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각인이 새겨진 아이가 나타난다는 소식에 형제들이 전부 모임과 동시에 집안이 분주해졌다. 뱀파이어계도 마찬가지로, 전부 남자형제들밖에 없던 륀느가문의 표식이 여자아이에게 각인된다는소리를 듣고 들썩거리기시작했다 '여자형제가 들어올거래.' '인간출신이라는 얘기가 있던데,가주님이 그 분을 무사히 살려두실지 모르겠어.' 정말 필요한만큼만 고용한 하녀들이 자기들끼리 소근거린다고 소근거리지만, 다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내용에 머리가 아파진 세훈은 작은 손짓으로 그들을 내보냈다.
"..가주님.정말 새로운 형제가 인간출신인가요?"
"응,맞아. 근데 표정이 왜 그러니?몇백년만에 맞는 우리 가족이 싫은건가 세훈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형제들사이에서 세훈은 잔뜩 화난 기색을 숨길수없어 경수한테 말을걸었다. 경수는 잔뜩 화난듯한 자신의아이의 말에 집중해서읽던 책도 내려두고 세훈의 말을 경청했으나 그의 입에서나온 미운소리에 조금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 아니 그게아니라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네? 몇천년동안 없던 여자형제라는것도 모자라서 인간출ㅅ" "조용히해 오세훈,적당히 해라." "..죄송합니다." 꾸중을 늘어놓는 자신의 형인 준면의 말에 금방꼬리를 내리는 세훈이였지만 얼굴에 가득한 분노는 지울길이없었다.
"좋은일로 모였는데 분위기 너무 구린거아니에요?"
복층구조인 이층난간에서 언제왔는지 내려다보고있던 찬열이 살짝 뛰어내려 가볍게 착지하더니 자신의 동생인 세훈옆에 털썩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데 표정 좀 풀지, 오세훈." "아, 형한테 냄새난다고. 저리꺼져." 인간계에서 일하다가 바로왔는지 진한화장품과 왁스냄새,게다가 인간냄새로 가득한 찬열에 세훈은 인상을 더욱 더 찌푸리며 어깨동무를 해오는 제 형을 신경질적으로 밀어냈다. "그래서 날짜는 언제로 잡을까요, 가주님." "그 아이를 데려오는데로 바로 준비하라고해.그리고 우리밖에없는데 내가 경수라고 부르랬지.너가 가주님이라 할때마다 소름돋는다고." "네,그럼 더 불러 드리겠습니다 가주님." 몇백년을 보았지만 무슨사이인지 모르겠는 준면과경수에 다른 형제들은 각각 오랜만에 본 반가운티를내기시작했다. "야 변백현은 어디있냐." 찬열이 말하기 무섭게 종인의 다부진 주먹세례를 받으며 들어오는 백현의 얼굴은 맞고있는사람의 얼굴과 맞지않게 장난끼가 다분했다.
"어 박찬열왔어?아니 김종인 내가 또 어디서 발견했는지아냐?얘 뭐 기면증있는거아냐?아무래도 조만간 닥터 불러야될거같아요 가주ㄴ"
"아 형 내가 말하지말라그랬잖아요." "너가 귀여워서 그렇지.이제 깜짝놀라게 현관앞에서 쓰러져 잠자고있지마라.없는심장떨어지는줄알았으니까." 말리기엔 늦어버린,이미 자신이 한짓을 나불거리는 백현의 입을 막지못한 종인은 부루퉁한 얼굴로 그들 곁으로 다가갔지만 그의 표정에 맞지않게 걸음걸이부터 모든것은 아주오래그런자리에 있던 높은사람만이 뿜을수있는 자태를 뿜었다. 모두들 대외적으로는 잘 드러나지않고 활동하는터라 그들의 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그들 서로는 륀느라는 이름아래에서 단단한 유대감으로 묶여있는 가족에 불과했다.
"자, 아무튼 그러면 다 모인거같으니 그 아이를 어떻게 맞을지 얘기해봅시다."
"자 그럼,누가 그아이를 데려오겠니." 경수가 그 소란에도 읽고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비록 표정은 없으나 다정하게 물었다. 대외적으로 묘사되어진 그의 모습은 차가움 그자체였으며,천한출신을 싫어하고 피를 얻기위해서라면 잔인한 살생마저도 망설임없이 한번에 저지르는 그였기에 도경수가 그의 딸을 내칠지도모른다는 여론까지 형성되어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사람에겐 따뜻한 그였고,오늘밤 처음맞는 그아이를 위해 오랜만에 옷도 말끔히 차려입은 그였다. 하지만 검정색이라 아무도 뭐가 달라졌는지 몰랐다는점만이 안타까울뿐. "야 오세훈 냄새도 적응할겸 너가가라." "아 진짜 미쳤냐." 찬열의 장난스런말에 버럭 화내는 세훈이였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종인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간다. "..난 김종인이랑 그아이 옷고르러갈꺼야." "..풉" "어차피 그아이 공개하는자리에서 입힐 옷 필요하잖아." "누가 뭐랬냐, 빨리가기나해." "아 맞아 그아이 각인의 위치는?" "쇄골." 원하던 대답만 듣고 재빠른 몸짓으로 집밖을 빠져나가는 세훈은 저번에 종인과 쇼핑할때봐두었던 쇄골이 야하게 파인 드레스를 떠올리며 흡족한미소를 지었다. "세훈이는 몇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귀엽구나." 경수가 작게 미소지으며 정원을 가로지르는 그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가는길에 있던 지저분한 풀가지들을 작은손짓으로 다 없애버리며 자신의 아이들을 위하는 그였다. "마중은 제가 가겠습니다 가주님." "그래 백현아. 오는길 불편하지않게 잘데리고오거라." "왠일이래, 변백현." "예쁘다는 소리를들었거든.매일 시커먼 너네만 보다가 여자형제가 생긴다니, 오래산 보람이 있습니다 가주님."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인간계로갈때는 꼭 챙기는 선글라스를들고 문밖으로 나서는 백현의 손목에는 얼핏봐도 오래되었지만 비싸보이는 고급시계가 둘러져있었다. 벌써 몇백년일이여서 가물가물하지만 종인이를 처음 동생으로 맞아들이던그날에 그의손가락에 새겨진 각인을 돋보이게해주기위해 반지를 선물했던것을 기억하는 찬열이였다. 이번 형제는 쇄골에다 여자이니 목걸이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가기위해 일어서는 찬열의 귀에도 준면이 선물해준, 작게 가문의문양이박힌 귀걸이가 반짝거리고있었다. "형 나 카드좀." "박찬열 이새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카드를 툭 던져준 준면은 오랜만에 만난 경수와 티타임을 가지며 그녀에 대해 얘기를 해볼참이였다. 까마득하게 경수가 태어나기도전 오랜옛날에 있었다던 여자형제를 어렴풋이떠올리며 벌써 그럴 시기가 된건가하고 피식웃음을 흘리는 준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