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두 남녀가 서 있었다. 남자는 딱 보기에도 왕족의 티가 흐르고 있고 여자는 그저 평범한 양반집 여자 였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잡으며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으며, 여자는 눈에서 눈물이 흐르며 남자를 올려다 보고있었다. 그 눈물은 달빛에 빛나고 있었다.
지나가는 어느 사람이 봐도 그 두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어보였지만, 하지만 둘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것 같아보였다.
그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지금 순간까지도 서로는 서로를 오로지 사랑하고 있었다.
남자는 결심을 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쪽지 하나를 건네 주고, 남자는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낭자. 꼭 다음 생에선 아프지말고 사랑합시다.
다음 생에서는 아무런 간섭없는 세상에서 우리 끼리 사랑합시다.
다음 생에서는 서로 알아보기로 합시다. 그때까지 제가 낭자 찾아가겠습니다.
낭자. 누구보다도 낭자를 연모합니다.
조선시대 순정파 오세훈 X 대한민국 왈가닥 소녀 김징어
아!! 왜 자꾸 그 꿈이 생각나냐고!
분명 난 울고 있었고, 날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나 날 아련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왜 자꾸 생각나냐고!!!!
밤새 그 책을 읽어서 그런가. 그 책에 있는 한 장면이 꿈에 나왔다. 꿈에 나온건 좋아.
근데 왜 하필 여자가 나인거야? 왜? 쓸데없이 설레게? 그것도 그거지만 상대방 남자가 그 급식실 남자애였던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설레기보다는 뭔가 가슴이 아프고, 진짜 있었을 법한 일인것 같고,
진짜 내가 경험한 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뭔가 싱숭생숭하고 가슴 한 구석이 간질간질했다.
너무 간질거려서 긁었다가 변백현한테 걸려서 씻으라고 구박받은건 안비밀.
학교 오늘 길에도 계속 생각나고, 변백현이 옆에서 자꾸 괴롭혀도,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도 오직 그것밖에 생각이 안났다.
책 읽고나서 이렇게 기분이 오묘했던 적은 처음인것 같은데. 그 책이 문제였어! 흐잉 재밌긴 오질라게 재밌어놓구! 진짜!
" 야, 돼지. 밥 먹으러 가야지? "
" ..... "
" 야, 김징어! "
" ㅇ..어? "
" 오늘 왜이래? 정신을 어디다가 팔아둔거야? "
언제 점심시간이래. 수업이 끝난 줄도 모르고 한동안 멍떄리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짝꿍은 밥 먹으러 사라지고 변백현이 앉아서 날 쳐다보고 있는데, 오늘 왜 그러냐며. 어디아프냐 그러는데, 니가 언제 날 챙겨줬다고 흥칫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하며 급식실을 걸어가는데 꿈이 너무 실감나서 그런지 솔직히 밥 생각은 없었고,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변백현한테 말하면 또 시비걸겠지. 에잇. 그냥 밥이나 먹고 잊어보자! 어느새 벚꽃이 또 이렇게 이쁘게 폈대
나중에 변백현이랑 사진 찍으러 와야겠네. 우리학교 운동장 한 켠에 엄청난게 큰 벚꽃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그곳에 전설이 있었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감수성 충만 그자체이신 문학선생님인 준면 쌤이 알려주셨는데,
또 까먹었네 아잇 나중에 변백한테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흠흠 아 봄이라서 그런지 아직 쌀쌀하네.
으 오늘 급식은.. 미역국이네! 오호! 맛있겠다 룰루랄라! 내가 미역국 좋아하.....
으악! 아 아파ㅠㅠㅠ 또 넘어졌어ㅠㅠㅠ 나 왜 항상 여기서 넘어지는거야ㅠㅠ
아 못일어나겠다ㅠㅠ 발목이 잘못 된건지 아파서 못 일어나고 있고,
변백현은 내 옆에서 쩔쩔 매고 있고, 으씨 이럴때 좀 도와주면 안되냐.
아오 아파ㅠㅠㅠ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올뻔 했는데, 옆에서 갑자기 다가오는 하얀 손길에 놀라서 올려다 보니,
" 괜찮아? "
그 급식실 남자애였다.
한 쪽 무릎을 굽히면서 내 눈을 마주치며 물어봐 주는데, 모든 생각, 사고들이 멈추는 것 같았다.
