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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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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우리_上












[방탄소년단/김태형] 그 겨울, 우리_上 | 인스티즈










BGM - 봄날, 벚꽃 그리고 너






때는 2월이였다. 새 학기에 적응 차 태형은 곧 입학 예정인 대학교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태형외에 모든 사람들이 급히 움직였다. 아니, 태형의 눈에만 모든 사람들이 급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씩 조금씩 발걸음을 떼던 태형을 멈춰 세운 것은 그녀였다.
추운 날씨에 목에 목도리를 감고 누군가를 원망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태형은 흥미를 보였다.
태형이 느낀 흥미로운 장면은 보고 앞에 서 있는 그녀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음에도 티를 내지 않으려는지 자신의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덤덤히 앞을 보고 서있는 모습이였다. 여기까지는 단지 순간의 호기심일 뿐이였다.
그러나,
그녀가 보고있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벤치에서 한 남녀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주위를 핑크빛 분위기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때, 태형은 직감했다.
벤치의 그 남자는 그녀의 애인이 였을 거라고.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멍청하긴.
조용히 지나치려는 찰나 귓속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마찰음에 태형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쁜새끼...."


와우.
감탄사가 입 밖으로 계속 흘러나왔다.
그녀였다.
그녀가 벤치남의 뺨을 친 것이였다.


"여자가 참 당돌하네."


그 상황에 태형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계속 지켜보리라 마음 먹었다.
그녀의 돌발 행동에 놀랄 법도 했지만 그 벤치남에게서는 놀란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태연히 자신의 옆에있는 여자의 손을 그녀의 눈앞에서 잡고 흔들며 벤치남은 그녀에게 말했다.


"야, 내가 눈치주지 않았냐? 못 알아챈 니가 멍청한거지."


와, 어마어마하게 못된 놈이네.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들을 흘깃흘깃 쳐다봤지만 이내, 흔히 있는 일인듯 조용히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흠...언제까지 가려나."


태형은 손목에 찬 시계의 바늘을 보며 시간을 확인하고는 활짝 웃었다.


"시간 조금 있네. 보고가도 괜찮겠다."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는 태형을 보며 몇몇 사람들은 움찔움찔 거리며 태형의 앞을 지나갔다. 태형은 영화를 보는 듯 근처 벤치에 앉아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팝콘대신 사탕껍질을 까고 입 안에 넣었다.


"하아....너는 내가 그렇게 이쁘다더니"


곧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태형은 피식 웃었다.
풋-.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래. 자화자찬 시간인가?



"옆에 너"


그녀는 벤치남에게서 시선을 돌려 옆에 서있던 여자에게 말했다.


"이 자식이랑 안 만나는게 좋을거야. 진짜 별로거든. 얼굴부터 인성까지. 아, 힘도 별로다."


이야, 벌써 돌직구야?
태형은 사탕을 쪽쪽 빨며 실실 웃었다.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에 벤치녀는 의아해하는 표정이였으나, 벤치남은 그 반대였다.


"말 그런 식으로 하지마. 진짜 추해보여"

"남이사. 이제 너랑 뭔 상관인데?"


그녀의 말에 금방이라도 그녀를 때려죽일 거라는 식의 눈빛으로 벤치남은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벤치남의 눈빛에 전혀 겁먹지 않은 듯 보였다.
으득.
이를 갈던 그를 눈치 챈 벤치녀는 벤치남을 부르며 자리를 옮기자고 계속해서 벤치남을 조르기 시작했다.


"윤기오빠- 우리 이제 가자. 나 추어"


웩-.
벤치남 이름이 윤기인가 보다.
윤기의 팔에서 애교를 보이는 벤치녀를 보자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저 장면을 눈 앞에서 보는 그녀의 기분은 어떨까...?


"가던지 말던지. 행실 똑바로 하고 다녀. 쓰레기야."


역시 그녀다.
얼마 보지않았지만 그녀는 강했다.
아, 강해보였다.
뒤를 돌아서서 벤치커플의 반대쪽으로 걸어 그녀는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착각인가?
착각이라고 생각한지 얼마 지나지 않고 그녀는 내가 앉은 벤치 옆에 털썩 앉아 울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람?
태형은 당황했지만 울고있는 그녀를 두고 가는게 내키지 않아 조심스레 들썩거리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내 행동에 더 서러워진건지 그녀의 눈물은 한동안 그칠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어깨의 들썩임이 잦아들고 그녀는 자신이 처음보는 사람에게 위로 받은 것에 많이 뻘쭘한 모양이였다.


