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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로] Married with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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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렸어요?]
"...어."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줄리안의 호들갑을 한 귀로 듣고 반대편 귀로 흘려보낸 로빈이 인터넷 창을 닫았다. 이게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 복잡한 마음에 로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쓰읍. 또 한숨 쉰다. 아저씨이.]
"알았어 알았어."
줄리안의 핀잔에 로빈이 고개를 저으며 대충 대답했다. 하여튼 잔소리는. 로빈이 방금 본인이 업로드한 만화를 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 정말, 말 좀 하고 올리시지. 제가 첫 덧글 달 건데.]
"이미 하나 달렸거든."
[허얼.]
줄리안의 허탈한 목소리에 로빈이 작게 웃었다. 오랜만에 그린 그림이라 정말 난장판이야. 중얼거린 로빈이 시계를 바라봤다.
"야. 너 수업 들어가라. 늦겠다."
[알았어요. 이따 봐요 아저씨! 뽀뽀!]
"야, 들키면 어쩌려고 그렇게 크게.."
[뽀뽀!]
"..."
로빈이 결국 수화기에 입을 맞추고 나서야 줄리안은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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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웹툰 어떠냐?"
줄리안이 본인의 핸드폰을 다니엘에게 내밀었다. 밥을 큼직하게 떠서 입 안으로 밀어 넣던 다니엘이 핸드폰을 받아들고 스크롤을 내렸다. 뭔데 이게. 웹툰? 제목이 뭐 이래. 줄리엣X로미오? 다니엘이 웹툰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게이 얘기네."
"어떻냐고."
"그림도 괜찮고, 뭐, 괜찮네. 정식 웹툰 해도 되겠다. 왜?"
다니엘이 줄리안의 핸드폰을 내려놓자 줄리안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어. 그거 내 얘기야."
"...뭐?"
"내 애인이 그렸다고."
푸흡,
다니엘이 학식으로 나온 설렁탕(을 빙자한 MSG 덩어리)을 도로 뱉어냈다. 더러워 이 미친놈아! 줄리안이 질겁하며 몸을 뒤로 뺐고, 한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줄리안을 바라보던 다니엘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 농담 하지 마."
"덧글이나 달아."
"농담 아니야?"
"아니야."
"야. 존나. 잠깐만. 그니까. 지금 이게...너라고?"
다니엘이 핸드폰 화면을 도로 올렸다. 줄리엣, 줄리안, 줄리엣, 줄리안.. 다니엘의 입이 떡 벌어지는 걸 본 줄리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좀 갑작스러웠냐?
".....이....미친놈....그걸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얘기 하냐?"
"그럼 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한강 내다보면서 말할까? 다니엘, 있잖아, 사실 나 게이야. 저기 내 애인 온다. 인사해."
줄리안이 스테이크를 써는 시늉을 하며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자 다니엘이 미간을 좁히더니 또 다시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루아침에 절친이 게이라는 걸 알게 될 내 멘탈도 신경 좀 써줬어야지."
"미안. 난 우리 예쁜이 케어 해 주느라 바쁘거든."
아..예쁜이..ㅎ...다니엘이 쟁반을 들고 일어섰다. 줄리안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다니엘이 그런 줄리안을 향해 곱게 중지를 펴 보였다. 꺼져, 이 커퀴새끼야. 줄리안이 넉살 좋게 웃으며 그런 다니엘의 양 팔을 잡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
"알았어. 앞으로 안 그러기..는 쉽지 않을 거 같고, 자제는 해 볼게. 일분에 열다섯 번 씩 우리 예쁜이가 생각나는데 어떡하냐."
다니엘이 입 안에서 밥알이 따로따로 굴러다니는 기분을 느끼며 이번엔 왼손 중지를 올렸다.
"...대학생이야?"
"아니?"
"그럼 어떻게 만났는데."
"편의점 알바 하다가."
오 신이시여. 다니엘이 잠시 본인은 왜 사랑이 그렇게 싹튼다는 카페 알바를 일 년씩이나 했으면서도 애인은커녕 썸도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으나 답을 찾지 못하고 다시 줄리안을 바라봤다.
"나이는?"
"원숭이띠."
"92년 원숭이띠? 스물넷? 연상이네."
"아니. 서른여섯."
다니엘이 금방이라도 빅뱅이 일어날 듯 한 머리를 테이블에 쾅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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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니엘이 단 덧글은 다음과 같았다.
'첯 화만 나왓는대 대작 느낌이 펄펄 나내요! 곳 왭툰으로 갈 것 갗아요ㅋㅋ대박ㅋㅋㅋ'
그리고 아주 당연히도 덧글들을 살펴보던 줄리안의 눈에 저 덧글이 들어왔을 때, 줄리안은 아이디를 보지 않고도 저 덧글이 다니엘 스눅스가 쓴 게 틀림없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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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어. 씨. 그냥 친구 부탁이라 그래. 걍 하나씩만 달아달라고. 너만 믿는다. 덧글 성의 없으면 니 인생 덧날 줄 알아라. 알았지? 어?"
