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널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는 날 잊어버렸나보다.
우리 달빛 아래서 약속했잖아. 다음 생에서 꼭 우리 알아보자고.
나는 알아보았는데, 넌 왜 알아보지 못하니. 난 널 보자마자 알아봤는데.
조선시대 순정파 오세훈 X 대한민국 왈가닥 소녀 김징어
" 야, 도서관 죽순이. 도서관 가냐 "
" 그래. 간다 이자식아. 니가 먼상관? "
" 저 년은 말 걸어도 시비예요 "
쟨 허구헌날 나한테 시비질일까. 진짜. 내가 도서관을 가던 말던 무슨상관인데 이 똥개새끼야!
저건 어쩜 어렸을 때랑 변한게 없을까. 변백현이랑 지낸지도 어느새 10년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저 똥개새끼와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끊을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지도 참 오래됬다. 뭐, 도서관에 같이 가주는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요새 내가 도서관 죽순이가 이유 중 하나가 성균관 잘금 4인방 때문에 사극에 관심이 많아져서 책도 사극 관련 된 것 만 읽고 팬픽도 사극 관련 된 것만 읽고 있다.
너무 무거운 장르말고, 연애 이야기? 성균관 그 원작을 보면서 느낀거는 만약에 내가 저런 꽃돌이들 사이에 있었다면..
상상만으로도 없는게 서는 기분이랄까. 헿흫 나 같으면 바로 덮쳤을 텐데 말이지.
나도 언젠간 그런 꽃돌이들 사이에서 지낼수 있게 되겠지. 헿 얼른 대학가고 싶다. 만년 19세 일 수만은 없으니까 !
" 야, 죽순아 근데 저번에 급식 먹는데 누가 자꾸 너 쳐다본다고 하지 않았냐 "
" 아, 몰라. 걔가 쳐다볼때마다 기분 더러워 죽겠어 "
" 하긴, 내가 슬쩍 보니까 인상 겁나 세게 생겼던데 "
저번에 백현이랑 급식 먹으러 내려 가는 길에 넘어질뻔 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어떤 남자애가 넘어질 뻔한 날 잡아줘서 쪽팔림은 면하긴 했지만?
하얀얼굴에 눈은 쫙 찢어지고 키는 좀 큰 훈남? 이라서 설렌건 안비밀 그래서 고맙다고 최대한 착하게 말을 건넸더니
멍 때리면서 날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나한테 반했나? 라는 김칫국 드링킹을 했지만 난 솔직히 이쁘지 않으니까 쿨하게 패스.
내 말에 계속 대답 안하길래, 소리 지르려고 했지만 변백현 떄문에 그 숨막힌 상황은 모면하기 했는데,
그 이후로 급식실에서 계속 그 남자애가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니, 왜! 내 얼굴에 뭐가 쓰여있기라도 한건지. 왜 자꾸 날 쳐다보는거야 짜증나게!
그래서 한번은 급식실에서 내가 그 남자애를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얼굴이 빨개지고 안절부절 못하고 도망가길래
설마 진짜 나한테 반했나? 그럼 대시를 하면 되지 않나? 근데 이런 뭐 같은 상황은 뭐지 ?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니 겉보기엔 세게 생겨놓고 내가 한번 쳐다봤다고 저렇게 빨개지기 있나. 원래 여자가 쳐다보면 저렇나? 암튼.
그 이후로 도서관에서도 마주치고 교무실에서도 마주치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그 남자애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날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도 아무렇지 않게 그 남자애를 피한 것 같다.
뭐 가끔씩 잠자기 전에 가끔 생각 나긴 했지만. ㅎ
" 아, 짜증나. 내가 좋다면 좋다고 하든가 "
" 지금 니가 한 말 니가 생각해도 좀 아니었지? "
" ....(끄덕끄덕) "
어느 새 도서관에 도착해 책을 반납하고 난 자연스럽게 역사코너로 돌리고 변백현은 만화코너로 갔다.
