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감기 극뽁 ^3^ "야 내가 오늘 늑대.. 아니 고양이를 주웠거든?" 무턱대고 정국이의 상처를 씻어내준다는 둥 앞으로는 좋은 생각만 들게 해준다는 둥 오글거리는 말들은 다 했지만 정작 동물 한 번 키워본 적 없는 나였다. 그래서 일단 아버지가 동물병원 하시는 친구에게 조언을 얻어보려 전화를 걸었지만 차마 정국을 솔직하게 늑대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사람인데. 고양이라고 말하니 정국은 '나는 고양이 따위가 아니야.' 라는 듯 나를 째려봤지만 어쩔 수 없어, 정국아.. "뭐? 이야 살다살다 김태형이 동물 주워오는 것도 다 보네.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잔말말고 어떻게 해야해..?" "그러게 형 따라서 일 좀 도와달라할때 와서 배워가면 좀 좋냐~ 내 말은 아주 쥐 똥.." "아, 박지민!!!" 괜히 전화를 걸었나, 고양이라는 소리 듣고 정국이는 뾰루퉁해져있고 친구는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아 정작 얻은건 하나도 없다. "나도 강아지나 그런 애들은 봐서 아는데 고양이는 쓰다듬어주면 좋아하는 것 밖에 모르겠다. 혹시 고양이 아프면 꼭 우리 병.." "어, 고마워." 말하는 친구에게 무턱대고 끊어린건 미안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뾰루퉁 삐져있는 정국을 달래줘야 했다. 아예 내게서 몸을 돌려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귀여워서 계속해서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웃으면 더 삐지겠지- 하는 생각에 표정을 굳히려 노력했다. 그래도 너무 귀여운걸 어떡해. "정..국아..흐흫" ".." "정국아 삐졌,어..?" 최선을 다해서 웃음을 멈춰보려 했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정국아?" "고양이.." "어?" "고양이 아니야!" 아... 정국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관이였다. 정국은 부끄러운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아.. 아아... 귀여워.. 정국이 문을 닫고 들어간 후로도 한 참을 웃어제꼈다. 정국이 저렇게 말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어린아이 투정같은 말투에 눈물까지 쏙 빼버렸다. 겨우 숨을 고르고는 정국이 들어간 안방으로 다가갔다. 아직 문을 잠그는 방법을 몰라서인지 문은 쉽게 열렸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침대 이불을 뒤집어 쓰곤 훌쩍거리는 정국이였다. 지 딴에는 꽤나 서러웠는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글썽거리는 모습까지 귀여워 다시 웃음이 나려 했지만 한 번 더 웃어버렸다간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 정국 옆에 살짝 걸터앉았다. "화났어, 정국이?" 잔뜩 심술이 났는지 볼은 툭 튀어나와있었고 눈물 한 방울이 주륵 흘러내렸다. 괜히 나까지 마음 찡해지는 것 같아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쯤 아까 통화에서 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고양이는 쓰다듬어주면 좋아한다. 이것도 기분 나빠하는건 아니겠지, 하며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마법이라도 걸린 듯 정국의 울음보가 터져버렸다. 갑자기 으앙- 하는 소리를 내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내가 당황해하며 허둥거릴때 쯤 "나는, 고양,이, 아니야아" 아.. "응, 응. 정국이는 고양이 아니야. 그치?" "나는 고양이, 아닌,데 나,보고, 고양이라고 그러고.." "에이, 아니야. 형아가 잘못말한거야! 정국이 뚝 하자~" 애는 끅끅거리며 울고있는데도 입꼬리가 하도 올라가길래 얼굴을 보면 더 웃어버릴 것 같아서 정국을 품에 안았다. 등을 쓰다듬고 겨우겨우 달래어봐도 눈물을 그치지 않는 정국탓에 웃음도 쏙 들어갔다. 계속해서 머릴 쓰다듬어보고 달래줘봐도 울음이 그치지 않는 정국에 넋이 반쯤 나가버렸을 때 쯤 어제 두고갔던 내 옷들 속에 다 낡아해진 기다란 티 한장만 입고 있는 정국을 발견했다. 바지도 없이. "정국아, 내일 형아랑 같이 쇼핑갈래?" "..쇼핑?" "응, 내일 같이 손 잡고 옷 사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가자!" ".." "응? 가자-" 품에서 정국이를 떼어내 얼굴을 보며 얘기하니 정국은 어느새 눈물을 그치고 코를 훌쩍이며 나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국은 내 물음에 한 참을 고민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문제는 옷이 아니라 꼬리였다. 정국과 한바탕 한 후 같이 식사 할 때도 계속해서 머릿속은 온튱 꼬리뿐이였다. 꼬리를 다 드러내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건 시간문제였으며 무턱대고 옷 안에 넣자니 정국이 불편해할게 뻔했다. 심지어 털도 풍성하고 거의 정국의 몸만한 꼬리였다. 저걸 옷 안에 넣고다니면 얼마나 불편해할까. 아무 생각없이 무리수만 나올 무렵 정국은 잠이 오는지 제 꼬리를 끌어안곤 내 품에 쓰러졌다. 겨울이라 밤이 더 짧아진건지 아직 여섯시밖에 안됐는데도 밖은 어둑어둑했다. 아직 잘 때 안됐는데 눈은 반쯤 풀린 정국을 번쩍 들어 침대에 눕혀줬다. 몸은 중-고등학생이라고 치지만 하는 행동은 아직 유치원생 어린이 같았다. 꼬리를 끌어안고 금방이라도 잠들듯이 눈을 꿈뻑이는 정국에게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고 나가려했지만 낯선 곳에서 잠이 잘 올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하지만 벌써 곤히 잠든 정국을 보고 헛된 걱정을 했다 느꼈다. 새근새근 잠을 자는 정국을 보니 마치 부모라도 된듯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잘자, 좋은 꿈 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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