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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전체글ll조회 1500l

로빈은 침대에 누운채로 어제 일어났던 일을 천천히 더듬어 보았다. 나는 남자의 미소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기함할 일인가?

"당연하지! 그게 말이 돼?"

로빈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쳤다. 사실 동성에게 끌렸다는것도 기겁할 일인데 자신은 같은 남자가 봐도 인정할만큼 잘생긴 남자도 아닌 개구리를 닮은 나이많고 주름 많고 궁상맞기까지 한 남자한테 설레버린 것이다. 이건 말도 안돼. 일시적인 착각이야. 내가 그럴리가 없어. 로빈이 벽을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숨을 씩씩거렸다. 그는 자신이 다니엘같은 사람의 미소를 보고 가슴이 내려앉았다는 것을 차마 인정할 수 없었다.

"아마 착각이겠지."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내뱉고 다시끔 다니엘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자신하고는 열살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데도 벌써부터 깊은 주름이 새겨진 얼굴과 고생으로 투박해진 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나 주워먹는 궁상맞은 성격에다 눈부신 미소...아니, 이건 아니지. 로빈은 슬며시 끼어드는 엉뚱한 생각에 무언가를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막을 틈새도 없이 다니엘의 화사한 미소가 로빈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렸다. 그의 입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슬며시 당겨올려졌다. 그래, 사실 다니엘이 그렇게 최악은 아냐. 웃을때마다 보기좋게 지는 주름, 꼭 난로같이 온기가 가득한 손, 알뜰한 돈 관리...

"으아아!"

어느새 합리화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로빈이 절망적인 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 한켠에 걸려있는 거울로 비척비척 다가간 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거울 속 자신을 노려보았다. 밤새 고민하느라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약간 까슬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티 하나 없이 매끄러운 피부, 짙은 눈썹과 시원한 눈매, 곧게 뻗은 코와 여자들도 부러워하는 붉은 입술. 객관적으로 봤을때는 그는 분명한 미남이었다. 그리고 사회적 위치로나 외양으로나 절대로 다니엘같은 사람과는...다니엘같은 사람과는... 로빈은 순간 거울속에 비친 자신이 엷게 웃고 있다는걸 깨닫고 충격을 받고 말았다. 아니, 이젠 그저 생각하는것만으로도 웃음이 나는거야? 

"으아아아!"

로빈이 어찌나 격렬하게 고민하던지 그 날 로지는 오빠의 처음 보는 면모에 놀라 놀러갈 계획도 접고 하루종일 방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로빈은 편의점 문 앞에 우두커니 선 채로 카운터에 기대서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다니엘을 노려봤다. 주말내내 잠조차 편히 자지 못한 자신과는 다르게 평소와 똑같이 조금은 바보같은 미소를 띈 채로 손님들을 맞고 있는 꼴이 아니꼬았다. 책 속에 푹 코를 박고 있다가도 손님들이 들어오면 재빨리 고개를 반짝거리는 웃음을 지어준다. 로빈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시만요."

누가 봐도 양아치같아 보이는 소년은 단추가 한두개는 뜯겨나간 교복을  입고 있었다. 환하게 염색한 얼룩덜룩한 머리에 로빈이 인상을 쓰며 문앞에서 비켜났다. 로빈은 양아치들을 싫어했다. 꼭 고등학교 때 로지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소년은 한참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니 소년은 카운터에 거의 기대다시피 서서 다니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로빈의 눈썹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소년이 뱉어내는 말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니엘은 연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소년이 몸을 기울여서 다니엘에게 바짝 붙자 로빈이 몸을 움찔했다. 둘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친밀감이 그의 속을 부글거리며 만들고 있었다.

로빈은 참다못해 편의점 문을 거칠게 열고 말았다. 유독 쿵쾅거리며 들어가는 로빈에게 다니엘이 카운터 너머에서 반가운 눈길을 보냈다. 로빈은 아직도 양아치와 바짝 붙어있는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채로 곧장 음료코너로 들어갔다. 

"아, 그래서 제가 그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

"야, 이 자식아. 우리 아빠가 교장이다!"

"진짜?"

