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도 눈을 감고 떴을 뿐인데, 기억의 잔상이 회색빛으로
흐릿하게 기억난다.
이 무더운 여름의 날씨도 기억과 함께 흐릿해진 게 분명하다.
흐릿해진 게 아니고서야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듯 더위가 경의로울 지경이다.
여름의 색이 더욱 짙어갈수록 더위는 새롭지만,
나에게 더욱 진하게 물들어가는 것이 하나 있다.
더위의 정도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녀가 나에게 온 그 느낌은
일 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더욱 선명해져 방금 막 꿈에서 깬 것 마냥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눈을 감지 못 하던 여름의 아침과 털털털 돌아가던 미지근한 바람을 내뿜는
선풍기까지 같이 한순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진다.
하나의 기억만 더욱 또렷해진다.
아마 추운 겨울이 찾아와도 계절의 정도는 또 새롭겠지만,
당신은 더 내게서 짙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