"저..죄송합..니다.."


고개를 푹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그녀에게 나는 입꼬리를 올려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름 성숙하게 낸 목소리에 태형은 뿌듯했다.
이야, 김태형 젠틀맨이야. 멋있어, 멋있어.
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만 가겠다며 내게 등을 보였다.
턱.


"....?"

"아.......?"


나도 모르게 일어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 때부터가 우리의 시작이였다.
내가 문제였다.


"...죄송하면 다음에 커피 한 잔 사주세요."


자신의 돌발 행동에 대한 당황함에 툭 튀어나온 말이였다.
커피라니...김태형이 커피라니?
평소의 태형은 커피가 몸에 맞지 않았다. 태형이 커피를 마신 그 날의 하루는 유난히 길었다.


"아........"

"싫으세요?"


그녀의 멍한 반응에 자신이 뱉은 말도 잊은 채, 태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큭큭..."

"사드릴게요!"


내 웃음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커피를 사주겠다고 응했다.


"음...그럼 언제 사주실건데요?"

"아, 제가 이번 주에는 좀 바빠서...아아, 잘모르겠다...헙!"


갑자기 자신의 입에서 나온 반말에 그녀는 놀란 모양이였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다.
미쳤네...김태형.


"하- 그럼 제 번호 드릴테니까 시간 날 때 연락해주세요."

"네, 네."


태형은 그녀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저장 후 통화연결을 하고선 바로 끊고 그녀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나는 그렇게 여자의 번호를 내가 먼저 처음 땄다.


"이만 가볼게요. 죄송했어요. 다음에 꼭 봬요!"


끝까지 죄송하다는 말을 뱉으며 그녀는 태형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총총 걸음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양새는 토끼 같았다.
스르륵-.
태형은 다시 벤치에 미끄러지듯 앉아 손목시계의 시곗바늘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늦었다."







***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카페 안에 울리자, 태형은 카페로 들어서는 사람의 앞으로 다가갔다.


"왔어요?"

"아 ㄴ,ㄴ...네"


그녀는 나보다 한참 작았다.
음, 대충보니 적어도 나랑은 10cm는 차이가 날 것 같다. 자신보다 키가 큰 나를 올려다보며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보인 나는 또 실실 웃음이 나왔다.


"저는 아메리카노 사주세요."

"저, 저는 카페라떼요!"

"네,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만난지 한 번 밖에 안되는 남자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이 많이 어색한 모양이였다.
큰일났다 김태형.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지 태형의 입꼬리가 잠시도 내려가질 않았다. 빤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테이블 위로 진동이 울렸다. 주문시킨 커피를 가지러 가려고 진동벨을 잡으려는데,
그녀와 나의 손이 겹쳐졌다.


"억!"


그녀의 외마디 비명에 놀란 나도 같이 소리를 내질렀다.


"엄ㅁ..!"

"......."

"......."

"........하...하하..."


내 비명소리를 뒤로 한 채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벨에서 손을 떼어냈다. 나는 그녀의 행동에 벨을 집어들고 다급히 발걸음을 옮겨 커피를 가져왔다.


"여기 카페라떼요."

"아, 감사합니다."


내가 가져다준 카페라떼를 받아든 그녀는 볼 일이 끝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또, 또 내가 먼저 그녀를 잡았다.
일단 그녀를 잡았긴 잡았는데 다음 상황이 안좋게 흘러갔다.
툭.
그녀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잡는 바람에 그 팔찌가 끊어져버린 것이였다.


"......?!?!?!?!"

"아,아...아..."


태형은 살면서 이렇게 놀라본 적이 없지않나 싶었다. 놀라서 테이블 옆에 서있는 그녀를 올려다보니 그녀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겁이났다. 그녀가 태형, 자신을 싫어할까봐.


"하."


그녀의 한숨에 태형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푸흐, 뭘 그렇게 놀라요. 나 괜찮아요. 그 팔찌 나쁜놈한테 받은거거든요. 아직도 차고있었네."


