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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Abyss 전체글ll조회 868l 4

 

 

 

[현성]68일

 

 

데이브레이크 좋다

 

 

 

 

"말보로 라이트 하나요."

 

넋 놓고 졸고 다다가 손님 들어온 것도 몰랐다. 침까지 질질 흘리며 자고 있는 중에 난데없는 주문에 벌떡 일어나 가판대를 뒤적였다. 군바리 티를 벗지 못한 채로 곧바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한 터라 몸은 아직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데 시차 적응이 안 돼서 곤욕이다.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열두시만 넘어가면 꾸벅꾸벅 졸리는 걸 어쩌라고. 멍한 눈으로 대충 집어서 바코드를 찍으려니까 쨍한 목소리로 지적을 해준다.

 

"이거 말구요. 라이트요."

"아 죄송합니다. 졸려서..."

 

라이트를 집는다는 게 옆에 있는 멘솔을 꺼냈네. 다시 라이트를 꺼내서 계산을 마치고 손님에게 건네는데, 오천 원 권 한 장을 꺼내는 손이 유난히 예쁘다. 여자였나? 목소리는 남자였는데. 그제서야 슬쩍 고개를 들어 얼굴을 살피니 어쩐지 어려 보인다. 머리도 부스스하고 얼핏 봤을 때 깔깔이 차림이길래 영락없는 백수 떨거지거나 막 제대한 군바리쯤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애티가 남은 얼굴이다. 미성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유리문을 밀고 나가려는 그를 급히 불러 세웠다.

 

"저, 손님."

"네?"

 

뒤돌아보는 얼굴이 한껏 띠껍다. 뭐지 저 당당한 태도는?

 

"실례지만, 신분증 좀 볼 수 있을까요?"

"왜요."

"담배 사실 때 원래 확인을,"

"아까는 그런 말 없었잖아요."

 

쯩 안 까는 걸 보니 미짜 맞네. 성인 99%는 알바가 이렇게 나오면 대부분 귀찮아서 보여준다. 혹여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도 자기는 동안이라나 뭐라나. 그냥 절차일 뿐이에요. 전혀 의심도 안 해요 그 쪽이 미성년자인 지. 닝겐노 얼굴와 튼튼, 아니 폭삭데쓰네. 여차하면 튈 거 같아서 좋게좋게 타일러서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 놈이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팩 쏘아붙이고 가버렸다.

 

"저 전역한 지 세 달 됐거든요?"

 

저 싸가지 없는 새끼가! 다시 오면 눈물 쏙 빠지게 혼내 주리라 다짐을 한, 전역한 지 68일 후의 일이다.

 

 

 

정확히 5일 뒤, 그 놈은 다시 편의점을 찾았다. 뻔뻔한 건지 대담한 건지 내가 졸고 있던 바로 그 시간대에 다시! 오늘은 그래도 저번보단 나은 차림이다. 청바지에 티, 가디건. 훈대딩 스타일로 잘 입었네. 그런데, 그래도 피해갈 순 없단 말이야. 전처럼 건조한 목소리로 말보로 라이트를 청하는 그 놈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더니 또 얼굴 한 쪽을 팍 찌그러트리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재차 신분증, 말하자 지갑에서 꾸역꾸역 네모난 플라스틱으로 된 뭔가를 꺼낸다. 얼레.

 

"이름이 김명수..."

"내 이름이 왜요."

"아, 아닙니다. 저보다 한 살 많으시네요."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얼굴로 내게서 민증을 도로 빼앗아가는 김명수 씨. 멍청한 얼굴로 인중이나 긁고 있으려니까 빨리 담배나 계산해 달랜다. 여간 앙칼지셔 김명수 씨. 예예 하면서 바코드를 찍고 거스름돈을 내주었다. 요전 날처럼 쌩하니 사라져버리는 그. 미성년자 아니었네. 내 직감은 딱 저거 고등어였는데. 막 전역한 형 깔깔이 주워 입고 동네 편의점 돌면서 만만한 알바한테 담배 뚫으러 온. 근데 또 오늘 보니까 그냥 대딩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근데 진짜 이름 안 어울린다. 김명수가 뭐냐 김명수가.

