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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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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로맨틱 라디오 01 | 인스티즈

 

 

 

 

 

 

 

 

 

 

 

 

 

 

 

 

 

 

 

 

 

 

 

 

 

 

 

생방송 5분전을 알리는 전등이 들어왔다. 작가가 PD에게 사인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여느 라디오 디제이가 그렇듯, 루한도 간단하게 입가심을 하기위해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미지근한 물 안 마신다니깐. 얜 2년째 이런 거 하나 기억 못 하나. 그저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고 디제이는 안중에도 없구만.

 

 

이중에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긴 할까. 아니. 나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맞겠네. 그마저도 없지.

 

 

 

마지막으로 대본 리딩을 한다. 다른 디제이들과 다른 빼곡히 채워진 종이를 보며 나는 외우기 위해 미간을 좁힌다.

라디오는 순발력이라고 하지만, 난 그런 면에서는 영.

 젬병이라 쳐두자.

 

 

 

 

 

루한은 방송을 시작하기 전 첫 진행 날의 자신을 생각한다. 순발력 제로에 할 말도 없고 본토 말수가 적은지라, 말 그대로 좆같은 방송이었다. ‘총체적 난국’ 이라고들 표현하지. 스크린에 유망주로 떠오르고 얼굴이 반반하니 망해가는 라디오의 구세주로 불렀지만, 정말 시청률만 좋았다. 욕이랑 욕은 배우 인생 살면서 안 먹어본걸. 라디오를 진행하며 들었다. 퍼킹한 첫날이라 그날 루한은 라디오를 끝내고 사장실에 불려가야만 했다.

 

 

 

그러게 누가 한대? 얼굴 알린답시고 지들이 잡은 게 잘못이지. 애초 라디오는 생각 없던 루한은 며칠을 그대로 말아먹었다.

 나중에는 작가가 따로 선물을 주며 부탁까지 했더란다.

 

 

 

“루한씨, 시작할게요.”

 

 

 

언제는 내 대답을 듣고 시작했나, 루한은 보이는 라디오를 대비해 기계적으로 웃었다.

 

 

 

 

 

 

 

 

[루한 X 시우민] 로맨틱 라디오 01

W. 소년

 

 

 

 

 

 

 

 

 

 

 

<오늘도 사연이 올라와 있는데요. 하나만 읽어드릴게요.>

 

 

 

민석은 핸드폰 음량을 높이며 귀를 기울인다. 제발 내 사연이 나와라. 안 나오면 라디오 부스 부수러 갈 거야. 넌 오늘도 어쩜 목소리가 멋있니.

경영과 건물에 빈 강의실 안에는 라디오의 음성만 공허하게 울린다.

 

 

 

시발. 내가 교수님 눈치 보면서 사연 보내느라 눈칫밥 졸라게 먹었단 말야. 그러니깐 넌 내 사연을 말해야해. 여섯 개는 넘게 보냈어.

그것도, 각각 다른 사연으로.

생각해내는 아이디어도 기발하지? 난들 어찌 아니. 술 마시고 아는 사람들에게 미친 척 캐물은걸 매번 여기 보낸다. 그 사람들에겐, 미안.

 

 

 

<0420님이 보내주셨네요. 오늘 눈이 왔는데, 제 주변에 눈을 엄청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눈을 보면 하얀 도화지 같다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 습관처럼 말해요.>

 

 

 

그거 개구라야. 그런 아트감성을 가진 사람은, 아쉽게도 내 곁에 없단다.

 

 

 

<오늘은 정말 유화 물감을 가져와 눈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눈이 흰 도화지처럼 그림이 그려져 나가더라고요. 루한씨도 눈 좋아하세요?>

 

 

 

 

 

눈? 라디오 디제이가 생각에 잠긴다.

민석은 그 짧은 시간마저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해 쥐락펴락을 반복하다 이내 핸드폰을 구명줄마냥 꼭 쥔다. 작은 액정에 들어찬 루한은 오늘도 잘 생겼다.

 눈썹을 덮은 옅은 갈색 머리가 가지런하다. 학생처럼.

