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편입생!"
정말이지, 여기 애들은 너무 쓸데없이 친화력이 좋다. 편입생! 이라는 말도 하루에 수십 번은 들은 것 같아. 이미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은 어느 정도 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 학교……가 아닌 학원의 룰도 어느 정도 숙지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는데 나한테 가장 거슬리는 건, 내가 A학년으로 편입했기 때문에 내 학년 애들은 전부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이었다. 어려! 나보다!
'A학년 입학은 15살부터 17살 까지인데…… 너는 열 여덟살이네. 수준 안 맞더라도 이해 해 줘야겠다.'
담임 선생님 목소리가 좋아서 봐준다. 교과서를 배부받긴 했는데 작년에 이미 다 끝낸거다. 이래봬도 1학년때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꽤 성적이 좋았었는데, 이렇게 되면 내가 공부한 이유가 사라진다. 'A학년 1학기때는 일반 학교와 수업이 똑같아.' 이런 시발. 게다가 중학교나 다닐 애들이 학교에 있다는건데, 그럼 얘네들은 천재인건가? 설마 중학교 공부를 하는 건 아니겠지? 지나간 3년이 증발되는 느낌에 조금 슬펐다. 사실 좀 많이 슬프고 그보다 더 많이 화났다. 거지같은 와일드.
"어, 편입생이네!"
"아, 안녕하세요……"
"오~예의도 바르고…… 빵이 좋아할 만 하겠네."
"……네……? 네……"
"너네반 담임 이름. 알고는 있어? 방용국이야, 방용국. 나타나면 피해다ㄴ……"
"애한테 좋은 거 가르친다."
아오! 내 앞 뒤를 둘러싼 두 남자가 서로 대면하고 있다. 아마 내 담임선생님이 한 대 때리신 것 같다. 내가 듣기로는 후각이 좋다고 그랬는데, 귀도 좋으신건가? 긁는 수가 있어! 먼저 내 앞에 나타나셨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너 살인미수로 잡혀간다."
"잡혀 가고 말지."
"여주야, 너 우리 반 어딘지 알아? 따라와."
"또 무시한다."
선생님들, 죄송한데 학생 사이에 두고 이러면 그 학생은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한번도 입 밖으로 생각을 내보내진 않았다. 일반 교실보다 1.5배 정도 커 보이는 교실 문을 연 선생님은 나를 끌고 교탁 앞으로 들어서셨다. 매로 교탁을 치시며 빨리 안 앉냐! 잔소리 한 번 얹어주시고.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향했다. 저기 얘들아. 내가 너희보다 나이가 많은데 있잖아…….
"편입생이다. 나이는 열 여덟살이고. 이름은 김여주, 너희보다 적어도 한 살은 많은 언니 아니면 누나니까 까불지 말고, 자기소개 할래?"
"아, 아니요……."
"그럼 들어가서 최준홍 옆자리에 앉아."
"누구……"
"손 들어봐."
여기 애들은 정말 담임한테 잘 복종하는 것 같다. 어떤 앉은키가 주변을 압도하는 친구가 손을 번쩍 들었고 선생님은 눈짓으로 들어가라고 제스쳐를 취하셨다. 그런데 옆에 자리 있는데?
"아, 이지민은 앞으로 나와서 교탁 옆에 앉아라. 특별 감시다."
"아, 쌤!"
"아니면 벌점 20점 받던가. 쉽게 안 까 진다."
지민이라는 애가 가방을 주섬주섬 싸더니 조용히 앞으로 갔다. 와, 쟤도 반항적인줄 알았는데 순종 덩어리야. 가만히 그 애 자리에 앉았더니 준홍이라는 애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 나는 너무 시선이 싫어. 모든 애들이 아까 나를 바라봤을 때도 숨이 막혀서 죽을 뻔 했다. 내 짝이 된 이 친구는 굉장히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여기 애들은 기본적으로 바깥 애들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짝이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저기……누나."
"어, 어, 어, 왜?"
준홍이가 약간 웃었다. 그래, 너보다 한 살에서 세 살은 많은 누나가 말 더듬는 거 보면 웃기겠지. 근데 세 살은 아닐 것 같다. 성장판이……워후, 사슴과인가?
"누나 무슨계예요?"
"나? 살무사과……"
"아, 저는 고슴도치과예요."
예? 조용히 너 몇 살이냐고 물었다. 열일곱…… 하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 선생님이 지금 떠든 사람 누구야! 하고 호통치셨다. 우린가? 준홍이가 재빠르게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생님이 쥔 매를 거두시고는 칠판에 계속 써내려가셨다. 이미 다 배운 내용이 칠판에 써지고 있는데, 할 것도 없고 그냥 엎드려 있다간 저 매로 맞을 것 같고. 멍하게 앉아 있으니 나와는 다르게 수업에 쩔쩔 매는 듯 한 준홍이가 다시 한번 톡톡 건드린다.