 

 

 

사나흘에 한 번 꼴로 와서 말보로 라이트를 사가는 김명수와 나는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다. 물론 97%를 차지하는 나의 노력과 3% 정도 되는 김명수의 리액션의 결과다. 깍듯이 형형 부르며 친한 척 해대고 이것 저것 물어보며 참견해대는 내가 귀찮았달까 아니면 내 정성에 갸륵해진 김명수의 마음이 동했달까. 나참. 2년 동안 김명수 수발 들었는데 이제 좀 기펴고 사나 했더니 다른 김명수가 나타나서 내 인생을 가로막다니. 내가 자초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서글프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시다 인생을 즐기는 중이다. 고딩들이 잔뜩 흘려놓고 간 라면 국물을 닦고 넘친 쓰레기봉투를 새 걸로 바꾸고 편의점 맞은 편 골목에 있는 쓰레기 수거하는 곳에 커다란 봉투를 질질 끌고 가서 툭 던져 넣고 손을 탈탈 털면 오늘 할 잡일 끝! 이따가 새벽에 도착하는 삼각 김밥 따위나 좀 정리하고 나면 계산 하는 거 말고 할 일이 없다. 만세! 진심으로 기뻐하며 편의점으로 돌아가려고 고개를 막 꺾었을 때 저쪽 골목 안에서 웬 빛이 번쩍인다. 헐. UFO인가? 아님 애들이 후레쉬로 장난이라도 하고 있나? 하고 다시 쳐다보자 그 빛이 이 쪽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다. 헐헐. UFO면 어떡해?! 내가 알아봤다고 막 나 잡아가서 생체 실험 하고 막...! 온갖 병신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그 물체가 가까이 다가왔다. 물체가 아니고 사람이다. 사람이긴 사람인데, 밤인데도 후광이 절절하게 비치는 저 사람은...!

 

"남 상병?"

"어? 김 병장님 아니십니까?"

 

군바리 시절 내가 피똥 싸면서 수발들었던 김명수 병장 새끼다. 씨발!

 

 

 

"이야. 같은 동네 사람인 줄도 모르고. 반갑다야. 중대장님은 잘 계시고?"

"저 전역할 때까지 완전 건강하셨지 말입니다."

"일단 한 잔 받아."

 

지금 나는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김명수 병장과 함께 술집에 와서 앉아 있다. 그 날 김 병장과 마주친 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내가 알바 쉬는 날에 술 한 잔 하자며 약속을 잡았더랬다. 편의점 알바라는 특성 상 쉬는 날이 딱히 없는 관계로 언제 시간 나냐며 틈만 나면 문자질인 김 병장을 한 번 멕이고 보내버리자는 의도 하에 대타 하나 세워놓고 여기 나와 있는 거다. 그나저나 내 대타는 잘 하고 있으려나. 애가 좀 멍청한데. 일주일 간 옆에 앉혀놓고 일 하는 거 가르쳤는데 내내 말귀를 못 알아먹었다. 애가 참 한결같긴 해.

 

"뭐하냐. 잔 비었다."

"예, 병장님."

 

