈이는 왜 여기까지 왔냐고 웃으면서 내 말은 가볍게 무시한 채 혜나 후배한테 가버렸어. 바보같은 난 그제서야 깨달은거 있지. 훈이가 날 일부러 피하는 거구나, 하고.
점심을 혼자 사 먹는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학교 근처 롯데리아로 갔어. 햄버거 하나 시키고 창가 쪽에 앉아서 크게 한입 두입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너무 쓸쓸해지는 거 있지. 아깐 분명 혼자 먹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봐. 생각해보니 난 혼자도 아닌 남자친구 까지 있는 사람인데. 여기서 혼자 햄버거나 먹고 앉아있는 나와는 다르게 세훈이는 지금쯤 다른 누군가와, 아니 분명 그 후배와 같이 점심을 먹고 있을거란 생각을 하니까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거야. 훈이는 항상 곁에 누군가가 있지만, 나는 솔직히 훈이 말고는 곁에 있어줄 사람이 없는데.... 콜라 없이 햄버거를 먹어서 그런가 자꾸만 목이 메였어.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퍽퍽 두드리면서 햄버거를 겨우 넘기고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대는 찬열이의 모습이 보이는 거 있지. 그리곤 곧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자연스럽게 내 앞자리에 앉는 찬열이었어.
"ㅇㅇㅇ 치사하게 혼자만 햄버거 사 먹냐"
"아니거든.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런다 왜"
"오세훈은?"
"...."
"아~ 못난이 먹는 모습 보니까 나도 먹고 싶어지네. 요즘 햄버거를 안 먹었더니 뭐가 맛있는건지 모르겠어."
"...불고기?"
"으휴 초딩아 언제적 불고기냐ㅋㅋ"
역시... 찬열이는 놀리는 거 빼면 진짜 시체야 시체. 불고기맛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찬열이가 초딩 입맛이라고 놀리면서 볼 한번 꼬집더니 주문하러 갔어. 시간이 좀 지나서 찬열이가 주문한거 들고 오는데 쟁반 위에 뭐가 바리바리 있는거야. 설마 너 그거 다 먹을거냐고 물었더니 내가 덩치가 있는데 그럼 이정도는 당연한거 아니냐고 하면서 웃더라. 그래... 많이 먹어....
"그래서 무슨 버거 시켰는데?"
"나? 불고기 버거 세트"
"아깐 초딩 입맛이라고 놀려대더니..."
"왜ㅋㅋㅋㅋ 불고기가 그나마 내 입맛에 맞는단 말이야"
"네네 박초딩씨"
"이거나 먹어라 꼬맹아"
찬열이가 감자튀김에 케찹을 듬뿍 찍어 바르더니 내 입술에 칠하듯이 먹여주는거야. 덕분에 입 주위에 케찹 범벅이 되고... 그와중에 찬열이는 좋다고 막 깔깔대면서 웃고...ㅎ 약올라서 나도 복수하려고 케찹 듬뿍 찍은 감자튀김 들고 협박했더니 힘 못쓰게 손목을 덥석 잡으면서 지금 저 먹여주시는 거냐고 하면서 감자튀김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받아 먹더라. 어... 내 계획은 이게 아닌데... 찬열이한테 또 당한 느낌이 들었어. 2차 복수 하려고 방심한 틈을 이용해서 찬열이 햄버거 완전 크게 한입 먹었더니...ㅋㅋㅋ 얘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면서 나를 쳐다보는게 아니라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거 있지.
"왜 그래? 밖에 뭐가 있…"
"혼날래 못난아 누가 이렇게 많이 먹으래. 어?"
"아! 바차녈 아으프아....! (박찬열 아파)"
나도 찬열이 따라서 창 밖 쳐다보려고 했더니 갑자기 내 양 볼을 확 잡으면서 쭉쭉 늘려대는거야. 다 망가지는 발음으로 아프다고 했더니 그러게 누가 많이 먹으랬냐면서 찬열이가 막 웃는다. ..먼저 약올린건 박찬열 너 면서. 미안하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 했더니 그제서야 놔주고 치즈스틱 하나 주길래 말 없이 받아 먹었어. 근데 자꾸 생각할 수록 기분이 뭔가 찜찜한거야. 분명 그 짧은 순간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뒷 모습이 보였던것 같았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나.
동갑내기 남친 있는데, 나 혼자 짝사랑 하는 것 같아.
설마 오늘 과모임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헀는데, 과대가 8시에 과모임있다고 꼭 참석하라고 단체 채팅방에서 말하더라. 어차피 과모임이라 해봤자 술잔 주고 받으면서 뭐 먹고 그 뿐 일텐데.. 갈까 말까 침대에 누워서 고민하던 중에 핸드폰이 지잉 울렸어. 혹시 세훈이일까 싶어서 급하게 핸드폰 확인해 보니까 찬열이한테 카톡이 온 거였어.