저것은 만화만 보고 있네, 글을 좀 읽지. 언제 철이 들련지 (절레절레)
이제는 뭘 읽어볼까. 후후후후 저번에는 성균관 유생의 나날들을 읽어봤으니까,
이번엔 사랑이야기를 좀 읽어봐야겠다. 막 애절하고, 눈물 찔찔 나올 수 있는거. 원래 그런건 팬픽봐야하는데 쩝.
막 찬열이랑 경수가 아련하게 쳐다보는 신을 아직도 난 잊을수가 없다. 이미 난 일상생활 불가능자가 되어버렸다지.
책꽂이를 뒤적거려봐도 오늘은 그렇게 눈에 띄는 책이 없니, 좀 나와보렴.
그렇게 유심히 책을 찾다가 내 눈에 띄인 분홍색 표지의 책. 오. 오늘은 이 아이로구나.
근데 겉에 이름도 안써져 있고 흔하디 흔한 지은이 이름도 안 적혀있다.
앞면 뒷면 다 훑어봐도 그런거 하나도 없고 그냥 오로지 옅은 분홍색으로 감싸여진 책이다.
우선 빌려서 읽어보고 아니면 뭐 내일 반납하지. 흐흐 오늘은 이 아이로 밤을 지새우겠구나. 신난당!
조선시대 순정파 오세훈 X 대한민국 왈가닥 소녀 김징어
" 오늘은 잠 좀 자라. 돼지야 "
" 니는 롤이나 그만 쳐 하시지 똥개새끼야 "
학교가 끝나고 바로 옆동에서 사는 변백현과 하교 하는 길. 난 지금 내 가방 속에 있는 그 분홍색 책이 거슬린다.
수업 중간에도 자꾸 분홍색 책에 눈길이 가고 자꾸 아른거리고 뭔가 읽으면 눈물 날 것 같은?
보통 책 빌려오면 한동안 까먹다가 반납 되기 삼일 전에 발견해서 급하게 읽었었는데,
이번엔 좀 다른거 같은 느낌? 얼른 집으로 가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급하게 변백현과 헤어지고 내 방으로 달려가 그 책을 꺼내보았다.
아무리 다시 봐도 책 제목이나 책을 쓴 사람이 없다. 그러고 보니 책 바코드도 없었네?
분명 바코드 찍은거 같은데? 혹시라는 생각에 책 속에 뭐가 나올 줄 알고 탈탈 털어봐도 안나와서 포기하고 책 첫 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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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비가 내리던 어느 봄날, 저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저잣거리 한 가운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빛나는 하얀 피부에 붉으스름한 입술을 가지고 곱게 머리를 땋은 그녀.
짧은 순간이었지만,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를 만나자마자 저의 모든 시간은 멈춘 듯 했고 오로지 그녀와 저 단둘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뛰지 않을 것 같았던 제 심장이 쿵쾅 거리기 시작했고, 오로지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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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박. 완전 내스타일! 이 남자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랑 결혼하실래요? 이런 남자가 어디있어.
한눈에 여자한테 반한 남자가. 저 남자는 분명히 순정파 일꺼야. 완전 내스타일.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지다가, 어느새 남자한테 빙의되서 눈물 콧물 질질짜면서 울기도 하고,
남자가 당하면 아쉬워 하기도 하고 했다. 그런데 자꾸 읽다보면 읽을 수록 그 급식실 남자애가 생각나는 건 뭐지.
몇시간이 지나도록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 남자애가 생각나서 기분이 더러웠지만,
어느덧 두시간이 지나고 반 쯤 읽었을 무렵,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에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근데 이 책 대박이다. 몰입도 최고인 책은 처음인것 같아. 후하후하
안되겠다. 오늘 밤새서 읽으라는 신의 계시인것 같아. 밥 먹고 와서 또 봐야겠다~ 헤헿
흐흐 오랜만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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