그녀는 허전해진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쁜놈은 윤기를 가르키는 듯 했다.


"아,아..죄송합니다."

"아뇨, 오히려 감사한걸요."


괜찮다며 내게 말하는 그녀였지만 내 눈 속의 그녀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의....그 때, 그 표정이였다.


"우리 다음에 또 봐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였다.
도저히 그녀를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예?"

"나쁜놈한테 받은 팔찌 없어졌으니까 이제 허전할 거 아니에요. 제가 사드릴게요."

"아니,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는ㄷ...!"

"이제 그만 갈까요?"


물론 팔찌는 핑계다. 태형은 그저 그녀를 더 보고싶었을 뿐이였다. 태형은 거절하려는 그녀를 무시하고 식어가는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고 일어섰다.


"아니, 저 진짜 괜찮.."

"제가 안괜찮아요. 다음에 보는거죠?"

"네???"

"그럼."


딸랑-.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나는 그녀와 또 한 번의 만남을 약속했다.


"흐음..이거 맛있나?"


카페 밖을 나온 태형은 손에 쥐고있던 커피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태형에게 커피라고는 고딩시절 친구의 이름모를 커피를 한 잔 마셔본 기억밖에 없었다. 태형은 미지근해진 커피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사준 것이니 조금만 먹어보자. 하고 컵에 입을 가져다댔다.


"으! 이게 뭐야!"


태형이 고른 커피는 아메리카노였다. 단 것을 좋아하는 태형의 입맛에는 당연히 아메리카노가 입에 맞을 리가 없었다. 태형은 황급히 사탕을 꺼내들고 껍질을 까기 위해 잠깐 커피를 화단에 세워두었다.


"한약도 아니고...무슨 맛으로 마시는거야."


궁시렁궁시렁 불만을 토로하던 태형은 입 안에 사탕의 단 맛이 퍼지면서 쓴 커피의 맛이 혀에서 잊혀지자, 기분이 좋아진 태형은 시린 손을 코트 주머니에 꽂고 주머니 속의 핫팩을 쥐고선 집으로 향했다.




그가 놓고간 커피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지나가는 앞에서, 화단에서 천천히 굳어가고 있었다.







***






꽃이 피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던 겨울이 지나 봄이 온다는 자연의 표현이였다. 봄이오고 꽃이피고....나는 개학을 했다.
태형은 사춘기 시절에 흔하게 들었던 말들을 개학하고나서도 또 듣게 되었다.


"와, 너 진짜 잘생겼다."

"코도 엄청 높다..."

"속눈썹도 길고 예뻐!"


쏟아지는 칭찬세례에 태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아, 불편해.
어딜가나 이목이 집중되는 외모에 지금과 같은 상황은 한 두번이 아니였다. 그럴 때마다 지민이 태형을 도와주었으나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달랐다. 같은 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시간표를 맞추지 않아서 태형이 수업을 들을 때는 지민의 수업이 공강이였고, 지민이 수업을 들을 때에는 태형의 수업이 공강이였다.



"저, 얘들아. 나 좀 가도될까?"


태형은 자신 특유의 맑은 웃음을 보이며 주위를 둘러 싼 그녀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런 태형에 꺄악거리며 쓰러지는 그녀들은 기어코 태형을 잡고 보내주지 않았다. 그 순간 태형의 시선 끝에 그녀가 보였다. 다음 수업을 준비하러 가는지 양손으로 책을 감싸안고 총총 걸음으로 그녀는 희망관으로 걸어갔다. 태형은 다급했다. 재빨리 그녀를 부르려는 태형은 이내, 말문이 막혔다.
....이름이 뭐지...?
그녀와 우연한 세 번째 만남이였음에도 서로의 이름조차 몰랐다. 그 상황에 태형은 헛웃음이 나왔다.
주위를 둘러 싼 그녀들을 제치고 태형은 그녀가 향한 희망관으로 뛰어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아..이런..
태형의 얼굴이 굳어갔다. 놓쳤다. 세 번째 만남을...놓쳤다.


"태형씨?"

"..?"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태형은 뒤를 돌아봤다.


"아, 태형씨 맞네요."