시답지 않은 대화내용에도 불구하고 연신 킥킥대며 웃어대는 다니엘에 로빈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웃어대는거야. 고작 저런 양아치 얘기에. 게다가 자신에게 항상 예의를 차려 존댓말을 쓰는 사람이 소년에겐 친밀감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것도 거슬렸다.  

"역시 형처럼 제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니까요. 그나저나 형, 요즘 공부는 어떻게 되가고 있어요?"

"아, 공부. 그게..."

형? 형이라고? 로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리 들어도 기분 나쁜 그 느끼한 목소리에 로빈이 이를 으득 갈았다. 그는 더 이상은 이 눈꼴 시려운 대화를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로빈이 물건을 살피는 척하는걸 멈추고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대로 골라 카운터로 다가가자 소년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직였다.

"계산해야겠다. 그럼 다음에 봐요. 형. 나중에 문자할게요."   

소년이 나가고 편의점 문이 닫히자마자 로빈이 날카로운 소리로 물었다.

"원래 편의점 알바들은 저런 양아치하고 노닥거리는가 보죠?"

"네?"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로빈의 목소리에 다니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꽤 친해보이던데요."

"아, 저 친구요? 여기 단골이에요. 제가 들어온 첫날부터 거의 매일 왔어요."

로빈이 눈을 앙칼지게 치떴다. 다니엘은 왠지 추궁받는 느낌이 되어 변명하듯 말을 늘어놨다.

"여기 주변 고등학교에 다니거든요. 저녁을 여기서 매일 사먹어서...양아치처럼 보이지만 좋은 애인걸요. 말이 워낙 많아서 저한테도 가끔 말을 걸다보니까 서로 좀 알게 됬어요."

"서로 좀 알게 됐다고 그렇게 번호까지 교환하고 문자도 보내나?"

로빈이 혼잣말하듯 못마땅한 말투로 작게 중얼거렸다. 다니엘은 자신을 쳐다보기도 싫다는듯 계산대 위에 올려진 음료수 캔만 뚫어져라 노려보는 로빈을 바라봤다. 꼭 작은 동생인 줄리안이 삐졌을 때처럼 행동하는 로빈에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뭐예요?"

로빈이 불만스럽게 물었지만 다니엘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부루퉁한 얼굴이 된 로빈이 그냥 나가려고 하자 그제서야 다니엘은 겨우 웃음을 멈추고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웃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방금 로빈 엄청 제 동생 같았던거 알아요? 처음으로 본 또래다운 표정이에요."

"뭐라고요?"

로빈이 모욕이라도 당한듯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다니엘이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얼른 손을 내저었다.  

"농담이에요. 농담.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아요. 로빈이 그런 얼굴 하면 진짜 무섭다고요."

"그럼 이상한 소리는 집어치우고 얼른 계산이나 해요."

평소보다 거친 로빈의 말투에 다니엘이 미소를 거뒀다. 다니엘은 민망한듯 약간 붉어진 얼굴로 사과했다.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요. 그저 막내동생이 생각나서..."

"됐어요."

다니엘에게 건네받은 봉지를 거칠게 낚아챈 로빈은 문앞에서 멈칫했다. 다니엘이 의아한 눈으로 손가락을 달싹이고 있는 로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마침내 다시 뒤돌아서 카운터까지 돌아온 로빈이 두 손을 계산대 위에 텅 소리가 나도록 내리쳤다.

"처음으로 본 또래다운 표정이라고요?"

씩씩거리는 로빈의 말투에 다니엘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 또래라. 그럼 내가 몇 살이지 알아요?"

"아, 아뇨."

갑작스런 로빈의 질문에 다니엘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내가 다니는 학교는요?"

"어... 그게 여기 주변에 대학이 여러개 있어서..."

"진짜 모른다고요?"

로빈이 거의 분노에 가까운 표정을 짓자 다니엘이 변명하듯 조그맣게 말했다. 

"명문대라는건 알아요. 로지가 예전에 사람들한테 로빈의 수능 점수 얘기를 하는걸 들은 적 있거든요. 아, 잠깐만요. 그 점수라면 당연히..."

로지 얘기까지 나오자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은 로빈이 언짢은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됐고, 폰 좀 줘봐요."