 

 

 

<저는 눈 별로 안 좋아해요. 보는 건 좋은데, 그 후엔 거리가 더럽잖아요.>

 

 

 

 

그렇지. 너는 내 물음에 원하는 답을 말해야해. 이유는? 하나라도 들어 맞추고 싶은 소녀감성이라 해두자.

 

 

 

“김민석.”

 

 

 

빈 강의실 문이 벌컥 열린다. 민석은 누가 들어오건 말건 제 친구 중 한명이겠거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오늘도 검정색으로 보호색을 입은 경수가 느리게 걸어와 민석의 옆 책상에 걸터앉는다. 처음에는 김민석이 라디오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남자, 인줄로만 알았는데.나중에는 ‘그 라디오’ 를 진행하는 남자 디제이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비슷한 성격에 나름 잘 맞는다고 경수는 생각한다. 어떤 한 사람에게 집착적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것, 빼고는. 경수는 그게 신기했다. 생긴 건 이런 거에 빠삭할 것 같은데.

 의외로 애늙은이 기질이 있어 문명에는 둔했다. 그런데 남자 배우를 좋아한다네. 그것도 짱깨를.

경수는 애당초 특정 누구에게 헌정적인 사랑을 줄 타입이 못됐다. 라디오가 끝날 때까지 경수는 아무 말 않고 핸드폰을 만졌다. 익숙하다는 듯.

부드러운 미성을 가진 남자가 클로징 멘트를 날리고, 눈알 빠지게 핸드폰만 보던 민석은 그제야 굳어있던 몸을 움직였다.

 

 

 

 

“도경수. 저녁 먹고 갈까?”

“그러던가.”

“술?”

“마음대로.”

 

 

 

 

민석이 일어나고 뒤이어 경수가 따라 일어났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저녁하늘을 배경삼아 내리는 하얀 눈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하지만 민석은 눈을 싫어한다. 녹으면 끝이고 산성 덩어리에 도로를 흙탕물로 더럽히는 건 생각만 해도 싫었다. 싫었지만, 오늘은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앞장 서 걷는다.

민석은 디제이의 마지막 멘트를 생각한다.

 

 

 

 

<신청곡 들으면서 마칠게요. 이거 제가 고등학교 때 자주 들었던 노랜데, 아직도 많이 들어요. 플라시보 Commercial For Levi 들으면서 마치겠습니다.>

 

 

 

 

과장 아니고 정말로, 이 노래를 반복재생해서 미칠 듯이 들었다. 반주만 들어도 가사가 술술 나올 정도로 질릴 때까지. 시험 기간에는 흥얼거리다가 시험 밥 말아먹었다.

 락 밴드는 취향이 아니었지만 너 때문에 일일이 플라시보를 쳐보고 싸이월드 브금도 너 들으라고 플라시보로 도배를 해놨었다. 그리고, 하도 듣다보니 비슷한 한국 락 밴드까지 좋아하게 됐다. 에메랄드 캐슬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로. 너 연예인 된다고 들었을 때, 에메랄드 캐슬 노래로 오디션도 봤다.

붙었지만 부모님 때문에 소속사 건물 근처에도 못 가봤지만. 내 노래취향까지 넌 바꿔 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넌 락 밴드를 별로 안 좋아한다네. 시발.

 

 

 

 

 

 

 

 

대학로 앞 먹거리 골목에 들어선 경수와 민석은 그나마 사람이 드문 곱창 집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에 어딜 가도 만석이 아니냐만은, 여기도 빈자리가 보이질 않는다.

십분 정도 기다려 겨우 자리에 앉은 뒤 익숙하게 주문을 한다. 곱창 3인분이랑 소주 두 병이요. 민석은 앉자마자 물티슈로 손을 닦는다.

 손끝을 뾰족하게 세워 검지로 손끝까지 구석구석 닦는 민석을 보며 경수는 꼭 저도 그래야 될 것만 같아 조금, 오래 손을 닦았다.

여기 말고 자리 많은 곱창집이야 있긴 하다만, 내 돈 주고 먹을 바엔 맛있는 곳이 낫다는 경수의 철칙이다.

