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B. 헝거게임]
* 작가의 말 *
31일까지 암호닉 마감입니다. 여기다 암호닉 신청하지 마시고
http://www.instiz.net/writing?no=1165135&page=1&stype=3 여기에 신청하세요.
틀면 후회 안함.
오늘 글은 꽤나 짧습니다.
* 결막 1화 암호닉(+ 댓글) *
햫기동동
구닝
닭다리
꿍디꿍디
수박
코카콜라
달다리
조으디
진지한팀비
J
하늘
네티
양양
갓바비
소녀
냐미냐미
파랑짹짹이
햇님
옥수수
김밥이랑
토끼이빨
분홍양말
밤비
김빱
지원아!죽지뭬!!
지나니
꿀떡
연결고리
달여우
우현동자
서채
체리돼지
백년가약
양꽃
감자
동동주
준회
라임
코코몽
페브리즈
허니콤보
페리페라
워후워
보리차
찌푸
거북이
진주
한빈아뿌잉
꿀갓빈
후은
+ 공지사항 암호닉 추가
프엠
<3 기맘빈과김밥 <3
밷배치
혜의
얼음을동동띄운물을주네
오홍홍
꿀
사비
Scott
피카츄
김한빈츠
알돈나
설렁
마잭박사
비니비니한비니
뚜기두밥 오뚜기밥
밥데렐라
기맘빈과김밥
곰돌이푸
허니버터칩
똥
삐악
해피
헝거밥
일기장
민트초코
으우뜨뚜
소묘
꽃게탕
뿌요겨털을낰낰
[지금 당장 헝거게임을 중단시켜요!]
"하지만, 시청자님. 시청자님이 요구하신다고 해서,"
[지금 날 무시하는거예요? 김지원이 죽었잖아! 중단을 시키든지 공동우승자로 만들던지 해보라고!!]
벌써 1200통이 넘는 전화가 캐피톨 방송국에 걸려왔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전화음에 방송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일손이 부족해서 승윤과 수호마저도 답변해야만 했다.
담당 PD는 역대 이런 일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10대 소년소녀의 사랑이 캐피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은 상상도못했기 때문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다.
욕을 읊조리며 책상을 쾅 치는 PD의 행동에 사무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보기 바빴다. 캐피톨에서 이제 대통령의 명령만 떨어지면 어떻게든 보내겠지만, 지금은 침묵이다.
지금당장 캐피톨 정부에 연결해. PD의 짜증섞인 말에 작가 한 명이 후다닥 전화번호를 눌렀다. 통화연결음이 진행되면서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런 상황, 이상하다.
김지원이 죽었을 때 최고시청률에 놀랬지만 수익에 행복한웃음을 지은지도 1시간이 지났다. 1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전화가 한꺼번에 걸려오고, 욕도 쳐먹었다.
공동우승을 시켜달라, 아니면 헝거게임을 당장 중단해라. 이 두가지 의견이 가장 많았다. 최대한 웃으면서 죄송합니다, 라고 하자 발끈하며 화를 내는 시청자가 무서웠다.
김지원이 죽어버려서 그 여자아이가 얼마나 슬프겠어요, 캐피톨에 압박을 넣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당신들이 유일한 사람들 중 하나란 말입니다.
어떤 시청자가 한 말이였다. PD는 그 말을 곱씹어 보았다. 캐피톨 대통령은 나이가 어리지만 현명한 판단을 하는 '현인'들 중 어린 리더 물망주였다.
하지만 그는 이 세계를 파탄시킬 사람이다. 독재적이다 못해 자신의 세상만을 만들고 있다. PD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계속 연결을 시도하는 작가를 밀쳤다.
비켜봐, 내가 해보겠어.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정부전화번호를 대충누르고 통화를 걸었다. 캐피톨 정부라는 기계음이 나오면서 안내되는 번호가 나오자 곧바로 눌렀다.
