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PANDORA)
매일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나의 세상은 깜깜한 밤이 되었고, 그곳에서 나는 제일 덜 외로웠다.
“ 따라오지마. ”
“ 따라가는 거 아닌데? 우리 집도 그 쪽이야. 진짜. ”
학교가 끝난 후에도 그림자처럼 졸졸 뒤를 쫓아오는 김지원.
내 세상 안으로 자꾸 들어오려고 하지마. 너도 불행해진단 말야.
“ 뭐해? 안가? ”
우리 집 문 앞에 도착했는데도 도통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이는 너.
“ 들어가보면 안돼? ”
“ 너 진짜 미쳤구나. ”
“ 허튼 짓 안해. 그냥, 궁금해서. 나 어릴 때 살던 곳이기도 하니까, 여기. ”
할 말이 없어졌다.
김지원의 얼굴 위로 스치듯 지나간 그늘이 어두웠다.
그랬지. 내 집이지만 네 집이기도 했지.
결국엔 내가 널 길바닥으로 내몰았지만.
“ ...들어와. ”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이성보다 빨랐다.
10년 만에 처음 본 17살짜리 남자애를 집에 들이겠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김지원도 내 대답을 예상 못했다는 듯 멀뚱히 서 있더니 이내 웃음을 머금고 대답한다.
“ 고마워, 공주님. ”
사람 없이 넓기만 한 집은 유난히 텅 비어 보인다.
텅 빈 집에 너의 목소리가 앉는다.
“ 와, 어떻게 하나도 안 변했네. 구조도 그대로고. 뭐, 넓어서 다 기억은 안나지만. ”
“ ...난 방에 들어갈거니까 알아서 놀아. ”
“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집으로 불렀으면 같이 놀아줘야지. ”
“ 넌 예나 지금이나 찡찡거리는 것밖엔 할 줄 아는게 없는 애 같아. ”
“ 너, 역시 기억하는구나. 집에 순순히 들어오라고 할 때 눈치챘지만. ”
오래된 시계를 보다 빙글, 몸을 돌려 나를 보며 웃는다.
아, 실수였다.
기억하고 있다는 거.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대답없이 문을 닫고 스스로 방 안에 나를 가뒀다.
옷 갈아입을 힘도 없어. 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세상이 어두워진다.
“ ...있잖아. ”
다시 세상이 밝다. 문 밖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 넌 어땠을지 모르지만, 난 그동안 니 생각 참 많이 했어. ”
“ .... ”
“ 넌 깜깜한 밤 같았어. 어둡고, 차갑고... 외로운 밤. 나는 그 위로 떠오르는 별이 되고싶었어. ”
눈물이 내 눈을 채운다.
너는 모르잖아. 너는 밤을 몰라. 얼마나 어두운지, 얼마나 추운지. 얼마나 외로운지, 너는 몰라.
나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었다.
“ 니가 뭘 알아..? 니가 나에 대해 대체 뭘 아는데? 나를 다 안다는 듯이, 다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지마. 너는 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살아본 적 없잖아. 니 세상은 빛나니까!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너는...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없어. ”
“ ...이해할 수 있어. 나도 엄마를 마음속에 묻었으니까. 너처럼. ”
“ 뭐...? ”.
" 나를 사랑해 준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어. 너도 알잖아. 그리고 이제 엄마는 세상에 없어. "
내 손이 떨린다.
내 잘못같아. 나 때문인 것 같아.
내가 불행하길 바래서, 너의 불행을 바래서. 그래서인 것 같아.
네 인생의 무게가 내 몸을 짓눌렀다. 나는 숨이 막혔다.
주저앉은 바닥 위로 죄책감이 번졌다.
나는 염치없이 네 앞에서 울음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김지원의 큰 손이 내 머리를 감싸온다.
아이를 달래듯 나를 다독이는 너의 손에 힘이 풀린다.
왜? 나를 미워해야 하잖아. 나는...
“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는 너희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아프셨어. 네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너희 집에서 나왔어야 했을 거야. ”
나는 소리없이 눈물만 흘렸다.
다 알고 있었구나.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었어.
“ 가끔 무너질 것 같은 때마다, 엄마를 떠올렸어. 사랑받는 존재였다는 기억, 그 기억으로 버텼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려고. 그 사랑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고. ”
“ .... ”
“ 내가 너를 사랑해줄게. 니 어둠도 내가 안아줄게. 혹시 니말대로 내가 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사랑할 수 없는 건 아니야. 난 벌써 너를... ”
나는 지원이의 품 안에서 무너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였다.
사는 게 지옥 같았다. 어둠이 나를 삼켰고, 내 세상은 암흑이었다.
다를 것 없는 세상에서, 너는 어둠에게 지지 않고 빛나는 별이 되었다.
그런 네가, 어두운 내 세상의 별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 이렇게 도저히 네가 미워지지도 싫어지지도 않는 걸 보면, 난 너의 밤까지도 사랑하나보다. "
김지원은 한참동안이나 나를 다독이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밤이 되었는데도 걸어가는 그 애의 뒷모습이 빛났다.
하늘의 별을 보려고 나는 창문을 조금 열어뒀다.
아직은 찬 밤공기가 방 안으로 조금씩 걸어들어왔다.
나는 잠을 청했다. 눈을 감자 나의 세상은 깜깜한 밤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제일 덜 외로웠다. 그 날은 검기만 했던 하늘에 별이 떴다.
+) 오늘 분량이 많이 짧죠ㅠㅠ
자꾸 봐도 계속 짧아보여서 분량을 늘일까 하다가
맥락상 여기서 끊는게 맞는 것 같아 그냥 뒀어요..
대신 포인트를 낮췄답니다ㅠㅠㅠㅠ짧은 분량에 대한 사죄의 의미예요.
다음화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지원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덧붙이자면
주인공보다 안좋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그 기억이 강하기 때문에 남에게도 저렇게 사랑을 줄 수 있는거랍니다ㅠㅠ
오늘도 봐주시는 독자님들 사랑해여..전 독자님들 사랑을 많이 받아서 글을 쓰는 맛이나여 진짜루..♥
다들 굿밤되세용!:)
암호닉
김지원 님
김밥빈 님
구닝 님
귤 님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