 

 

 

 

 

 

곱창이 나오고 익숙하게 집게로 곱창을 굽는다. 경수는 그런 민석을 바라보았다. 언제 처음 만났더라? 같은 조별과제를 했을 때였나. 성격도 좋았고 나름 괜찮았다.

 그 뒤로 이렇게 저렇게 굴러와 지금은 같이 일주일에 술 한번 마시는 사이가 됐으니. 말 다한 거지.

하지만 왜 여자 연예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돌도 아니고. 왜 남자 연예인을 좋아하는지는 경수는 아직도 이해불가다.

저번에는 한소리 들을 각오하고 흘리듯 민석에게 물었었다. <너 게이야?> 민석은 답했다.

 

 

 

 

 

 

게이 말고. 바이라고 해두자.

 

 

 

 

 

*

 

 

 

 

 

모든 스케줄을 마친 루한은 피곤한 몸을 카시트에 뉘였다. 차를 바꿔야하나. 내 차에 내가 편하게 이용하겠다는데 성에 차지 않는다. 물론 남자로서 차종을 중시하긴 한다만, 승차감이 최우선이지. 방송국을 나오자마자 솜뭉치 같은 지랄 맞은 눈이 반겼다.

새로 산 신발이 무색할 정도로 더럽혀진다.

아. 오늘 왜 이렇게 좆같지.

 아침에는 무려 새벽스케줄이 잡혀있는걸 잊어 늦잠까지 잤다. 상체를 뒤로 길게 빼 두 손으로 마른 얼굴을 쓸었다. 손 표면이 찬 공기 때문에 피부에 쓸린다.

 

 

 

 

루한은 핸드폰을 보지도 않고 익숙하게 단축번호 3번을 누른다. 최신곡인 컬러링이 줄기차게 들리다 얼마안가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차 안과는 다르게 수화기 너머는 잡음이 많다.

 

 

“엉.”

“지금 볼 수 있어?”

“배우님 말씀이신데. 어디서? 나 좀 늦을 수도.”

“지랄 말고. 많이 바쁘면 안 봐도 돼.”

“너네 집으로 갈까?”

“그러던가.”

 

 

 

군대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 된 백현은 학교 적응에 몸이 두개라도 빠릿 할 정도로 바쁘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연예계에 발을 들인 루한은 인맥이 좁았다. 그나마 연락하는 고등학교 친구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백현도 그 중 한명이다. 꿈꿔왔던 대학생활은 물 건너간 지 오래고, 애초부터 일찍 포기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지도 모르겠다.

제 자리 잡는데 정신이 없어서. 닥치는 대로 뛰어다녔다. 중국인이라 발음이 약간 어색한건 당연한 건데 그거 가지고도 욕먹었다. 억울하네.

생각해보니깐 나 존나 불쌍하네. 지금까지 뭘 한 거지.

오랜만에 학생 때 즐겨듣던 노래를 들었더니 쓸 때 없이 향수병에 젖으려한다. 고향 땅은 못 밟아본지 10년도 더 됐으면서. 괜한 감상에 젖을라 생각을 지운다.

머릿속을 비운다. 시발. 남의 나라 와서 나 뭐하냐.

 

 

 

 

 

 

 

 

 

우연히 캐스팅 되었고, 주변에서 권유했다. <루한아 넌 그거밖에 길이 없어.> <넌 딱 연예인이 될 얼굴이야.> <바로 뜨겠네.> 그 시절 고등학생들이 다 그렇듯 명확한 진로를 정한 애들과 어영부영 대학을 정하는 애들. 난 후자였다. 나름 공부를 못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이 개 같은 일에 날 몰아넣고 지들은 꿈을 향해 간다.

목장 안에 갇힌 일하는 소 같단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사람들은 부럽다고 한다. 바닥부터 올라와보지 못한 사람들은 참, 말을 잘한다.

 내 대학 새내기시절은 아마 내가 소속사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접었는지도 모른다. 학교 생활과 병행한다는 사탕 발린 말로 난 출석 일수도 채우지 못하고, 내 스스로 자퇴했다.