4번, 대통령과의 면담. 어린 나이지만 어린티를 내지않으려고 여러모로 애쓰는 대통령. 얼굴을 딱 한 번 봤었는데, 그 떄 보고 충격에 빠졌었다. 너무 어리잖아.
비록 그가 만든건 아니지만 윗 세대를 탓하기엔 그가 너무 전 사람들보다 현명하지만 악독했다. 또한 이익 추구에 눈 먼 사람이기도 하고. PD는 잠자코 기다렸다.
네, 비서실장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누구신지요, ...저 헝거게임 방송 PD입니다. 그러자 비서실장은 잠시 아무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신지. 대통령께 할말이 있습니다. 전화연결 부탁드립니다. 비서실장은 탐탁치않은 목소리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고 다시 아무말이 없었다.
몇 초 뒤에 돌아온 비서실장은 연결해드리겠다며 기계의 특유 버벅거리는 소리를 냈다. 눈살을 찌푸리고 기다리자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각하, 저 헝거게임 방송 PD입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곧바로 반응했다. 아, 당신이군요. 꽤 오랜만입니다. 웃음기를 띄는 목소리다. 그는 잔뜩 긴장하고 말을 건넸다.
각하, 제 말을 들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러자 흔쾌히 수락하는 그였다. 물론이죠, 말씀해보세요. PD는 이를 악문걸 티내지않고 말을 천천히 이끌었다.
지금 저희 방송국에 지금까지의 헝거게임 진행상황에 대하여 시청자들이 분노를 표했습니다. 사상, 최초입니다. 시청자들이 심지어 저희를 협박하기까지...
[PD님이라고 하셨나요?]
대통령이 반문하며 PD의 말을 잘라냈다. 그는 살짝 얹짢은 기분이였지만 꾹 참아내고 바르게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흐음, 하고 잠시 고민하는 눈치다.
헝거게임에서 공동우승한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은 몇 명인지 알고계신가요? PD는 답변을 하려다가 말문이 막혀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없습니다.
네, 맞아요. 대통령은 대조적이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없죠. 그리고 이렇게 시청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오랜만이구요. 대통령은 또 다시 아무말이 없었다.
PD는 이 틈을 타서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걸 각하께서 제일 잘 알잖습니까. 그런데 엉뚱한 화살이 방송국으로 날라오니 이것참...
각하, 저희는 각하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이번으로 인해서 헝거게임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단걸 깨달았습니다.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였고,
1200통이 넘는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바람에 저희팀은 완전히 몰락 분위기를 타고있습니다. PD는 애절한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각하,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뭘 부탁한다는 건지 집어서 얘기하시길 바랄께요. 대통령은 싸늘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말하면 제 해석대로 흘러가게 될 수 있잖아요?
PD는 눈을 질끈감고 눈 앞이 아찔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대통령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있다. 잔인한 게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남의 괴로움에 즐거워하고 있다.
정말 최악이다. PD는 주먹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요구사항은... 공동우승을 하게 해주십시오.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PD의 마음은 애타기가 그지없었다. 각하,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헝거게임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실건가요?
그는 입술이 부들부들 떨려옴을 느꼈다. 도대체 자신보다 어린 애한테 이런걸 가지고 부탁하고있다니. PD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다고 느꼈다.
대통령은 크게 한숨을 쉬며 이것참, 곤란하게 된다는 식이였다. 지금 자신도 헝거게임을 보고있다고 했다. 12구역의 여자와 11구역의 남자의 사랑이 흥미롭다고.
하지만, PD님. 저게 과연 진짜사랑일까요? 아니, 저는 그 12구역의 남자와 여자가 정말 연인관계였다는 거에 묻고싶네요. 대통령은 날카롭게 물었다.
진짜 연인관계라면 남자를 따라 여자도 죽었을 텐데 왜 여자는 죽지 않는건지, 저는 알 턱이없네요? 그는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입 장난을 치고 있었다.
PD는 뭐든 낫다고 생각하며 각하, 하고 한 번 더 불렀다. 대통령은 잠시 숨을 멈추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각하라고 부르면 제가 얼마나 괴로운지 아세요?