곧 눈에 보이는 사람에 의해 태형의 굳었던 표정이 사르르 녹았다.
그녀였다.
그녀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제 이름은 어떻게...?"

"잘생기셔서 왠지 이름이 태형일 것 같았거든요."

"네?"

"장난이예요, 아까 희망관 오면서 비명소리에 잠깐 화관을 보니까 태형씨가 서있더라구요. 그래서 부르려고 했는데 이름도 모르고...왠지 거기서 태형씨를 불렀다가는 깔려죽을 것 같아서...."

"아,아..?"

"태형씨 이름은 여자분들이 부르시는 거 듣고 알았어요."

"아..그랬구나.."



태형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것에 매우 기뻤다. 자신의 이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나온 그 이름이 예뻤다.


"다음 수업 안가요 태형씨?"


태형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녀의 말 속에 녹아든 자신의 이름이 귓 속에 들려온다. 마치 사탕을 먹는 것처럼 달콤했다.


"태형씨?"

"아,아 뭐라고 하셨죠?"


나는 눈 앞으로 다가온 그녀에게 놀라 물었다.


"푸흐, 다음 수업 안가요 태형씨?"

"아, 가야죠. 갈거예요."

"네-. 그럼 다음에 봐요!"


내 대답에 살풋 웃으며 휙 돌아선 그녀는 희망관 건물 안으로 향했다.
피실피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태형의 얼굴은 꽃과 같이 화사했다. 그런 태형을 만드는 것은 주변을 금새 따뜻하게 만드는 그녀. 그녀밖에 없었다.


"이름 또 안물어봤네."


태형은 세 번째 만남에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







보인다.


"흐유우..추워."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는 나를 모르는지 목도리에 고개를 푹 박고 연신 춥다고 하는 그녀였다.


"아..!"


주머니에서 핫팩을 꺼내들어 그녀의 볼에 갖다대자 그제서야 목도리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어쩜이리 귀여운 생명체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태형은 그녀를 만든 신께 감사했다.
아, 신이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에게 감사드려야하나?


"태형씨...저 이제 뜨거운데..."


혼자 흐뭇하게 그녀를 내려보다가 뜨겁다는 그녀의 반응에 나는 재빨리 핫팩을 그녀의 볼에서 떼어놓았다.


"너무 추워하시길래..."

"감사해요. 매너가 좋으시네요."

"아, 뭘요."


태형은 그녀의 칭찬에 멋쩍은 듯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디부터 갈까요?"

"음....어디 마음에 드는 곳 있어요?"


여자친구와 많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태형이였지만, 쇼핑하는 것을 즐기지않는 태형은 여자친구와 어딜가든 그저 끌려다니듯이 다닌터라 악세서리 가게라고는 조금도 아는 것이 없었다.


"흐음....그런 곳은 없는데.."


그녀의 말에 태형은 불안해졌다. 이대로 네 번째 만남이 허무하게 지나갈까봐. 그 때, 그녀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아!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생각나는 곳 있어요?"

"네. 딱 한 곳이요. 방금 떠올랐어요!"


나는 생각나는 곳이 있다며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눈 꽃 같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그녀가 봄이라면 나는 겨울. 그녀는 시린 나를 여름까지 따뜻하게 녹여주는 존재일거라고..


"가죠"

"네!"


앞장서서 총총 걸음으로 걷는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정말로 몇날 몇달 몇년이 지나도 그녀는 오늘처럼 귀여울 것 같았다. 평생 옆에 두고 싶다.


"음...뭐가 좋을까요?"


멍하게 그녀를 쳐다보던 태형은 깜짝 놀라 말을 더듬는다.


"어?어음...음...이거 어때요?!"


태형은 잘보지도 않고 급한 마음에 대충 아무 팔찌 하나를 가르켰다.


"어? 이쁘다!"


불행 중 다행히 그녀는 태형이 가르켰던 팔찌가 맘에 드는 듯 싶었다.


"이거 이뻐요! 보는 눈 있으시네요, 태형씨."


아...또 들렸다....김태형. 내 이름....


"아..고마워요."


곧 그녀가 이쁘다던 그 팔찌를 사고 태형과 그녀는 가게에서 나왔다.


"음...우리 이제 집에가요?"

