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많은 상사 박찬열과 철벽녀 징어 2편
매일 아침 회의를 시작할 때면 으레 그랬듯이 제일 먼저 회의실에 들어온 징어는 방금 탕비실에서 타온 따끈따끈한 커피를 한 잔씩 자리에 내려놓았다. 누군가 굳이 강요하지 않았지만 추운 겨울 유독 피곤한 월요일 아침을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면서 우울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길 바라는 징어의 마음에 있었다. 마지막 잔을 다 내려놓았을 때 쯤 마침 김준면 대리님이 들어왔다.
"어! 징어양 오늘도 커피네요?"
"네."
"음~ 딱 내스탈이야. 아유 징어양은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도 어쩜 이렇게 착한건지. 잘 마실게요 징어양~"
"별말씀을요 김대리님."
올 겨울은 유독 추워 난방중인데도 불구하고 도는 한기에 몸을 덜덜 떨었던 김준면은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징어가 타온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자 단숨에 서늘한 몸을 녹진녹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맛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힌 것인지 한 번 마시면 마약처럼 자꾸만 들이키게 되었다. 아직 회의를 시작하기도 전인데 김대리의 커피는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징어는 아쉬어하는 김대리님에게 물었다.
"저.. 김대리님 한잔 더 드릴까요?"
"어, 어! 그래도 될까요 징어양..."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징여양 한테는 항상 고마워요."
자신을 챙겨주는 징어에대한 고마움으로 김준면은 눈물을 글썽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에 볼을 붉힌 징어가 어색하게 웃으며 회의실 바로 옆에있는 탕비실로 들어갔다. 사실 처음 김대리님을 보았을 때만 해도 단정한 미소와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가지고 계셔서 징어는 김대리님을 어려워했었다. 하지만 그건 징어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김대리님은 의외로 푼수였으며 완전 허당덩어리인 어딘가 2% 부족한 남자였다. 처음엔 제일 불편해했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부서 안에서 제일 편한사람을 꼽자면 김대리님이 아닐까 싶다. 그건 좋아하는 감정이라기보다는 항상 친오빠같은, 또는 아빠같은 느낌을 김대리님에게 물씬 받았기 때문이다.
커피를 타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어느새 마케팅부 직원들이 거의 다 앉아있었다. 서둘러 제자리에 앉은 징어는 옆자리에 앉아있는 김대리님에게 커피를 건네자 김대리님은 여전히 눈시울을 붉히며 거듭 고맙다는 말을 징어에게 되풀이했다. 쑥스러움과 한 건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징어는 갑자기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아주 강렬한 시선에 김대리님과의 소소한 대화를 잠깐 멈추고 앞을 바라보자 박찬열 전무님이 아주 무섭게 징어를 노려보고 있었다.
"....!"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보고있는게 아닐까 싶어 징어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박전무님의 두 눈은 정확하게 징어를 향하고있었다. 징어는 자기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건가 싶어 몸을 움찔 떨며 불안해하자 이런 징어의 이상증세를 알아차린 김대리가 물었다.
"징어양 혹시 어디 아파요..?"
김대리는 멀쩡하던 징어양이 갑자기 몸을 움찔하며 덜덜 떨길래 혹시나 자기가 커피를 타오게 만들어 감기에 걸리게한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안그래도 바람 불면 날아갈 것처럼 연약해보이는 징어가 심히 걱정이 된 김준면이 자기도 모르게 팔이 올라가 손등으로 징어의 이마를 짚었다.
"음... 열은 없는...."
'쾅.......!'
어수선하던 회의실에서 갑자기 뭔가 부서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 큰 소리에 저마다 아침인사를 나누던 직원들이 깜짝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는 놀랍게도 박찬열 전무가 있었다. 얼굴을 잔뜩 굳히고는 아무래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친듯 주먹을 꽉 쥐고있었다. 이런 박전무의 모습에 직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별명마저 해피바이러스인 박전무는 평소에도 항상 웃음으로 사원들을 친절히 대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박전무는 직급도 한참이나 높은 데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도 존댓말을 한다던가 실수를 저지르면 호통부터 치는게 아니라 실수에 대한 위로를 하며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어주는게 박전무였다.
이런 박전무가 지금은 마치 사람 하나를 죽이기라도 할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유독 김준면 대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편 전혀 영문을 모르는 김준면은 엄청 무섭게 자신을 노려보는 박전무에 의해 자동반사적으로 징어의 이마에 올라가있던 손을 내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심각하게 굳어있던 표정을 조금 푼 박찬열이 저음의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회의 시작합시다."
보통 회의를 시작할 때면 가벼운 농담을 던져 딱딱한 분위기를 풀던 박전무가 오늘은 완전 딱딱한 목소리로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여태껏 아침 회의를 했던 것중 가장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그렇게 회의는 시작되었다.
