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얕게 떠는 몸을 추스르며 살짝 몸을 일으켜 컴컴한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팔을 뒤로 한 채 의자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게 해 아무리 이리저리 뒤척여도 밧줄이 팔에 쓸릴 뿐
소용이 없었다.
어둠에 익숙해 진 눈으로 빠르게 주위를 훑자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환풍기가 어렴풋이 보였다. 지하실인가.
분명 밀수한 마약을 현장에서 검거하라는 명령을 듣고 나선 길이었는데,
차에서 내리자 마자 갑자기 누군가가 머리를 후려쳐 정신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도착한 곳은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지하실.
끼릭거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몇 사람의 말소리가 점점 커지는 게 들렸고, 나는 그 사람들이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란 걸 단번에 느꼈다.
"Я говорю о том, правильно импортируются ?"
-말한 건 제대로 갖고 온 거야?
"Это, кажется,небольшой разлив . Я пошлю кого-нибудь , чтобы найти его снова."
-소량이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을 보내 다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짧은 대화가 끝나자마자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 덩치가 큰 사람을 갖고 있던 지팡이로 내리쳤다.
얕은 신음 소리와 함께 덩치가 큰 사람이 맥없이 쓰러졌다.
"... 한심해."
한기에 덜덜 떨리는 몸을 웅크려 본능적으로 그로 부터 몸을 보호하려 했다.
그는 눈을 돌려 내 쪽을 바라보는 듯 했다.
잠깐, 그런데 방금 한국말을 한 건가..?
"이렇게 예쁜 얼굴이 흉 져서야 되겠나. 알베르토, 손수건 줘봐."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온 그는 내 눈위로 흐르는 붉은 피를 섬세한 손길로 닦아주었다.
시야를 가리던 것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당신은....!"
"여기로 너 데려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널 가질 수 있게 됐어."
그제서야 그의 얼굴을 어디서 봤는지 떠올랐다.
기밀 문서에서 A급범으로 처리되어 있었던,
러시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거대 조직 бабочка의 수장.
Илья Беляков.
슬며시 웃으며 나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쥐는 그의 두 눈은 옅은 초록빛으로 빛났다.
"널 만나게 되어서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