"아.."


태형은 그녀가 자신과 오래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녀는 태형의 시무룩해지는 표정을 보며 태형을 잡아 이끌었다.
조용히 그녀를 따라 이끌려가자 눈 앞에는 영화관이 보였다.


"영화..관?"

"아까 태형씨 표정이 되게 시무룩 하시더라구요. 저랑 헤어지기 싫어서 그러신거죠?"


장난스레 그녀는 내게 물었다.
맞아요, 네네!!! 당신이랑 헤어지기 싫어요!
라고 하고싶은 말을 꾹 삼키고 태형은 얘기의 주제를 돌렸다.


"뭐 보고싶은거 있으세요?"

"태형씨는요?"

"어...저는...없.."


없다고 입을 떼려는 순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 태형은 또 운에 맞기자하고 스크린에 뜬 영화를 얘기했다.


"아, 그 영화 인기많던데"


예쓰!!! 성공이다 후. 김태형 진짜....오늘 럭키.


"태형씨는 다른 남자들이랑은 좀 다르네요."

"예...? 뭐가..."

"아, 다른 남자들은 로맨스 엄청 싫어하거든요."


젠장, 내가 고른게 로맨스 영화였나보다.
실은 태형은 로맨스를 엄청 싫어한다. 오글거린다나 뭐라나..


"아...아하하...제가 좀 그렇죠.."


하지만 그 상황에 저도 로맨스 싫어해요!하고 말할수 없는 노릇이였다. 그 이유는 이어지는 그녀의 다음 말 때문이였다.


"다음에도 같이 영화보러 와요! 저도 로맨스 좋아하거든요."


일석이조다. 정말 태형은 오늘 세 달치 운을 다 쓴 기분이였다.
완전히 오늘은 럭키 트리플 7의 날이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자 밖이 아까와는 다르게 어둑어둑해 지고있었다. 겨울이라 낮이 짧아 일찍 해가진 이유 때문이였다.


"엄청 깜깜해졌네요. 본지 몇시간 안된것 같은데..."


약간 아쉽다는 듯한 그녀의 말에 태형은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그녀는 아쉬워서 하는 말이 아닐수도 있었지만 태형의 귀에는 듣고싶은 것만 들렸다.


"그러게요. 시간 참 빠르네요."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고 덤덤히 그녀에게 답했다.


"이제 가요. 더 어두워지면 위험하잖아요."

"네, 태형씨."


나의 말에 그녀는 웃으며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수 차례 정거장을 지나, 곧 그녀의 집 근처에 도착했는지 그녀는 손을 올려 내 옆의 벨을 눌렀다. 갑자기 다가온 그녀의 향기에 태형은 당황했다.


"태형씨는 집이 어디예요?"


그녀의 질문에 몽롱한 정신을 간신히 붙잡은 태형은 조금만 더 가면 자신의 집이라고 둘러댔다. 실은 태형의 집은 아까 그 영화관에서 몇 분 안되는 거리였다.


"그렇구나...."

"네...."


그 말을 끝으로 정류장에 도착했고 그녀는 내렸다. 자신의 학생증을 의자에 떨어뜨린채..
태형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돌아가려고 좌석에서 일어서는데 자신의 의자 옆 그녀의 학생증을 발견했다.


"김여주....."


그녀의 이름이였다. 눈 꽃을 닮은 그녀만큼 그녀의 이름도 마음이 시큰할만큼 아름다웠다.
세 번째 만남엔 자신을 알리고, 네 번째 만남에는 그녀를 알았다.
이제 그녀와 같이 손잡을 일만이 남아있다.
순식간에 주말이 지나고 조금씩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등교하는 태형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학생증을 핑계로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 때문이였다. 눈 앞에서 흩날리는 벚꽃들에 태형은 기분이 좋아졌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모든게 좋았다...


"아! 여주씨!"


벚꽃이 피어있는 길 태형의 시선 끝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뒤에서 들리는 자신의 이름에 뒤를 돌았다. 순간 태형은 뛰어가려던 걸음을 멈출 뻔 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재빠르게 뛰었다. 자신이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심장이 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형의 귀와 얼굴은 말갛게 벚꽃 잎의 색처럼 물들어있었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요??"