 

 

 

백현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나와 담배를 한대 태운다. 뿌연 담배연기가 공중에서 흩어진다. 솜뭉치가 필터에 붙는다.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튕긴다. 남은 불씨를 발로 지져 밟았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불씨가 차갑게 식는다. 주위가 소란스럽다. 이질적이라 귀를 막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한다. 외면적인 모습만 보는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루한 담배 피나봐.> <잘생겼으면 된 거지.> <얼굴 봐.> <별론데?>

 

 

 

 

루한은 차에 들어가기 위해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어떤 남자가 자신의 오른 팔을 잡은 것은.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에 루한은 억지로 입 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의아했다. 저의 팔을 잡은 것은 남자였다. 취기 오른 볼과 눈 같은 하얀 피부에 쌍꺼풀이 없는 큰 눈.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

 

 

 

 

재가 되어가는 곱창을 집어넣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2차를 갈까 집에 갈까 도경수네 갈까. 2차를 가기엔 배가 찼고, 집에 가기엔 눈이 와서 걸어가기 귀찮았고 버스 타긴 애매하고, 도경수네 가자니 씻고 싶었다. 분명 도경수네 가면 씻고 나발이고 양치만 하고 드러누울게 뻔하다.

여러 가지 플랜을 짜놔도 성에 차는 게 없다. 무심코 본 창밖은 더러운 눈 투성이다. 코트 다 젖겠네.

 

 

 

민석은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저게 뭐지? 사람이 몰려있었다. 그 인파들 사이에는 개미들 사이에 여왕개미마냥 크진 않지만 길게 빠진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옅은 갈색 머리. 정확하진 않지만 민석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남자가 제가 꼬박 7년을 좋아한 루한이라는 것을.

루한임을 안 순간부터 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민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 변함없을까. 뛰어가는 와중에도 제가 참 한결 같이 우스워 실소가 새어나왔다.

아직도 좋아한다. 많이.

 

 

 

 

 

인파를 밀치고 차 문을 열려는 루한을 민석이 붙잡았다. 찰나로 바뀌는 루한의 얼굴이 눈에 담긴다. 남방과 니트만 입고 나왔음에 불구하고 하나도 춥지 않았다. 루한은 오늘 라디오에서 봤던 그대로 차이나 카라 셔츠에 재킷만 입혀져 있다. 짜증에서 웃음으로, 다시 의아함으로 세 가지 얼굴이 민석의 눈에 스쳐지나간다.

 

 

 

 

나 지금 루한 붙잡아서 뭐하자는 거지?

 

 

 

 

나도 잘 모르겠다.

 

 

 

 

벙어리처럼 입만 벙긋거리니깐 정말 루한이 벙어리처럼 본다. 벙어리인줄 아나보다. 나 벙어리 아닌데. 벙어리 아니니깐 증명 좀 해봐, 김민석 몸아. 주인 말 들어.

벙어리로 안보면 술 취한 주정뱅이로 보려나.

 

 

 

<저 아세요?> 루한이 입을 열었다. 한 시간 전까지 음성으로만 들었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알지. 알다마다요. 내가 너의 데뷔 팬이에요. 사실 데뷔하기 전 부터 알았는데요. 그냥 그건 말 안할래요. 내가 그쪽 많이 좋아해요. 내가 좋아한다는데 불만 있나요? 갈색으로 염색 하셨더라고요. 다시 고등학생으로 되돌아간 줄 알았어요. 그래서 나도 염색 해볼까 해요. 고등학생처럼. 넌 나 모르죠? 당연히 모르겠죠. 나 혼자 알았으니깐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스토커는 아니니깐요. 덕후도 아니에요. 그냥 당신을 좋아하는 일개의 팬으로 생각해주세요.

 

 

속으로는 이미 대답이 나왔지만, 민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년 내내 말 한번 섞어 본적 없다. 그런 내가 너에게 첫 마디를 건넨다. 미친놈처럼 실성하며.

 

 

 

 

“같은 고등학교였는데, 같이 축구했어요. 축구를 너무 잘 해서 당연히 축구 선수가 될 줄 알았는데 티비에 나와서 놀랐어요.”

 

 

 

 

루한은 큰 눈을 감았다 뜬다. 일렁이는 눈에 솜뭉치처럼 내리는 눈이 비춰진다. 예쁜 눈에 더러운 눈이 보인다.

