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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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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 남자사람.. 아니, 남자요정을 어쩌면 좋을까.
변기를 쿠션처럼 안고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워있다.
약속된 장소가 하필 주점이었다.
원래 있던 곳에서는 구경도 못해봤던 고소한 동동주를 맛있다고 혼자 3통을 해치웠다.
물론 직접 계산하고 나를 끌고 성큼성큼 집으로 잘 찾아오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집에 온 지 5분도 채 안되서 필름이 끊긴 것 같았다.
왜 술기운이 늦게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취함과 동시에 화장실로 달려가 모든 것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하길래 등 좀 두드려줬더니 잠이 오는지 아예 자리를 잡고 자는 것이었다.
"저기.. 민석아.. 일어나봐. 진짜 여기서 잘거야?"
"끄응. 으으.."
"뭐라는거야. 이거 놓고 이리로.."
변기를 꽉 잡고 놓지 않는 민석이의 손을 떼어놓고 방쪽으로 잡아당겼다.
"아휴.. 그래도 남자라고 엄청 무겁네. 민석아! 야!"
소리를 질러도 미동이 없다.
이아이.. 죽은걸까..?
배가 들쑥날쑥 하는 걸 보니 살아있는 것 같긴 한데..
화장실 밖으로 꺼냈긴 하지만, 힘이 들어 그냥 문앞에서 재우기로 했다.
"운디..네."
"나 여기있어. 편히 자."
잠꼬대 하는 민석이에게 춥지 않게 두꺼운 담요를 덮어주었다.
"운디네, 일어나."
"으응. 조금만 더 잘게."
"... 일어나!"
"아 깜짝아. 왜 소리를 질러!"
"너 깨우려고. 나 뱃속이 너무 따가워."
"속이 쓰린 거겠지. 그러게 누가 그렇게 혼자 그 많은 걸 마시래?"
"맛있어서 그랬지. 그건 그렇고 이거 어떻게 해? 고치는 방법 있어?"
"안가르쳐 줄거야."
"뭐? 왜!"
"그냥 그러고 싶어."
"얼려버리는 수가 있어."
"뭐야 그 유치한 말장난은. 아 몰라. 귀찮아."
"......"
파앗-.
응? 헐. 저게 뭐야.
씽크대에 있던 컵을 얼려버렸다.
"뭐야? 어떻게 한거야?"
"말했잖아. 나 요정이라고. 얼리는 게 내 능력이야. 빨리 방법 안알려주면 너도 얼려버릴거야."
냉동인간은 싫어.
"알았어.. 라면이 있나. 딱 두개 있네. 조금만 기다려 금방 삶아줄게."
물을 끓이는 동안 조금 전 상황을 다시 생각해봤다.
결빙능력.
진짜 사람을 얼릴 수 있나?
"저, 민석아."
"응?"
"사람도 아까 컵처럼 진짜 얼릴 수 있어?"
"아니?"
뭐지 저 새침한 표정은.
"그럼 너 나한테 거짓말 한거야?"
"생각해보니 그러네. 미안."
아.........
저 만두같이 생긴 이상한 요정시키.
"민석아, 너 만두라고 알아?"
"만두? 그게 뭐야?"
"옛날에 우리나라 전쟁났을 때 엄청 큰 일한 장군 이름이야. 너 그분 닮았어."
"오? 잘생겼어?"
"그럼.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엄청 잘했다고 하고, 키도 엄청 ㅋ.. 아 미안."
키 얘기가 나오자 정색을 하는 민석이였다.
"아무튼 좋은거야."
"그래? 그럼 앞으로 나 만두라고 불러줘. 기분좋게. 아, 만두민석 좋다."
이 어리석은 요정아. 너는 내 손바닥 안이야.
"만두야, 이거 먹어. 이거 먹으면 속쓰린거 다 없어져. 아참, 매운거 먹을 수 있어?"
"그런거는 걱정하지 마. 이래뵈도 이곳에 오기 전에 미각훈련도 했어."
"미각훈련?"
"응. 요정들이 인간들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야. 근데 이거 진짜 맛있다."
"당연하지. 누가 끓였는데."
"이거 내일도 먹을래. 그다음날도. 너무 맛있어."
요정주제에 인스턴트 맛을 알아채다니.
"그래. 많이 먹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 옷만 입고 있는 만두.
어제 마신 동동주 냄새도 배어 있는 터라 갈아입어야 하는데.
"만두야, 다른 옷은 없어?"
"응. 이거밖에 없어."
"먹고 바람좀 쐴 겸 쇼핑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