여주의 물음에 태형은 바지 주머니에 있던 학생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저번주에 만났을 때 의자 위에 두고 갔었어요."

"아! 어쩐지...한참 찾아도 없더라...고마워요."


고맙다고 웃는 그녀에 태형은 또 다시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뭘요..."


그녀에 웃음에 답하듯이 태형도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가요. 우리 수업 늦겠어요"


우리....우리라니...벌써 나와 여주씨가 우리같은 사이였다니..
그녀의 한마디에 태형은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생각이 늘어나고, 늘어나고, 늘어나ㄱ....
퍽!


"아ㅆ...!"


자신의 뒷통수를 퍽하고 내리치는 사람에 그녀가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태형의 입에서 습관처럼 욕설이 튀어나올 뻔 했다.


"어? 웬일이냐? 니가 욕도 안하고...?"


박지민이였다.
박지민......박지민................도움이 안되는 새끼.


"내가..내가 언제 욕을 했다고!"


버럭 화를 내는 나를 보며 박지민은 놀란 듯이 어라? 얘가 왜이래 하며 내 얼굴을 주물거렸다.


"아, 놔 인마."


그런 지민의 손을 툭 쳐내고는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와 박지민의 행동이 귀엽다는 듯 그녀는 나와 박지민을 번갈아보며 웃었다.


"어? 누구?"

"알아서 뭐하게"

"전 김여주(이)라고 해요"


그녀의 입에서 내가 네 번째 만남 끝에 알아낸 이름이 흘러나왔다. 젠장, 분했다. 나는 오랜기간 끝에 우연히 알아냈는데 박지민은 이렇게 쉽게 그녀의 이름을 알아내다니...후..


"아....여주씨...."

"뭐 왜,왜 불렀는데"


박지민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질투심에 나는 박지민에게 다짜고짜 왜 불렀냐고 툴툴대며 물었다.


"우리 친구 아니냐? 친구의 뒷통수가 보이니까 쳤지."

"풋. 진짜 재밌게 노시네요, 태형씨."


몇 번을 들어도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은 달콤했다.


"얀마. 정신차려."


한참 그녀가 부른 내 이름을 머릿속에서 되뇌이고 있었는데 박지민의 한마디로 사르륵하고 녹아내리듯 흐름이 끊겼다.
나는 뒤에 서있는 그녀를 흘깃 쳐다보고 살짝 웃고서 지민의 귀에 귓속말을 했다.


"개새끼야."

"허? 뭐야 ㄴ.."


귀로 들려오는 태형의 욕설에 지민은 이게 뭔짓인가 싶어 태형을 부르려는데 그 사이 태형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저 멀리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야, 김태형."


남겨진 지민은 눈 앞에서 사라진 태형에 귀를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화관에서의 첫 수업을 준비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되게 귀여우시네요."

"예?"

"친구분이요. 귀여우신 분이라구요."


그녀의 입에서 박지민의 칭찬이 나왔다.
아 이게 뭐야. 박지민 진짜 도움이 안 돼..


"아..네...."


소망관에서 첫 수업이 있는 태형과 달리 여주는 우운관에 첫 수업이 있어 갈림길에서 서로 헤어졌다.
그녀와 헤어진지 얼마 안되고 다시 만난 것은 벤치남 윤기 덕분이였다. 태형은 점심시간에 지민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윤기에게 손목을 잡혀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허? 뭐야 이거?"


태형은 천천히 걸어 둘에게 가까워졌다. 조금씩 둘의 대화가 들렸다. 그 대화내용은 가관이였다.


"미안해"


윤기의 입에서 나온 말이였다.


"...근데? 미안한데 어쩌라고"


그녀는 표정을 굳힌 채로 윤기를 날카롭게 치켜뜨고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다시 시작하자. 정말 이번에는 잘할게."

"...."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행동에 태형의 심장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혹여 그녀가 윤기를 다시 받아줄까봐...지금 그녀의 표정이 태형에겐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ㄱ.."


그녀가 입을 떼려는 순간 태형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윤기의 손을 쳐냈다. 갑자기 등장한 태형에 윤기는 방해꾼을 보듯 얼굴을 찌푸리고 태형을 바라보았다.


"뭐야,너"

"어...?태형씨?"