"저기 누나."
"어?"
"오늘 저 발표할 것 같거든요…… 이거 어떻게 풀어요?"
시발 귀여워. 왠만한 욕은 자제하려 했는데 너무 귀여워서 못 참겠다. 한 살 밖에 안 어린데 왜 이렇게 귀엽지? 사실 다시 곱씹어보면 아까 교탁 앞에 서 있을때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들도 사실 엄청 귀여웠다. 상귀요미들이었다. 귀여워서 독 쏴 버릴 것 같아.
"선생님! 전학생 누나가 최준홍한테 답 가르쳐줘요!"
일순 정적. 분명히 누구보다도 작은 목소리로 말해줬는데. 선생님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진짜냐? 아니예요! 방금 그 발칙한 귀요미는 누구지? 만나면 한 대 때리리라.
"성지훈, 너 무슨과 무슨발달이냐."
"개과 청력발달입니다."
"……최준홍 나와서 저번 수업시간에 내가 숙제 냈던거 풀어봐."
준홍이의 영역에 없던 문제다. 어쨌든 풀 리는 없고 맞긴 맞겠구나 싶었다. 벌떡 일어나서 외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선생님 너무 꽉 막히셨어요! 그리고 교무실에 끌려가겠지. 벌점 백 점 맞을지도 모르겠다. 준홍이는 앞에 나가서 틀리고 손바닥을 맞았다. 이 학교 육성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해졌다. 체벌 금지는 여기서 안 통하는 건가? 교과서도 내 상식 선 밖이다. 문제 자체가 15살에 입학하는 애들한테 나쁜 문제야. 이 학교 교육방침은 바꿀 필요가 있다.
"준홍아. 담임선생님이 수학만 가르치셔?"
"……아니요, 계별 수업 할 때는 감각계 가르치셔요."
이건 아까 선생님한테도 들었던 거다. 그럼 여기 수학은 왜 가르치니?
"기본적인 건 사회에서 뒤쳐지면 안 된다고……"
여기 사회에 내 보내 주는구나. 뭔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서 머리에 뭘 맞은 기분이다.
애초에 이 학원이 설립되고부터 학생들이 입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같은 선입견을 안 가졌기 때문이겠지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독침을 안 쐈으면 내 인생은 바뀌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언젠가 위험이 한 번 쯤 닥치면 이 비슷한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생각은 거뒀다. 수업 시간에 현실 자각이라니, 온 수업 내용은 안 들어오고 그냥 무지막지하게 슬프다. 여기 애들도 설마, 나처럼. 하는 생각은 왠지 더 나빠서 다시 그만뒀다. 하루가 참 길다.
*
"안녕 여러분, 담임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힘찬의 반에서 힘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유쾌한 성격에 장난도 잘 치니 모든 학생이 그를 좋아할 수 밖에. 힘찬이 웃으며 모든 반을 둘러보는데 종업의 자리가 비어있다. 힘찬에게는 애제자이며 반 친구들에게는 착해서 좋은 친구인 종업이 교실에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힘찬은 생각했는데, 힘찬이 종업의 자리를 보자마자 가장 앞 자리에 앉은 아이가 힘찬에게 말을 건다.
"종업이 오늘 병원갔어요."
"나한테 말도 없이?"
"부모님이 오셔서……데려가던데."
거 참, 원래 와일드 안 좋아하시는 건 알지만. 힘찬은 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표정을 빨리 숨기고 제 할말을 찾아야 했다. 1교시 뭐지? 온 아이들이 영어라고 대답해 준다. 그럼 나는 아니네, 하고 수업 열심히 하라는 말까지 남긴 힘찬이 조용히 교실 밖으로 나온다.
사실 학생일 때도, 교사로 다닐 때에도 와일드를 좋게 보지 않는 학부모님이나 와일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불쾌해하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 해 보니 자신도 약간 그런 쪽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애초에 와일드인이라는 자부심이 없었어~ 하며 생각하니 힘찬은 절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 C학년 1반에 들어섰을때 했던 말도 기억난다. '공부 열심히 하지 마라.' 온 학생이 눈이 동그래져서 힘찬을 바라봤었다.
"아, 진짜 재밌었는데."
1교시가 끝나면 종업은 분명히 온다. 자신의 반 아이들은 착하다. 이제는 그것만으로도 다행인 것 같다.
*
~와일드 아카데미 노트~
문종업-물리계 학생, 개과 치아 발달, C학년 1반
성지훈-감각계 학생, 개과 청력 발달, A학년 2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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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와아입니다!!!!!!저 여러분한테 반할 것 같아요...덧글 너무 예뻐...
사실 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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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부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