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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카본씨 전체글ll조회 631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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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손 아래 느껴지는 잔디. 

생소한 느낌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분명 원고 마무리를 끝내고 책장을 정리하고 있던 참이었다. 쏟아지던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까스로 마지막으로 바닥에 뉘여있던 책을 선반에 밀어넣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런데 침대도, 10평 남짓의 회색빛 오피스텔 안도 아닌, 심지어 서울에는 존재하지도 않을 듯한 풍경의 들판이라니. 꿈일거야 싶었지만, 꿈이라기엔 눈앞의 하늘이  그 새파란 색을 자랑하고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오른손으로 짚으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갑자기 일어난 탓에 어지러움이 온몸을 덮쳐왔다. 그렇게 뿌옇게 변한 시야 속에서 기다리니, 서서히 들판의 풍경이 눈에 들었다. 갈대숲을 양 옆에 둔, 잔디가 잔잔히 깔려있는 공터였다. 멀리 왼쪽으로는 언덕이, 오른쪽으로는 강인지 호수인지 모를 물가가 보였고, 고개를 뒤로하니 비포장 도로와 전봇대 몇개가 얼기설기 서있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엄청나게 외진 시골 한복판에서, 나는 그렇게 잠에서 깬 것이다.




우리들의 기록 01




요 몇 개월 사이에 스리슬쩍 다시 고개를 들던 몽유병이 드디어 제대로 재발한 것이 분명했다. 아주 어릴적 반시체상태로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온 가족의 잠을 설치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후 치료로 경미한 상태를 유지해왔지만, 사춘기 시절 피곤에 절어있을 때에 가끔씩 몽유병이 재발하곤 했었다. 그리고 고3 수능 전전날 놀이터 그네 위에서 정신이 든 이후로, 근 5년 동안 증상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완쾌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들어 기억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깨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이번엔 기면증 증세까지 함께 나타나는 듯 싶었다. 시도때도없이 잠이 몰려들었고, 잠자는 시간이 늘어남에도 몽유병 증세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스트레스에  아이러니하게도 피곤은 그 배가 되어 날 괴롭혔다. 그렇게 침대에서 점점 먼 장소들에서 갑작스럽게 정신이 드는 일이 세네번 반복되었고,



결국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 기어이 터지고 만 것이다.



겨우 내 몸 컨디션 하나 조절하지 못해서 이 지경까지 와버리다니, 내가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게다가 충분히 얼이 빠지고도 남을 상황에서, 무의식 와중에 움직이느라 너덜너덜해진 근육의 고통이 먼저 느껴지는 것에서마저 화가 치밀었다. 당장 코를 땅에 박고 죽고싶은 심정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어제 완성해 책상 위에 고이 올려둔 원고가 먼저 떠올랐다. 몇날 밤을 고생해서 완성한, 또 어찌보면 내가 이 외딴곳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상당부문 원인 제공을 한 원고를, 죽더라도 출판사에 꼭 제출하고 죽어야겠단 충동에 힘입어 몸을 일으켰다.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무작정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다. 왜인지 모르게 낯이 익은 길들이었다. 시골에 산적도 없는데 익숙한 거리라니, 원고 작업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이 틀림없었다.

원고는 19세기 초 미국의 초원을 배경으로 하는 동화책 시리즈의 번역본을 제작하는 것이였는데, 개척지에서 오손도손 살아가는 가족들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그 주된 내용이었다. 몇날몇일을 내용을 편집하고 단어를 다듬고, 일러스트 팀과 연계하며 일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초원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어 여기까지 온걸지도 모르겠다고, 속으로 정신의학자 마냥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몇 분을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멀지 않은 곳에 익숙한 차 한대가 서있었고, 번호판을 확인한 동시에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황당함이 차올랐다.



슬립워크 도중에 운전이라니, 죽지 않은게 더 이상한 정도였을 것이다. 



차 안에 앉아 조수석 앞을 열어 물을 꺼냈다. 물은 날씨만큼 미지근해서 갈증을 풀어주지 못했지만 정신을 맑게는 해주는 것 같았다. 목을 축이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의자에 뉘여 한숨을 푹, 쉬고 차 안을 둘러보았다. 매일 쓰는 담요, 칫솔 치약, 여러가지 책 그리고 일러스트 샘플들. 어지러운 차 안을 정국이 보면 분명 한 소리 하고도 남을 풍경이었다. 



아, 정국이.



똘망한 눈과 오똑한 코가 떠오름과 동시에 오한이 서려왔다. 대충 봐도 오전을 훌쩍 넘긴 시간, 어제밤부터 메세지도 없이 연락두절이었으니 지금쯤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몽유병 증세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인 정국은 최근 들어 나빠지는 내 증세에 나보다 더 불안하게 굴어댔다. 매번 정신 사납다고 면박을 줘도 꼬박꼬박 안부메세지를 주지 않으면 얼마 안 있어 정국이가 자기 전용이라며 설정해둔 벨소리가 귀를 채우곤 했다. 오늘은 정말 귀에 피딱지가 앉을 정도로 잔소리를 듣겠는 걸, 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따르릉-

더할 나위 없는 타이밍에 벨소리가 울렸다.




