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 주위사항*
썰을 위해 종대와 백현이의 연습생 기간을 조금 늘렸습니다.
읽으시는데 지장은 없으시겠지만 혹시나 불편한 마음이 드실까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어쩌다 과거의 엑소랑 같이 연습생 돼버린 썰]
첫 연습-나,엑소,성공적,망할.
"징어야! 이거 봐봐. 오세훈 진짜 웃기지않냐?"
"아, 형! 그거 삭제하라니까 왜 아직도 안 지웠어여!"
"징챠 시크러어. 촘 초용히해."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2015년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엑소의 연습실. 굳이 자세하게 말하자면야 바야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1년.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10명의 엑소가 아닌 엑소라는 이름 하에 데뷔 확정 중인 11명의 연습실이라는 거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왜 이 10명의 남정네들과 함께 MAMA를 온몸이 땀에 적셔지도록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병신 같겠지만 진짜임. 정말. 레알. 참트루.
게다가 더 심각한 건..
"징어야, 뭐 해?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
"아……, 아. 네. 형.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고.."
"곧 데뷔한다니까 징어도 설레나 보다. 그치?"
분명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대생이던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 김민석에게 형이라고 불러야하며, 여기 있는 10명과 함께 엑소로 데뷔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 정도..?
시발! 시발! 이럴 순 없어!
2015년의 나로 돌아가 보면 나는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하게 될 파릇파릇한 신입생이었다. 비록 내가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지만..ㅋ..? 다들 그러잖아요? 나만 원하는 대학 못 간 건 아니잖아요? 얼떨결에 과는 꽤 마음에 들었지만 수험생 시절 생각해보지도 못 했던 대학에. 그것도 여대에 떨어진 나는 매우 분노했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공대에 그렇게 잘 생긴 선배들이 많다는 친구의 위로에 금방 기력을 차릴 수 있었다.
"그나저나 슬기 너는 진짜 사진과 갔네?"
"역시 여기저기 나의 실력을 알아보는 대학이 많더라고."
"지랄. 겨우 엑소 따라다니면서 찍어댄 실력으로 뭐?"
"겨우? 장난하나, 이 기지배가. 내가 이래 봬도 팬들 사이에서 사진 잘 찍는다고 소문난 여자라고!"
"아, 예. 그놈의 엑소 따라다니다가 사진과까지 가시고 아주 대단한 덕후 나셨어요."
"닥쳐라, 네 이놈. 나의 신성한 밍소쿠의 볼살을 매도하는 말은 들어줄 수가 없다."
"밍소쿠래.. 미쳤다, 진짜. 그리고 혼자 사람 잡지 말아라 나는 볼살의 볼 자도 안 꺼냈다."
이렇게 카페에 앉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엑소 팬인 친구의 덕후함을 받아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단 말이다. 아주 평화롭게. 그리고 이것저것 칼로리 덩어리들을 흡입하면서 즐거움도 느끼고 하다 보니 어느새 어두워지는 바깥에 얼굴이 무기지만 예의상 더 어두워지기 전 친구와 헤어지고 나의 화려한 미래를 상상하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ㅇ..앙대!"
어제 산 내 신상 네이쳐 틴트가 저 멀리 제 한 몸 날려 열심히 굴러가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이놈의 요망한 틴트 같으니라고 어느새 나와서는 저렇게 멀리 가고 있었데.
"거기 서!"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솔직히 누가 봤으면 여기 웬 미친놈이 한 명 나타났다고 신고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난 주변 신경 따위 쓰지 않고 이제는 내리막길에 다다라서는 틴트를 잡기 위해 열심히 뜀박질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팔과 다리를 뒤흔들며 뛴 결과. 틴트는 내 손안에 겟또..!는 무슨 내가 누군가. 초등학교 6년 내내 달리기 꼴등의 영광에 빛나는 김징어 아닌가ㅋ. 틴트는 그렇게 내리막길에 들어서 더 빠른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고 발을 잘 못 디뎌버린 나는 틴트와 함께 꽤 높은 내리막길을 처참하게 구를 수밖에 없었다는 행복한 결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을 구르다 보니 아무리 높은 길이였어도 그렇지 이렇게 오랫동안 내 몸이 뒹굴 수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눈을 떠보니 내가 죽은 건지 방금 전까지 어두웠던 하늘이 아닌 새하얀 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징어야! 괜찮아?"
"야, 그러니까 내가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우고 얼른 징어나 챙겨!"
어디서 많이 보던 남정네들의 얼굴은 덤으로.
"아…."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아니, 이분들.. 어디서 많이 본 분들인데? 그것도 슬기 핸드폰에서.
"형, 어떡해.. 징어 말을 못 하잖아. 혹시 머리를 다친 거 아닐까.."
"변백현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징어야, 진짜 어디 아픈 거야?"
내 눈이 정확하고 뇌가 멀쩡하다면야 이 사람들은 분명 엑소다. 아이돌 그룹 엑소. 그런데 이분들 이런 대 낮에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우선 이 부담스러운 눈빛들 때문에라도 대답은 해줘야 할 것 같다.
"아픈 데는 없어요…."
"아, 다행이다. 그래도 잔디에서 구른 거라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
"준면이형. 그럼 징어 괜찮은 거지?"
"박찬열. 우선 사과부터 하지?"
"징어야! 진짜 미안! 난 장난으로 민 건데 너가 그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어!"
난 틴트를 따라서 스스로 구른 것뿐인데 그렇게 두 손까지 모아서 싹싹 빌면 내가 더 미안하잖아..
"어…. 아니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
..응? 내가 뭐 잘 못 말했나. 왜 이렇게 조용해져.
"형! 아무래도 징어가 진짜 머리를 다쳤나 봐요! 저렇게 순순히 사과를 받아 줄 리가 없는데!"
"……. 징어야. 정말 머리 안 아픈 거 맞지?"
다시 2011년.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박찬열과 변백현. 그리고 걱정된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김준면을 따라 연습실에 들어온 지도 벌써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얼떨결에 숙소까지 따라 들어갔고 5개월간 수능 전 날에도 하지 않던 고민을 심도 있게 해본 결과는 이랬다.
첫 번째. 나는 지금 2015년이 아닌 과거의 2011년에 와있다.
두 번째. 나는 엑소라는 이름으로 데뷔가 확정된 연습생이 돼버렸다.
세 번째. 고로 나는 남자다. 그리고 꽤 잘 생겼다.(중요)
네 번째. 원래의 나는 음치, 박치에 몸치까지 가진 사람이라 금방 들통 날 줄 알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나름대로 안무나 노래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곳 멤버들은 나를 평범한 멤버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엑소로 데뷔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
이럴 수는 없다고!
안녕하세요! 다른 필명으로 꽤 활동하다가 글을 놓은지도 엄청 오래됐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글을 썼더니 분량 조절이 잘 안 되더라고요.. 다음 화부터는 넉넉한 분량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징어는 남자입니다! 남징! 그렇다고 이 글이 남징♥엑소로 이어질 건 아니고요.. 나중에 어떻게든 됩니다ㅎㅎㅎㅎ 미리 말하면 스포니까? 참고로 저는 타팬이라 엑소에 대해 자세한 건 모르고 친구에게 도움을 받아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이상한 부분은 바로 말해주세요! 어쨌든 이런 모자란 글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 화에서 봬요!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