줄리안이 다니엘과의 통화를 마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뒤를 돌..다가 로빈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하고 그대로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아...하하. 아저씨. 언제 오셨어요. 말이라도 하고 오시지."
"...뭐 하냐 너."
"네? 제가 뭘요?"
줄리안이 로빈의 눈을 피하며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자 로빈이 표정을 굳혔다.
"...너 친구들한테 부탁했어? 덧글 달아 달라고?"
"그게, 로빈, 그게 아닌.."
아니긴. 로빈이 줄리안을 똑바로 바라보자 줄리안이 결국 풀 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어깨를 늘어트렸다. 로빈.. 축 처진 줄리안의 눈꼬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한테 그런 거 부탁한 적 없어. 원하지도 않고."
"아저씨. 잘못했어요. 흑. 그냥 홍보 한 셈 쳐요. 네?"
"...너 정말..."
로빈의 머릿속은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복잡했다. 위험하게 왜 그랬는지 싶은 걱정, 그리고 덧글의 칭찬들이 진심이 아닌 걸까 싶은 불안감, 부끄러움, 민망함, 기타 등등. 자존심도 좀 상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줄리안을 향해 다시 눈길을 돌렸을 때 눈앞에 서있는 제 애인은 선생님께 혼나는 학생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던 로빈이 결국 풉 하고 작게 웃었다. 그걸 들은 줄리안이 고개를 들었을 때 로빈의 눈엔 잔잔하게 눈물이 고여 있었다. 헉, 줄리안이 놀라서 안절부절 못 하며 사과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죄송해요. 로빈. 내가 잘..."
순간 로빈이 줄리안에게 기대다시피 안겼다. 로빈이 먼저 예고 없이 줄리안에게 안기는 건 처음이었다. 본인에게 푹 안겨있는 로빈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있던 줄리안이 천천히 로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자존심이 상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걱정 돼서 그랬어. 들키면 어떡하려고."
"로빈..."
"아 씨. 오글거리네."
로빈이 눈물을 닦아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반대 성의 호르몬이 늘어난다는데, 혹시 여성호르몬 과다로 자꾸 이렇게..아줌마가 되어가나. 로빈이 걱정 아닌 걱정을 하다가 본인도 어이가 없었는지 큭큭 웃으며 줄리안을 끌어안았다.
"아. 너 정말 괜찮다. 나한테 심적 안정감을 주는 거 같아. 약간..잘 때 끌어안고 자는 긴 베개 같기도 하고.."
"...네? 제 용도가 고작 베개예요??"
로빈이 줄리안의 허리춤을 꼬집었다. 아야! 줄리안이 왜 꼬집냐며 입을 삐죽 내밀자 로빈이 중얼거렸다. 안겨있는데 그렇게 크게 말하지 마. 시끄러.
"...아저씨는 그럼 제 인주 하세요."
"뭐? 인주? 도장 찍는 그거? 왜?"
줄리안이 로빈을 제 품에서 떼어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로빈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줄리안이 실실 웃으며 로빈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 다음은 코, 입술, 볼, 귀, 다시 코, 이마, 쉴 새 없이 쪽쪽거리는 줄리안에게서 겨우 벗어난 로빈이 얼굴을 찌푸리자 줄리안이 크게 웃었다.
"나는 도장 할 테니까, 로빈은 인주 해요. 헤헤."
저게.. 로빈이 밉지 않게 눈을 흘기자 그런 로빈을 다시 제 품에 가둔 줄리안이 다시 쪽쪽대기 시작했다. 결국 체념한 로빈은 그 후로 몇 분 동안 -구세주와도 같은 손님이 편의점에 등장할 때 까지- 인주 노릇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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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로]Married with Children
W.Farrokh
축 10화 축 |
(자축의 샴페인을 터트린다) 어ㅕ러분 정말 아름다운 밤이예여.(늦은 주제에 여전히 말이 많음) 항상 좋아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드리고 저와 함께 호모의 길을 걸어주시는 여러 정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줄로의 줄로를 위한..은 아니다 (?) 줄로에 의한 여러 똥글을 들고 오겠ㅅ습니다. MwC(제목 치기 귀찮은게..맞습니다) 은 아마 12~13편 안에서 끝날 것 같아요. 사실은 후속작에 대한 스토리라인도..(있는 척) 짜고 있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전에 망할 대외활동 자소서를..써야하는데..(털썩) 흑흑 항상 오던 시간보다 늦어서 죄송해요! 흐하하 사랑합니다ㅠㅠ |
암호닉 여러분들~♥~ |
돌록 워더파로크 치즈케이크 노란꽃 이룸 네시반 자비에 오뜨 사랑꾼여친 쓰나미 쥬에 파로크님빠수니 괜찮으시다면 제 인주가 되어주세요(두근) 담편은 예고했던 대로..아마..빨간 딱지가 붙지 않을까요우! 워후! 사랑해요! 매번 덧글도 달아주시고! 제가 정말! 여러분의..베개고 인주고 다 해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