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레인보우 - In Love
학생 회장 X 양아치 (인척하는) 도경수
01
“ 제발 부탁인데, 반성문은 혼자 써주면 안 될까...”
“ 학생부장이 너랑 같이 쓰라는데.”
“ 그건….”
“ 아, 나 조금 있다가 땡땡이 칠 예정인데, 학생부실에 대기하고 있어라.”
… 씨발, 넌 땡땡이를 예고하고 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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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경수가? 도경수가 학생부실을 들락날락 한다고?”
“ 아, 그렇다니까? 걔 때문에 내가 요즘 학생부실 출석 찍고 있다고….”
“ 어? 걔가 그럴리가 없는데? 걔네 무리는 좀 그렇다 쳐도, 도경수는 이때껏 그런 적이 없는데?”
“ 지랄이야. 쌩 날라리 더만.”
‘ 2학년 학생회장은 방송을 듣는 즉시 학생부실로 올라와주시길 바랍니다.’
“ 들리냐? 백퍼 도경수야.”
“ 뭐지…. 내가 아는 애가 아닌가.”
“ 아, 몰라. 일단 나 갔다 온다. 쌤한테는 잘 말해줘.”
“ 어어, 다녀와.”
분명히 조금이라도 늦으면 세워놓고 군기가 빠졌느니, 학생부를 다시 뽑아야겠느니 잔소리를 해댈 주임쌤이 두려워 복도에 흩어져서 엉망진창인 아이들을 헤치고 가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턱하고 잡았다. 씨발, 누구야.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려는데 앞에서 붕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허연 손이 내 입을 턱 막는다. 윽, 김민석 이 개새끼!
“ 입이 아주 자유분방하셔, 우리 ㅇㅇ이는.”
“ 안 그래도 추워서 입 얼었는데 존나 아프게….”
“ 그럼 바늘로 입을 꼬매줘?”
김민석 존나 무서운 새끼. 결국 속으로 욕을 씨부랄 씨부랄 해대고 있는데 뭔가 생각이 났는지 아! 하고 김민석이 내 어깨를 쥔다. 너 또 학생부실 가야된다며. 맞다, 학생부실. 갑자기 생각나 급하게 김민석의 소매를 잡아끌며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김민석이 당황했는지 야, 야 하고 나를 부르며 질질 끌려온다. 그러게 열심히 학생부실 가고 있는 나한테 왜 시비세요. 어차피 김민석도 선도부장이니까 학교 일에는 참여를 해야지. 근데 아니, 선도부장이 이렇게 떡하니 있는데 나보고 관리하라는 건 도대체 뭐야. 학생주임쌤 존나 나빠.
“ 야, 나 다음 수업 수학이야.”
“ 내 알 바야? 자, 선도부장님 들어가시죠.”
“ … 휴, 오늘만이다.”
“ 네에, 네에. 그럽죠.”
나를 얄밉게 쳐다보던 김민석을 앞으로 질질 밀었더니 한숨을 푹 쉬더니 학생부실을 연다. 분명히 도경수가 또 덩그러니 앉아서 지 특기인 불꽃 눈빛을 쏘겠지. 큰 눈으로 부리부리하게 쳐다보면 존나 무섭다니까. 괜히 소름이 돋아 팔을 쓸면서 들어가는데. 어, 오늘따라 학생부실이 좀 어수선하다? 아니, 어수선이 아니고 난장판.
“ 오, 도경수 쟤야?”
“ ….”
“ 존나 예쁘긴 하네. 3년 짝사랑할 만, 악!!”
“ 까불지 말고 앉아라.”
“ 아, 씨발. 열아! 도경수가 현이 때렸쪄!”
“ 현아, 열이는 현이가 맞을 만 하다고 생각해.”
뭐지. 이 개같은 느낌은. 도경수 하나에서 인원이 셋으로 늘어났다.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몸짓으로 쌩쇼를 하는 처음 보는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그 옆에서 존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안 돼, 안 돌아볼 거야. 절대로. 는 무슨. 결국 눈동자를 굴려 힐끔 도경수를 보는데, 도경수가 평소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김민석과 나를. … 오늘 더 무서운 이유 좀.
“ 얘네야, ㅇㅇㅇ?”
“ 아, 어어. 오늘도 반성문 검토하라는 건가.”
“ 그럼 니가 저기 두명 맡아. 나는….”
“ ㅇㅇㅇ, 나 반성문 다 썼어.”
“ 오늘은 내가 봐줄게, 그거 이리….”
“ ㅇㅇㅇ, 나 다 썼다고. 반, 성, 문.”
