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그녀!
〈 여왕의 귀환 >
w. 유에세이
BGM - Heritor
브금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아요! :D
'스스로 돌아봐서 잘못이 없다면 천만인이 가로막아도 나는 가리라, 그래서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 것으로, 대 천후 고등학교의 선서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슬로건 제창이 끝나고, 선서식이 진행 되고있음을 의미하는 거대한 교기가 올라가면서 강당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맨 앞줄에 앉아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2년 전과 똑같은 것 같아 웃음이 새어나왔다. 종인이는 여전히 잠이 많은지 정오가 다 되가는 지금까지 눈이 부어있고, 종대는 한결같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세훈이도 못본 사이에 염색을 한 것 말고는 그대로다. 분명 나이 처먹고 깐지 좀 내겠다고 헤실헤실 웃으며 물 들였겠지. 준면 선배와 민석 선배는 여전히 인자했으며 박찬열과 변백현은 아직도 시끄럽게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경수는 여전히 잘생겼다.
떴다, 그녀!
w. 유에세이
"야, 봤냐?"
"ΟΟΟ?"
"오자마자 강당 위 이사장 옆자리 선점, 죽인다."
준면 ver.
선서식이 끝나고 각기 교실로 돌아가는 길은 평소보다 요란하고 소란스러웠으며, 학생들의 입 또한 평소보다 바빴다. 굳이 엿들으려 하지 않아도 이 모든 웅성거림의 주인공은 ΟΟΟ임이 틀림없었다. 2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 강당 위에 앉아있으니, 천후 초등학교 중학교를 생략하고 천후 고등학교에만 재학 중인 졸부들은 ΟΟΟ이 많이들 궁금할 만도 했다. 꽤 길었던 2년이라는 시간동안 ΟΟ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소문들이 교내에 파다하게 퍼졌던가.
"쟤가 걔야? 이사장 딸? 너 천후중 나왔다며, 뭐 아는거 없어?"
"없어. 쟤가 도경수랑 약혼한 사이라는 거 말곤."
"헐, 대-박."
"초등학교 때부터 김준면 무리랑 친했어. 유유상종-, 재산 넘칠걸, 쟤."
찬열 ver.
도경수의 표정이 많이 어두웠다. 조만간 돌아올 때가 됐다는 것만 알았지, 그게 오늘 당장이 될 일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ΟΟΟ에게 개떼마냥 달려가서 환영한다며 헹가래를 쳐줄 일이지만 어째 그러기엔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도경수 옆에 바짝 붙어서 눈치만 보고 서있는 김연주는 눈치를 볼 줄만 알았지, 눈치있게 빠져줄 줄은 몰랐다, 어휴, 등신.
"김연주는 뭐야, 그럼? 도경수랑 사귄다며."
"병신아, 그걸 믿냐? 당연히 구라지. 도경수가 뭐가 아쉬워서 걜 만나? 걘 뻥을 칠 게 있지, 참."
세훈 ver.
쉴새없이 귀에 박히는 여러 이름들이 심히 거슬렸다. 우리가 경수 형을 설득한 대로, 또 경수 형이 우리 의견을 따라 김연주에게 설득한 대로, 애들은 김연주와 경수 형이 사귀고있다는 사실을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있음에 그나마 안도했다. 또 절반은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 조차도 모르고 있겠지만은, 어찌됐든 오늘 ΟΟ누나가 학교로 돌아온 이상, 모든 일이 조만간 깔끔하게 끝나게 생겼다.
"말로만 듣던 도경수 약혼녀가 쟤구나. 예쁘네."
"도경수는 쟤 별로 안내켜 해. 집안이 시키니까 한 약혼이지, 뭐."
시끄럽고 산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서식은 빠질 걸.
2년 만에 보는 얼굴들인데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라든지,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라든지, 선서식이 끝난 후에 녀석들은 그 누구도 내게 말을 건다거나 다가온다거나 하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우루루 뒷문으로 빠져나가기에만 바빠보였다. 아무리 내가 연락 한 통도 없이 왔다지만 이건 너무들 하는거 아니야? 솔직히 난 슬로건 제창 끝나자마자 개 떼처럼 달려와서 헹가래라도 쳐줄 줄 알았다구.
"교복은 또 언제 샀니?"
"입국 하자마자 샀죠. 엄마 말대로 재작년에 미리 사뒀으면 작아서 입지도 못하고 버릴 뻔 했어요."
"그래, 너 잘났다."
서둘러 빠져나가버려서 더이상 뒷모습 마저도 보이지 않는 녀석들을 뒤로하고, 내 짧은 치마를 쭉쭉 내리시는 엄마 앞에 섰다. 해외에 있는 동안에도 출장때문에 얼굴을 자주 봐왔던 엄마를 이 학교 강당에서, 이사장과 학생의 신분으로 마주하니 기분이 또 묘해지는 듯 했다.
중학교 때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 굉장히 많을거야. 괜한 추태말고 좋게 지내.
엄마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떴다, 그녀!
w. 유에세이
"좀 예뻐졌다? 그새 손 댔냐?"
"시끄러워."
"누나 보고 싶었어여."
"넌 머리가 그게 뭐냐?"
4교시가 끝나서야 인사를 건네러 온 녀석들에게 한마디씩 했다. 니네가 그러고도 10년지기 친구들이야? 우리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워~~~후~~~~" 같은 새소리를 내고 냅다 나를 껴안던 세훈이도 예외는 없었다. 빨리도 환영해 준다는 내 질타에 후드려 맞고는 곧바로 급식실로 내려와, 밥을 먹으며 반가움에 겨운 대화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익숙해진 듯 했다.
대충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식들이라 한다면, 준면 선배는 본격적으로 아버지 회사에서 간부급 경영직을 맡기로 했고, 민석 선배는 천후 대학 준비를 하기로 했다더라. 내가 없는 동안 각자 본인의 길에서 가야할 방향을 정했구나.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근데, 거기는,"
그리고 아까부터 졸졸 옆에 붙어있는 여자 아이를 쳐다봤다. 먼저 소개 해주기까지 꽤 많이 기다렸는데 끝까지 내가 물어보게 만드네. 쌩판 초면인 사람이, 이 무리에 껴있으면 먼저 소개 정도는 알아서 해야하는게 기본 아닌가? 그래봤자 졸부, 마이너스 백점.
"누구?"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대답 할 거리를 찾기라도 하 듯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는 여자아이의 목에 걸려있는 학생증을 들었다.
1학년 C반 김연주.졸부 맞네.
반응보고 연재여부 결정합니다 : )
예쁘게 봐주세요 XD
+
천후 초등학교, 천후 중학교, 천후 고등학교 모두 연계되어 있으며 본교는 절차를 통해 재산이 확인 된 재벌들만 다닐 수 있는 사립학교 입니다. 본교의 슬로건은
'스스로 돌아봐서 잘못이 없다면 천만인이 가로막아도 나는 가리라, 그래서 그 끝은 창대하리라'
입니다.
(경영인의 이익창출을 중심으로 한 양심과 성공을 기원하는 슬로건)