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5년, 지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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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됐다.
마음 졸이며 움직이던 마우스를 마지막으로 클릭하고 나니, 살며시 눈을 뜨곤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괜스레 침이 삼켜진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져 있지 않은 표정. 딱딱하기 그지 없지만 지금 나에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런 표정따위야, 훈련을 시키면 금방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며칠동안 밤을 샌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잘생긴 얼굴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다 끝났다는 마인드로 의자에 편하게 기대니, 때를 맞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뭐야, 완성 됐어?
" 보시다시피? "
" 와, 성공했네. 김탄소. "
" 어때, 잘 됐지. "
사람인 나보다 더 잘생겼네. 짜증나게. 팔짱을 끼고 유리창 안을 바라보는 민윤기를 향해 작게 웃었다. 당연한 소리 하지마.
" 참나. 네거라고 벌써 편드냐. "
" 티났어? "
" 어, 존나. 아주 얄미워 죽겠네. "
얄미워 죽겠다는 말과 다르게 민윤기의 손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수고했다는 말은 덤이었고. 자신이 평가를 해주겠다며 작동을 해보라는 말에 나는 또 다시 몸에 힘이 들어갔다. 빳빳해진 등과 어깨에 민윤기가 살풋 웃으며 긴장하지 말라 했지만, 내가 처음 만든 작품이 오작동이라는 크나큰 오류를 남길까봐 걱정이 되었다. 기계 옆에 있는 물통을 집어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긴장되는 마음으로 마우스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내 앞에 위치한 모니터 안, 작은 버튼을 클릭하니 좀 전까지만 해도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던 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점이 없는 눈에는 생기가 돌았고, 창백했던 얼굴은 어느덧 사람과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자신이 신기한 듯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이내 창 밖의 우리를 발견하곤 시선을 마주했다.
" 괜찮네. 외관상으로도 별 문제는 없어 보이고, 움직이는 것도 자연스럽고. "
" 내가 저걸 만들다니 …. 진짜 말도 안돼. "
" 처음치곤 진짜 잘 만든 거야. 나 긴장 좀 해야겠네. "
눈을 예쁘게 접어 웃는 민윤기에게 고맙다는 감사를 표했다. 이 곳에 들어오게 된지 어느 덧 2년, 그동안 수 많은 교육을 받은 끝에야 난 석 달 전부터 제대로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작업이라 중간중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민윤기와 다른 직원들의 도움으로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각고한 노력 끝에 완성된 작품이 아무런 오작동 없이 잘 움직이는 걸 보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 뿌듯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저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민윤기가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곤 별안간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왜? 하며 민윤기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창 안의 '저것'에게로 가 있었다.
" 근데, 너 쟤 이름은 뭘로 할지 생각해놨냐. "
" … 당연하지. "
" ………. "
" … 전, 정국. "
3015년,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 낸 저 로봇의 이름은,
전 정국이다.
카톡시리즈말고 이번엔 아예 글로 써볼려구요! 예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오던 거라 애착이 갑니다ㅠㅠ 댓글 달아주시고 포인트 다시 받아가세요!♡ +)카톡은 내일쯤?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