대타 걱정에 잠시 멍 때리고 있자 김 병장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젓가락으로 빈 잔을 툭툭 쳐댄다. 그럼 또 나는 굽실굽실 하면서 두 손으로 공손하게 병을 받쳐들고 쪼로록 잔을 채운다. 난 아마 뼛속까지 하인 근성이 있나봄. 전역한 지 70일이 넘어가는데 여즉 김 병장한테 쩔쩔 매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마치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아, 혹시 여자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는데 남자들은 이 군대 선후임 관계라는 것이 여간 뻑적지근한 그것이 아닐 수 없다. 온갖 애증이 점철된 관계라고나 할까. 선임은 후임 신병 때 어리버리까는 후임 때문에 죽어라 깨지고 조뺑이 친 거 생각하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것이고, 후임은 또 후임 나름대로 갈굼과 멸시와 기타 등등 온갖 부정적인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면서 선임 씹기에 여력이 없을 거다. 물론 사이좋게 지내는 선후임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김명수는 지도 이병이 되었던 주제에 나더러 말귀 못 알아 듣는다고 뒤통수도 여러 번 후렸고 간식도 뺏어 먹었고 엄마가 선임들한테 이쁨 받으라고 보내준 걸그룹 브로마이드도 갈취해갔다. 누나 없다고 때리고 여동생 없다고 때리고 아는 여자 선배 동기 후배 없다고 때리고. 교회 안 다녀서 교회 누나 교회 친구 교회 동생 안 만들었다고 패고. 김명수한테 하도 후드려 맞다보니 난 정작 내 후임이 왔을 때 똑같이 베풀어주질 못했다. 그럴 시간도 없이 김명수한테 휘둘려 다니면서 뚜드려 맞았다. 난 일종의 김명수 전용 샌드백이었던 셈이다. 사회에서 운동을 좀 해 건장한 팔뚝과 돌벅지와 선명한 초콜릿 복근을 탑재한 채로 군에 입성했던 나는 그마저도 시기하는 김명수 병장의 계략 탓에 밤이면 밤마다 야식을 먹고 운동 시간을 제한당하면서 천천히 남성다움의 상징이었던 나이스 바디를 잃어갔다. 김 병장이 전역할 때 쯤엔 게으름에 익숙해져서 내 배에 초콜릿이 있긴 했던 건지 팔뚝이랑 허벅지는 원래 이렇게 말랑말랑한 건지 궁금해졌다. 김 병장 전역하고 내 전역 또한 임박해지자 위기감을 느껴 급 운동을 시작했다. 아직 돌아오는 중이긴 하지만 한참 군에 있을 때 몸을 생각하면 대박 나이스 바디. 반면 김 병장은 껍데기는 멀쩡한데 속은 썩었다. 어깨가 태평양 같고 등빨 좋고 비율 쩔어서 왠지 옷 안에 가려진 몸도 좋을 것 같지만 배 나오고 팔다리에도 근육인척 하는 살덩어리가 붙어 있을 뿐이다. 내 몸을 보고 자격지심에 날 망가뜨린 걸 수도 있다. 이제보니 무서운 사람이었네, 김 병장. 군 시절의 쓰라린 추억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나본지 김 병장이 "너 지금 나한테 인상 쓴 거냐?" 한다. 헤헤. 이럴 땐 닥치고 웃어야 함. 얼른 내 잔을 비우고 김 병장과 속도를 맞춰가며 술을 마셨다. 김 병장이 기분 좋아한다. 나도 좋은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만큼써쪙

묻어놓으려다가 오늘 돌맞은 누군가 보라고ㅋㅋㅋ

보고 힘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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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덜렁이에요~~ ㅎㅎ 근데 명수가 두명??? 아닌가?? ㅋㅋ 여튼 잘 보고 가요~~ ㅎㅎ
11년 전
Abyss
하이그대ㅋㅋㅋ명수가 둘이네욬ㅋㅋㅋ왜 둘일까요???ㅋㅋㅋㅋ내가 실수한걸깤ㅋㅋㅋ
11년 전
독자2
감성 이에요 ㅋㅋㅋㄱ 촉이 온다촉이와 ㅋㅋㅋㅋㄱ 오랜만이에요 ㅋㅋㅋㅋ
11년 전
Abyss
흐아..한달만이죠?ㅠㅠㅠ;;;오랜만이에여.....ㅜㅠ
11년 전
독자3
ㅋㅋㅋㅋㅋㅋ 자 커플링은 현성이구요 명수는 두명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우현이 쫄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Abyss
ㅋㅋㅋㅋ눈치채신모양이얔ㅋㅋㅋ내가 좀 허술하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쫄나무 귀엽지 않아요?ㅜㅠ내가 참 애정해요...ㅎ
11년 전
독자4
왜 명수가 두명인지 멍때리면서 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뒷내용 궁금하자나여..!!!! 그리고 이 곳은 셋방이 아니잖아요..!!!!!!
11년 전
Abyss
완결본이 셋방에 올라갈거니까여... 이건 보증금인가..?
11년 전
독자5
도..동명이인?쌍둥이? 왜 명수가둘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뭔가 동명이인이라고 하기에는 아닌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
ㅇㅏ.... 궁금하게 만들지 마요 .. 뒷내용 궁금하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자2분은 촉이온다는데 난 촉이 ..안와요 ㅋㅋㅋㅋㅋㅋ

11년 전
Abyss
아잌ㅋㅋㅋㅋ그대여 촉을 좀 더 세워보세여??!!!! 진짜 간단한거얔ㅋㅋㅋㅋ제목과 김병장의 말에 유의해보세옄ㅋㅋ숙제야ㅎㅎㅎ
11년 전
독자6
웃예에요!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그대가 올렸던글도 이제보내요ㅠㅠㅋㅋㅋㅋㅋㅋㅋ 한순간 명수가 둘이라서 에??이러다가
뭔가 느낌이오네요 으헝헝헝헝 빨랑 뒷내용도 스리슬쩍 흘려주면 좋겠네요 궁금해죽겠어요!ㅋㅋㅋㅋㅋㅋ

11년 전
Abyss
뒷얘기는... 업쪙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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