당신보다 어린데 높은 사람들한테 받는 대우란 가시같아서 나 나름대로 스트레스받습니다. 대통령은 어림을 티냈다. 지금 PD에게 자신이 힘든걸 티내고 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지금 이 권한은 저에게만 달려있는 걸로 알겠습니다만. 대통령은 어두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한참동안 말을 질질 끌었다.
지금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은 공동우승인 게 틀림없는거죠? 대통령은 재차 확인했다. PD는 그렇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대통령은 무슨 판단을 내릴까.
"공동우승..."
"..."
"일단 당신은 정부기관, 내가 머무는 이 곳으로 오십시오."
"...네?"
"당신이 꼭 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
대통령은 자신이 알아서 판단하겠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PD는 한참동안 멍하니 서서 끊겼음에도 넋을 잡지 못했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인거지?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모두 숨죽이고 PD를 쳐다보고있었다. 그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가능성은 있어보인다고. 그러자 사무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제서야 굳은 얼굴을 풀었다. PD님, 그럼 PD은 이제 뭐하시게요? 막내 작가가 물었다.
각하께서 그 곳으로 오시라고 하셔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PD는 보조PD를 불러 지시했다. 각하께서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 방송국을 키고 시작하게.
어디가세요? 보조PD가 눈이 동그랗게 된 채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외투를 입었다. 잠깐 갔다오는 거니까 원래처럼 방송진행하게. 알겠습니다, 선배님.
PD는 방송국을 나서면서도 불안한 기운을 떨쳐내지 못했다. 대통령의 말 하나하나가 곱씹어보니 등줄기를 타고 아픈부분을 찌르고 있었다. 그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한빈의 팔에서 피가 떨어졌다. 검붉은 피가 주르륵 팔을 타고 흘렀다. 두 눈에서 눈물이 맺힌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손이 떨리면서 그는 총을 떨어뜨렸다.
나는 그게 시작했던 것 마냥 총을 줏어들고 담요를 꺼냈다.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나는 그의 팔을 잡고 엉엉 울었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전개에 나는...울었다.
총알이 아예 완전 그의 팔을 통과해버렸다. 구멍이 뚫린 곳에서 혈액이 고동을 칠 때마다 피가 찔걱찔걱 흘러나왔다. 담요로 벌벌 떨면서 닦아내도 미친듯이 흘러나왔다.
이러다가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단 생각에 한빈이를 껴안았다. 한빈이는 총이 맞은 팔로 차마 내 등을 쓸어주진 못해서 가만히 서있었다. 미친놈, 왜 쐈는데...!
한빈이는 그만 울라며 나를 밀쳤다. 차라리 내가 죽는게 더 마음이 편해. 무슨소리야, 너 지금... 총쐈다고 할말 못할말 다 하고 있는거야? 내 말에 그가 조금 웃었다.
김지원 때문에 눈물로 살 너가 내 존재는... 버거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꿇었다. 피가 쏟아지면서 밑에 있는 풀들이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죽지마, 너 내가 말하는데 너 죽지마... 내 말에 그는 힘없이 웃으며 대꾸조차 하지않았다. 눈빛만은 또렷했다. 나는 그 점을 새기고 총을 들어 그와다르게 어깨에 갖다댔다.
순간 김한빈의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야, 너 총내려놔. 그의 명령에도 나는 거부하고 그를 똑똑히 쳐다봤다. 너도 내가 말하는거에 듣지않았어. 김한빈은 씨발, 하고 욕했다.
당장 총내려놓으라고! 내가 맞았으니까 너는 무효야! 그의 말에 나는 무시하고 내 말을 이었다. 멍청하게 내 말 들었으면 너도 이렇게 안 됐을꺼아냐! 멍청아...