"네? 폰? 제 핸드폰이요? 왜요?"  

순식간에 휘몰아친 여러가지 질문에 떨떠름한 표정인 다니엘이 되물었지만 로빈이 눈매를 치켜 올리자 얌전히 핸드폰을 꺼냈다. 이제는 단종된게 확실하게 보이는 작고 낡은 폴더폰을 건네받은 로빈이 꾹꾹 그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내 번호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얼굴의 다니엘에 로빈은 문득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다니엘의 번호를 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뜬금없이 막무가내로. 당장 그만두라고 이성이 소리치는게 느껴졌지만 손가락은 영 말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로빈은 확실한 일처리를 위해 다니엘의 핸드폰에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까지 하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마침내 원하던걸 얻어낸 로빈이 핸드폰을 도로 다니엘 쪽으로 밀어 놓았다. 

"혹시 나중에 급하게 물어보고 싶은게 생기면...흐음! 그러니까 숙제하는데 모르는게 생겼다거나 뭐 그런때 나한테 문자하거나 뭐 그럴수 있잖아요."

자신이 생각해도 형편없는 핑계에 로빈의 목덜미가 미세하게 붉어졌다. 그는 애써 다니엘과 눈을 마주치는걸 피하면서 외투깃을 정리하는 척 했다.

"아, 하지만 집에서는 동생들이 도와줘서 괜찮은데요. 굳이 낮에까지 로빈을 귀찮게 굴면 너무 실례잖아요."

평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다니엘에 목소리에 로빈은 목가가 후끈 달아오르는것 같았다. 그는 더욱 사납게 눈을 뜨면서 다시 다니엘의 폰을 잡았다. 이게 무슨 망신이지. 내가 진짜 돌았어. 그는 고작 저런 개구리에게 거절당했다는 수치심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뭐, 그럼 필요 없겠네. 다시 지우면 되죠."

다니엘이 약간 허둥대며 핸드폰 폴더를 여는 로빈의 손을 감싸쥐었다. 놀란 로빈이 고개를 들자 그가 부드럽게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이런 기회 아니면 제가 언제 로빈같은 풋풋한 대학생의 번호를 따보겠어요? 그냥 두세요. 사실 동생들도 각자 공부들로 꽤 바빠서 집에서도 곤란했던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로빈한테 너무 피해주는 것 같아서요. 저는 정말 로빈이 매일 여기에 들려서 문제들을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에 넘치는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너무 신경써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에요. 하지만 저야 로빈 번호가 있으면 좋죠."

자신의 손 위에 덮힌 손이 너무 따듯해서 로빈은 잠깐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냈다. 다니엘이 로빈의 손 밑에 있던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뭐,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럼 그냥 가지고 있던가..."

로빈이 또다시 혼잣말하듯 작게 중얼거리자 다니엘이 피식 웃었다. 

"정말 매번 말하지만 편의점 알바를 이렇게 챙겨주는 고객은 로빈밖에 없다니까요. 번호까지 주고 말이에요."

"그 양아치도 당신 번호가 있잖아요."

로빈은 머릿속에서 생각한 말이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가는걸 막을 수 없었다.

"일단 그 애는 양아치가 아니예요. 계속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세요."

왠지 흉흉해진것 같은 로빈의 표정에 다니엘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번호는 어쩌다보니까 있는거지 그렇게 연락을 많이 하지도 않아요."

로빈의 불만 가득한 눈빛에 다니엘이 어쩐지 변명하는 듯한 기분으로 말했다.

"정말 연락 많이 안 해요?"

"단골 손님인 고등학생이랑 제가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겠어요?"

다니엘이 황당하다는듯 물어오자 로빈이 그제서야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까 내팽겨처둔 음료가 든 비닐 봉지를 집어들더니 다니엘이 잘 가라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서둘러 나가버렸다. 오늘 바쁜 일이 있나. 그러고 보니 숙제조차 안 보고 갔네.  다니엘이 점점 멀어지는 로빈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유독 보통때와 다른 모습을 보인 로빈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에는 냉정하기만 했던 로빈은 요즘따라 점점 더 자신에게 친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기쁜 일이었다. 로빈을 보면 자신의 막내동생이 떠올랐다. 물론 차가운 성격과 서늘한 외모는 자신을 닮아 다정한 편인 줄리안과는 정반대였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는건 똑같아 그는 내심 속으로 로빈을 귀엽게 여기고 있었다. 