 ¶



"너 어디야 대체"


짜증과 혼란이 가득한 정국의 목소리에, 짖궂게도 웃음이 먼저 났다. 정국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였다. 기쁠때도, 슬플때도, 화가 날 때도, 표정을 보지 않아도 감정이 목소리에 치덕치덕 묻어나서, 정국의 목소리를 듣고있자면 그 순수함에 절로,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웃음이 나곤했다. 그리고 오늘처럼 어느때보다 진지한 날이면 내 웃음은 곧잘 그의 감정의 기폭제가 되기 십상이었다.


"웃음이 나와 지금?"


안 그래도 짜증이 붙어있던 목소리가 분노로 변하려했다. 더 약을 올렸다간 정말 욕지거리라도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말을 이어붙였다.


"아 미안."
"휴.. 어디야 그래서?"


모르겠어- 지금 확인하려던 참이야, 라고 대답하자. 정국은 황당함이 정도를 넘어섰는지 말문이 막힌 듯 했다. 벙쪄있을 정국의 표정이 상상되어 또다시 입가에 미소가 차올랐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황급히 차의 GPS를 작동시켰다.

강원도 정선.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몸을 짖눌렀지만, 열심히 머리를 굴려도 연상되는 것이 없었다. 정선이라니, 여길 대체 왜왔지? 


"...OO야? 뭐야 이거. 나 들려? OOO!"


말을 잇지 않자 정국이 다급한 목소리를 키웠다. 울겠다, 전정국.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도 희미하지만, 또 언제까지 날 이렇게 어린애 취급할건지, 외모로 따지면 아직도 교복을 입어도 될만큼 상큼한 건 너인데. 괘씸함에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응 확인해보니까 강원도 정선이야. ....새벽에 원고 마치고 드라이브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었네. 밤엔 어두워서 몰랐는데... 나 차에서 잠깐 잠들었었어. 이제 다시 서울 올라가려구. 연락 안되서 걱정했지."
"그걸 말이라고 해? 어제 새벽에 원고 끝냈다고 책장 정리하고 잘거라고 해놓고... 대체 어떻게 하면 정선까지 드라이브를 하냐. 난 또...."


예상대로 정국은 내가 몽유병 증세나 기면증으로 연락두절이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런 그에게 몽유병이 제대로 재발했다고, 그것도 슬립워크 상태로 정선까지, 게다가 운전까지해서 왔다고 말했다간 정말 내가 아니라 전정국이 기절할 것 같아서, 술술 거짓말을 꿰어내었다. 미안 정국아, 근데 사실대로 말하면 더 미안해질 것 같아서. 나보다 항상 더 아파해주는 너라서, 이번만 거짓말할께.


"나 한두번씩 이렇게 일탈해야 직성이 풀리잖아. 탈고한 기념이니깐 이번만 봐주라, 오케이? 금방 올라갈게."


전화를 끊고, 숨을 고르게 쉬었다. 출발하기 전 눈 앞의 풍경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괜시리 가슴이 시려왔다. 초가을 바람 때문이려니, 하며 눈을 떼고 시동을 걸었다.  








-

안녕하세요! 처음 글쓰는 카본씨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세요~ 분량 조절이 애매해서 첫날은 짧게 갈거같아요! 댓글, 암호닉 환영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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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뭐죠뭐죠 이 글은ㅜㅠㅠㅜㅜㅜㅠㅠㅜㅜㅜㅜㅠㅠㅜㅜㅜㅠㅠㅜㅜㅜㅠㅠㅜㅜ기대되요 신알신하고 가요!
9년 전
카본씨
우아아앙 첫독자ㅠ^ㅠ 감격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네 열심히 쓸게요 감사함니다♥
9년 전
비회원5.172
우와 글이랑.브금이랑 잘어울려요!!!다음글도 기대할게요ㅎ
9년 전
카본씨
감사해요♡♡♡♡ 열심히쓰겟습니다~
9년 전
독자2
오 재미있어요~~~ 다음편 기대되네요^^
9년 전
카본씨
꺄 감사함니다♥ 열심히 달릴게요~!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신알신 누르고 갑니다 이것만 봤는데도 완전 재밌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라니] 암호닉 신청해용 ㅠㅠㅠㅠㅠ
9년 전
카본씨
오ㅏ 암호닉 ㅠ^ㅠ 저 울어도되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해요 라니님 곧 또봬요 열심히 써올게요>3<~!!!!
9년 전
비회원18.135
아련하고 ㅠㅠㅠㅠㅠㅠㅠ뭔가 진짜 글에 빨려들어갈거같아요 재밌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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