김한빈의 숨이 흐려지고 있다. 하아, 하아 하고 가빠오지만 점점 옅게 흐려지는 그의 탁함이 나는 왜이렇게 놓치고 싶지않은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어깨에 갖다댄 총구가 차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들이밀고 아까와 다르게 비장한 기분이 되었다. 김한빈마저도 저렇게 됐으니까 나는 이어가고 싶지않았다.
김한빈의 새로운 피가 얼룩이 된 총을 흘끔 쳐다보고, 내가 두른 담요를 꾹 잡고있는 그를 쳐다봤다. 그는 꿇린 무릎 하나를 겨우 지탱해서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가만히...있어."
쇠에 긁힌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젓고 총구를 더 깊숙히 박았다. 내 피가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일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총을 잡고 더욱 극단적이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순식간에 경기장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앞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김한빈을 쳐다봤다.
김한빈은 다시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하늘을 쳐다봤다. 진짜 헝거게임의 우승자는... 내가 아닌, 너였던 거야. 그가 말하면서 피를 토했다. 그의 입가가 붉어졌다.
간혹 보이는 그의 이가 피로 얼룩졌다. 나는 김지원의 모습이 겹쳐보여서 뒷걸음질을 쳤다. 김한빈은 멈칫하더니 곧 이해한다며 쓰게 웃었다. 김지원, 때문이지?
김지원한테 가려진 모습. 아니, 김지원이 말했던 달의 이야기가 뭔지 나한테 말해줘. 김한빈은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달의 이야기에서 꼭 달같다는 말이 뭐야?
죽을 때가 됐다고, 적이였던 김지원 얘기를 아무렇게 하는 거 보니까 나도 미쳐가는 거라고. 김한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피를 다시 토했다. 핏내음이 진동했다.
"달의...이야기가 궁금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달의 이야기를 하고 난 총 쏠꺼야, 난 너한테... 말했어."
김한빈은 내 말에 나를 노려보았다. 총을 쏘면 가만안둔다는 의미였다.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옛날에 달과 소년이 있었어. 달과 소년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소년은 달을 무척 좋아했대. 달도 소년을 무척 좋아했고. 둘은 보기에도 달콤한 연인이였어.
그런데 어느날 소년이 다쳤어. 소년은 누군가의 습격으로 인해 몇 주동안 깨어나지 못했고, 그가 무척 좋아했던 달에게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버렸어.
달은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않자 불안해했대. 그리고 소년이 다쳤다는 얘기를 뒤늦게 접하고 소년이 깨어나길 간절하게 기도했던 거야. 제발, 제발 일어나라고.
그러고 나서 소년이 정신을 차렸어. 달은 무척 기뻐했지. 아, 드디어 얼굴을 보는구나. 달은 다시 소년과 마주보고 속삭일 모습에 잔뜩 기대하며 기다렸대.
하지만 소년은 달을 외면했대. 본척만척하고 옆 동네 소녀에게 놀러가서 사랑을 속삭인거야. 달은 그 모습에 실망했지만 쓸데없는 기대를 했던거지.
그러던 어느날 태양이 달에게 말했어. 그 소년, 소녀와 결혼한다고. 그 말에 달은 큰 충격을 받고 엉엉 울었대. 밤에 나타날 수 없을 만큼 울어버렸던 거야.
그러고나서 달은 한참뒤에 태양에게 소년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어. 결혼은 무사히 마쳤고, 둘은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그런데 달은 그저 웃기만했대.
태양은 그 모습에 의문을 가진거야. 왜 화를 내지않는거냐고. 나라면 화내고도 남을 텐데, 너는 원망스럽지도 않냐고. 달은 이상하게도 아니라고 대답했어.
자신이 소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태양은 정말로 사랑했지않냐고 물었고, 달은 고개를 끄덕였어. 정말 사랑하면 그 사람의 행복을 지켜보는 것.
이렇게 이야기를 짧막하게 하자 김한빈의 몸이 기울어졌다. 안돼, 안돼!! 나는 소리를 치면서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피로 얼룩진 얼굴로 웃었다.