비록 첫만남이 그다지 좋은 시작은 아니었지만 다니엘은 로빈이 보기만큼 차갑지 않다는걸 금세 깨달았다. 그는 그저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데 서툰 것 같았다. 가끔씩 웃는 자신을 보며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을때면 정말로 새로운 동생이 한명 더 생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다니엘은 오늘 처음으로 봤던 로빈의 아이같은 얼굴이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씩 웃고 말았다. 한 번쯤은 그의 웃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다니엘은 불현듯 저번에 로빈에게 받은 도시락통을 떠올리고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돌려준다고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해서 왔는데 이상하게도 평소와는 다르게 군 로빈 때문에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재빨리 빈 도시락통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빈이 다시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온건 다니엘이 막 카운터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큰 소리가 날만큼 세게 유리문을 젖힌 로빈은 뛰어 돌아왔는지 잔뜩 상기된 얼굴에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놀란 다니엘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로빈은 거의 점프하다시피 다니엘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처음으로 자신을 잡은 로빈에 놀란 다니엘이 약간 뒤로 물러났다.  

"한 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왜 그 양...걔한테는 말을 놓고 나한테는 안 놔요? 똑같은 단골인데?"

무슨 사고라도 난 듯 다급하게 뛰쳐 들어온 로빈의 입에서 튀어나온 엉뚱한 질문에 다니엘이 눈을 몇번 깜빡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아... 그야 로빈은 선생님이잖아요."

"선생님?"

"네. 항상 꼬박꼬박 문제를 가르쳐주니까 선생님이죠. 저보다 어리기는 해도요. 로빈은 특별하니까 정중하게 대하고 싶었어요. 존댓말 쪽이 좀 더 예의바르니까...그리고 우린 서로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말을 놓을 틈도 없었고요. 잠깐만요. 설마 이걸 물어보려고 다시 돌아온거예요?"

다니엘이 물었지만 로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다니엘이 보기에는 그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 상태인것 같았다. 잡힌 어깨가 아파서 슬쩍 몸을 뒤로 했지만 로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별하다고요? 내가?"

멍하니 되묻는 로빈에 다니엘이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그렇죠. 로빈은 선생님이고 단골이고 또...저랑 이런저런 일로 엮인 적도 있잖아요."

불현듯 로빈이 다니엘의 어깨를 놨다. 다니엘은 어딘가 얼이 빠져 보이는 로빈의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자꾸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로빈이 염려된 다니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음...로빈이 원한다면 말을 놔도 저는 상관 없어요. 정말이요."  

"아뇨, 아니에요. 그냥...이대로 있어요. 당신 말이 맞는것 같아요. 그래요, 난 다니엘의 선생님이잖아요."

그리고 난 특별하고. 속으로 덧붙인 로빈이 입꼬리를 올려 환하게 웃었다. 그간 간간히 봐 왔던 냉소적인 비웃음이 아닌 진짜 미소였다. 눈꼬리가 예쁜 반달 모양으로 접히고 붉은 입술이 보기 좋게 올라가는 그런 웃음. 다니엘은 처음으로 본 로빈이 미소에 마주 웃어 줄 수가 없었다. 다만 넋이 빠진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그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로지가 예쁜건 다 이유가 있었구나. 무심코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다니엘?"

"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다니엘은 퍼뜩 굳어있던 몸을 움직였다. 꼭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끝나고 로빈은 어느새 다시 평소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어요? 모르는 문제들은 내일 와서 봐 줄 테니까 일단은 다음 장도 풀어보라고요."

"아...알았어요."

어딘가 멍해 보이는 다니엘의 모습에 로빈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난 이제 가요. 그리고 고작 그런 질문 때문에 돌아온거 아니거든요. 그냥... 이걸 깜빡해서 가지러 갔을 뿐이에요. 아줌마가 또 싸줬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먹고 남긴것 뿐이니까 제발 신경 써줄 필요 없다느니 괜찮다느니 착각에 빠져서 이상한 말 좀 하지 말아요. 여기에 두고 갈건데 버려도 난 정말 상관 없어요."