사실 안 갈려고 했는데 찬열이 때문에 라도 가야할 것 같아서 머리 묶고 주섬주섬 옷 갈아입은 다음에 모임 장소로 향했어. 약속시간에 한 5분 정도 늦어서 고기집 앞에 도착했는데 찬열이가 밖에 나와있더라고. 추운데 왜 나와있냐고 하니까 너 안 오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되서 나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 같이 고기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와 있더라구. 쓱 훑어보니까, 세상에. 세훈이도 와 있는거야. 안 올줄 알았는데, 눈에 보이니까 너무 반가운거 있지. 근데 그 옆에 혜나 후배도 같이 있더라. 이상하다... 다른 과 후배인데 왜 여기있지 했는데 과대가 날 딱 보자마자 오~ 왔네? 하면서 내 속 마음을 읽기라도 한건지, 저 후배는 세훈이랑 같이 왔다고, 혼자 보낼 수 없어서 오늘만 끼워준거라고 하면서 불편하게 생각 말라고 하는거야. ..불편한건 없었어. 다만 좀... 실망했을 뿐이야. 드디어 세훈이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건가 기대했는데. 왠지 그러진 못 할거 같더라.
"많이 먹어"
"어...어 고마워."
사람이 좀 많아서 테이블을 나눠서 앉았는데, 찬열이랑 나랑 세훈이, 혜나 후배 그리고 우리 과 후배 한명 이렇게 같이 앉게 되었어. 고기 익자 마자 찬열이가 집어서 내 그릇에 놓아주는데 고맙기도 하고, 세훈이가 보는 앞에서 이러니까 좀 부담이 되기도 했어. 밥 먹는 내내 계속 세훈이만 힐끗이게 되고, 세훈이만 신경쓰게 되고, 세훈이만... 세훈이만. 온통 머릿속엔 세훈이 생각으로 도배 되어 버린거야. 그런 와중에 갑자기 혜나 후배 입에서 나랑 세훈이 이름이 거론되니까 놀란 나머지 젓가락을 놓고 말았어. 뭘 그렇게 놀라시냐고 혜나 후배가 웃으면서 내게 물었어.
"언니. 세훈이 오빠랑 원래 이렇게 말이 없어요?"
"네? 아......"
"보니까 둘이 같이 있는 시간도 얼마 없는거 같던데. 사귀는 거 맞아요?"
"...."
"그만해 이혜나."
인정하긴 싫지만 혜나 후배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거든. 그 때 갑자기 세훈이가 혜나 후배한테 딱 잘라 말하면서 가득 채운 술잔을 쭉 들이키더라구. 혜나 후배는 단호한 세훈이 때문에 기가 죽었나본지 입술만 삐죽거리고 있고, 그와중에 난 세훈이 몸 상할까봐 걱정이 돼서 슬쩍 술병을 훈이한테서 멀리 떨어지게 끔 놓았어. 시끄럽게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다른 테이블과 달리 우리 테이블은 분위기가 좀 냉랭했어. 간혹 혜나 후배가 세훈이한테 고기 쌈 싸주면서 먹여주는 것 빼고는. 그렇게 몇 분 정적이 흘렀을까, 우리 과 후배가 먼저 입을 열었어.
"찬열 오빠는... 이상형이 어떻게 되요?"
"어? 나?"
"네...."
"글쎄..."
훈이가 고기를 잘 먹는 것 같길래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 고기 익은거 바로 세훈이 그릇에 슥슥 놓아주었어. 세훈이가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말 없이 고기를 잘 집어 먹더라고 ㅎㅎ.. 훈이 잘 먹는 모습 보니까 난 안 먹어도 괜찮다 싶을 만큼 배불러 지는 거 있지. 그러다가 갑자기 옆에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길래 고갤 돌렸더니, 찬열이가 가만히 나를 바라 보면서 미소만 짓고 있더라. 그러면서 후배한테, 이제 알겠어? 하니까 후배가 아....네... 잘 알거 같네요. 하면서 머쓱하게 웃는거야. 응? 뭐지, 뭘 안다는 거지. 계속 훈이한테만 집중 하다 보니까 둘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나였어.
그 외에도 찬열이가 자꾸만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 갑자기 내 어깨를 톡톡 치더니 고개 돌리니까 손가락으로 볼을 꾹 찌르고 그게 또 즐겁다고 해맑게 웃질 않나... 웃는 애 한테 차마 뭐라고 하지도 못 하겠고.. 그래도 남자친구 있는 앞에서 이런 장난 치면 곤란하단 식으로 '그만해...' 하고 작게 말하면서 뒤늦게 세훈이 눈치 살폈더니 그 고운 눈썹이 한껏 일그러져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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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올릴까, 내일 올릴까 고민 하던 중에 ㅠㅠ우리 사랑스러운 독자님들 빨리 보고싶어서 이 늦은 시간에 올립니다!! 근데 아무도 안 와주시면 어떡하지...(눈물) 저번편에...하...정말... 독자님들이 이 작가를 미치게하네요.... 추천 9라니.... 나주제에 추천9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럭) 정말... 우리 독자님들은 어디까지 절 감동시킬 예정이세요?ㅠㅠㅠㅠㅠㅠㅠ사람이 그렇게 매력있음 못쒀요!!!!!!!!! 항상 긴 성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애정하고 또 애정합니다!ㅠㅠ 댓글 몇번씩 읽어보면서 어느새 내 입꼬리는 올라가 있고~ㅎ
♡사랑스런 암호닉 분들♡ 꽯뚧쐛뢟님 부릉부릉님 직모님 콘스프님 기화님 지코밥님 로운님 훈세님 찡찡님 빠밤빠밤님 여르여르님 징지잉님 벨기에님 민속만두님 체리님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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