그래, 반성문인 거 알아. 안다고. 누가 너 지금 쓰는 거 논문이래? 그렇게 강조할 필요까진…. 도경수가 팔짱을 낀 채로 김민석이 입을 열 때마다 말을 잘라가며 한 자 또박또박 말을 읊었다. 김민석 표정이 점점 굳어가길래 결국 그 두 사람을 급하게 김민석한테 넘기고 도경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건네받은 반성문을 대충 쓰윽 훑었다. 내가 검사하는 사이 도경수가 옆에 있던 두 사람을 불러 귓속말을 한다. … 뭐, 내가 신경쓸 거 없겠지. 이제 반성문 검사하는 데도 도가 텄다, 도가 텄어. 5분도 안 돼서 반성문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이제 됐다고 말하며 고개를 드는데 책상에 기대고 목을 쭉 내빼서 나를 바라보던 도경수와 눈을 마주쳤다. 가, 가깝다….
“ 요새 좀 안 붙어다닌다 했더니.”
“ 어, 어?”
“ 선도부장이고 뭐고 내가 다 처 할 걸.”
“ 저기, 우리 너무 가까운….”
“ 어차피 내 거니까.”
“ 야. 도, 도경수?”
“ 그래도 너무 붙어다니진 마라. 존나 짜증나니까.”
뭐야. 갑자기 왜 지 거래. 이거 고백인가. 고백? 에이, 이때껏 한 행동 보면 고백은 무슨. 웃는 건 또 왜 이렇게 잘생기고 지랄이지, 쟨…. 나도 모르게 발갛게 달아오르는 볼을 식히려 고개를 숙이는데, 도경수가 일어난 건지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 그래, 가라. 빨리 가 제발. 도경수가 일어나자 저 반대편에 있던 아까 그 코미디 두 사람도 벌떡 일어난다. 그 앞에서 종이 두 장을 쥐고 인상을 찡그리며 읽어내려가던 김민석이 고개를 들었다.
“ 너네 반성문 검토 덜 했는데.”
“ 에이, 우리는 원래 안 써도 되지롱. 사실 도경수가 너 잡아놓으라고 일부러 쓰는 척 하라고 우웁!”
“ 그럼 우리는 갈게. ㅇㅇㅇ은 또 보자!”
멍멍이처럼 생긴 애가 키 큰 애한테 입막음을 당하며 도경수를 뒤따라 학생부실을 급하게 나갔다. 미안한데, 나는 절대 또 보고 싶지가 않다. 아, 기 빨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축 늘어져 있는데 김민석이 내 옆으로 걸어와서는 아까 도경수가 몸을 기댔던 책상에 걸터 앉는다.
“ 어디 아파?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내 얼굴이 그렇게 빨간가…. 고개를 숙여서 내 얼굴을 확인하는 김민석을 괜찮다며 억지로 밀어내고는 부채질을 했다. 왜 자꾸 도경수 말이 머리에서 맴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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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도경수 열 받은 거 같지.”
“ 몸 사려, 병신아. 너 ㅇㅇㅇ만 아니었으면 말실수로 아까 반은 벌써 죽었다.”
“ 열아, 현이 무쪄워.”
“ 씨발새끼야, 혀 안 빼?”
도경수 귀는 존나 밝아요, 씨발. 경수의 말에 찬열과 백현이 속닥거리던 걸 멈추고 정자세로 젓가락을 쥐고 밥을 입에 퍼 넣었다. 밥을 씹는 건지, 돌을 씹는 건지. 경수의 눈치를 보다 젓가락으로 얼굴을 푹 찔러버린 백현이 소란을 떠는 것도 모른채 경수는 숟가락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김민석, 김민석…. 걘 도대체 몇 년째 ㅇㅇㅇ 옆에 붙어있는 거야. 존나 짜증나네. 나 나가자마자 ㅇㅇㅇ랑 붙어있는 건 또 뭐야. 학생부실을 나가고도 경수는 창문으로 얼굴이 빨개진 ㅇㅇㅇ의 모습을 훔쳐봤더랜다. 그러다 ㅇㅇㅇ의 얼굴에 접근하는 김민석도 플러스로 보고.
“ 겨, 경수야. 내 소세지….”
“ 뭐, 씨발?”
“ 아무것도 아니야….”
너무 생각에 열중한 나머지 자기 소세지를 집어 먹는지, 백현의 소세지를 집어 먹는지 알 수 없는 경수였다. 씨발, 도경수 짝사랑에 놀아나는 건 우리지 그래. 찬열과 백현은 고개를 도리질치고 남은 밥을 입에 쑤셔넣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그렇게 가만히 있다간 네 존재도 모르고 졸업하겠다고 관심을 좀 끌으라며 계획을 짜고 책에 코를 박고 공부를 하던 경수를 억지로 데리고 다니던 백현과 찬열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안 그래도 무섭던 도경수가 진짜 양아치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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