이 상황에서 어울리진 않지만 난 그 모습이 절경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회피하는 것 일수도.

 

 

“그래? 이름은.”

 

 

 

생각 외의 대답에 나는 냉큼 답한다.

 

 

“김민석.”

 

 

루한은 생각한다. 연예인 친구를 두기위한 수작일까, 아님. 그냥 친구로서 말하는 것일까. 전자는 나름 친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생각한다.

뭐 지금까지 애들도 그랬고. 초면에 그러는 건 정말 사회생활을 위한 버러지들이나 하는 짓이고. 후자도 썩 내키진 않지만 일단 후자라고 생각해 두기로 한다.

 내가 축구를 좀 많이 하긴 했지. 한때 선수를 꿈꿔서 축구부도 들었었고. 좆같은 사장님만 안 만났어도. 어느 정도 체육학과를 생각해두기도 했었다.

 

 

 

“민석아. 용건이 뭐야?”

 

 

이젠 짜증이 극에 치닫는다. 루한은 머리위에 올라앉은 눈을 털고는 민석의 머리도 두어 번 흔들었다. 민석은 가만히 머리를 숙인다.

손끝에서 희미한 담배냄새와 향수의 냄새가 섞여 난다. 얼굴이 뜨거워지지만 술 때문에 분간이 안 간다. 다행이다.

 

 

 

루한이 내 머리를 만졌어. 황홀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활동 열심히 해.”

“응. 고마워.”

 

 

 

 

루한은 어깨에 올려 앉은 눈을 털어내곤 차에 탄다. 어깻죽지가 눅눅하다. 차가 빠르게 민석의 앞을 떠난다. 7시간정도 같이 있던 거 같지만 실제론 7분정도도 안 된다.

 노래 두곡 들을 시간. 난 루한이랑 뭘 한 거지.

 

 

 

7년 동안 기다려서 7분동안 거지같은 대화를 하고 보냈다. 루한을 만나기만 한다면 차를 부스든 루한의 다리를 분지르던 어떻게든 잡아두고 싶었다.

그럼 뭐하나. 막상 루한을 보면 고장 난 라디오마냥 병신 같은 말만 내뱉는데.

 

 

 

난 정말 그런 고철 덩어리보다 못한 쓰레기인가보다. 차가운 눈이 볼에 닿는 동시에 녹아내린다. 볼이 뜨거워서 녹는 게 아니라, 볼에 흐르는 눈물이 눈을 재빠르게 녹인다.

루한이 떠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울었다. 정말 목 놓아 울었다. 키우던 강아지를 엄마가 몰래 다른 집에 줘 버린 것처럼. 강아지를 뺏긴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뭐가 그렇게 슬픈 진 모르겠다. 처음 한 대화가 거지같아서인지, 아님 이대로 루한을 보내면 다시 못 만날 거 같아서인지.

 짝사랑은 어느 한순간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다가 훅 꺼지는 순간들이 많다. 근래에는 루한을 만난 적이 없어 몇 년간 잠잠 햇것만.

이제 와서 심장이 또 나댄다.

 

 

 

 

 

멀리서 경수가 걸어온다. 짝사랑은 정말 짝사랑으로 끝나야 아름다운법인가?

 

 

 

 

 

*

 

 

 

 

 

집에 도착한 루한은 재킷부터 벗어 걸어놓았다. 눈이 녹아 축축하다. 내일 아줌마가 알아서 해주시겠지. 현관에는 익숙한 신발이 보인다.

사고 싶다며 한정판 한정판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샀네.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 소리가 들리고 거실 소파에는 덩그러니 백현이 앉아있다.

집안은 두 사람이 있음에 불구하고 썩 온기라곤 느낄 수 없다.

 

 

 

<왔냐? 네가 나보다 늦었네.>라고 말한 백현이 루한에게 맥주 한 캔을 건넨다. 탁, 팝탑을 따고 갑갑했는지 루한이 맥주 한 모금을 마신다.

 

 

 

 

“너 김민석이라고 아냐?”

“김민석?”

 

 

 

 

반달형의 눈동자가 올곧게 루한을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김민석. 김민석. 김민석.