그래서, 달은 행복했대? 그의 말에 나는 딜레마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을 멈췄다. 그래서, 달은 행복했대? 김지원의 말과 똑같은 말이였다. 김한빈은 다시 물었다.
아냐, 달은 행복할 수 밖에 없었을 것같은데? 그리고 김한빈은 피가 여전히 흐르는 팔을 애써 들었다. 피가 다시 물감 쏟아지는 것 마냥 빨갰다.
한빈아, 나... 이야기 다 끝났어. 그 말에 한빈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담요를 내게 건넸다. 총, 나한테 다시 돌려줘. 김한빈은 그렇게 요구하며 담요를 억지로넘겼다.
너 마저도 희생자가 되게 할 수 없다고. 김한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내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나는 거칠게 빼내며 발악했다. 잡지마! 김한빈은 끝까지 끈질겼다.
달의 이야기가... 그게 마지막이라고? 그가 중얼거리며 입가를 닦았다. 피는 아까보단 줄어들었지만, 힘이 없어보이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오히려 내가 아픈 듯했다.
한빈아, 나는 그의 이름을 나즈막히 부르고 어깨에 계속 박은 총을 움직여서 관자놀이에 갖다댔다. 김한빈은 내가 부르는 것을 듣고 시선을 내게 옮겼다.
그러나 곧 그는 경악하며 눈을 크게 떴다. 미쳤어? 당장 안 떼? 못 떼, 너가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떼냐고! 서로 발악하며 의미없는 이기적임을 내세우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댄 총구가 더욱 차갑다. 머릿속을 울리는 차가운 촉감이 지금 김한빈이 자칫하면 출혈로 죽을 수 있다는 걸 다시한번 알게해주었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관자놀이에 대 봤자, 한 방으로 끝나는걸."
"미쳤어, 당장 떼지 못해?"
"못 떼, 너가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떼는데...? 차라리 나도 같이 죽는게 나아."
"지키지도 못할 말 함부로 지껄이지마."
김한빈은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팔을 버둥거렸다. 덕분에 내 총을 빼앗아 갈 뻔했지만 가까스로 피하고 그에게 보란듯이 총을 좀더 보여주었다. 그는 지금 꽤나 분노했다.
김지원처럼 황천길 가고싶어서 내 팔에 쏜거아냐. 내 인생의 삶의 목적을 찾았는데 내가 왜 죽을 짓을 하겠냐고. 김지원한테 가려져서 나는 대체 뭘 어쩌자는 거지?
그는 쉼없이 쏟아낸 뒤에야 헉헉대며 숨을 골라냈다. 심장 주변에 쏜 것이 아니라 한방에 가진 않았지만, 그는 시간이 좀 지난 지금에서야 정신적인 압박이 온 것같았다.
김지원이 내게 가진 특별한 추억과 기억이 나름 그의 숨통을 졸라맨 듯 하다. 김지원과 적이지만 나름의 예의를 지켜서 굳은 근육을 풀어주기도 했건만,
여전히 내 정신을 잡고 흔드는 건 김지원이라는 사실에. 하지만 지금당장은 김한빈이 중요했다. 죽어버린 김지원도 불쌍했지만 러시안룰렛으로 팔을 잃게 생긴 그가.
나는 김한빈을 차마 내칠 수가 없었다. 죽어버린 김지원의 모습을 찾느냐고? 그건 아니다. 소중한 사람이다. 소중한, 그렇기에 더더욱 잃고싶지가 않았다.
또 변해버린 그였지만 사실 자기방어로 변함을 내세워야만 했던 걸 알기에 김한빈의 '변함'을 놀라지않는 척 했다. 오히려 눈 감아줬던 것일지도. 그러기에...
그는 태평한 목소리로 애써 떨리는 것을 잠재웠다. 이제보니까, 경기장도 되게 맑다고. 그는 태연한 말만 해댔다. 나는 동의해주진 못했다. 그저 총만 잡고 있을 뿐.