온 세상이 흑백으로 변했는데 그저 그 남자애와 나만이 채색되어서 그 남자애만 보이고 있었다.
분명 오늘 처음 제대로 만나서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넸는데,
그리고 난 처음으로 그 남자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왜 울 것 만 같지. 그저 멍하게 그 남자아이를 쳐다보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울 것만 같고, 가슴이 먹먹해 지는 것만 같았다.
왠지 슬프게 헤어진 남자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순간 꿈에서 일들이 겹치기 시작하며, 내 얼굴을 잡으며 내 눈을 마주치며 하는 말들이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도 왜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여자같이 내 속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 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게 과연 발목이 아파서 우는 것일까.
아니면 무작정 내 꿈에 찾아온 지금 내앞에 서 있는 이 남자아이 때문인걸까.
이 아이의 눈동자가 나만을 봐주는게 너무나도 포근하고 따뜻했다. 마치 봄바람이 불어 오듯이 날 감싸고 있었다.
" 저기? "
- 낭자.
" 여주야? "
- 사랑합니다.
" 괜찮아? "
-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 발목 괜찮아? "
- 언제나 낭자만을 사랑하겠습니다.
조선시대 순정파 오세훈 X 대한민국 왈가닥 소녀 김징어
" 이제 괜찮아? "
" 아, 응. 괜찮아. "
" 안 괜찮은 것 같은데? "
" 아니야! 걸을 수 있어! "
그렇게 펑펑 울다가 갑자기 생각이 돌아와서 쪽팔리기 시작했다. 내가 급식실 입구에서 넘어져서 그런가.
모든 전교생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근데 진짜 내가 왜 울었지?
그리고 내가 갑자기 우는게 당황스러웠는지 안절부절 못하며 나만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이 아이는 내가 걱정되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괜찮냐며 물어봐주는데,
아, 아직 불편한데. 아 너만 보면 자꾸 그 꿈 생각난다고! 아오 미치겠네!
근데 변백현이랑 저 남자애 둘이 언제 부터 알고 있던 사이래. 말까지 편하게 하고?
으 근데 제대로 접지른것 같다. 아파죽겠네. 아까 급식실에서 내가 아파서 어쩔줄 모르니 불쌍해 보였는지 등을 보이며 엎히라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외간 남자한테 어떻게 업히냐!
라며 엎힌 나였다^^... 이 아이 등 넓드라고? 매너손도 해주고, 엄청 편하게 온 것 같았다.
잠도 잘 수 있겠어! 하핳! 양호실에 도착하자 점심드시러 가셨는지 선생님은 안보이셔서
남자애가 날 침대에 앉히고 내 발목을 살피더니 붕대랑 파스랑 뭐 이것저것 가져와서 치료 해줬다. 오 제대로 잘 한것 같았다.
" 고마워, 나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
" 뭘, 이정도 가지고. 더 한것도 할 수 있는데. "
" ..응? "
"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냐고! "
" 응! 이제 괜찮다니까? 아 미안해서 어쩌지, 혹시 이름이.. 아 오세훈? "
오세훈..세훈..오세훈.. 거듭 이름을 되새기면서 양호실을 나와 반으로 향하고,
( 아, 오세훈은 먼저 가봐야 한다면 먼저 나갔고. )
나를 기다린 것 같은 변백현은 괜찮냐고 옆에서 쫑알대는데 나 환자인데 너무 시끄러운거 아니냐. 백현아. 으휴
괜찮다고 머리 쓰다듬어주니 좋다고 웃고, 같이 웃으며
교실에 들어와 내 자리에 앉아 책상 밑에서 책을 꺼내 오후 수업을 준비하려 하는데, 무슨 쪽지가 잡혔다.
나는 쓰레기 같은거 모으는 취미 가진 사람이 아닌데, 왠 쪽지지 하고 펼쳐 보니, 정갈한 글씨에 노란 쪽지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니셜을 적은 것 같은데. 딱 그 아이 같았달까.
이제 만날때마다 인사해줄꺼지? -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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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글엔 댓글이 약이랍니다.데헷
독자님들 만나고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왔네요.
글에 대해서 잠시 설명해 드린다면, 그 분홍색 책은 여주의 전생이 쓰여진 책이예요.
그리고 세훈이는 한 눈에 알아봤는데, 여주는 알아채지 못하죠. 근데 이제 차츰차츰 알아갈껍니다 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