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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교직의 극한을 구하시오

02
















자리에 앉자마자 옆자리의 정찬우 쌤이 나를 애잔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나는 뭐 자리에 앉는 행동만으로도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고개를 돌려 뭐냐는 뜻으로 정 쌤을 직접적으로 바라보자 정 쌤이 마지못해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는 괜히 철 지난 서류를 뒤적거리며 일하는 척을 한다. 한대 때려 주고 싶을 만큼 어색한 손놀림이었다. 지나치게 남 걱정, 그러니까 내 걱정하기 좋아하는 정 쌤은 종종 연민의 눈빛으로 날 쳐다보곤 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아닌 척 연기하기. 차라리 '난 옥 쌤이 걱정돼요' 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닥치고 당신 일이나 해요' 라고 나 또한 직설적으로 말해 줄 수 있을 텐데. (물론 실제 저렇게 말할 수는 없겠다. 돌려서 말해야겠지)


정 쌤 앞의 커피 머그에서 허연 김이 희미하게 피어 올랐다. 정 쌤은 오늘도 제 피부색과 똑 닮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저번에 내가 '찬우 쌤 피부는 화이트모카보다 까맣다' 라고 했더니 그 뒤로 정 쌤은 색감이 연하다 싶은 커피는 곁에 두지도 않았다. 웃기는 사람이다. 그저 커피만 보면 정 쌤 피부색이 생각난다는 걸 본인은 모르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모르도록 나는 얘기해 주지 않았다. 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는 정 쌤의 취향에 장난스레 잿가루 뿌려 볼 마음도 없고 말이다. 내가 하릴없이 정 쌤의 머그잔을 바라보고 있자 정 쌤이 '옥 쌤도 한 잔 타줘요?' 라고 조심히 물어왔다. 됐네요. 너나 마셔요.


생활지도부 담당인 강 선생님이 교무실로 들어섰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아, 나구나. 




"옥 선생님, 김진환 학생 오늘로 징계인 것 아시죠? 김진환 오늘 안 왔나요?"


"아, 네. 아직 안 왔는데요.... 근데 부장님, 진환이 이번에 징계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교내 봉사 추가에요. 다음에 또 걸리면 정학이고요."


"아, 예...."


"하여튼 옥 선생님은 애들 걱정을 너무 해서 탈이라니깐. 그런 가망 없는 애를 뭣하러 그리 걱정해요?"




강 선생님은 농담투와 함께 호탕한 웃음으로 교무실을 나가셨다. 나에겐 전혀 가볍지 않아, 본인에게만 가벼운 얘기 거리 라는 게 기분을 꿀꿀하게 만들었다. 강 선생님의 눈에 진환이는 가망 없는 애였고, 나는 그에 반박 비슷한 말 한마디 조차 꺼낼 수 없었다. 거기서 진환이를 변호하면 강 선생님 기준에서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었으니까. 나는 허밍을 하듯이 희미한 웃음 소리를 흘리며 다시 자리에 바르게 앉았다. 자조의 웃음이다. 속으로는 강 선생님의 어깨를 붙잡아 돌려 세우고 답변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내 학생 가망 없다는 말을 내 앞에서 대놓고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라고.


내가 노트북에 한숨을 끼얹자 옆자리 정 쌤이 나를 또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다. 아 오늘 아침부터 날 그렇게도 애잔하게 보던 게 이것 때문이었어요? 진환이 담배 징계? 내가 지친 눈으로 정 쌤을 바라보자 정 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나를 마주했다. 내 걱정 다 떠맡은 파워 오지랖 주제에, 자기 일은 아니라고 선을 딱- 그어버리는 표정. 나는 그게 싫었다. 나는 그게 싫은 거라고. 찬우 쌤, 알아요?




"찬우 쌤."


"예, 왜요?"


"찬우 쌤 얼굴상은 진짜 순하네요."


"......."


"좋겠네요."




정 쌤이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커피를 입에 머금고 입 안에서 몇 바퀴 굴리며 잠시 혼자 생각하는 듯 했다. 뜬금없이 왜 내가 이 말을 꺼냈는지 의도를 유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게요, 정 쌤. 내가 저 말을 왜 뱉었을까요. 나는 싱겁게 고개를 홱홱 가로저으며 정 쌤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1교시 수업 시작까지 2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나는 펼쳐진 출석부를 들여다보며 고민했다. 굳이 전화를 해야할까. 지원이는 점심 시간 전에는 올 것이고. 그렇다고 누구에겐 연락을 하고 누구에겐 연락을 안 한다는 게 애매했다. 늦거나 못 올 상황이면 반드시 사전에 문자라도 보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아이들의 협조율은 마치, 정 쌤이 배탈이 나서 하루 종일 커피를 안 마실 확률과 비슷했다. 뭔 소리냐고? 그냥 30분의 1 정도라고 보면 된다. 소수점 한껏 올려서 4퍼센트. 후우- 나 원래 이렇게 계산적인 인간 아니였는데.... 휴대폰을 꺼내서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역시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마음도 같이 내려놓았다. 실망은 기대에서 오는 거니까 아예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1교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무실에 울렸다. 방금까지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던 정 쌤은 벌써 책을 한 아름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이만 출석부를 덮어버리고 자리를 뜨려다가, 휴대폰을 키고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진환아 오늘 교내봉사 해야 하니까 좀만 빨리 와줘]




그리고 휴대폰을 진동 모드로 전환했다. 답장이 오리라고 기대는 않는다. 때문에 읽씹이 오히려 감사했고 다행이었다. 그나마 읽기라도 해주는 게 어디인가. 나는 휴대폰을 가디건 주머니에 대충 꽂아넣었다.


교무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분주하게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깔깔 웃어대며 떠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바라보다, 곧 그것이 우리반 아이들이란 걸 깨닫고 살짝 뭐라고 했더니 또 입을 삐죽거린다.


나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익숙한 머리통을 발견했다. 결 좋은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짝 휘날려 이마가 드러났다. 진환이였다. 가방을 메고 있는 걸 보니 지금 막 등교하는 모양이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아는 척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그 자리에 멈춰서 눈으로만 진환이를 좇았다. 진환이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학교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뭘 하는 걸까, 궁금증이 생김과 동시에 내 가디건 주머니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수업 자료를 오른팔에 몰아서 안아들고 왼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발신자 김진환.




[학교 지금 왔어요]




학교 지금 왔어요. 나는 입 안쪽으로 웅얼거리듯이 조용히 문자 내용을 곱씹었다. 그리고 거기에 진환이를 상상해 대입해 보았다. 아쉽게도 진환이의 목소리를 몇 번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진환이 목소리가 어땠는지 기억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애가 웬일로 답장을 줬다는 게 나로 하여금 너무 설레게 하는 것이어서, 나는 자꾸만 진환이의 문자 내용을 오물오물댔다. 학교 지금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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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역시 제취향이에요. 이글. [시계태엽]이에요. 언제오시던지 기다릴게요
9년 전
독자2
깔끔한 문체도 그렇고 흔하지 않은 주제, 범상치 않은 제목까지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네요. 사실 첫 화를 봤을 때부터 대박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직 보물 같은 작품이 심해 속에 묻혀있는 것 같아서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굉장히 안타까워요...TT 이번 편도 잘 읽고 갑니다!
9년 전
비회원85.23
처음에는 소재가 신선해서 재미로 봤는데 곧 팬 될 것 같네요 ㅋㅋ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학교처럼 시끌벅적한데 생각하는 것 만큼은 차분해서 오묘해요. 다음화 기대해볼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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