한빈아, 나는 그를 불렀다. 내가 너에게서 김지원을 찾는 것 같아?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있는 질문이였지만 나는 묻고싶었다. 다시 던질수도 없는 말이기에 그렇다.
김한빈은 아무말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경기장 하늘이지. 그는 한참동안 묵묵히 숨만 쉬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그런 것 같아.
왠지 김지원이 죽은 뒤로부터 너가 내 모습에서 그 새끼 모습을 찾는 것 같아, 씨발. 쪼잔한 걸로 너한테 뭐라고 하고싶진 않아서 나도 그냥 무시하곤 있지만 안되더라.
그는 숨을 또 한번 몰아쉬었다. 피를 흘리고 토함을 다섯 번 이상 반복하자 이제 그도 지친 기색이였다. 그의 살구빛 크림 피부가 점점 하얘지는 걸 느꼈다.
죽지마, 너마저도 날 떠나가지마!! 너 마저도 죽으면 난 누굴 보면서 이 게임을 기억해야하는 거야... 울부짖고 싶었으나 나 또한 그처럼 지쳐버렸다.
힘들어. 그가 말했다. 헝거게임 진행하면서 가장 힘 딸렸던 상황 세가지가 있었어. 첫 번째는 처음 헝거게임 시작했을 때고, 두 번째는 김지원과 서로 마주볼 때였어.
세 번째는... 지금인 것 같아. 그는 팔을 들어서 내 뺨을 감쌌다. 울지마, 힘들어도 참아내야돼. 우리는 이제 헝거게임이 끝나가잖아? 그는 조금 아프게 웃었다.
나도모르게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뭐에 홀린 것마냥 눈물이 뺨에 흐르지도 않고 그대로 땅에 뚝뚝 떨어졌다. 눈가가 벌게지는 것이 느껴져서 더 눈물이 났다.
한빈아, 한빈아...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몸에 힘이 잔뜩 빠지는 기분에 총을 놓칠 뻔했지만 관자놀이에 갖다댄 채로 나는 그와 눈을 맞췄다.
김한빈, 너도 울지마. 이게 마지막 아니니까 울지마... 아냐, 나 안울어.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쿨럭 거리며 피를 토하고 피가 줄줄 새어나오는 팔은 이제 감감하다.
"너한테 그 말은 듣고싶었어."
"..."
"사랑한다는 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 내려놓은 듯한 목소리로 마저 말을 이었다.
"못 들을 거 알고 이러는거야."
"..."
"되게...아프다. 김지원이 가슴아팠던 걸 좀 이해하겠는데?"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반대쪽 손으로 가슴을 쿵쿵 쳤다. 김한빈은 이제 완전히 바닥에 누워진 상태가 되었다.
"솔직히 지금...되게 졸려."
"하..한빈아... 제발..."
"이런 거구나, 내 삶은 이게 마지막인 건가."
그는 남일 말하듯이 말하며 무심하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안 돼, 안 돼 한빈아. 나는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며 내 쪽으로 시선을 꽂히게 만들었다. 한빈이 곁에서 몇 걸음 가면 김지원의 시신이 있었다.
두 남자의 몸뚱아리가 내 곁에 있다. 저주도아니고, 뭔가를 탓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이상황이 꽤나 소름끼쳤다. 경기장에는 우리 셋의 몸만 있는 것도 아니였다.
잊고 있었던 승완이도 있었다. 비록 괴물에게 잡아먹혔지만 그녀의 몸이 여기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김지원의 악취가 맡아지자 그와 나는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김지원, 썩고있나봐. 그는 무미건조하게 말하며 눈을 비볐다. 나 어떡하냐, 진짜 졸려. 그가 허탈하게 웃으며 나를 여전히 바라봤다. 안 돼, 너 마저도 보내는 건 정말.
몸이 벌벌 떨려왔다. 나는 이제 뭘 해야할 것인가. 김한빈의 총구가 사실은 그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향한 것이였다. 잔인할 만큼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총구를.
