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트윈즈
W.트윈즈
“ 준면아, 생일축하해. 종인이도. ”
“ ○○아, 좋아해 ”
우리의 7번째 생일파티날, 나는 둘 중 한 명으로부터 고백을 받았고 그 고백은 19살인 지금까지 쭉 이어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어젯밤 자기 전 문득 든 어린 시절 생각에 앨범을 들고 익숙하게 다리로 향했다. 다리에 놓인 세 개의 어린이용 소파 중 노란색과 초록색 소파에 자리한 분홍색 소파에 파묻힌 채 오래된 앨범의 첫 장을 열었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지나고 나 또한 달라져 갔지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내 양옆에 자리한 두 명의 남자아이였다. 첫 장 첫 번째 사진인 신생아실 사진부터 한 달 전 찍은 종업식 사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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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첫날이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은 밤 갑자기 찾아온 기억은 밤새 날 떠나지 못했고 기억 속을 헤매다 결국 잠을 설치고 말았다. 시계에 적힌 이른 시간에 부운 두 눈을 꾹꾹 누르며 방 옆에 자리한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수건으로 훔치며 부엌으로 가던 중 이제 막 다리를 건너오는 김종인을 보곤 걸음을 멈추었다. 아직도 감겨오는 두 눈을 깜박이다 나를 발견한 김종인은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내 어깨에 기댄 채 목덜미에 제 얼굴을 묻어왔다.
“ 무거워. ”
“ 괜찮아. ”
“ 내가 안괜찮아. ”
“ 좋은 냄새난다. 씻었어? ”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김종인에 손수 얼굴을 치우려다 저 멀리 뛰어오는 김준면에 그 동작을 멈췄다. 재빠르게 다리를 건너온 김준면은 내 어깨에 기댄 김종인을 밀곤 내 옆에 밀착했다.
“ 아 뭐야 ”
짜증을 내는 김종인을 가볍게 무시한 김준면은 내 어깨에 걸린 수건을 들곤 금방 씻은 것인지 아직 마르지 못한 제 머리를 닦으며 익숙하게 늘 하던 말을 꺼냈다.
“ 오늘도 좋아해 ”
김준면은 오늘도 좋은 아침 같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모닝 인사 대신 오늘도 좋아해라는 모닝 고백을 내게 해왔다. 그의 고백은 7번째 생일파티부터 시작해 오늘까지 쭉 이어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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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한다는 내게 뜬금없이 고백한 김준면(7세)는 어디서 뽑아온 건지 제 얼굴만큼이나 새빨간 장미를 내게 건넸고 그 장미를 받은 나는
“ 아야 ”
장미 가시에 찔렸다.
장미만큼 빨간 피를 보며 나는 엉엉 울었고 그런 나를 보고 당황한 김준면은 어찌할 줄 몰라 땅에 내동댕이 처진 장미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을 마무리 지은 건 주머니에서 밴드를 꺼내 내 손에 붙여준 김종인(7세)였고 나는 울음도 그치지 못한 체 장미를 준 김준면을 미워하며 그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 나 준면이 너 싫어! 종인이가 더 좋아!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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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뒤로 김준면은 내 곁에서 철저히 김종인을 제외했다. 뭐 그런다고 물러설 김종인도 아니지만. 오늘도 어느 때와 같이 나와 김종인 사이에 김준면을 낀 체 부엌으로 향했다. 김준면은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 의자를 꺼내는 김종인의 목덜미를 잡고 자신의 옆자리로 끌었다. 그리곤 내 앞자리에 자신이 자리했다. 김준면이 내 옆자리가 아닌 내 앞자리에 앉는 이유는김종인이 내 옆은 물론 내 앞에 앉는 것까지 모두 다 용납 못한다고 이유였다.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묵묵히 내 자리에 놓인 국을 퍼먹었다. 그것은 김종인도 마찬가지였다. 내 밥그릇에 반찬을 올려주는 김준면의 손길을 받으며 밥그릇을 비워갔다.
금세 비워진 밥그릇을 들고 자리에 일어나자 내가 먹는 것을 신경 쓰느라 정작 제 몫을 다 먹지 못한 체 나를 따라 일어나는 김준면을 다시 앉히곤 젓가락을 손에 손수 쥐여준 체 내 방으로 걸음을 향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후 방을 나오자 내 방문 옆에 기대 있던 김종인은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또다시 기대왔고 그새 밥을 다 먹고 나와 같이 가방까지 맨 김준면또한 자연스럽게 그런 김종인을 밀치곤 내 옆에 제가 자리했다. 익숙한 상황에 별다른 반응 없이 집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 청소년입니다.]
얼마 있지 않아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 연이어 세 번 울리는 기계 소리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비워진 두 좌석 중 창가 자리에 자리했고 남은 옆은 김준면이 채웠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좌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은 우리가 앉은 좌석 위의 손잡이를 잡았고 그와 동시에 버스는 출발했다. 몇 정거장을 지난 후 들리는 학교 이름에 버스에서 내렸고 눈앞에 보이는 교문으로 향했다. 물론 어김없이 내 어깨에 기대오는 김종인과 그런 김종인을 밀치곤 내 옆에 자리하는 김준면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