"여주씨 여기서 뭐해요."

"아..그게..."

"너 뭐냐고"


윤기의 물음에 태형은 그녀를 보던 눈을 돌려 윤기를 쳐다봤다. 


"누구냐고 묻잖아."

"....."


태형은 말문이 막혔다. 무작정 손을 쳐내긴 했지만 그녀에게 태형은 친구도 남자친구도 뭣도 아니였다. 몰려오는 한심함에 태형은 울적해졌다.


"대답해. 너 누ㄱ..."

"내 남친이야."


윤기의 말을 끊고 태형의 뒤에 가려져있던 여주는 태형을 새 남친이라며 소개했다.


"뭐...?"


순식간에 상황의 흐름이 바뀌었다. 윤기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가고 태형은 멍한 표정이였다.


"내 새 남친이라고 안들려? 남자친구."


다시 한번 태형을 남자친구라 소개하는 여주(이)였다. 그 남자친구라는 단어에 태형은 동공이 흔들렸다.
남자친구랜다....남자친구....


"나랑 헤어진지 얼마나 됬다고 그새 다른 새끼 끼고 노냐?"


이어 들려오는 윤기의 대답에 태형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니, 말을 꼭 저렇게 해야하나?


"바람핀 너보다는 훨씬 낫지. 안그래?"

"하-참, 뭣같네"

"이제 그만 가지 그래? 나 태형씨랑 점심 약속있어."


그 말을 끝으로  여주는 태형의 팔에 팔짱을 꼈다.
아, 진짜 미치겠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죽을 것 같아....
여주의 행동에 태형은 꾹 누르고있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요, 태형씨."


자신의 팔을 잡아이끄는 여주의 행동에 태형은 조용히 그녀가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윤기에게서 멀어지자 여주는 팔짱을 꼈던 팔을 스르륵 풀며 작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

"ㅇ...어...어어? 여주씨 괜찮아요??"


머리를 감싸쥐며 그 자리에 앉는 그녀의 행동에 태형은 걱정이 됐다.
괜히 내가 나서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든 사람이 태형은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해요..너무 힘들어보이셔서.."

"아, 괜찮아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태형씨 덕분에 이렇게 나쁜놈한테서 벗어났는걸요."


웃으며 말하는 그녀였지만, 이미 눈에 맺혀있던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흘렀내렸다. 태형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이제 그녀의 옆에 가까이 있을 수 있었지만, 근처만 돌고 도는 것일 뿐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울고있는데 지금 당장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그녀는 내 옆에서 한참을 울었다. 저번과는 달랐다. 눈물을 꾹 참으면서 소리없이 우는 그녀를 보는 태형은 마음이 시렸다.











울지마요.







내 앞에서...















다른 남자 때문에 울지마. 제발.














상편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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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안녕하세요. 독자님들..이번에 새로 추가된 인물치환 기능으로 고민을 하다가 왔어요.몰입도를 생각하면 써야하는데 과연 좋아하실까하고...으앙ㅜ...잘 적용이 됬는지 글을 쓰고 올리고 또 확인하고 글 내용 다시 점검하고...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최대한 매끄럽게 이야기가 흐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부작이니만큼 프롤로그에서 미리 언급했듯이 전개가 굉장히   빠르게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래서 독자님들께서 이해가 안되시는 부분이 있으실겁니다. 그렇다면 주저말고 질문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답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작품 생각하면 진행 속도가 느린데 머리를 최대한 이용해서 좋은 글로 오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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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상에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설레요 하편 기다리고있을께욤
9년 전
다락방 소년단
으아아...부끄럽네요. 감사해요...좋게 읽어주셨다니ㅠㅜ(감동)..앞으로도 예쁜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편에서 찾아 뵐게요~!
9년 전
독자2
헐 ㅠㅠㅠㅠㅠ 완전 재밌네요 브금도 좋구.. 윤기 너무해써 ㅠㅠ 빨리 다음편 봐야겠어요!!!
9년 전
다락방 소년단
(부끄)감사합니다...너무한 미뉸기....미뉸기를 고소합니다ㅠㅜㅜㅜ재밌으셨다니..읗ㄹ으흘헝ㅜ..감사해요ㅠㅠ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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