내게 책임을 넘긴거나 다름없다. 나는 그에게 이를 악물고 다가갔다. 그는 흐릿해지는 시야 때문인지 자주 눈을 깜빡였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면서 눈물을 닦았다.
고마웠어. 나는 그에게 중얼거렸다. 그는 편안한 웃음을 띄우며 미동도 하지않았다. 이제정말 움직일 힘 조차 없는 걸까. 나는 그에게 말을 끊임없이 걸었다.
김지원 되게 좋은 향기 났었다. 근데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싶어. 나, 지금 되게 무서워. 너도 그렇게 될까봐. 지원이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결국 아닌가봐.
뭐가...아닌데. 그가 옅어진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내 심장을 쥐어짤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싶었다. 손톱으로 긁을 수만있다면 긁고도 남을 말을 해야만했다.
진심이 아닌, 진심으로. 진심으로 최대한 겉치레를 하면서 김한빈의 눈을 마주쳤다. 그의 느릿한 시선 속에는 내가 보였다. 미친듯이 불안해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난... 결국에 지원이한테 아무것도 될 수가 없단 걸. 아니다, 사실이 아니다. 지원이가 날 위해 죽어갔지만, 난 어쩔수 없이... 아니야, 이건 모두 거짓말이다.
한빈아, 내가 널 좋아하나봐. 나는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는 난 모른다. 하지만, 애써 떨쳐내고 처음으로 그에게 환하게 웃었다.
김지원에게도 내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김진환한테도 보여준 기억은 없다. 한빈이에게 웃어줬다. 방송용이 아닌 진짜 웃음을. 그리고 저런 말과 다른.
방송용으로 생각한 저 거짓된 말들과 다르게 내 웃음은 진짜라고 말해주고싶다. 한빈이의 눈이 불안하게 떨려왔다. 그는 손목을 들었다가 저릿해졌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걸 기대하지않았어. 그는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김지원...보다 내가 더 소중했던 거야? 그는 조심스럽게 물으며 총을 잡지않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목덜미가 굳어오는 걸 느끼며 한 번 끄덕였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내 손에 깍지를 꼈다. 그러고보니, 손을 한번도 잡지않았다.
지원이와는 포옹도 했었고, 손도 잡았었다. 같이 공존하면서 투닥거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키스도. 하지만 한빈이와는 제대로된 스킨십 조차 없었다.
아까도 뭔가에 쫓기듯이 입을 맞췄으니까. 한빈이의 시선이 흔들린다. 머리가 무겁다. 한빈이가 쓰러질 때 기분이 이런거구나. 나는 김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한빈이의 모습과 이 세상이 흔들린다. 누군가 슬로우모션을 내 시선에 박아놓은 것마냥, 내 시각은 어지러웠다. 어질어질한 기분을 느끼며 이 몽롱한 기분이 이상했다.
한편으로 웃음이 자꾸 나왔다. 그가 뭐라고 웅얼거리는데 들리지가 않는다. 일어나라는 말 같기도 하고, 시야가 어두워져서 눈을 살짝 떠보니 김한빈이 나를 위에서 보고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과 피가 굳어버린 그의 얼굴. 그리고 한 팔로 지탱한 채 울먹거리며 이를 악물고 있는 그의 표정까지도 이렇게 생생한데...
그의 입모양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정신차려, 나 봐. 나 보란...말야. 김한빈은 결국 아이였다. 변했다는 것도 다 거짓으로 위장한 거였단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그가 울음을 터뜨렸다. 크게 울부짖는건지 작게 울부짖는 건지 나는 알 턱이 없다. 일어나라는 말 밖에 지금 인식된 것이 없다. 그가 내 위에 쓰러졌다.
힘이 빠진 팔을 초인적인 힘으로 들어서 내 입술을 더듬었다. 그리고 뺨을 어루만졌다. 내 옷이 축축해져 가는 걸 느꼈다. 그가 왜 이렇게 만신창이로 울고 있는지 나는 안다.
내가 총을 쐈거든.
그 누구도 아닌.
나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