 

 

 

 

“걔…”

“…….”

“같은 고등학교.”

“같은 고등학교 나왔으니깐 내가 너한테 물어봤겠지.”

“몰라. 기억이 잘 안 나네. 축구하던 애였던 거 같은데.”

 

 

 

 

걔 만났어? 백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만났는데 걔 때문에 눈만 맞고 왔어. 술 마신 거 같은데. 취했었나. 뒷말은 삼키기로 하고 루한은 답한다.

 

 

 

엉. 오는 길에.

 

 

 

“야. 중국에선 진짜 모기눈알 먹냐?”

“좆까. 극소수니깐. 중국 땅 안 밟아본지 10년도 더 됐어.”

“넌. 먹어봤어?”

 

 

 

 

기가 차 답을 안 하기로 한다. 참. 변백현은 안 그럴 거 같이 생겨가지곤, 어디서 그런 잡 지식들을 주워오는지.

저번에는 <중국 시티홀 베이징에 크게 생겼다던데. 거긴 땅 덩어리가 넓어서 그런 건 문제도 아니라며?> 이딴 구린 질문을 해댔다.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면 티비던 뉴스던 뜨지도 않았겠지. 중국 사람들이 신선이 아닌 이상 그런걸 왜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걸까.

 

 

 

 

“난 진짜 중국 무서워서 못가겠어.”

“언젠 갈 생각이 있었던 거처럼 말한다. 너.”

“있었지. 짜장면 먹으러.”

 

 

 

 

근데. 인신매매 당할까봐 못 가겠어.

 

 

 

 

백현은 채널을 돌리다 멈춘다. 루한의 시선이 티비로 향한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네가 여기서 죽든 중국에서 죽든. 아무도 너 신경 안 써.> 말을 마친 루한이 리모컨을 가로채가 채널을 돌린다.

오늘따라 쓸데없이 향수병이 도지려한다. 이게 다 지랄 맞은 눈 때문이지. 뉴스를 틀어 날씨를 보았다. 내일도 눈이 내릴 예정이란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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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글에 항상 댓글 감사드려염..... (꾸벅) 사실 주세여 시리즈가 두편 남았고 금방 오려했지만 요즘 바빠서 정신없다보니 파일을 통째로 날려버렷....흡..

최대한 빠아릴 다시 써야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저는 제목고자라 언제 제목이 바뀔지 몰라요. 글 고자.... 괜찮은 제목이 이쓰면 추천이라두....

이것도 길지 않게 끊날거에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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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나닛!!! 루민!!! 오늘 처음 읽는데 글 분위기가 묘하네요 뭔가 루한은 세상에 찌들었는데 민석이를 보고 잠깐 흥미로유ㅓㅆ다가 다시금 흥미로움이 꺼진 것 같아요 다시 일으키자 으쌰으쌰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요분위기! 좋다루밍! 사랄해요♥♥
9년 전
독자2
헐 너무 좋아요ㅠㅠㅠㅠ 분위기 취저ㅠㅠㅠㅠㅠㅠㅠ계속 연재햊ㅜ세여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재밌어요! 역시 루민은 어떤 분위기도 다 잘어울리네요. 잘읽었습니다♡♡ 안녕히주무세요!
9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해요♡♡♡♡♡♡
9년 전
독자5
헐 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ㅠㅠㅠ
9년 전
독자6
핳..좋아요ㅠㅠ진짜..스타 루한과 덕후 민석이ㅠㅠㅠ경수는 뭔가 실제 성격이랑 비슷한 것 같은 느낌ㅎ좋은글 감사해욧!
9년 전
독자7
스타가 된단 건 쉬운게 아니죠ㅠㅠ연예계에서 마음고생 심했을 루한이와 짝사랑으로 마음고생심했을 민석이 둘다 안쓰럽네요ㅠㅠ이렇게 좋은 글을 이제야 발견하다니!
9년 전
독자8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이예요 작가님 스릉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9
ㅠㅠㅠ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작가님 필체대박 ㅠㅠㅠㅠㅜㅠㅠㅠ이건 이런곳에있어야할 문체가아니야....사랑해요사랑해요사랑해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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