다니엘은 여전히 허공에 붕 떠 있는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서 로빈이 어째 저번보다 더 커진것 같은 꾸러미를 카운터에 내려놓을 때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정 문제가 안 풀리거나 하면 뭐 문자하던가. 아님 전화하던가."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마지막 말을 내뱉은 로빈은 들어왔던만큼 재빠르게 나가버렸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 자리에 서서 어쩔줄 모르는 모르는 표정으로 뛰다시피 골목을 벗어나는 로빈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딘가 가슴이 묵직했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은데 도무지 무엇이 문제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 그렇구나. 이걸 돌려주는걸 또 깜빡했네"

다니엘이 무심코 고개를 내렸다가 여전히 자신의 손에 꼭 쥐어져있는 빈 도시락통을 발견하고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같기는. 갈수록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 같아. 다니엘은 다시 카운터 뒤로 돌아가 로빈이 두고간 커다란 꾸러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봉투를 열려고 손을 내밀자 어째 머리에서 방금 봤던 로빈의 얼굴이 둥둥 떠올랐다. 

"내일은 꼭 돌려줘야지."

다니엘은 아까 로빈이 잡았던 어깨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도시락통을 돌려주는걸 깜빡해서 그런건지 자꾸 가슴이 답답했다. 로빈의 웃는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탓에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왠지 얼굴이 뜨거운 것 같아서 그는 세차게 고개를 털었다. 좀 피곤한가? 그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두어대 툭툭 쳤다. 오늘은 좀 힘내야겠다. 먹을 것도 생겼으니까. 다니엘은 로빈이 준 꾸러미를 뒤쪽으로 옮기면서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그는 로빈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일 로빈에게 꼭 감사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불현듯 자신의 그의 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아, 맞다. 번호를 받았지. 차라리 지금 문자를 보내줘야겠다. 다니엘은 자신이 빙그레 웃고 있다는것도 모른채 그의 작은 구형 핸드폰을 꺼내 꾹꾹 자판키를 누르기 시작했다. 



와ㅋㅋㅋ이건 완전 제목을 바꿔야할 것 같아요. 진짜 원래 설정하고 완전 달라졌네ㅠㅠ재수없고 오만하다기보단 츤츤대고 어린애같이 바뀌어버렸어여ㄸㄹㄹ 이렇게 꾸준히 빨리빨리 써서 어서 완결까지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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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단 댓글!!
9년 전
독자2
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잘 읽고가요!
후후, 이제 행쇼하는 일만 남았네요! 완결까지 눈에 불켜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9년 전
라이스
감사합니다ㅠㅠ으아아 뭔가 처음 의도랑 너무 달라져서ㄸㄹㄹ그냥 빨리 완결내고 싶네요ㅠㅠ진심 쓰면서도 노잼ㅠㅠ
9년 전
독자3
어어ㅠㅠㅠㅠ4편이빨리와서 좋아요....오만한 로빈도 좋지만 츤츤대는 로빈도 좋네요!
9년 전
독자5
아진짜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진짜진짜 너무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상냥한 독다도 너무 좋고ㅠㅠㅠㅠㅠㅠ츤츤로빈도 너무 좋고ㅠㅠㅠㅠㅠ그냥 사랑한다고요작가님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와 쓰차풀려서 드디어 댓글달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츤데레 츤데레 세상에 저런 츤데레는 없을거여요ㅋㅋㅋㅋㅋㅋㅋㅋ 로빈 진짜 귀엽다ㅋㅋㅋㅋㅋ 연하의매력이 이거구나ㅋㅋㅋㅋㅋㅋㅋ 독다는...ㅠㅠㅠㅠㅠㅠ 너무 다정하잖아요 너무 상냥하잖아요 제가 한번 독다에ㅔㄱ 빠져보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잘 읽고가요!!
9년 전
독자7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ㅠ 읽고 너무 재밌어서 1편부터 다시 읽고 신알신도 누르고 가요!! ㅎㅎ 사랑해요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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