한편 징어는 회의 내용을 간단하게 종이에 적으면서도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고개조차 들수없었다. 긴장감으로 뻣뻣하게 굳은 목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대로 고개를 들었다간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박전무님과 눈이 마주칠 것이 뻔해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항상 회의는 직원들 모두가 스스럼없이 편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하던 박전무님은 오늘은 왠일로 농담은 단 한마디도 하지않았고 심지어 싱글벙글 잘도웃는 미소도 가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비웃음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그저 줄곧 징어만을 뚥어져라 쳐다보며 박찬열은 자신의 존재감을 마구 어필했다.
분명히 제가 무언갈 잘못했다고 생각한 징어는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보았지만 영 집히는게 없었다. 마찬가지로 옆에 있는 김준면도 분명히 자신이 박전무님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수가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불편한 마음으로 아침회의는 별 소득없이 끝났다.
*
박찬열은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다름 아닌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월요일이 정말 죽을것처럼 싫을지 몰라도 박찬열은 정말 죽을 것 처럼 기뻤다. 오히려 그는 금요일이 정말정말 싫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우울해 있을정도로.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모두 마케팅부서에 새로 들어온 징어때문이었다.
처음 징어를 본 순간 박찬열은 자기 안의 어딘가에있는 종이 뎅 뎅 뎅하고 세번울리는걸 들었다. 이런게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걸까? 항상 웃음을 지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박찬열은 징어를 보자마자 웃던 미소를 지우고 그저 그렇게 한없이 쳐다볼 수 밖에없었다. 유독 하얀 피부와 크고 맑은 눈을 가진 징어는 어쩐지 흰 토끼를 연상케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찬열이 어떻게든 웃으면서 징어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자 했지만 어찌된게 몸은 뻣뻣하게 굳고 심장은 너무 두근두근거려서 징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그 이후로도 업무중에도 수시로 징어에게 눈이 가던 찬열은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자신이 징어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그저 징어를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미어지고 어쩐지 눈물이 날것같은 박찬열은 그 누구보다도 징어를 아껴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떡하면 징어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고백할수있을지 고민하는게 요즘 하루일과인 박찬열이었다. 그런 부픈 마음을 안고 회의실로 들어간 찬열은 회의실안 어디에도 징어가 보이질 않자 슬그머니 걱정이 들었다.
항상 먼저와서 앉아있는 징어가 오늘은 왠일인지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자리에 일단 앉은 찬열이 자신의 앞에 놓여져있는 따뜻한 커피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징어가 탄 커피이리라. 마시기도 아까운 커피를 황홀한 기분으로 한모금 마신 찬열이 마침 징어 생각을 할 때쯤 기다렸다는듯이 징어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주말동안 못봐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찬열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그럴수없음에 마음이 아팠다. 어떻건 저떻건 아직 징어와 크게 친해지지못한 찬열이었기 때문이다.
한손에 종이컵(아무래도 커피가 들어있을)을 들고들어온 징어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 컵을 김준면 대리에게 주는것을 박찬열은 똑똑히 지켜보고있었다. 그에 박찬열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김준면 대리 앞에는 이미 컵이 놓여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징어가 또 그 종이컵을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그모습을 본 순간부터 그둘의 대화를 자세히 듣고있던 박찬열은 알고보니 한컵 다마신 김준면 대리를 위해 징어가 한잔 더 타왔는걸 알게되었다.
어쩐지 갑자기 기분이 매우 나빠진 찬열이 더욱 매의 눈으로 그둘을 지켜보던 중 김대리가 자신의 손을 올려 징어의 이마를 짚는 모습을 보고 박찬열은 완전히 퓨즈가 나가버렸다.
'쾅.......!'
박찬열은 화가 참을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저도모르게 테이블을 내려치고 말았다. 이러는 모습은 저답지않다는걸 찬열도 잘알지만 징어와 관련된건 도무지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신의 이런 행동이 어느정도는 효과가 있었던건지 내려올줄 모르던 김대리의 손이 징어의 이마에서 내려왔다. 나도 못만져본 징어의 이마를 김준면이.......... 사실 김준면은 크게 잘못한게 없는걸 알고있지만 찬열은 도저히 김준면을 곱게 볼수없었다. 사실 전부터 징어가 유독 김준면을 편하게 생각해와 조금 기분이 안좋았었는데 오늘일로 완전히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었다.
"회의시작합시다."
찬열 본인이 들어도 자신의 목소리가 맞는지 지금 이런 제가 낯설었다. 징어에게 그저 천천히 다가갈 생각이었던 찬열은 오늘부로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있다간 언제 늑대같은 놈들에게 징어를 빼앗길지 모른다. 더이상 병신처럼 지켜만 보고있지 않을거다. 거기다가 요즘은 점점 더 참기 힘들어질 만큼 강해진 질투에 찬열도 점점 이런 자신이 지쳐가던 탓이었다. 빠른 시일 내에 찬열은 징어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찬열 전무님의 질투_편 끗.
1. 과연 고백할 수있을지.....'ㅇ'
2. 어울리는 사진들을 다 찾아서 저장해뒀는데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완전히 소멸해버렸습니다ㅠㅠㅠㅠ
왜때문에 하.........
3.다음편은 토요일에 오겠습니다!
~암호닉 신청받아요~
[지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